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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미타 : 무지개 조개를 쫓는 아이들
작가 : 유혜리
작품등록일 : 2019.9.2

성인들이 보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거친 폭풍 속을 견뎌 왔거나, 혹은 현재 폭풍 속에서 햇살이 비치길 기다리는 이들을 위안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 온 힘을 다해 맞서 대응 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16회. 탈주 (1)
작성일 : 19-09-18 10:08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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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은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다.

 

 가늘게 눈을 떠서 옆에 보니, 다시 보육원 숙소이다.

 

 같은 숙소 안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부산스럽게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수하고, 양치하면서 아침 기상 준비를 하기에 여념이 없다.

 

 ‘다시 보육원이다.’

 

 이상하게 민은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든다.

 

 

 

 숙소 안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일곱 시가 다 되어 간다.

 

 민은 주위 아이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지나가던 상급생의 날카로운 한 마디를 듣는다.

 

 

 

 “야, 너.

 그러다 과장님 아침 조례 때 늦어!

 이게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나!”

 

 

 

 그 소리에 민은 재빨리 일어나 이불 정리를 한다.

 

 하지만, 몸이 작아진 지금, 이불 정리가 마음 먹은 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

 

 민은 힘겹게 이불 정리를 한 후 세면장에 가서 급하게 세수를 한다.

 

 수도꼭지에서 차가운 물이 쏟아진다.

 

 

 

 물에 손을 담그던 민은 차가운 물의 촉감을 새삼스레 느끼고는 놀라 두 손을 살펴본다.

 

 ‘역시 이건 꿈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이야.’

 

 연거푸 물로 세수를 하던 민은 세면대 앞 거울을 본다.

 

 민은 오른쪽 관자놀이 근처 흉터를 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 속을 헤집으나, 아무것도 없다.

 

 다행이다.

 

 아직 탈출을 위한 날은 오지 않았다.

 

 

 

 “아침 조례 오분 전!”

 

 

 

 상급생의 외침에 민은 급하게 자리에 돌아와 복도에 선다.

 

 과장은 긴 앞머리가 눈을 가린 채 아이들 앞에 서고, 그 옆에 상급생 책임자가 따른다.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상급생 책임자가 소리친다.

 

 

 

 “구호 시작!”

 

 

 

 상급생 책임자의 말에 맨 앞에 서 있는 아이가 구호를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아이들은 일렬로 쭉 선 채 순차적으로 번호를 댄다.

 

 

 

 “스물 하나. 이상 무!”

 

 

 

 맨 끝에 있던 아이가 구호를 마무리하자, 맨 앞에 서 있던 과장은 손에 쥐고 있던 막대기를 흔들며 아이들을 하나씩 노려보며 옆을 지나간다.

 

 마치 먹이 감을 찾는 들짐승처럼 뭔가 빠뜨린 것이 없는지 냄새를 맡는 거 같다.

 

 그 때 민의 옆을 지나가고, 과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민 옆에 더 머무른다.

 

 공포스럽지만 그 눈빛을 가까스로 참는다.

 

 

 

 스무 한 명의 아이들을 둘러보고, 과장은 다시 아이들 앞에 선다.

 

 

 

 “오늘은 초등부 방학식 날이다.

 1학기 마지막 날 사고 치지 말도록.

 그리고 내일부터는 일곱 시 반에 원장님이 직접 조례 예정이다.

 삼십 분 늦어진다고 좋아하지 마라.

 이제 이 중 집중 교육을 받지 못한 몇몇은 원장님께서 직접 집중 교육을 하실 예정이다.

 

 

 

 눈이 찢어진 과장은 번뜩 거리며 아이들을 노려본다.

 

 원장으로부터 집중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아이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며 눈빛이 흔들린다.

 

 민은 집중 교육이 뭔지 알기에, 함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이만, 해산!”

 

 

 

 과장은 몸을 돌려 1층으로 내려간다.

 

 

 

 “빨리 빨리 움직여!”

 

 

 

 상급생 책임자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 흩어진다.

 

 민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그 때 향과 욱이 다가온다.

 

 

 

 “민아, 잘 잤어?”

 

 “응, 향, 욱아.

  그런데, 오늘 정확하게 몇일이지?”

 

 

 

  민은 욱과 향의 얼굴을 바라보며 묻는다.

 

 

 

 “응?

  갑자기 날짜는 왜 물어?

  7월 22일이지.

  방학식 하잖아.”

 

 “여전히 2019년이지?”

 

 “야, 너 왜 그래?

  이상한 장난을 치고 그래.

  당연히 2019년이지.

 우리가 2010년 생이잖아.”

 

 “아, 그래.

  맞아, 헤헤.”

 

 

 

 민은 두 아이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뚫어져라 바라보자, 그만 머리를 그적 대며 웃어버린다.

