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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미타 : 무지개 조개를 쫓는 아이들
작가 : 유혜리
작품등록일 : 2019.9.2

성인들이 보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거친 폭풍 속을 견뎌 왔거나, 혹은 현재 폭풍 속에서 햇살이 비치길 기다리는 이들을 위안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 온 힘을 다해 맞서 대응 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20회. 탈주 (5)
작성일 : 19-09-24 10:04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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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들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경관은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아이들의 행적을 추적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읽고 있다.

 

 ‘흠.’

 

 문서를 내려다보며 내용을 검토하던 경관은 이마를 찌푸리다가, 고개를 들고는 보육원에 있는 원장에게 전화를 한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이 경관입니다.”

 …

 맞습니다, 아이들이 이른 새벽에 움직여서 찾기가 힘들어요.

 근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확인 되었어요.

 …

 저기 버스 정류장에 편의점 알지요?

 …

 아이들이 새벽 5시 반에 먹을 거를 많이 사들고 버스 타러 갔다고 하네요.

 만원인가, 아이들이 내기에는 큰돈인데, 오만 원짜리 두 장을 내더랍니다.

 원장님, 이 아이들 혹시 보육원에서 절도까지 한 거 아닌가요?”

 …

 네, 그렇겠네요.

 이 부분은 아이들과 직접 확인해 봐야 겠네요.

 아무튼 그 시간에 운영한 버스를 확인하니, 아이들 셋이 지리산 중턱에서 내렸다고 합니다.

 거기, 그 얼마 전 입소한 여자애 외갓집 근처랍니다.

 경찰들과 군인들 동원해서 내일 아침부터 수색대가 움직일 거예요.

 …

 뭐, 별말씀을요.

 애들 빨리 찾아야지요.

 확인되는 사항 있으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

 아뇨, 무슨 사례라뇨.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인데요.

 넵,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어두운 표정으로 전화를 걸었던 경관의 표정이 환해지며 전화를 끊는다.

 

 

 

 하지만 보육원에서는 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가, 전화를 끊어지자 원장의 표정은 굳어진다.

 

 그리고 분노로 눈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한다.

 

 

 

 “김 과장! 김 과장!”

 

 

 

 김 과장은 긴 앞머리가 눈을 가린 채 잽싸게 원장 방에 들어오고, 원장이 앉아 있는 책상 앞에 선다.

 

 

 

 “경찰 쪽에서 아이들의 흔적을 찾았어.

 지리산으로 들어갔다고 해.

 우리는 무조건 먼저 움직여서 경찰보다 먼저 잡아야 해.

 아이들이 돈에 대해 불게 되면, 십중팔구 감사 들어올 거야!”

 

 “그럼 경찰보다 먼저 지리산으로 올라가야 겠네요.”

 

 “야! 이 멍청아.

 당연한 거 아냐?”

 

 “그렇다면, 사냥꾼과 함께 움직이면 어떨까요?”

 

 “그렇지!

 사냥꾼과 사냥개 2마리 정도로 포섭해봐.

 두 시간 내로 준비하고, 바로 출발하는 거야.”

 

 “네, 준비하겠습니다.”

 

 “김 과장, 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 자그마치 2억 5천이야.

 보육원을 운영하는 원장이, 그것도 재정난에 어렵다고 하소연 하고 있는데, 2억 5천이나 뒤에서 모으고 있었다고 해봐.

 우리 쇠고랑 찬다고.

 당장 준비 해.”

 

 "네, 알겠습니다."

 

 

 

 원장과 김 과장은 이제 아이들을 따라 산으로 향할 준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세 시간 후, 원장과 김 과장, 그리고 야상복을 입은 사냥꾼과 사냥개 2마리가 아이들이 내린 버스정류장에 서서 어두운 동굴 같은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올려다본다.

 

 

 "내가 말한 대로 아이들의 옷 가지고 왔소?”

 

 “네, 여기 있습니다.”

 

 

 김 선생은 아이들의 체취가 묻은 옷을 사냥꾼에게 주고, 사냥꾼은 사냥개들에게 그 냄새를 충분히 맡게 한다.

 

 개 두 마리가 이윽고 땅에 코를 대고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참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갑자기 사납게 짖기 시작하더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향해 마구 짖기 시작한다.

 

 개들은 목줄에 묶여 있어, 산으로 뛰어 올라가지 못하고, 풀어 달라고 낑낑 거린다.

 

 

 

 “냄새 찾았나 보우.”

 

 

 

 사냥꾼이 내키지 않는 듯 말한다.

 

 

 

 “됐어. 이제 찾으러 가자.”

 

 

 

 아이들의 냄새를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장은 상기된 얼굴로 김 선생한테 이야기한다.

 

 

 

 “그런데, 지금 산에 올라가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소?

 지리산 생각보다 엄청 큰 산이오.”

 

 “알아요.

 그래서 이렇게 침낭도 가지고 왔잖아요?”

