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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미타 : 무지개 조개를 쫓는 아이들
작가 : 유혜리
작품등록일 : 2019.9.2

성인들이 보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거친 폭풍 속을 견뎌 왔거나, 혹은 현재 폭풍 속에서 햇살이 비치길 기다리는 이들을 위안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 온 힘을 다해 맞서 대응 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24회. 여정의 시작 (4)
작성일 : 19-09-30 09:54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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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계곡을 따라 수풀을 헤치며 올라간다.

 

 계곡이 시작되는 곳이자, 아이들이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곳에 드디어 도착했다.

 

 

 

 “와, 끝이다!”

 

 

 

 민과 향, 그리고 욱은 드디어 산행이 끝났다는 사실이 기뻐 폴짝폴짝 뛴다.

 

 

 

 아이들은 가방을 한편에 내려놓고는 주위를 탐색한다.

 

 조그만 개울가 옆 들판은 가랑이까지 오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아이들은 그 곳에 배낭을 집어 던지고 조그만 개울가로 뛰어 들어간다.

 

 

 

 바위 틈새에서 흐르는 물은 아래로 떨어져, 조그마한 웅덩이를 만들고, 웅덩이에 고인 물은 조그마한 개울을 이루며 아래로 흘러간다.

 

 발목 밖에 안 오는 조그마한 개울가에서 아이들은 무지개 조개가 있는지 돌을 뒤적거린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간다.

 

 날이 어둑어둑 해지자, 향이 계곡 옆 수풀에 털썩 주저앉는다.

 

 

 

 “배고파.”

 

 

 

 민과 욱은 향의 옆에 앉아 배낭을 탈탈 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초코 과자를 나눠 먹으며 허기를 채운다.

 

 

 

 “메리는 어디 갔어?”

 

 

 

 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묻고, 향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걔도 배가 고프겠지.

 어디 사냥이라도 가지 않았을까?”

 

 

 

 아이들은 입 주위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핥아 먹어도 허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더 이상 움직일 기력이 없어, 계곡 옆 수풀에 누워 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향이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하고, 민은 억지로 씩씩하게 대답한다.

 

 

 

 “우리가 분명히 못 보고 놓친 게 있을 거야.

 다시 한 번 더 둘러보자.

 내일 한 번 더 찾아보고, 없으면 은혜 보육원에 돌아가야지.”

 

 “윽윽.”

 

 

 

 슬픈 표정의 욱은 민의 말에 동조하며, 민과 향을 번갈아 바라본다.

 

 

 

 민은 차분하지만 실망을 감추지는 못하고, 향은 샐쭉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나란히 각자 배낭을 배고 수풀에 눕는다.

 

 며칠 동안 이어온 고된 산행에 아이들은 지쳐 잠에 곯아떨어진다.

 

 그리고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은 단잠에 빠진 아이들을 포근하게 감싼다.

 

 

 

 

 

 정적...

 

 그리고 감은 눈에 빛이 새어 들어온다.

 

 

 

 ‘덜컹.’

 

 민은 버스 짐칸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여긴 어디?’

 

 민이 잠에 깨어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버스가 산청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모습이 차창 너머로 보인다.

 

 ‘뭐지?

 꿈과 꿈 사이를 이동하는 건가?’

 

 현실 속의 민은 어린 민의 현실과의 괴리감에 잠시 머뭇거리지만, 버스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일어나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자 민도 사람들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출구 쪽으로 움직인다.

 

 

 

 민은 인적이 드문 터미널 대합실에서 나올 때 정문 근처에 설치해 놓은 공중전화기를 지나친다.

 

 사람들은 다 핸드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찾는 이 없이 덩그러니 놓여진 공중전화 박스가 흉물 스럽다.

 

 

 

 민은 잠시 공중전화기를 바라보다, 다가가 수화기를 든다.

 

 ’02-000-0000’ 번호를 누르자 수신음이 간다.

 

 ‘딸깍’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

 

 

 

 “네, ㅇㅇ 고시원 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고시원 관리실에 머무르는 청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저 안쪽 창 있는 방에 머물렀던 유O민이에요.”

 

 “어, 학생.

 어젯밤 나가는 소리는 들었는데.

 쪽지는 확인했어.”

 

 “갑자기 이렇게 되어서 죄송해요.

 혹시 제가 말씀 드린 거 가능할까요?”

 

 “사실 이런 경우가 고시원 사장이 제일 싫어하는 거긴 한데, 내가 사정을 잘 말씀 드려 볼게.

 아마 이번 달의 15일치는 깎아서 환불하는 게 최선이 되지 않을까 싶어.”

 

 “네, 그렇게라도 해주시면 감사해요.”

 

 “학생,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아, 저…

 아니에요, 다음에 찾아뵙고 말씀 드릴게요.”

 

 “지금은 어디야?

 갈 곳 없잖아.”

 

 “산청 근처 지리산에 외갓집이 있어서요.

