시끌시끌한 교실에 반장과 그 친구들이 조그만 책상에 의자를 끌어모아 옹기종기 모여앉아, 조잘조잘 떠들고.
무엇이 즐거운지, 깔깔깔 자지러지게 웃는다.
문득.
민망했던지 주변 눈치를 슬쩍슬쩍 보다가 몸을 움 추려 고개를 숙이고는 조그만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호호 웃는 여인네들이 보인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 앞에 앉아 있는 친구의 등에 숨어 혼자 킥킥킥 거리며 웃고 있었다.
“준호야 너 정신 나간 거 같아~ 뭐 하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 뭐라고 했어?”
인상을 쓰며 나에게 다가오는 용인이.
“왜 혼자 킥킥대며 웃냐고~! 미친놈 같아, 뭘 보고 웃는 겨?"
".."
"헐!"
용인이가 내가 보는 곳을 알아챘는지 허파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내가 보고 있는 곳이 여인네들이 수다 떠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거기 있는 여자애들을 보는 이유는, 거기에 내가 짝사랑하는 미현이가 있으니까.
이미현이라는 아이는 1학년까지는 날라리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아이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2학년 올라오고부터는 그 날라리들과 같이 몰려다니지 않는다.
1학년 때는 솔직히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 보지 못했고, 멀리서만 힐끔힐끔 봤을 뿐이다.
근데 딱 한 번, 미현이가 위험해서 죽을 각오로 도운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의 행동으로는 기억이나 하는지 모르겠지만, 구지 따지자면 그때 처음으로 내가 먼저 다가간 거지.
사실 좀 서운하긴 하네..
뭐 어쨌든, 1학년 때는 솔직히 나에 대한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
오직 용인, 용원, 한별 이렇게만 지냈으니.
내가 너무 약골이고,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이기도 했...
“퍽!”
“웁! 뭐야!”
퍽! 소리와 함께 뒤통수가 아려온다.
내 책상을 집고 나를 내려다보는 용인이가 나를 향해 썩 소를 짓는데.
“너 미현이 쳐다보고 미친놈처럼 웃는 거냐?”
짐짓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 뭔 소리래~?”
집요하게 물어보며 자기 가슴을 치는 용인이.
“뭐가 뭔 소리야. 관심 있으면 가서 말해! 이제 너 그런 거도 병이다 이 시키야 이제 1년이 다 돼 가는데. 하이구야~ 친구야, 친구야! 정신 차리든가 용기를 내든가!”
머쓱해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알았어.., 있어 봐.”
“아, 몰라!”
내가 한심한지 주머니에 손을 질러 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좋은 걸 어쩌라고. 후후
그러고 보면 나도 정말, 엄청 변했네.
예전에는 이런 행동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복싱을 시작하고, 몸도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겨서 행동과 말하는 방법이나 억양도 변했다.
자신감이 정말,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같다.
아무튼.
미현이는 예쁘고 키도 크다.
한 160 정도?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2학년 때부터는 어쩐 일인지 미현이가 먼저 말도 걸어주고 그래서 친구로서 지내는 중이다.
미현이와 대화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순수하고 착하다는 거.
얼마 전, 미현이에게 날라리 애들과 어울리게 된 이유를 듣게 됐는데.
그놈들이 미현이를 보고는, 키도 크고 예쁘다며 자기들이랑 놀자고 가만히 놔두지 않았단다.
하는 수 없어 같이 어울렸고, 겪어 보니까, 솔직히 생각보다는 나쁜 애들이 아니었단다.
그런데, 2학년에 올라오고 보니 다른 친구들이 눈치를 보고 멀리하는 그런 상황들이 싫었다며, 평범하게 다른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지금은 날라리들과 멀리하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다.
1학년 중반부터 단지 예뻐서 좋아했는데. 지금은, 미현이의 솔직하고 순수한 면 때문에 더욱 좋아한다.
절친들은 미현이에게 말해보라고 하는데, 솔직히 두려워서...
이제 서야 미현이랑 간단한 대화라도 할 수 있고,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친구로 마저 지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그래서 혼자 짝사랑 중이다.
“준호야~”
응?
