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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미타 : 무지개 조개를 쫓는 아이들
작가 : 유혜리
작품등록일 : 2019.9.2

성인들이 보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거친 폭풍 속을 견뎌 왔거나, 혹은 현재 폭풍 속에서 햇살이 비치길 기다리는 이들을 위안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 온 힘을 다해 맞서 대응 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14회. 회귀 (4)
작성일 : 19-09-16 10:06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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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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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은 잠에서 깨어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다시 고시원 방으로 돌아왔다.

 

 

 

 민은 일어나 공용 세면장으로 간다.

 

 아침 10시 이지만 세면장이 한산하다.

 

 찬물을 틀고 얼굴에 물을 여러 차례 끼어 얹다가 고개를 올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다.

 

 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물을 닦고는, 왼손을 올려 오른쪽 이마 옆 머리카락을 살짝 들어 올린다.

 

 들어 올려진 머리카락 사이로 5센티 정도로 길게 난 하얀 흉터가 보인다.

 

 오른쪽 손가락으로 흉터를 한번 만져보고는, 흉터가 안 보이게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세면장에서 나온 민은 공동 휴게실로 간다.

 

 벽 쪽에 놓인 식탁 위에서 리모컨을 찾아 텔레비전을 켜고는 채널을 돌리다, 아래 채널 정보에서 오늘 날짜를 확인한다.

 

 ‘2019년 6월 ㅇㅇ일. 일요일’

 

 날짜는 맞다.

 

 퇴소 후 이제 6일 째이다.

 

 하지만 꿈속은 이미 7월 초.

 

 그것도 현재와 같은 2019년.

 

 

 

 민은 머리가 멍하다.

 

 꿈속에서 느낀 시간의 무게는 그냥 꿈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 무겁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간밤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인 것이다.

 

 그러나 이미 꿈에서의 시간대는 현실과 달리 앞서가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정말 단순한 꿈일까?’

 

 

 

 채널을 돌리다 아침 뉴스가 나오는 채널에서 리모컨 누르는 것을 멈춘다.

 

 꿈속에서 봤던 뉴스 앵커가 무표정한 얼굴로 간밤의 사건들을 보도하는 중이다.

 

 살인, 폭행, 뺑소니, 화재, 등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사건들이 앵커의 입을 타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러나온다.

 

 

 

 ‘후우’

 

 민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먼저 오늘 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쇼핑백에 넣어뒀던 50만원을 꺼낸다.

 

 5만 원짜리 10장...

 

 얄팍하지만, 민에게는 너무나도 무거운 금액이다.

 

 

 

 한참을 생각하다 민은 돈을 집어 들고 고시원에서 나간다.

 

 그리고 은행으로 가서 60만원을 더 인출한다.

 

 봉투에 100만원을 채워 넣고, 10만원은 호주머니에 넣는다.

 

 

 

 망설이다가 결심했다는 듯 지하철을 타고 삼촌 집으로 향한다.

 

 며칠 사이에 다시 온 아파트 단지에는 어느새 현수막이 걸려있다.

 

 ‘조합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좋은 건설로 보답 드리겠습니다. ㅇㅇㅇㅇ 건설’

 

 

 

 

 민은 현수막을 한참 올려다보다, 현수막이 걸린 아파트 건물 옆에 오랜 시간 동안 서 있었을 아름드리 나무에게로 다가간다.

 

 한 손을 올리고 나무를 쓰다듬자, 나무 안에서 피어나는 자연의 생명력이 손에 전해지는 듯하다.

 

 민은 나무에 기대어 조용히 읊조린다.

 

 

 

 “너도 나처럼 선택권이 없구나.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모르지만, 그리 길지는 않은 거 같아.

 미안해.”

 

 

 

 나무는 아무 대답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민은 삼촌 집에 가서, 초인종을 누른다.

 

 이내 입구의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린다.

 

 

 

 “누구세요?”