 

 

 

 아이들은 방학식이 끝나고 어김없이 체육관 옆 창고로 간다.

 

 창고 문은 잠겨 있지만, 살짝 문을 잡아당기며 뒤틀자 조그만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생기고, 아이들은 하나씩 몰래 기어 들어온다.

 

 창고에는 뜀뛰기, 매트 등 체육 용구와 삽, 수레 등 학교 관리에 필요한 공구들이 가득하고, 아이들은 공구와 부딪혀 소리 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아이들 셋은 조그만 공간에 옹기 종기 모여, 이야기한다.

 

 

 

 “그럼 내일 새벽 4시에 작전에 들어가는 거야.”

 

 “응.

  그런데, 출구는 확실이 확인이 된 거야?”

 

 

 

 민은 탈출 계획이 제대로 세워졌는지 의심스럽다.

 

 

 

 “응, 과장 아침 조례 후 항상 문을 열잖아.

 그리고 그 열쇠는 항상 바지춤에 고리로 달려 있어.”

 

 

 

 향이 민에게 말한다.

 

 

 

 “그런데 그 열쇠를 과장은 잘 때 어디에 놔두지?”

 

 

 

 민이 되묻는다.

 

 향은 대수롭지 않은 듯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뭐, 서랍이나, 어디든 두겠지, 방에 몰래 들어가서 찾아 봐야지.”

 

 “그래, 우리 역할과 순서를 다시 정하자.

  내가 원장실에서 뭐 좀 챙기고, 그 다음 향이는 과장이 있는 방에서 열쇠 찾고, 욱이 넌 과장 방에서 필요한 장비 챙기자.”

 

 

 

 향과 욱은 놀라 입이 열어진다.

 

 

 

 “민아, 원장실은 왜?

  우리 열쇠랑 장비만 훔치기로 했잖아?

 지금껏 그런 이야기는 없었잖아.”

 

 

 

 향이 놀라 민에게 되묻는다.

 

 

 

 “꼭 챙겨야 할 게 있어.

 내가 다 알아 놨으니, 괜찮아.”

 

 “응 알겠어.”

 

 “윽윽.”

 

 

 

 민은 표정을 바꾸고 향과 욱을 향해 말한다.

 

 

 

 “내일 새벽 우리는 꼭 여기서 나가야해.

 안 그러면 정말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몰라.”

 

 “민아, 그런데 너 좀 바뀐 거 같아.

 갑자기 어른스러워 졌다고 해야 하나?

 그나저나 머리 좀 어떻게 해봐.”

 

 “향아, 나 내일 보육원에서 나가면, 머리 단발로 예쁘게 잘라줘.

 머리는 못 묶겠어.”

 

 “알았어.

  할머니도 내가 잘라 드렸어!

  이 언니 솜씨를 믿어봐.”

 

 “응, 고마워.

  우리 내일 꼭 보육원에서 나가자.”

 

 

 

  민은 비장하게 말하고, 향과 욱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창고 지붕에서 ‘투둑, 투둑’ 하며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고개를 들어 올려 빗소리를 듣던 민은 아이들에게 나즈막하게 말한다.

 

 

 

 “오늘 밤 비가 많이 올 거야.

  사람들 다들 깊은 잠 잘 거 같아.”

 

 

 

 그리고 아이들은 서로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 받는다.

 

 

 

  방학식 날부터 원장의 특별 지도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과장이나 상급생들의 별다른 제재는 없다.

 

  다만 다음날 어떤 즐거운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날 밤, 깊은 빗소리 속에서 보육원 사람들은 다른 날보다 더 깊은 잠에 빠진다.

 

 굵은 빗줄기 속에 있는 보육원은 마치 물 속을 부유하는 것 같다.

 

 

 

 어두운 밤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흐른다.

 

 

 

 그리고 새벽 4시가 되자, 아이들은 차례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기어 숙소에서 나온다.

 

 검은 실루엣의 아이들이 배낭을 맨 채 복도에 하나씩 서고, 아이들은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하고는 계단을 내려가 1층 원장실 문 앞에 선다.

 

 

 

 민이 문을 밀자 원장실은 쉽게 문이 열린다.

 

 원장의 책상 서랍으로 다가가서 열려고 하지만, 잠겨서 열리지가 않는다.

 

 향과 욱은 민이 뭐 하는지 몰라 초조하게 바라본다.

 

 

 

 그 때 민은 꿈에서 본 대로, 원장이 보육원에서 일할 때마다 입는 조끼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있다!’

 

 조그만 열쇠가 만져지고, 민은 서랍장에 열쇠를 밀어 넣어본다.

 

 ‘찰칵’

 

 향과 욱의 눈이 커진다.

