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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미타 : 무지개 조개를 쫓는 아이들
작가 : 유혜리
작품등록일 : 2019.9.2

성인들이 보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거친 폭풍 속을 견뎌 왔거나, 혹은 현재 폭풍 속에서 햇살이 비치길 기다리는 이들을 위안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 온 힘을 다해 맞서 대응 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11회. 회귀 (1)
작성일 : 19-09-09 09:55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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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넌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약기운이 빨리 퍼졌어.

 가드가 쓰러진 널 부축해서 위 호텔 방에 올려놨지.”

 

 

 

 향은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듯 쾌활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민은 폭발하려는 감정을 자제하며 향의 말을 묵묵히 듣는다.

 

 

 

 “네가 아니라도, 다른 애들은 서로 가겠다고 싸워.

  거기 50만원 있지?

  그거 어제 일한 일당이니 챙겨.”

 

 “이따위 돈, 필요없으니 돌려줄게.

 그리고 핸드폰도.

 이러려고 내가 널 따라서 거기 간 거 아니야.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향은 비아냥거리며 민한테 말한다.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미성년자에다가 비빌 언덕도 없는 년이 뭘 가려?

 기회가 올 때까지, 이런 시궁창이라도 비비고 살아야지.

 너 그러다 빚지고 파산 되어 결국 장기까지 팔게 돼.

 세상사는 게 그리 만만해 보이니?

 정신 차려.”

 

 “왜 나한테 네가 사는 방식을 강요하는 거야?

 난 싫다고. 이렇게까지 하기 싫다고!”

 

 

 

 민이는 향이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늦었어.

 넌 이미 실장 언니와 저스틴 오빠한테 찍혔어.

 넌 도망가지 못해.

 그 사람들 인맥이 크크크.”

 

 “싫어! 너희가 뭔데, 날 속박 시켜?”

 

 “날 쫓아서 그 장소에 들어왔을 때부터.

 넌 이미 거미줄에 걸린 조그마한 벌레였어.

 꺄아, 하하하.”

 

 

 

  향이는 웃겨 죽겠다는 듯이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야! 너 미쳤어?”

 

 

 

 민은 침대에 앉아 있는 향을 향해 몸을 날린다.

 

 향은 덤벼드는 민과 뒹굴며 두 팔로 힘겨루기를 한다.

 

 하지만 키가 큰 향이 민을 힘으로 제압하고 민이 몸 위로 올라탄 채 두 손을 침대 위로 짓누른다.

 

 

 

 “야, 너 어차피 처녀도 아니잖아.

 이미 어렸을 때 없어진 거 뭘 그리 아껴?”

 

 “뭐?”

 

 

 

 민은 한순간 크게 당황한다.

 

 

 

 “야, 우리 모두 과장이 널 특별히 예뻐한 거 알고 있었어!”

 

 

 

 향이 민을 향해 소리를 치고, 향이 내뱉은 말은 민을 크게 후려치고 지나간다.

 

 민은 누운 채 몸을 들썩이며 저항을 하다가, 몸에 힘이 풀린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이 년아. 마음 독하게 먹어.

 안 그럼 넌 잡아먹힌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신만 잘 차리면 잘 풀릴 수 있어.”

 

 “…”

 

 “난 조폭 새아빠 끈 잡고 있어서 현역으로 뛰지는 않고 매니저 역할만 해.

 하지만 현역으로 뛰는 애들 1, 2년 안에 망가져서 버려지는 경우가 대다수야.

 넌 그렇게 되지 않아야 되겠지.”

 

 

 

 민은 힘없이 일어나 자신의 짐을 챙긴다.

 

 

 

 “얘, 너 그 50만원으로 백이라도 하나 사.

 어떻게 쇼핑백을 그렇게 버젓하게 들고 다녀?

 쪽팔리게.”

 

 

 

 방에서 나가는 민의 뒷모습에 대해 향은 쉴 새 없이 쏘아 붙이고, 민은 그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힘없이 문을 열고 나간다.

 

 문에 나서자마자 허리 높이의 난간이 보인다.

 

 민이는 한 순간 난간을 두 손 세게 잡는다.

 

 ‘23층에서 뛰어 내릴까?’

 

 하지만, 자신을 대신해 죽은 욱의 얼굴이 생각이 떠오른다.

 

 민은 꾹 참고 더 이상 난간에 시선을 두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결국 민이 다시 돌아갈 곳은 고시원 밖에 없다.

 

 민은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고 고시원으로 들어간다.

 

 고시원 총각은 간밤에 고시원에 들어오지 않고 외박한 민을 두꺼운 뿔테 안경 너머로 쏘아 보다, 다시 책으로 고개를 돌린다.

 

 

 

 민은 고시원 방으로 들어와 책상에 앉는다.

 

 그 때 핸드폰이 진동하고, 민은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를 본다.

