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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미타 : 무지개 조개를 쫓는 아이들
작가 : 유혜리
작품등록일 : 2019.9.2

성인들이 보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거친 폭풍 속을 견뎌 왔거나, 혹은 현재 폭풍 속에서 햇살이 비치길 기다리는 이들을 위안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 온 힘을 다해 맞서 대응 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27회. 아미타 (2)
작성일 : 19-10-02 22:45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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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린다.

 

 사계의 꽃들이 만개한 정원이 흔들리자, 형형색색의 나비 떼들이 허공으로 솟아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민, 향, 욱은 아쉬운 마음에 나비를 바라본다.

 

 

 

 그 때 땅이 파헤쳐 지더니, 땅 아래에서 누군가가 굴을 뚫고 위로 튀어 오른다.

 

 그 와중에 정원에 심어진 꽃들과 나무가 파헤쳐 엉망이 되어 버린다.

 

 

 

 “바르하미!

 아미타의 왕, 바르하미, 샤크로!

 나 차차우달이 왔소!”

 

 

 눈썹이 머리카락처럼 길게 자라고, 검은 비행사 안경을 쓴, 턱과 콧수염이 있는 작은 난장이가 바르하미를 부른다.

 

 손과 팔은 두더지와 같이 두껍고 길며, 몸은 땅속 굴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을 것처럼 고무처럼 물렁물렁하다.

 

 몸은 굵고 짧은 검은 털로 덮여 있고, 옷은 낡은 마대 바지 하나만 걸치고 있다.

 

 

 

 “차차우달! 차차우달!

 오랜만이오!

 나 바르하미 여기 있소!”

 

 

 개로 변한 바르하미가 이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줄 누군가를 만난 듯 팔짝 팔짝 뛰며 반갑게 말한다.

 

 

 

 아이들은 ‘엥? 진짜?’ 하는 표정으로 바르하미를 바라본다.

 

 사실 바르하미가 아미타의 왕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차차우달은 개로 변한 바르하미를 알아보지 못한다.

 

 

 

 

 “바르하미?

 어디 있소?”

 

 

 

 차차우달이 검은 비행사 안경을 위로 돌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단추 같은 작은 눈이 보이고, 눈동자는 옅은 회색이다.

 

 

 

 차차우달의 눈에는 개 한 마리와 아이들 셋만 보일 뿐이다.

 

 차차우달이 아이들보다 한 뺨이나 더 작은 키로 뒤뚱거리며 다가온다.

 

 

 

 “너흰 처음 보는 아이들이네.

 난 차우달 족의 차차우달이야.

 너희는 누구니?”

 

 “난 민이에요, 얘는 향, 그리고 여긴 욱이에요.”

 

 “그래?

  그런데 너흰 좀 냄새가 특이한데? 킁킁.

 이 달콤한 냄새는 어디에서 나지?“

 

 

 차차우달이 콧구멍을 벌렁거린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바르하미와 샤크로를 찾는다.

 

 

 

 “뭐, 어쨌든, 바르하미와 샤크로는 어디 있지?”

 

 

 

 민과, 향, 욱은 동시에 개의 모습인 바르하미를 향해 손가락질 한다.

 

 

 

 “나 여기 있소.”

 

 “바르하미?

 어떻게 된 일이요?

 축생의 모습이라니!

 그나저나 샤크로는 어디에 있소?”

 

 

 

 차차우달이 믿기지 않은 듯 바르하미를 보다가 샤크로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본다.

 

 

 

 “차차우달, 내가 무슨 봉변을 당했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오.

 다른 곳에 갔다가 아미타로 막 돌아왔는데, 왜 본래 모습으로 못 돌아가고 있는지도 사실 이해가 가지 않소만.

 거기다가 샤크로는 사라졌소.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소.”

 

 “오, 이런.”

 

 “어디에서부터 바로 잡아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오.

 아무튼, 무슨 일 때문에 지하 세계에 사시는 분이 여기 산 꼭대기까지 왔소?”

 

 “아니, 글쎄 참 이상한 일이 지하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아니, 무슨 일이오?”

 

 “지하가 심상치 않아요.

 지하 광산에서 캐던 무지개 조개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더 깊은 지하 속에서 악취가 나는 검은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있어요.

 사실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

 그냥 나무뿌리 썩은 물이 어딘가에서 고여서 흘러 들어온 줄만 알았어.

 하지만 그게 아니란 말이오!

 흙을 파다보면 썩은 물이 스며 든 흙 속을 지나게 되는데, 냄새쯤이야 참을 수 있소.

 하지만 이것 좀 봐요!”

 

 

 

 차차우달이 팔을 들어 올리고, 팔에 수북하게 난 검은 털을 헤집자, 피부가 빨갛게 발진되어 오르고 있다.

 

 

 

 “뭐요? 피부병이오?”

 

 

 

 바르하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에요.

 손으로 누르면 피부에서 피가 새어 나온단 말이오!”

 

 

 

 차차우달이 손가락으로 팔을 누르자, 정말 선홍색 피가 손가락에 묻어난다.