 

 

 

 앳된 목소리다.

 

 민은 이전에 문에서 마주친 사촌일 것이라 지레 짐작한다.

 

 

 

 “네, 저 이 집 조카인데, 혹시 삼촌 계세요?”

 

 “어른들 다들 외출 중이세요.”

 

 “그럼, 여기 이 봉투 전해 주세요.

 나머지 900만원은 어떻게든 맞춰 드리겠다고 말씀 드리고요.”

 

 “…”

 

 

 

 그 말에 사촌은 아무 말도 없다가, 잠시 후 문을 빠끔히 연다.

 

 

 

 민은 이미 사라지고 없고, 돈 봉투 하나가 우유 배달 가방 안에 놓여 있다.

 

 민 또래인 여자애는 은행 봉투를 집어 들고, 안에 든 돈을 꺼내자 5만 원짜리 20장이 곱게 들어 있다.

 

 

 

 일요일 오후 시간, 강남 역은 외출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지하상가를 걸어가던 민은 지하 도로에 노점으로 파는 가방 판매상이 보인다.

 

 ‘부도 회사 상품 급처분합니다’라는 조그마한 간이 현수막이 있고, 사람들은 근처에 앉아 물건을 고른다.

 

 민도 사람들 옆에 앉아 한참 고민하다 심플한 크런치 가방을 하나 고른다.

 

 

 

 “얼마에요?”

 

 “작은 거 3만원, 핸드백 5만원, 큰 거 7만원.

 그건 3만원, 3만원, 3만원.”

 

 

 

 말하는 것이 약간 정상인과 다른 것 같은 판매상이다.

 

 

 

 민은 호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주고, 2만원을 받는다.

 

 민은 들고 있던 가방에 호주머니에 있던 돈과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강남대로 지하철 역 출구로 나와, 근처 미용실로 들어간다.

 

 미용실은 주말이라 역시 손님으로 북적인다.

 

 

 

 “안녕하세요. 예약하셨나요?”

 

 “아니요.”

 

 “네, 그럼 좀 기다려야 하실 수도 있어요.

 혹시 찾으시는 디자이너분 있으세요?”

 

 “아니요, 없어요.”

 

 “네, 그럼 제가 디자이너분 연결 드릴게요.

 혹시 머리는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그냥 컷트만요.”

 

 

 

 그 말에 직원은 말없이 민을 본다.

 

 

 

 

 “네, 여기에서 잠시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네.”

 

 

 

 

 그 때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는 다음 손님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예약하셨나요?”

 

 “아니요.

 그런데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뿌염이랑 머리 펌 좀 할려구요.”

 

 

 

 그 말에 직원은 반색하며 반긴다.

 

 

 

 “아,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어 들어온 여자는 민의 옆에 앉는다.

 

 

 

 “손님, 옆에 계신 분이 조금 늦게 들어오셨는데, 오늘 하셔야 할 게 많아 먼저 해도 될까요?”

 

 “네, 괜찮아요.”

 

 

 

 민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다.

 

 환하게 웃는 직원은 민의 옆에 앉아 있던 여자를 안으로 안내하고, 여자는 진한 향수 냄새를 남기고 안으로 사라진다.

 

 여자가 들어간 이후, 민은 한참을 더 앉아 기다린다.

 

 

 

 약 30분이 지났을 무렵, 노란빛과 초록빛이 섞인 머리카락 색을 가진 짧은 단발 컷을 한 여자 헤어 디자이너가 민이에게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괜찮아요.”

 

 “오늘 커트 하신다구요?”

 

 “네.”

 

 “가운 입으시고요, 혹시 생각하는 길이 있으세요?”

 

 “아뇨,”

 

 

 

 헤어 디자이너는 민을 자리에 안내하고는, 거울에 비치는 민의 모습을 보며 머리를 만져본다.

 

 

 

 “어머, 언니, 언니 두상이 너무 예쁜데, 좀 많이 잘라도 되요?”

