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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미타 : 무지개 조개를 쫓는 아이들
작가 : 유혜리
작품등록일 : 2019.9.2

성인들이 보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거친 폭풍 속을 견뎌 왔거나, 혹은 현재 폭풍 속에서 햇살이 비치길 기다리는 이들을 위안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 온 힘을 다해 맞서 대응 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18회. 탈주 (3)
작성일 : 19-09-20 10:05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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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 똑. 똑.’

 

 “들어와!”

 

 

 

 과장은 원장의 눈치를 보며 원장실로 들어간다.

 

 과장이 들어오자, 원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본다.

 

 

 

 “사고 친 아이들은 민, 향, 욱입니다. 3학년 저학년 애들이 이렇게 큰 사건을 칠 줄 몰랐습니다.”

 

 “그게 말이 돼?”

 

 

 

 과장의 말에 분을 참지 못한 원장은 오른손으로 과장의 왼쪽 뺨을 세게 때린다.

 

 원장의 가격에 과장의 머리는 한쪽으로 꺾인다.

 

 

 

 “야, 김 과장.

 너 지금 핑계 대는 거야.

 너 아직도 애들 볼 줄 몰라?

 걔네 뭔가 작당하고 있다는 낌새를 못 알아 차렸어?”

 

 “네, 죄송합니다.”

 

 “난 오늘 아침에 걔네들부터 관리 들어가려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사고치고 도망쳤잖아!

  이런 병신 같은 것!

  너부터 정신 차려야겠어!”

 

 

 

  원장은 과장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죄송합니다.

 아이들은 제가 꼭 잡겠습니다.”

 

 “미친!

 내가 너를 어떻게 믿어!

 먼저 내가 직접 경찰서에 연락을 해볼게.”

 

 “네!”

 

 “넌 나가서 애들 수습해!”

 

 

 

 김 과장이 원장실에서 나가자, 원장은 화가 나서 불규칙해진 호흡을 가다듬는다.

 

 

 

 “후우.”

 

 

 

 경찰서 경관에게 전화를 한다.

 

 

 

 “어머, 경관님 잘 지내셨어요?

 …

 사실 이렇게 불쑥 전화를 잘 안 드리는데.

 아이고, 저희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

 흑흑흑, 걱정되어서 미치겠어요.

 여름이라 다행이긴 한데, 새벽에 보육원에서 도망 쳤나봐요.

 …

 네네, 맞아요.

 여기 있는 아이들이 그렇죠.

 보육원은 싫고, 밖에 나가면 뭔가 있을 거 같죠.

 하지만 아시잖아요.

 그렇게 아이들이 나가도 결국 길거리나, 아니면 범죄조직이라는 것 아시잖아요.

 제가 어떤 생각으로 보육원을 시작했는데요.

 더 이상 길거리에서 나쁜 길에 빠지지 않게, 좋은 길로 인도하도자 한 거라고요.

 …

 아, 네네. 이해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

 네, 아이들 이름이요?

 민, 향, 욱이에요.

 민은 얼마 전에 직접 데리고 오신 아이.

 …

 네네, 맞아요.

 산 속에 유기된 아이요.

 제발 잘 좀 찾아주세요.

 …

 부탁드릴게요.

 …

 감사합니다.”

 

 

 

 원장은 전화를 끊자마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내 원장의 시선은 텅 빈 서랍장으로 향하고, 다시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원장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쾅!’하고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친다.

 

 

 

 “이것들 잡히면 죽어!”

 

 

 

 

 

 보육원에서 해프닝이 일어난 그 시각 민, 향, 욱은 이전 민과 민의 엄마가 내린 버스 정류장에 내린다.

 

 아이들은 불룩한 배낭을 맨 채, 조그마한 어두운 동굴과도 같은 산길을 올려다본다.

 

 공간이 주는 긴장감에 아이들은 침을 삼킨다.

 

 그러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끄덕한다.

 

 

 

 “자 가자.”

 

 

 

 민이 앞장서고, 향과 욱은 뒤따르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비가 온 뒤라 미끄러운 산길을 아이들은 송알송알 구슬땀을 흘리며 올라간다.

 

 

 

 “애들아, 비가 온 후에 산길 걷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길이 미끄러워서 넘어질 수도 있으니 위험하다 말이야.

 그리고 옷도 더러워지고.”

 

 

 

 향은 가던 길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신발과 바지를 내려다본다.

 

 신발과 바지 아랫단은 진흙이 튀어 엉망이다.

 

 

 

 민은 향의 말에 아무 대꾸도 없이 계속해서 산행을 한다.

 

 욱은 향을 향해 웃더니, 그대로 지나쳐 민의 뒤를 따른다.

 

 

 

 “참나!”

 

 

 

 향은 둘의 모습을 한참 올려 보다가, 체념하듯이 계속해서 산으로 올라간다.

 

 그렇게 아이들 셋은 산 속으로, 산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정오가 갓 지났을 무렵, 민, 향, 욱은 잠시 쉬기 위해 산길 옆 나무 그루터기와 바위 위에 앉는다.