 

 

 

 원장이 날카롭게 대답하고, 사냥꾼은 별 말없이 물끄러미 원장을 바라본다.

 

 

 

 “아이들이 산에서 길 잃고 어디 낭떠러지 같은 곳에 떨어져 있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아니면 며칠 배곯고 쓰러져 있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아이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다 당신 때문이에요!”

 

 

 

 원장이 부산스럽게 감정을 과장해서 표현하고, 과장은 그 옆에 묵묵히 서있다.

 

 풀어주길 바라는 사냥개들이 낑낑거리면서 짖어 대고, 사냥꾼은 산길을 올려다 본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원장과 과장을 본다.

 

 

 

 “그런데 당신들, 진짜 실종된 아이들 찾으러 온 거 맞는 거요!

 근데 왜 총은 가지고 오라고 한 거요?”

 

 

 

 턱에 털이 덥수룩하게 난 사냥꾼이 오른쪽 어깨에 멘 총을 흔들며 말한다.

 

 그 말에 과장이 대답한다.

 

 

 

 “여기 산짐승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거지요.

 갑자기 멧돼지가 달려 들면 어쩝니까?”

 

 “멧돼지?

 지금 번식 철이 아니라, 괜찮소.

 사람 보면 멧돼지들이 먼저 도망가오.

 뭐, 산이니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소만.”

 

 

 

 사냥꾼은 잠시 고민하는 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갑시다.”

 

 

 

 사냥꾼이 사냥개들의 목줄을 풀어주자, 사냥개들은 신이 나서 산길을 뛰어 올라간다.

 

 그리고 사냥꾼은 몸을 돌려 개들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원장과 김 선생은 사냥꾼의 모습을 보고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그리고 그들도 사냥꾼의 뒤를 따르기 시작한다.

 

 

 

 그 시각 아이들은 다시 산 속을 오르기 시작한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늦은 오후가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개들에게 줄 과자와 소시지가 없지만, 마치 들개들이 아이들을 호위하듯 아이들의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동행을 한다.

 

 

 

 그 때 민의 눈에 익숙한 장소가 보인다.

 

 

 

 “앗, 여기가 내가 발견된 곳이야.

 그 땐 비가 와서 자칫 잘못하면 못 보고 그냥 지나칠 뻔 했어.

 지금은 바로 저렇게 움막이 보이네.”

 

 

 

 엉성하게 지어진 작은 움막에 다가가자, 민은 혹시 심마니가 보이는지 두리번거린다.

 

 

 

 “주위에 날 발견한 심마니가 안 보이는데?

 다시 만나서, 또 경찰에 신고하면 골치 아파.

 이미 시간이 늦었으니, 오진 않겠지.”

 

 

 

 민은 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간다.

 

 향과 욱도 민이 발견된 심마니의 움막 안으로 들어간다.

 

 들개들은 아이들이 움막에 들어가자, 낑낑대며 움막 앞에 엎드려 누워 있다가 산 속으로 사라진다.

 

 

 

 아이들 셋은 움막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리고 움막 틈새로 조그맣게 새어 들어오는 빛을 따라 선반에 놓인 뱀이 들은 술병들이 보인다.

 

 민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뱀술을 보고는 뱀이 진짜로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병을 툭툭 친다.

 

 

 

 “나 여기서 초를 켜고 뱀술을 봤는데, 술병 안에 갇힌 뱀이랑 눈이 마주쳤어.

 그리고 그것이 날 향해 공격했어.”

 

 “악, 징그러.”

 

 

 

 향은 뱀이 너무 징그럽고 무섭다는 듯 오만상을 찌푸리고, 욱은 술병에 얼굴을 가까이 댄다.

 

 

 

 “윽윽.”

 

 

 

 욱은 손으로 목 주위를 흔들며, 죽었다는 표현을 한다.

 

 그리고 욱은 대수롭지 않은 듯 바닥에 앉고, 민과 향은 내키지 않는 듯 욱을 따라 바닥에 앉는다.

 

 

 

 민과 향, 욱은 서로 자기 가방에 있던 음식들을 꺼낸다.

 

 오늘이 유통기한 마지막 날인 삼각 주먹밥 세 개, 감자 칩과 스낵, 그리고 원장실에서 가지고 온 초코 과자와 캔디 두 봉지, 그리고 물 2병.

 

 오늘 산행 하면서 조금씩 꺼내 먹고 남은 식량이다.

 

 

 

 “향아, 욱아.

 오늘 저녁은 삼각 주먹밥 먹자.

 내일 먹으려고 아꼈다가 상할 수 있잖아.”

 

 “응, 그래.”

 

 “윽윽.”

 

 

 

 허기진 아이들은 마지막 남은 삼각 주먹밥을 하나씩 들고 조심히 비닐을 벗긴다.

 

 그리고 음미하듯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다.

 

 

 

 짧은 식사를 마치자, 움막 안에 새어든 마지막 빛이 꺼지려고 한다.