혼자 의자 깊숙이 앉은 체 멍 때리다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에 앞을 보니, 미현이가 내 책상 모퉁이에 살짝 걸터앉아서 내 얼굴 가까이에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을 봤다.
“깜짝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는 미현이, 귀여웠다.
“뭘 그렇게 놀래고 그래..? 나 온 거 못 봤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는 거야~?”
네 생각! 갑자기 네가 눈앞에 있으니 심장 터질 뻔했어!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과 다르게 말을 뱉었다.
“어? 어.. 근데 무슨 일 있어?”
“이번 주에 뭐 하냐고~ 토요일에.”
뭐지? 데이트 신청인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눈물이 고인다.
“별일 없는데? 왜?”
“아~이번 주 토요일에 영화 보러 가자고~”
헐, 이건 뭐냐? 정말 데이트?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미현이도 나 좋아하나?
“미경이도 시간 없다고 그러고..
경희도 시간 없다고 하고..
사실 이번에 하는 영화표가 공짜로 생겼거든..
근데 다들 시간이 안 된다네..?
버리기에 아까워서~ 너 혹시 시간 되면 같이 볼까 했지~ 시간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혼자, 되지도 않을 상상을 하고 있었다.
미경이와 경희는 아까 미현이와 같이 수다 떠는 멤버들이다. 2학년 올라와서 친해진 순수한 친구들이다.
그렇게 말하며 미현이가 자리로 돌아가는데.
결국은 땜빵이네, 뭐 그래도 이번 기회에 더 좋아질 수 있으니까, 이 기회는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잡아야 한다.
다급해지는 마음에 목소리가 커졌다.
“아니!! 나 시간 괜찮은데?! 같이 가자! 공짜 표인데! 나야 땡 큐지!”
아 싸~ 밥도 먹고 좋은 시간 보내야지~ 미현이의 사복 입은 것도 보겠네. 유~휴~!
다시 돌아온 미현이가 눈매를 좁히며 날카롭게 바라본다.~
“야! 김준호, 딴 생각하지 마라~ 풋! 암튼 그날 어디서 볼지 연락할 게~”
쩝, 한 방 먹은 느낌인데, 어찌 됐든 기분은 좋다.
뭘 입고 갈까나~
.
.
토요일 오후 영등포 경원 극장 앞.
한 30분 정도 먼저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 설레는 마음에 눈이 빠지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쯤 오려나..?
시계를 봤다. 아직 약속 시각까지는 10분 남짓 남았고 눈이 빠지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조금 웃긴 듯해서 피식 웃었다.
암튼 기분 좋은 기다림이란, 이런 거겠지..? 이제 곧 오겠네.
이제 노출의 계절이라는 푹푹 찌는 한여름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주변 풍경은 시원스러운 복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싱글거리면서 발걸음도 가벼운 듯 살랑살랑 걷는 사람이며
애인인지 이 더운 여름이라는 계절과 씨름하듯 서로 팔짱을 끼고 꼭 붙어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며 걷는 사람이며
한편에는 이 푹푹 찌는 더위가 견디기 힘든 것인지 반바지를 허벅지까지 짧게 걷어붙이고 상의는 러닝셔츠 바람으로 슬리퍼를 끌며 지나가는 사람
그 반면에 이런 무더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이 이미 더위로 인해 땀에 절어 여기저기 구김이 가 있는 슈트를 입고 시간이 다급한지 어디론가 잰걸음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그렇게 사람들을 구경하면서도 버스 정류장 쪽을 주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순간 버스에서 내리는 낯익은 사람이 눈에 보이자 미소 짓고 다가가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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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자 시계를 봤다.
아직 약속 시각 8분 전이라 안심하며 복장을 한번 점검하기 위해 빠르게 훑었다.
그러고는 영화관 앞을 바라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기쁘고 반가운 나머지 자연스레 미소가 띠어졌고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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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에게 다가가며 준호의 순수한 옷차림에 시선이 갔다.
밝은 청색의 빈티지 스타일의 청바지에 브이넥의 품이 있는 흰 티를 입은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보였다.
화사한 옷이나 유행을 타는 옷을 입은 것보다 깔끔한 멋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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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현이에게 다가가며 미현이의 오늘 복장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너무 눈에 띄는 복장이었다.