 

 간단하게 배고픔을 해결하는데, 향은 민에게 재촉하듯 묻는다.

 

 

 

 “다 와가?

  대체 언제까지 올라가야 해?”

 

 “응, 다왔어.

 바로 산으로 올라가면 밤이 되어서, 외갓집에서 하룻밤 지나서 내일 다시 산으로 올라가야 해.

 그리고 내일은 내가 발견된 심마니 움막에서 하룻밤 자야 할 수도 있어.

 지리산이 생각보다 엄청 커!”

 

 “힘들다.

  너희들은 힘들 지도 않니?”

 

 “쉬운 게 어디 있어?”

 

 “대단들 해!”

 

 

 

 향은 툴툴 댄다.

 

 욱은 말없이 향의 가방을 연다.

 

 향의 가방에는 옷, 장난감 등 잡다한 소지품들이 많다.

 

 

 

 “야, 너 왜 내 가방 함부로 만져?”

 

 “향아, 너무 물건이 많은 거 아냐?”

 

 “이제 영영 거기 떠날 수도 있는데, 짐 다 챙겨야 하는 거 아냐?”

 

 

 

 향은 앙칼지게 말한다.

 

 욱은 웃으며, 손을 흔들며, 향의 소지품은 자신의 가방에 넣는다.

 

 

 

 “뭐, 좀 들어주면 고맙지.”

 

 

 

 향은 머쓱하게 말한다.

 

 욱이 향의 짐을 어느 정도 자신의 가방에 옮겨 넣고 정리하는 것을 본 민은 가방을 메고 일어선다.

 

 그 뒤를 이어 향, 욱도 ‘읏차’ 하며 일어선다.

 

 

 

 다시 산행은 시작된다.

 

 욱은 가장 뒤에서 가장 불룩한 가방을 메고 허리를 숙인 채 민과 향의 뒤에서 묵묵히 올라간다.

 

 아이들은 거친 숨을 내쉬며 땀을 흘리며 묵묵히 걸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을 올라가던 중 갑자기 아름드리나무가 나타난다.

 

 

 

 “또 만나서 반가워요, 장군님!”

 

 

 

 민은 반갑게 인사하고, 무성한 나뭇잎들은 바람에 흔들린다.

 

 

 

 “와, 장군님이야?”

 

 “응,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여기 이렇게 서 있었데.”

 

 “멋있다!

  오백 년은 더 된 나무 같아”

 

 “윽윽!”

 

 “이리와 봐.”

 

 

 민은 아름드리나무를 쓰다듬으며 돌아 나가자, 작고 귀여운 민의 외갓집이 나온다.

 

 

 민은 으쓱하며, 외갓집을 소개하고, 향은 민의 외갓집을 보며 감탄하며 말한다.

 

 

 

 “여기야.”

 

 “우와 마치 비밀의 정원 같아.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이 집이 있다니 신기해!

  이렇게 꽃과 나무와 풀들 봐!

  그리고 이 집 봐!

  귀여워!

  지붕 한 쪽이 기울어졌어, 하하.”

 

 

 

 

 욱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하며 쳐다본다.

 

 

 

 잠시 아이들을 쳐다보던 민은, 뭔가 생각난 듯 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열고, 부엌문을 열어도, 그리고 집 근처를 다 확인해도, 엄마가 왔었던 흔적은 없다.

 

 집은 이전 어린 민과 엄마가 떠났을 때 그대로이다.

 

 

 

 잠시 시무룩해진 민은 마루에 가방을 내려놓는다.

 

 

 

 “애들아, 들어와.”

 

 

 

 향과 욱도 민을 따라 들어와 마루에 가방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확인한다.

 

 민은 마루 한 구석에 놓여 있는 걸레를 들고 마당 한 편에 있는 수돗가로 향한다.

 

 그리고 예전 엄마가 했듯이 똑같은 행동을 한다.

 

 걸레를 깨끗하게 빨고, 방과 마루를 닦는다.

 

 향과 욱은 말없이 정리하는 민을 쳐다본다.

 

 

 

 “애들아, 옷 갈아입고, 씻고 저녁먹자!”

 

 

 

 아이들은 민의 말을 따라 씻은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갓 씻은 아이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귀티가 난다.

 

 

 

 민은 집에 있는 버너에 불을 켜고, 라면 봉지를 넣어 끓이기 시작한다.

 

 

 

 “와, 너 버너도 켤 줄 알아?”

 

 

 

 향이 감탄한다.

 

 어느새 라면은 고소한 냄새를 내며 끓기 시작하고, 편의점에서 산 삼각 주먹밥과 소시지를 꺼내 함께 상을 차린다.

 

 

 

 “너 정말 잘 하는구나.

  마치 언니 같아.

  머리도 못 묶어서 집에서 애지중지하며 귀하게 자란 외동딸인 줄 알았는데?”

 

 

 

 민이는 그 말에 씩 웃으며 대답한다.