 

 ‘오늘 잘 들어갔지?

 호텔 룸에 갔더니 이미 가고 없더라.

 있다가 클럽에서 보자.’

 

 민은 실장의 문자를 확인하고, 서둘러 핸드폰 전원을 끈다.

 

 민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경찰서에 간다고 해도, 민이 당한 상해나 피해는 없어서 고소 또는 고발을 할 건수가 없다.

 

 

 

 민은 그냥 방 안에 웅크리고 있다.

 

 시간은 지나 해가 지기 시작하는 저녁이 되고, 클럽에 가야할 9시가 되지만, 방 안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은 느리게 흘러 밤 10시가 된다.

 

 

 

 그 때 누군가가 방문에 노크를 한다.

 

 민은 흠칫하며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두어 차례 노크를 더 하지만 민으로부터 반응이 없자, 밖에 있던 누군가가 민의 방문 안으로 봉투를 밀어 넣는다.

 

 그리곤 더 이상의 인기척은 밖에서 들리지 않는다.

 

 

 

 봉투를 열어 보자, 민이 호텔방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여러 각도에서 찍혀 있다.

 

 민은 의식을 잃은 채 눈을 감고 누워있다.

 

 ‘누군가가 그 방에 함께 있었다니!’

 

 민은 사진을 다시 봉투 안에 집어넣고 두 팔로 자신을 끌어안는다.

 

 

 

 잠시 고민을 하더니 민은 핸드폰 전원을 다시 켜고는 휴게실로 간다.

 

 마침 아무도 없다.

 

 그리고 실장에게 전화를 하고, 실장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는다.

 

 

 

 “어, 민아. 무슨 일이니?

 왜 아직도 안 나오고 있어?”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능청스런 목소리이다.

 

 

 

 “실장님, 저 몸이 안 좋아서요.

 오늘 하루는 쉬면 안 될까요?

 늦게 말씀 드려서 죄송해요.”

 

 “응, 그래.

 오늘은 쉬고, 내일은 꼭 보자.

 우리 앞으로 함께 할 일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

 

 “실장님, 저 그만두면 안 될까요?”

 

 “호호호, 이미 시작된 일이야. 우리 좋게 좋게 하자.”

 

 

 

 

 곧 전화는 꺼져 ‘뚜뚜’ 하는 소리만 들린다.

 

 

 

 민은 고시원 관리실로 간다.

 

 

 

 “저 방금 고시원에 누가 왔다 갔나요?”

 

 

 

 민의 질문에 공무원 문제지를 풀던 고시원 총각이 고개를 들고 멍하니 본다.

 

 

 

 “아니, 못 봤는데. 왜?”

 

 “아니요, 됐어요. 그냥 복도에 누가 지나가는 소리가 난 거 같아서.”

 

 “그 일전에 말한 관절이 꺾인 괴물 아냐? 크크큭.”

 

 

 

 총각은 민이를 놀려 대며 말하지만, 민이는 얼굴색이 좀 더 창백해질 뿐 반응하지 않는다.

 

 

 

 “저 맥주 한 캔만 사주 세요.”

 

 “뭐?”

 

 “돈 드릴게요.”

 

 

 

 청년은 창백한 민이 얼굴을 잠시 보다가 주위에 있는 옷을 쥐고 일어선다.

 

 

 

 “가자.”

 

 

 

 둘은 편의점 창가에 앉아서 맥주 한 캔 씩 홀짝 거린다.

 

 

 

 “아저씨는 경찰 준비 하세요?”

 

 “어허, 아저씨라니. 오빠. 고시원 오빠라 불러.”

 

 “그건 좀.”

 

 “그럼 저기요 라고 해.

 상관없으니까.”

 

 “네…”

 

 “응, 경찰 준비 하고 있지.”

 

 “왜, 경찰이에요?”

 

 “다른 사람들한테 공식적으로 오지랖 떨 수 있는 게 경찰 밖에 없잖아. 내가 쓸데없는 정의감만 강해.”

 

 “아..”

 

 “그리고 가오가 있잖아.

 군인과 경찰 둘 다 좋은데, 경찰 제복이 더 멋있어.”

 

 “아.”

 

 

 

  민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넌 앞으로 뭐 하고 싶은데?”

 

 “전 딱히…”

 

 “뭐, 그럴 수도.

 그런데 아쉽지 않냐?

 이제 19살인데.”

 

 “뭐, 평범한 직장인은 안 될 거 같아요.

 보육원 이력 때문에 웬만한 회사 서류 전형에서 다 떨어질 거 같아요.”

 

 

 

  민은 맥주를 홀짝거린다.

 

 

 

 “그래도, 일단 노력은 해봐야지.”

 

 “노력 했다가 안 되는 것 보다는,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게 나아요.”

 

 “참나, 요즘 애들이란.”

 

 

 

 총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요즘 알바 한다며. 무슨 일 하니?”