 

 민은 초와 성냥을 찾아 초에 불을 켠다.

 

 

 

 

 초를 아이들이 앉아 있는 자리 가운데 놓자, 움막의 벽은 아이들의 그림자로 가득 찬다.

 

 민은 그림자를 보자 갑자기 떠오른 듯 아이들을 향해 묻는다.

 

 

 

 “너희 혹시 팔 관절이 꺾여 있는 6개 팔 달린 얼굴 없는 괴물 알아?”

 

 

 

 향과 욱은 진지한 민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니, 들어본 적 없는데?”

 

 

 

 욱도 모르는 눈치다.

 

 

 

 “그러면 빨간 눈과 입이 있는 그림자는?”

 

 “몰라!”

 

 

 

 향은 바로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그 때, 욱의 공포에 찬 얼굴이 민의 얼굴에 들어온다.

 

 

 

 “욱아, 너 알아?

 본 적 있어?”

 

 

 

 욱은 심하게 몸을 떨기 시작하고, 자신의 목을 마구 긁기 시작한다.

 

 뭔가 필사적으로 말하고 싶은데, 목에서 목소리가 안 나온다.

 

 

 

 “쿵.”

 

 

 

 그 때, 술 병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아이, 깜짝이야!”

 

 

 

 향이 짜증을 내며, 떨어진 병을 쳐다보는 순간 비명을 지른다.

 

 

 

 “앗, 저게 뭐야!”

 

 

 

 민과 향, 그리고 욱은 병을 보고 뒤로 물러선다.

 

 병 안에는 황토색 뱀이 괴로워하며 몸을 똬리를 틀고 있다.

 

 

 

 “징그러워!”

 

 

 

 향은 경악하지만, 민은 병 속에서 괴로워하는 뱀이 불쌍하다.

 

 민은 무섭고 징그럽지만 힘을 내어 병에 다가간다.

 

 병을 들어 올리자, 뱀이 민을 보며 혀를 날름거리고, 또 다시 머리를 세게 병에 부딪힌다.

 

 

 

 “불쌍해라.

 나한테 도와 달라는 거였구나.”

 

 

 

 민은 움막 밖으로 나가 병을 열려고 한다.

 

 하지만 단단하게 밀봉된 병은 움직이질 않는다.

 

 

 

 “윽윽.”

 

 

 

 그 때 욱이 다가와 병을 달라고 손짓한다.

 

 민은 욱에게 병을 건네주고, 욱은 병을 열려고 하지만 병뚜껑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욱은 바닥에 병을 올려놓고, 주위에서 뭔가를 찾는다.

 

 그리고 뭔가 손에 쥐고 다가온다.

 

 큰 돌멩이다.

 

 

 

 민은 두 손으로 병을 고정하고, 욱은 병에 돌멩이로 내려친다.

 

 

 

 “깽!”

 

 

 

 민의 손 힘이 약해 그만 병이 깨지지 않고 구른다.

 

 

 

 “향아! 도와줘!”

 

 “으, 싫은데.”

 

 “빨리 와!”

 

 

 

 향은 주저하며 민의 곁으로 오고, 둘은 병을 바닥에 눕힌 채 욱이 돌멩이로 내려치는 것을 기다린다.

 

 욱은 어두운 시야 속에서 행여나 민과 향의 손을 다치지 않게 내려칠 곳을 확인한다.

 

 그리고 손을 위로 번쩍 들었다가 병 중간으로 내려친다.

 

 

 

 “쨍그랑!”

 

 

 

 병의 중간이 깨지고, 강한 술 냄새가 진동한다.

 

 민과 향은 뒤로 물러서고, 욱은 한 번 더 병을 가격해 중간 부분을 깨뜨려 병을 분리시킨다.

 

 

 

 욱의 손은 병 조각이 박혀 군데군데 피가 맺히고, 욱은 한발 물러 서 손에 박힌 유리 조각을 조심스럽게 뺀다.

 

 

 

 그 때 병에서 노란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있는 살모사 한마리가 조심스럽게 빠져 나오더니, 가만히 바닥에 누워있다.

 

 

 

 “저기 봐!”

 

 

 

 향이 뱀을 향해 소리치고, 그 소리에 놀란 뱀은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수풀 속으로 몸을 숨긴다.

 

 아이들은 뱀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 주위가 완전히 어둠에 잠긴 것을 느끼고 다시 움막으로 들어간다.

 

 촛불도 꺼질 듯 말 듯 깜박 거리기 시작한다.

 

 

 

 “초가 이제 다 닳았어.

 곧 꺼지겠다.”

 우리 자야 할 시간이야.

 그런데 욱아 손 괜찮아?”

 

 

 

 

 욱은 손에 난 상처에서 나는 피를 핥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민에게 보여준다.

 

 그 때, 마지막 남은 심지가 다 닳고 촛불은 자연스럽게 꺼진다.

 

 산행에 지친 아이들은 깊은 잠 속으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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