 저 거기에 잠시 가요.”

 

 “아, 친척집 가는 구나.

 잘 됐네.

 조만간에 한 번 더 전화 줘.

 아 참, 계좌 번호.”

 

 “아, 네, ㅇㅇ은행, 849-114450-00-000 이에요.”

 

 “그래, 또 연락하자.”

 

 “네, 감사합니다.”

 

 

 

 고시원 총각과의 통화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민은 터미널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산행을 할 준비를 한다.

 

 

 

 먼저 아이들이 들렀던 편의점에 간다.

 

 편의점에 들어간 민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카운터에서 일하는 사람을 본다.

 

 꿈에서 본 눈이 충혈 된 남자 대신, 40대 여자가 카운터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그래, 시간이 틀리니 그 사람은 여기 없겠지.’

 

 민은 간단하게 먹을거리와 음료수, 물을 사서 배낭에 채운다.

 

 

 

 편의점 앞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의 위치가 꿈에서 본 것과 다른 것 같다.

 

 꿈에서는 분명히 편의점 앞이라 몇 발자국만 뛰어 버스를 탔었다.

 

 하지만 지금 민의 눈앞에 보이는 버스 정류장의 위치는 100미터는 족히 멀리 있다.

 

 

 

 꿈과 현실의 괴리에 민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버스 정류장으로 올라가 민은 버스 노선을 확인한다.

 

 아이들이 탄 것과 동일한 번호의 버스이지만, 정류장의 이름이 틀린 거 같다.

 

 민은 정류장 벤치에 앉아 두 손을 쥐고 조용히 기다린다.

 

 ‘현실과 같은 꿈이지만, 결국 현실은 아니었어.

 그렇다면, 나에게 난 상처, 그리고 사라진 흉터는 뭐지?’

 

 한참 생각을 이어 나가던 중 기다리던 버스가 오고, 민은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는 고불고불한 산길을 따라 간다.

 

 민은 바깥 풍경을 보며, 꿈에서 본 풍경을 기억하려 애 쓰며, 자신의 기억과 대조해본다.

 

 몇 개의 건물이 더 세워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억과 비슷한 거 같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민은 버스 정류장에 내리고, 주변을 본 그녀는 아연실색하고 만다.

 

 

 

 

 작은 동굴과도 같은 산길은 사라지고, 거대한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다.

 

 더군다나, 공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는지, 한 쪽에는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헤치고, 포클레인이 판 땅 속에서는 나무의 하얀 뿌리가 드러나 있다.

 

 

 

 아래쪽은 큰 길로 도로 공사가 다져져 있고, 그 위쪽은 오토캠핑장, 글램핑 캠핑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민의 집 근처라 여겨지는 위쪽은 산이 깎여진 채 거대한 리조트 건물이 위치한다.

 

 

 

 “이게 도대체 뭐야!”

 

 

 

 민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

 

 수많은 종류의 나무, 들꽃, 수풀들.

 

 그리고 그 곳에 함께 있던 동물과 곤충들.

 

 

 

 바람에 흔들리며 들리던 나무, 수풀 소리.

 

 그리고 지저귀는 새소리.

 

 모두가 다 사라졌다.

 

 

 

 대신 사람이 세운 콘크리트와 인조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도, 마치 장소에 얽매이듯 부자연스럽게 정렬을 맞춰 서 있다.

 

 마치 의지가 없이 사람들에 의해 한 장소에 가둬진 거 같다.

 

 

 

 엄마와 어린 향, 욱과의 추억이 있던 곳이 사라진 것이다!

 

 민은 충격과 상실이라는 슬픈 감정을 속으로 삼키고, 리조트를 향해 올라간다.

 

 캠핑장 곳곳은 초여름의 지리산을 즐기러 온 가족, 연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각자가 싸가지고 온 음식과 음료들이 자리 한편에 쌓여 있다.

 

 ‘다 저것들은 쓰레기가 되겠지.’

 

 민의 마음이 불편해진다.

 

 

 

 오토캠핑장, 그램 캠핑장을 지나 한참을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커다란 리조트 건물 입구에 도착한다.

 

 하얀 외곽에 약 20층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다.

 

 

 

 리조트로 들어가는 입구 옆에는 회원제 분양 간판이 세워져 있다.

 

 ‘상담부터 가입 완료까지 전담 직원의 완벽한 케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담당 실장 ㅇㅇㅇ’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물 내부는 하얀 석회를 발라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난다.

 

 

 

 민은 카운터로 다가간다.

 

 하얀 정장을 입은 여직원이 다가선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아, 네.

 저 사실 이전 여기 이 건물 지어지기 전에 있었던 조그마한 오두막집을 찾고 있어요.

 혹시 아시는 분 없으실까요?”

 

 “아, 고객님.

 그건 저희도 잘 알지 못하는데, 저희 관리소장님께 문의 드려 볼게요.”