 

 “네, 괜찮아요.”

 

 “고등학생 아니죠?”

 

 “네, 아니에요.”

 

 

 

 컷에 제약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자 디자이너는 눈빛이 빛난다.

 

 민을 자리에 안내하고는, 거울에 비치는 민의 모습을 보며 머리를 만져본다.

 

 

 

 “머리카락이 너무 건강하고 색도 예뻐요.

 언니는 염색 하지 말자.”

 

 “네, 네.”

 

 

 

 헤어 디자이너는 가위를 들고 경쾌하게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한다.

 

 어깨에 닿을 듯 길었던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훌훌 떨어진다.

 

 그러다 머리 가운데를 묶어 고정한다.

 

 

 

 “투블럭 알죠?”

 

 “네?”

 

 “귀 옆에 짧게 치는 건데, 언밸런스하게 한 쪽만 쳐봐요.”

 

 “네.”

 

 

 

 헤어디자이너는 바리캉을 들고 민의 오른쪽 옆머리를 밀기 시작한다.

 

 짧게 잘린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두피가 보이고, 어렸을 때 민이 다친 상처도 드러난다.

 

 

 

 “어머, 언니.

 여기 다쳤었나봐.

 흉터 보이는데 괜찮아요?

 뭐 흉터 가릴 정도로 윗머리는 남겨둘 거지만.”

 

 “괜찮아요.”

 

 

 

 자세히 보니 적어도 5센티는 되어 보이는 s자 모양의 하얀 줄무늬가 보인다.

 

 흉터를 생각하자 욱이는 잃었던 과거가 떠올라 명치가 쿡쿡 지르듯 아프다.

 

 

 

 

 “뒤통수가 예뻐서, 이렇게 뒤로 묶어도 예쁠 거 같고, 아님, 이렇게 틀어 올리는 머리나, 아니면 웨이브 살짝만 들어가도 예쁠 거 같아요.

 그리고 이마도 예쁘니, 살짝 층만 내서 얼굴 형 좀 더 갸름하게 만들고.”

 

 

 

 헤어 디자이너는 신이 나서 열심히 가위질을 하고 민은 그런 그녀를 말없이 보고만 있다.

 

 컷트는 끝나고, 왼쪽은 날카로운 보브 컷으로 완성해서 머리를 왼편으로 넘기자 자연스럽고 여성스러운 단발머리가 된다.

 

 하지만 오른편은 투블럭으로 짧게 깍아 강한 느낌을 준다.

 

 

 

 

 “언니, 드라이기로 머리 말릴 때, 요렇게 머리 돌돌 돌리며 말리면, 컬이 살아요.

 언니는 반곱슬이라 손으로만 이렇게 말아줘도 스타일링이 돼요.

 수고하셨습니다.”

 

 

 

 헤어 디자이너는 큰 손거울을 통해 공들여 커트한 모습을 민에게 보여준다.

 

 민은 여성스럽지만 위험한 분위기를 내는 머리 스타일을 하고, 눈을 반짝거리며 앉아 있다.

 

 그리고 이제 클럽에 갈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저녁 8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다.

 

 클럽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직 입구는 한산하다.

 

 민은 입구에 서 있는 가드와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한다.

 

 가드는 민을 향해 고개를 움직여 인사하고 시선을 피해버린다.

 

 

 

 민은 가드 앞을 지나 클럽으로 들어가서, 바 앞 높은 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바텐더가 친절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향이 친구지요?”

 

 “네, 기억하시네요.”

 

 “당연하죠, 뭐 좀 마실래요?”

 

 “아뇨, 저 괜찮아요.”

 

 

 

  민이는 얼마 전 마신 약 탄 물이 생각나서 음료를 사양한다.

 

 

 

 “네, 필요한 거 있음 이야기해요.”

 

 

 

 바텐더는 호의가 가득한 표정을 짓다가 자리를 뜬다.