 

 “머리는 내가 그냥 안 묶은 거 같아.

  사실 귀하게 자란 기억은 나지도 않아.”

 

 

 

 민이는 향이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한다.

 

 민이 준비한 밥상에 욱과 향은 도란도란 앉아 라면을 후루룩 삼키기 시작한다.

 

 한참 라면 면발을 삼키던 욱이 ‘윽윽’하면서 무서운 표정을 짓고는 막 두리번거린다.

 

 민과 향은 욱이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다.

 

 

 

 “맞아, 마귀 같은 원장이 바로 알아차렸을 거야.

 지금 우리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걸?”

 

 

 

 향이 대답하고, 민이 향의 말에 덧붙인다.

 

 

 

 “그렇지. 빈 서랍 보고 완전 폭발해 버렸을 걸?”

 

 

 

 욱과 향은 아무 말 없이 민을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린다.

 

 

 

 “와 대박, 너 대단한데. 원장을 물 먹인 거잖아.

 아 원장 돼지 멱따는 고함 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거기다가 김 과장이랑 상급생들 완전 장난 아니게 혼났겠다.”

 

 

 

 향은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밝게 웃는다.

 

 

 

 갑자기 민은 표정이 어두워진다.

 

 

 

 “이제 원장과 과장은 우리를 추적할 거야.”

 

 

 

 욱은 왼손 손바닥 위에 오른손 손가락 두 개를 세워 마치 급하게 뛰어가는 것처럼 교차시킨다.

 

 

 

 “맞아, 우리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겠지.

  내일 늦게나, 또는 모레 정도에 우리가 어디 있다는 건 그 쪽도 다 알게 될 거야.

  CCTV 돌리면 다 나오잖아.”

 

 

 

 향과 욱은 순간 놀라지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한 이틀일거야.

 내일 모레까지는 무지개 조개를 찾아야해.

 아니면 바로 경찰한테 잡혀서 다시 은혜 보육원에 가!”

 

 

 

  민은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

 

 

 

 “계획은 있어?”

 

 “엄마가 정상 근처에 시냇가가 있고, 거기에 무지개 조개가 있데.

  일단 그곳까지 찾아가 볼 생각이야.

  내 생각에는 우리 엄마가 실족된 거 같아.”

 

 “실족?”

 

 “아, 말이 너무 어려운가?

  발을 헛 디딘 거 같다는 말이야.”

 

 “민아, 넌 어려운 말도 쓰고, 진짜 언니 같아.”

 

 

 

  민은 아무 말 없이 씩 웃는다.

 

 아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식사를 마친다.

 

 

 

 아이들은 식사 정리를 하자, 노을이 지는 저녁이 된다.

 

 

 

 “향아, 머리 깍아줘.”

 

 

 

 민은 집에서 가위 하나 찾아 향에게 준다.

 

 향은 집에서 노란색 보자기를 찾아 민의 몸에 두르고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민의 머리를 자른다.

 

 어깨에 닿을 정도의 머리카락이 짧게 쳐진다.

 

 삐죽삐죽하지만, 보기엔 나쁘지 않다.

 

 

 

 “와, 잘한다!

 향이 너 손재주 있구나!”

 

 “윽윽!”

 

 

 

 향은 으쓱 하고 씩 웃지만, 속으로는 아이들의 칭찬에 뿌듯해한다.

 

 

 

 날은 이제 점점 어두워진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집이라, 이제 곧 자야할 시간이다.

 

 그 때, 욱이 ‘윽윽’ 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민과 향은 욱을 따라 방 안에 들어가고, 셋은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욱이 가방에서 빼빼로 상자들을 방 중간에 쏟는다.

 

 

 

 욱은 빼빼로 상자를 하나 열더니, 안에서 돈을 꺼낸다.

 

 민은 돈을 받아 세지만, 속도가 느리다.

 

 

 

 “줘봐!

  우리 할머니는 이렇게 하셨어.”

 

 

 

 향이 조그마한 손으로 돈을 부채 모양으로 쫙 펼치더니, 빠른 속도로 개수를 센다.

 

 민과 욱은 향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숫자를 센다.

 

 

 

 “백!”

 

 

 

 향이 백장의 돈뭉치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센다.

 

 백 단위로 돈뭉치를 정리하면서 세자, 오백이라는 숫자에서 장수가 확인된다.

 

 

 

  “오백?

 민아, 오백 맞지?”

 

 

 

 욱도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편다.

 

 

 

 

 “오백 장 맞아.”

 

 

 

 

  민이 단호하게 말하고 욱은 고개를 끄덕댄다.

 

  이어 향은 흥분해서 떽떽거리며 쉬지 않고 말한다.

 

 

 

 “와, 이 조그마한 상자에 500장이 있어?

 그럼 이게 2500만원이야?

 장난 아니다!

 그럼 이게 10팩 있으니 2억 5천만 원이야?”

 

 

 

 빠른 향의 계산이 끝나자, 민과 욱은 큰 금액을 듣고 그냥 두 눈만 끔벅끔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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