 

 

 

 여직원은 서비스직으로 훈련된 자들이 가지는 환한 미소를 민을 향해 보이고는 몇 발걸음 걸어가 데스크에 있는 수화기를 집어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네, 소장님.

 여기 손님이 한 분 오셨는데, 건물이 지어지기 전, 이 지역에 대해 문의 하고 계세요.

 …

 네, 알겠습니다.”

 

 

 

 여직원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민을 향해 방긋 웃는다.

 

 

 

 “지금 밖에서 하수구 공사를 하고 계시는데, 잠시 기다리시면 오실 거예요.

 저기 로비에 잠시 앉아 계시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민은 갈색 천 소파에 기대어 앉는다.

 

 리조트 건물의 전면은 유리로 개방해서, 지리산 수목이 한 눈에 바라보인다.

 

 마치 인간이 지은 건축물 안에서 지리산을 군림하는 것 같다.

 

 

 

 잠시 기다리자, 회색 작업복을 입은 50대 남성이 다가온다.

 

 가슴에는 노란색으로 안전마크가 수놓아져 있다.

 

 

 

 “저, 여기 공사 전 모습이 궁금해서 왔다고 들었는데.”

 

 “네, 맞아요.

 궁금한 게 있어서요.”

 

 

 

 남자는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다 말한다.

 

 

 

 “여기는 작업복 입고 계속 있을 수 없고, 나갑시다.

 나가서 이야기하지.”

 

 

 

 남자는 정문 쪽으로 가지 않고, 입구 오른쪽 커피숍으로 가는가 싶더니, 벽 쪽에 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민은 남자의 뒤를 따라 문으로 들어가고, 남자는 직원들이 다니는 계단과 통로를 통해 걷다가 직원용 출입구를 통해 건물 뒤로 나간다.

 

 남자는 건물 밖으로 나오자, ‘후우’ 한숨을 쉬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아가씨, 여기 왜 왔는교?”

 

 “아, 저.”

 

 “아니, 뭐, 산림 보호라든가, 자연 보호 한답시고 정보 캐는 거 난 달갑지 않구마이.”

 

 

 

 로비에서와 달리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중년의 남자는 민을 위협하듯 날카롭게 바라본다.

 

 

 

 그 때, 뭔가 역한 냄새가 난다.

 

 보아하니 건물에서 나오는 오폐물 냄새이다.

 

 

 

 “아뇨, 전 여기 건물 짓기 전 저기 위쪽에 있던 깎인 공터에 있던 오두막집이 궁금해서요.

 거기가 제 외갓집이거든요.”

 

 “어디?”

 

 “음, 거기, 위쪽일 거예요.

 커다란 고목나무가 있던 집이요.

 고목나무를 타고 돌아가면 있던 조그마한 오두막집이에요.”

 

 

 

 남자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 뭔가 기억나는 듯 눈을 반짝 거린다.

 

 

 

 “아, 큰 고목나무!”

 

 “네, 맞아요.”

 

 “그거 없애느라 힘들었는데.

 아니, 이 위에 레저 체험 공간을 만들어야 해거든.

 거 뭐시냐, 줄 매달고 타고 내려오는 거?

 참나, 요즘 젊은 애들은 그런 거 돈 내고 한다데.

 그런 거 하려면 근처에 걸리는 거 없어야 한다고 싹 베어내고 밀어냈제.”

 

 “네?”

 

 “그거 수백 년은 된 엄청 오래된 나무 같던데.

 아냐, 천년이 넘었을 수도 있는데.

 파내서 파려고 해도, 뿌리가 워낙 깊어야제.

 몸통 잘라 버리고, 뿌리는 다 토막해버렸다 아이가.”

 

 

 

 민은 나무가 토막 내어 처분 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려온다.

 

 

 

 “네? 버려버렸어요?”

 

 “몸통은 저기, 목재상한테 팔아버리고, 뿌리는 땅 판 흙이랑 섞었지.

 그거 나무 옮기는 것도 백만원 하는데, 그건 워낙 대중없이 크게만 자라서 가져간다는 사람도 없다.”

 

 “네..

 그럼, 거기 있던 집은요?”

 

 “거기가 무허가 건물이었지, 아마.”

 여기 원래 건물 못 짓는 녹지대,

 그거 있잖아, 그. 린. 벨. 트..

 그런데 뭐 지방 경제 부흥이라나, 활성화라나, 리조트가 이렇게 딱 들어섰지.

 사실 이런 깊은 산에 리조트 들어오는 것도 의심스럽긴 한데, 헙헙.”

 

 

 

 남자로부터 속마음이 나오자, 민의 눈치를 보다 말을 돌려 버린다.

 

 

 

 “뭐, 전기랑 가스 안 들어오는 오래된 건물이니 포클레인이 탁 건드리니 훅 하고 무너지더만.”

 

 “네?”

 

 

 

 민은 남자의 말에 충격을 받고 눈이 동그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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