 

 

 

 “아니,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이렇게 찾아 왔지요.

 바르하미, 당신은 곧 이 아미타 세상이니 뭔가를 알고 있지 않나요?”

 

 

 

 바르하미는 바로 답을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빠진다.

 

 

 

 “난 우리 차우달 종족, 그리고 아이들, 또한 지하의 모든 생명체들이 걱정되어 미치겠소.”

 

 “차차우달, 진정하시오.

 이 세계가 창조된 지 억만년이 지났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오, 흠...“

 

 

 

 그 때 민이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든다.

 

 

 

 “땅이 오염된 거 아니에요?”

 

 “뭐라고?”

 

 “아미타의 땅이 오염될 수가 있나?”

 

 “암, 그럼, 그럼.”

 

 

 

 바르하미와 차차우달이 서로 강하게 고개를 흔들며 민의 말에 반박한다.

 

 

 “고귀한 생명의 힘으로 유지되는 이 아미타 세상이 오염되다니, 그럴 수가 없어.”

 

 “암, 그럼, 그럼.”

 

 “그런데 인간 세계에서는 땅이 썩어 가면 검은 물이 생기던데?”

 

 “뭐? 인간?”

 

 

 인간 세상이라는 소리에 차차우달의 단추 같은 눈이 더 동그랗게 커진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차차우달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자, 거부감을 느끼며 뒤로 물러선다.

 

 

 

 “바르하미 저 아이들 혹시?”

 

 “그렇소, 인간 아이들이요!”

 

 “우하핫, 처음 봐.

 쟤네들 영혼의 맛은 어떨지 궁금한데?

 조금이라도 마셔보고 싶어.

 흠, 흠, 흠. “

 

 

 

 차차우달의 코가 다시 벌렁거리고, 바르하미가 차차우달 앞에 서서 아이들과의 대면을 막고 선다.

 

 

 

 “차차우달, 내가 봉변을 당했다고 했지 않소?

 그 곳이 인간 세상이었소.

 인간 세상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으면, 그 곳의 정령과 영적인 생명체가 다 여기, 아미타로 넘어 왔겠소?

 인간 세상은 자세의 피부병보다도 더 고약하게 오염되어 있소.

 혹시 먹었다가 자네 병이 더 심해지면 어떡하나?

 그 썩은 흙처럼 팔이 썩어 들어갈 수도 있다네.“

 

 “아아, 그렇지, 그렇지.

 그래, 먹는 걸 가려 먹어야지.

 아무튼, 인간 세계의 아이들은 처음 보는 군.

 우리끼리 이야기하던 그 멍청하고 어리숙한 모습은 아닌 거 같구려.“

 

 

 

 차차우달이 목을 앞으로 빼내고 유심히 본다.

 

 

 

 “누가 멍청하데?

 우린 너희가 멍청한 거 같은데? “

 

 

 

 향이 입술을 툭 내민 채 이야기한다.

 

 

 

 “아니, 우리를 보고 멍청하다고 한 거야?”

 

 “바르하미, 미천한 인간이 아미타 세상의 고귀한 생명체인 우리를 향해 멍청하다고 하다니, 저 아이들 도대체 누구요?”

 

 

 

 바르하미는 향의 말에 또 다시 화를 내고, 차차우달은 건방진 말을 하는 향이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아니, 고민하는 게 바보 같잖아.

 그 큰 지하 땅이 썩어간다는 건 어디에선가 썩은 물을 흘러 보내는 게 아냐?

 인간세계에서는 사용하고 오염된 물을 강이나 땅에 흘러 보낼 때 그렇게 땅이 오염되던데?”

 

 “윽윽.”

 

 “응, 그렇지.

 맞아. “

 

 

 향이 말하고, 민과 욱이 동조한다.

 

 하지만 바르하미와 차차우달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한다.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아미타 세계의 생명체들은 인간들과 틀려.

 우린 아미타 에너지로 생존하기 때문에, 인간들처럼 뭔가 끊임없이 필요한 것들을 채취하거나 만들어 나가며 생존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

 

 

 

 바르하미가 말한다.

 

 

 

 “와, 그럼 너희는 따로 음식을 먹거나 하지 않아?

 

 

 

 민이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당연하지.

 굳이 먹는다면 무지개 조개 정도?

 무지개 조개의 에너지를 먹으면 먹을수록 몸과 마음이 더욱더 정화되어, 맑은 상태로 깨어 있을 수 있지. “

 

 “그렇지.

 무지개 조개는 정말 맛있어!

 그리고 내가 말하지 않았나?

 우린 영혼도 마실 수 있어!

 킁킁킁! “

 

 

 

 바르하미의 말이 끝나자, 차차우달은 다시 인간 아이들의 영혼 생각이 나며 영혼을 마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다시 콧구멍을 벌렁대며 아이들의 냄새를 맡는다.

 

 

 

 “너희들의 영혼 한번 마셔보고 싶다.

 무슨 맛일까?