예뻤다.
시원한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물 바랜 청색의 짧은 구제 핫팬츠와 조금 여유 있는 품의 그린 컬러로 된 민소매 티셔츠, 그리고 베이지색 스트랩 샌들을 신고 청색 쇼퍼백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는데.
마치 후광을 안고 두 팔을 벌리며 있는 여신이 상상될 정도로 사복을 입은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고 아름답게 빛나 보여 넋을 놓고 보며 다가가고 있었다.
어느새 다가온 미현이가 넋이 나간 나를 빤히 바라보는데, 찰나의 순간 호기심 어린 눈빛이 일고 사라졌다. 그리곤 내 어깨를 흔들었다.
“준호야, 뭐 해? 왜 넋을 놓고 있어? 무슨 고민 있어?”
그렇지, 고민이라면 고민이지. 하하 정신 차리자 준호야~!!! 이런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닌 수도 있다고! 파이팅! 준호!
나에 대한 미현이의 마음이 지금 이 상황을 통해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기에 결전을 앞둔 사람처럼 자신을 다잡고 기쁜 마음을 진정시키며, 농담처럼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했다.
“아니, 아무 일도. 너 오늘 너무 예뻐서.”
쑥스러운지 미현이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데 그 모습마저 너무 예뻤다.
“풋! 싱겁기는.”
미현이가 먼저 와서 기다릴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너무 들떠서 입이 귀에 걸렸다.
“미현아! 일찍 왔네? 언제 왔어? 오래 기다린 건 아니지?”
쑥스러운지 볼이 빨개지고 시선을 피했다.
“어 금방 왔어. 넌 오는데 차 막히진 않았어?"
“응, 다행히 막히진 않더라고.. 어! 이런.. 미현아, 벌써 영화 시간 다 돼가는데? 우리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군것질거리 좀 사서 들어갈까?”
“그래?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러지 뭐, 흠.. 뭐가 좋을까?”
이것이 진리란 듯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당연히 극장에서는 버터 오징어랑 콜라 아니겠어? 미현이 너도 콜?”
마주 보며 눈웃음을 짓는다.
“그래, 나도 좋아. 콜!”
군것질거리를 사고 영화관에 들어와 앉았다.
지금 보려는 영화는 SF 액션 영화다.
로스트 인 스페너스라는 영화다.
머나먼 미래의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상들과 갑자기 일어나는 사고로 우주 미아가 되어 그 상황을 헤쳐 나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솔직히 애인과 볼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애인은 아니지만..
이런 장르의 영화는 친구들과 와서 봐야 하는 영화인데 말이다.
역시 공짜로 얻은 표라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한마디로 주는 대로 먹어라, 이런 식의 호의.
그래도 미현이랑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 고마운 일이지만 말이다.
아쉬움을 버터 오징어로 달래며, 다음에도 기회가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그래도 영화는 나름 괜찮았다.
후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기대되는 영화였다.
슬슬 배가 고파 어렸을 적 부모님과 영화를 보고 가봤던 극장 옆에 있는 식당을 바라봤다.
그 식당은 분식집처럼 여러 가지 메뉴를 판매하는데, 그중에 돈가스가 정말 맛이 괜찮았던 기억이 있었다.
“미현아 여기 돈가스집 괜찮은데, 여기 가 본 적 있어?”
“아~ 여기 요즘 엄청 유명하지 않아? 싸고 맛도 있고, 소문에 요즘은 줄 서서 먹는다던데, 예전에 나도 부모님하고 영화 보고 한번 와봤어, 맛있더라.”
“여기서 돈가스 먹고 가자, 이제 슬슬 저녁 시간인데.”
“그러자, 나도 배고프던 참인데, 잘됐네.”
식당을 들어가니 창가 쪽은 자리가 없었다.
주변을 훑어보니 식당 안쪽에 자리가 있어, 그쪽으로 향했다.
“저쪽에 가서 앉아야겠다. 오늘도 사람 많네.”
“그러네, 그래도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오래간만에 돈가스 먹을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미소 짓는 미현이를 바라보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쩜 저리 사랑스러울까.
자리에 앉자, 홀에서 일하는 직원이 다가와 주문을 도와준다.