 

 

 

 총각이 민의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하지만 민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려 애쓴다.

 

 

 

 “강남 클럽에서 일해요.”

 

 “강남 클럽? 어디? 무슨 일?”

 

 “Mt-51이요. 청소해요.”

 

 

 

  민의 목소리는 거짓말로 인해 점점 작아졌다.

 

 

 

 “그래? 힘들 진 않니?”

 

 “네, 괜찮아요.”

 

 

 

 민이는 총각의 눈과 최대한 안 마주치며 말하지만, 총각은 날카롭게 민이의 표정을 살핀다.

 

 

 

 “그래. 힘들거나 고민 있으면 언제라도 이야기해.”

 

 “감사합니다.”

 

 

 

 민이 어느 정도 맥주를 마셔가자, 총각은 캔을 쭉 들이마신다.

 

 

 

 “자, 가자.”

 

 “네, 잘 마셨어요. 다음에 제가 사드릴게요.”

 

 “인마, 내년 미성년자나 벗어나면 소주나 한 잔 사.”

 

 “네.”

 

 

 

 민과 총각은 편의점에서 나와 고시원으로 돌아온다.

 

 민이와 총각이 지나가자, 거리 곳곳에서는 붉은 눈동자를 가진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나며 둘이 걸어가는 모습을 주시한다.

 

 

 

 민이 고시원 방에 들어오자, 맥주를 먹어서인지, 아니면 총각과 이야기하면서 긴장이 풀려서인지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무거운 몸을 이끈 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자마자 깊은 잠에 빠진다.

 

 

 

 

 

 꿈속에서 민은 뉴스 영상을 보고 있다.

 

 

 

 한 남자 앵커가 오늘의 사건을 보도한다.

 

 2019년 6월 24일 월요일 뉴스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아침 지리산에서 10세 여아가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아이는 엄마가 사라졌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경찰은 엄마가 아이를 산에 유기하고, 식물인간 남편을 버리고 도망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아이의 모친을 찾기 위해 경찰을 수사 중에 있고, 아이는 인근 경찰서에서 보호 중인 상태로 확인 되었습니다. 근래 계속된 아동 학대와 관련된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경찰은 아이의 친모를 찾기 위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어 다음 뉴스가 나오고, 배경은 어느 실내로 바뀐다.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고, 밖에는 장맛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어린 민은 조그마한 파출소에서 작은 간이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40대 중반의 경찰관이 어린 만을 못마땅한 듯이 보고는 혀를 차면서 말한다.

 

 “여기 구역이 사건 사고가 없는 곳이라, 편했는데, 네 때문에 뉴스에도 나오고, 이렇게 집에도 못 가고 있다.

 참나, 귀찮게 생겼네. 그냥 위탁할 곳 빨리 정해서 넘겨버려야지, 원 참.”

 

 

 

  그 소리를 듣자, 꿈꾸는 민이 울컥해서 말한다.

 

 

 

 “엄마를 찾아야 해요. 엄마는 날 두고 가지 않아.”

 

 

 

 그런데 그 소리는 허공에 울려 퍼지지 않고, 작은 민이를 통해 말을 한다.

 

 ‘엇’하면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고, 팔과 몸을 만져본다.

 

 감각이 실제와 같다.

 

 

 

 “야야, 니 그래도 알 거 다 아는 나이 같은데, 니가 그런 희망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너만 힘들어져. 명백하지 않아?

 남편은 아프고, 돈은 없고 하니, 여기 예전 살던 곳에 와서 자식 유기하러 온 거지.

 아마 니네 엄마는 부산이나 다른 도시로 이미 갔을 걸.

 내 장담한다.

 요즘 워낙 제정신이 아닌 부모가 많아서, 참나 세상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니에요.”

 

 “그래 아니겠지.

 그래도 내말 나중에 생각하면 고맙다고 할 거다.”

 

 

 

 그 때 전화가 걸려오고, 경찰관이 전화를 받는다.

 

 

 

 “네, 지구대 입니다.

 아네, 경관님. 안녕하십니까?

 네, 오늘 읍내 경찰서로 인계하겠다고요.

 그러면 저야 좋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찰관은 얼굴에 화색이 돌고, 민을 향해 말한다.

 

 

 

 “좀 있으면 좀 더 큰 경찰서로 인수 될 거야.

 어차피 그 쪽으로 갈 수순이었으니, 좀 더 빨라진다고 생각해.

 여기 작은 경찰서 있다가, 큰데 가니 좋지 않아?

 모르지, 커서도 이런 경찰서 들락날락 할 수도.

 너 같은 아이들 덕분에 우리 경찰들이 있는 거고.

 우린 함께 가는 거지, 하하하!”

 

 

 

 민은 날이 선 표정으로 경찰을 올려다본다.

 

 

 

 “아니에요.

 난 안 그럴 거야.

 잘 견뎌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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