 그런데 그 중 너! “

 

 “나?”

 

 

 

 민이 의아해하며 자신이 맞는지 확인하며 묻는다.

 

 

 

 “그래, 너!

 민이라고 했나?

 너한테는 특히 색다른 냄새가 나.

 뭔가 익숙하면서도 독특하고도 달콤한.

 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겠어. “

 

 “차차우달. 나도 그 마음 이해하오.

 나도 인간 세계에서부터 저 아이의 특별한 냄새를 맡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다른 인간들과 다른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서, 냄새 맡는 것을 멈추기 어렵더라고! “

 

 “그렇지?”

 

 

 

 민은 두 사람이 자신의 냄새에 대해 운운하는 것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말을 돌린다.

 

 

 

 “나한테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하는 건 고마운 말이긴 한데.

 뭐, 아무튼, 그 지하 썩어가는 땅은 어떻게 할 거야? “

 

 “아, 맞다.

 그렇지, 그 이야기가 제일 급한데.

 바르하미, 인간 아이들의 말도 논리에 맞기는 한 것 같소만.

 가만히 있던 땅들이 갑자기 썩어갈 리가 없잖아요? “

 

 “그렇긴 하지.

 차우달 족이 있는 지하 세계는 이 산의 높이의 3배나 더 땅 아래 깊숙히 위치한 곳인데, 흠.“

 

 “바르하미, 혹시 썩어가는 땅이 지하 암흑세계로 흘러가면 어떻게 되오?”

 

 “아니, 그건 있을 수도 없소.

 거긴 또 따른 차원으로 견고하면서도 강한 결계로 묶인 곳이지 않소?”

 

 

 

 바르하미와 차차우달은 다시 둘 만의 대화로 빠져 들어간다.

 

 그 때, 향은 민과 욱을 향해 속삭인다.

 

 

 

 “지하 암흑세계?

 뭐야?

 또 다른 세계가 있어?”

 

 “윽윽!”

 

 

 욱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소리를 낸다.

 

 

 

 “우리 결국 무지개 조개를 찾아야 하잖아.

 결국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건데, 바르하미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

 

 

 

 민이 아이들하게 이야기하지만, 향은 여전히 바르하미와 차차우달이 의심쩍다.

 

 

 

 “그렇긴 한데, 쟤네 뭔가 빠릿빠릿하지 않아.

 결론 안 나는 이야기만 계속 돌고 있잖아. “

 

 “응, 그렇긴 해.

 그냥 가서 확인해보면 되는데 왜 그러는 건지. “

 

 

 

 민의 말에 바르하미와 차차우달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뭔가 엄청난 것을 들은 것과 같은 놀라움을 얼굴에 띈다.

 

 

 

 “민, 넌 향기로운 너의 냄새만큼이나 영특하구나.”

 

 “하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민이 바르하미의 말에 머쓱하게 웃으며, 어이없어 한다.

 

 하지만 바르하미와 차차우달이 진지한 표정으로 민에게 다가온다.

 

 

 

 “민, 넌 어린 아이이지만 혜안을 가지고 있구나.

 지금 아미타 세계에 위기가 왔으니, 나의 옆에서 수행하며 조언을 해다오.“

 

 

 

 개의 모습인 바르하미가 뒷발로 일어서서 민의 어깨에 두 앞발을 올린다.

 

 민은 향과 욱의 눈치를 살피고, 둘은 뭔가 더 이야기하라는 듯 눈치를 준다.

 

 

 

 “그렇다면, 문제가 해결된 뒤 우리가 무지개 조개를 찾고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

 

 “내 힘만 되찾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그리고 향과 욱도 함께 하는 거야.”

 

 “향은 탐탐치 않지만, 내 노력해 보리다. “

 

 

 

 향은 바르하미의 말에 ‘췟’ 하며 혀를 찬다.

 

 민과 욱은 그래도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듯 하여 기쁜 미소를 짓는다.

 

 

 

 “바르하미, 인간 세계의 아이들이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소?

 아마 몇 몇 정령과 영적인 존재들이 아이들의 영혼의 냄새를 맡고 정신을 못 차릴 거 같은데?”

 

 

 

 차차우달이 다급하게 말한다.

 

 

 

 “만약 우리의 영혼이 빼앗겨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영혼은 마셔버린 상대의 영혼에 흡수되어 버리고, 육신은 그냥 찌꺼기가 되어 그 자리에 남아 있게 되지.

 영혼이 없다는 것은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는 거야. “

 

 “아.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

 

 

 

 바르하미는 웃으며 말한다.

 

 

 

 “너희가 아미타 세상의 일부가 되면 돼!”

 

 “어떻게?”

 

 “주위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입에 넣어!

 그리고 나면 이 아미타 세상이 너희를 이끌어 줄 것이야.”

 

 

 

 바르하미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이야기 한다.

 

 

 

 그 때, 차차우달이 뚫고 온 지하 터널 근처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작가의 말
 

 10월 3일 개인 사정으로 오전에 연재가 어려워 10월 2일 밤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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