 

 

 

 마침내 서랍장은 열리고 아이들은 안에 있는 사탕과 과자, 그리고 빼빼로 과자 상자들을 마구 가방에 담는다.

 

 외부 손님들이 왔을 때나 열리는 과자 창고를 턴 것이다.

 

 

 

 과자를 다 가방에 넣고, 아이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사탕 하나씩 입에 넣는다.

 

 달콤한 설탕과 어우러진 딸기 향이 입안을 감싸고 아이들은 너무나 행복하다.

 

 

 

 열쇠를 원장의 호주머니에 넣고, 서랍을 닫은 채 원장실에서 나온다.

 

 이어 아이들은 1층 제일 끝 복도에 있는 과장 방에 들어간다.

 

 문을 여니, 3평 정도의 네모난 방이 나온다.

 

 

 

 민은 과장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몸이 떨리며 구역질이 나오려고 한다.

 

 어린 시절의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결국 민은 방에 들어가지 못한 채 복도에 혼자 남아 있고, 향과 욱 둘이 들어간다.

 

 

 

 향과 욱이 방에 들어가니 과장은 벽에 등을 댄 채 몸을 웅크린 채 자고 있다.

 

 앞 머리가 길어, 눈이 안 보이는 김과장이지만, 잠잘 때 만은 앞머리가 옆으로 쏠려 감은 두 눈이 보인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가늘게 실눈을 뜨며 아이들을 볼 거 같아, 더 무섭다.

 

 

 

 한쪽 벽에는 랜턴, 노끈 등 필요한 장비가 걸려 있고, 욱은 가방에 물건들을 넣는다.

 

 가방을 열고 넣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과장은 뒤척거리기 시작한다.

 

 

 

 “흐음, 흠, 음.”

 

 

 

 과장이 잠에서 깨려는 찰나, 향은 예전에 할머니가 향에게 했듯 가슴을 살짝 누르면서 ‘토닥, 토닥’하기 시작한다.

 

 남자는 왠지 이상한 느낌에 움찔하더니, 이내 다시 호흡이 골라지며 잠에 빠져든다.

 

 향은 남자가 다시 몸이 무거워지며 잠에 빠지는 것을 확인하자, 열쇠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하지만 열쇠가 달려 있는 바지가 어디에서도 안 보인다.

 

 그 때, 욱이 향을 잡아 당겨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확인하니 잠자고 있는 과장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다.

 

 바지를 그대로 입고 자고 있는 것이다.

 

 

 

 향은 손을 내밀어 허리춤에 손을 가까이 다가 댄다.

 

 손에 열쇠를 쥐고, 허리 벨트 끈에서 빼려고 하지만 빠지지 않고, 성미 급한 향은 못 참고 세게 잡아 당기려고 한다.

 

 

 

 그 때 민이 가위를 들고 다가와 바지 벨트 끈을 자른다.

 

 ‘찰랑’

 

 향은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게 열쇠를 손으로 받아 쥐고 아이들은 조용히 방에서 나간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아이들은 보육원 출구에 모인다.

 

 따고 나가야 하는 정문 위에는 시계가 걸려 있고, 시계는 새벽 4시 반을 막 지나고 있다.

 

 향이는 가지고 나온 열쇠를 하나씩 넣어보려 한다.

 

 

 

 하지만 민은 뭔가가 이상하다.

 

 향이 맞는 열쇠를 찾아 열쇠 구멍에 넣어 돌려 문을 열려던 찰나, 민은 향을 저지 시킨다.

 

 ‘왜?!’

 

 저지 당한 향이 민을 향해 돌아서자, 민은 다급히 문 옆 보안 기기를 가리킨다.

 

 밤에는 보안 장비를 가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민은 뭔가 생각하다가 복도 끝 과장의 방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방에 들어가니, 여전히 과장은 새벽 단 잠에 빠져 있다.

 

 민은 긴장이 되어 식은 땀이 난다.

 

 하지만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과장에게 다가가더니, 눈을 찔끔 감고 남자의 바지 호주머니 안에 작은 손을 살짝 밀어 넣는다.

 

 호주머니로 느껴지는 손의 감촉에 남자는 ‘음’ 하며 반응한다.

 

 민이 조심스럽게 손을 호주머니에서 빼자, 손에는 카드 하나가 쥐어져 있다.

 

 

 

 민은 방에서 빠져 나오고, 가지고 나온 카드를 가지고 문 근처 보안 기기 단말기 앞에 가져다 댄다.

 

 기기는‘삐리리’ 하면서 보안 모드가 해제된다.

 

 

 

 

 향이는 서둘러 열쇠를 돌려 문을 열고, 이내 보육원의 정문은 열린다.

 

 드디어 깜깜한 어둠 속에 있는 교정이 아이들 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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