“안녕하세요, 저희 식당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뭐로 주문하시겠어요?”
“네, 안녕하세요. 저희 돈가스 둘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물은 셀프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준호야, 물 내가 가져올게”
“그래, 고마워~”
미현이가 물을 가지러 간 사이 포크랑 나이프를 세팅했다.
가져온 물을 마시며 미현이에 대해 사소한 거라도 좀 더 알고 싶어서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며칠 후면 방학인데, 방학에 뭐 할 거야?”
“음, 방학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려고.”
“그래? 어떤 거?”
“말하기 창피한데..”
“그래..? 말하기 불편하면 나중에 말해줘..”
아직 이런저런 얘기하기에는, 가까운 관계도 아니니까. 내가 좀 성급했네.
사실 미현이의 입장이 이해가 갔기에 집요하게 물어보지 않았다.
나도 얼마 전까지 친구들에게 숨겼던 전적이 있기 때문에, 미현이가 어떤 생각과 마음인지 충분히 이해했다.
너무 성급한 자신을 자책하며, 어색한 분위기로 인해 물 컵으로 손이 갔다.
하지만 내가 자책하고 미안해하자 미현이는 오히려 그런 나에게 미안함을 느꼈나 보다.
“사실. 나 모델이 꿈이야. 그래서 방학 동안 모델 학원에 다녀볼까 해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고 난 반가운 마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이야~ 나도 사실 모델이 꿈인데.. 어느 학원 가려고?”
앉은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미현이
“정말? 우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신기하다. 난 모델 라인에 등록하려고. 준호 너도 지금 키가 165 넘지 않아?”
속사포같이 말을 쏟아 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 지금 167cm이야 얼마 전에 166cm에서 1cm 더 자랐다.”
점점 나에게 몸을 기울이며 가까이 다가온다.
엄청나게 기대하는 것 같다.
“와~ 이제 조금 있으면 170cm 넘겠네, 좋겠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하기로 했어? 할 거야? 같이 다니면 재밌겠다.”
미안함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말을 돌렸다.
“미현이 넌 키가 몇이야?”
“난 162cm 2학년 올라와서 키가 안 커. 힝”
속상한지 울먹인다.
귀엽다
넋이 나가 입을 헤벌쭉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미현이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 금세 정신을 차렸고 당황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미현이가 조신하게 몸짓을 한다.
좀 아쉽다.
“준호 넌 방학 동안 뭐 할 거야? 딱히 계획 없으면 나랑 같이 다니자. 나 혼자 다니려니 좀 무섭기도 했는데. 응?”
미안하기도 해서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하. 하. 어쩌지? 나 이번 방학에는 다른 계획이 있는데.
사실. 나 지금 뭐 하는 거 있거든, 그것 때문에 시간이 안 날 거 같아.
여러 가지 준비도 해야 하고, 또 그 일로 대전에도 내려가야 하고 그래서. 미안해 다음에 같이 하자.”
살짝 눈동자가 떨리더니 이내 입을 가리고 웃는다.
“풋! 뭘 그렇게 당황하니? 내가 더 민망하게, 그리고 미안해할 필요 없어.
내가 오히려 미안하지 갑자기 막무가내로 말했으니까.
어쨌든 같은 꿈을 가지고 있으니까 왠지 기분이 좋다. 근데 지금 하고 있는 게 뭐야? 말해줄 수 있어?”
기대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아 어쩌지? 말해 줄까? 무식하다고 앞으로 말도 안 거는 거 아니야? 흠..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돈가스가 나왔다.
“꺅, 맛있겠다!~”
“맛있게 먹어~”
“응! 준호 너도 맛있게 먹어?”
다행히 돈가스가 나와 마지막 질문이 조용히 묻혀 버렸고 난 속으로 안심하며 돈가스를 먹기 시작했다.
미현이를 슬쩍 바라봤는데 돈가스 한 조각 한 조각 음미하면서 감동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미현이에게서 저런 모습은 정말 생소했지만, 너무 귀엽고 예쁘기만 했다.
어쩐지 더 가까워지고 서로 공통점을 찾아 큰 수확이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미현이도 내가 마음에 있는 것 같다. 점점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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