 

 민은 말없이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좀 지나자 향이가 클럽 안으로 들어온다.

 

 

 

 “빨리 왔네.

 그런데 너 옷차림이.”

 

 

 

 서울에 상경하던 모습인, 오래되어 물빠진 청바지에 목이 늘어난 티셔츠, 그리고 낡은 운동화를 입은 채 클럽에 왔다.

 

 

 

 “응, 실장님이 이야기 좀 하자고 해서 왔어.

 이야기하고 바로 갈거야.”

 

 “그래?”

 

 

 

 샐쭉해진 표정의 향은 바텐더에게 인사하듯 손짓 한다.

 

 

 

 “오빠, 나 핫식스 하나만.”

 

 

 

 바텐더는 눈을 찡긋 거리더니, 캔 하나와 얼음이 든 컵을 향 앞에 내려놓는다.

 

 향은 노란색 액체를 얼음이 든 컵에 부어 시원하게 들이마신다.

 

 향이 마신 컵에는 빨간색 립스틱 자국이 남겨진다.

 

 

 

 “머리 잘랐어?

 느낌 괜찮은데?

 내가 한 말은 생각해 봤어?”

 

 “…”

 

 

 

 민은 향의 질문에 답이 없다.

 

 향도 민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한참동안 둘은 앉아만 있다.

 

 갑자기 민이 입을 연다.

 

 

 

 “너 이전에, 우리 처음 만난 해 여름방학 시작되던 날 기억나?”

 

 “아, 은혜 보육원? 그 때가 언제지?”

 

 “있잖아.

 그 때 우리 지리산 가겠다고 간밤에 탈출 하려 했잖아.”

 

 “아, 그랬지.

 그 때 네가 열쇠를 잘못 가지고 왔었나?

 아무튼 과장 방에 있던 열쇠가 안 열려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4층에서 뛰어 내렸잖아.

 그 때 너 바닥에 넘어져서, 이마 심하게 찢어져서 피를 엄청 많이 흘렸었지. 킥 킥킥.

 사람들이 너 머리에서 뿜어대는 피 보고, 놀라 피하고 킥킥킥.

 그 때 또 누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

 

 

 

 향은 자신의 이야기가 웃기다는 듯 ‘킥킥’ 대며 웃는다.

 

 민은 상실로 가득한 기억을 그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그 때 탈출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향은 찢어진 눈에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생각하다 자조를 띈 웃음과 함께 말한다.

 

 

 

 “잡혔겠지.

 그리고 이마가 찢어지는 게 아니라, 뼈가 부러지게 맞았겠지.

 너무 맞아서 다리 절게 되었을 수도 있어.”

 

 “그래?”

 

 “갑자기 왜?”

 

 “아니, 그 때 우리 찾으러 가자고 이야기했던 무지개 조개가 생각이 나서.”

 

 

 

 무지개 조개 이야기를 듣자 향의 얼굴이 갑자기 좌우가 볼록해지면서 불균형하게 형태의 왜곡이 생긴다.

 

 향이는 맹한 표정을 지으며 민을 멍하니 보다가 손가락을 위아래로 흔들며 ‘탁탁 탁탁’ 소리를 낸다.

 

 소리의 템포는 점차 빨라지고, 향은 초조하게 말한다.

 

 

 

 “무지개 조개, 갖고 싶어.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여기에는 없어.

 너 혹시 본 적 있어?”

 

 

 

 갑자기 민을 바라보던 향의 동공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민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대며 올린다.

 

 그 때 향에게 빨간 눈의 검은 그림자가 겹쳐 보이는 것 같다.

 

 

 

 민은 뭔가 미식거리는 것이 가슴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오는 느낌을 받는다.

 

 ‘부웅’

 

 클럽 공간이 살짝 틀어지면서 팽창하는 것 같더니, 검은 그림자가 공간을 훑으며 지나간다.

 

 그 때, 실장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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