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 200층 높이의 해운대 랜드마크 건설현장 근처 식당에서 공사장 잡부들이 TV를 보며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MBM 8시 뉴스 앵커 박성호입니다. 오늘은 국내외적에서 엄청난 사건들이 쏟아져 나온 하루였습니다. 각 방송사의 데스크에서 정말 바쁜 하루를 보냈을 것 같은데요. 우선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의학상 수상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대한민국 국가생물종연구소 나경수, 김지민 연구원과 국립의료원 김성찬 연구원이 공동 선정 되었다고 한국시각 오늘 새벽 4시에 발표를 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세종시 정부청사에 나가있는 MBS 박남기 특파원을 연결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박남기 기자…….'
"처음 받는 거 아이가? 야! 대단하네?"
"어이구 빙신새끼야! 그때 누고? 노무혀이 앞에."
"김대주이?"
"하모 김대중 대통령이 저번에 한번 받았다 아이가."
"진짜가?"
"그래, 2002년 월드컵 할 땐가 북한 같다오고 노벨평화상인가 받았다 아이가! 햇빛정책인가 뭔가 해 가꼬."
"아! 맞네. 기억난다. 노벨평화상. 그래도 오늘은 의학상이니까 더 대단한 거 아이가?'
"그건 그렇지, 의사들이 얼매나 공부 많이 했겠어? 노벨의학상이니까 의사들 중에는 저 사람들이 세계에서 최고라는 기다."
"야~ 이러다가 우리 200살까지 사는 거 아닌지 모르겄다. 저리 좋은게 자꾸 나오니 사람들이 잘 죽지도 안하는 기라."
'…… 네, 박기자 잘 들었습니다. 조금 전 들어온 속보인데요. 정부는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세 연구원과 최근 교통사고로 순직한 박유진 연구원에게 최고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연구원들은 물론 우리 국민여러분들에게도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통령 뒤의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호그룹 황성돈 회장이 오늘 오전 심장마비로 78년간의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 했습니다……."
"아이고야, 황성도이가 죽었나?"
"나이도 얼마 안됐는데 벌써 죽나?"
"심장마비라카네."
"떡치다 죽었는 갑네. 하하하하!"
"아이고! 아이구야, 지 재산 아까봐서 우찌 눈 감았시꼬? 불쌍하다 그자? 재산이 몇 조는 될긴데."
"미친새끼 아이가! 불쌍키는 머가 불쌍한데? 좋은 거 다 쳐 묵고, 해 볼 거 다 하고 죽었을 낀데. 니 꼬라지를 바라. 누가 불쌍한 놈인지."
"내가 와? 뭐 어때서? 사는 게 다 그렇지! 근데 황성도이 죽을 때 닝게루 한 1억짜리 썼을끼다 그자?"
"그런 거 쓰면 뭐하는데? 결국은 저리 뒤지는데! 인명은 재천인기라."
* * *
'일본에서도 큰 일이 있었네요. 오늘 오후 일본의 고노 수상이 전격 하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지지율에 결국 굴복을 하고 말았는데요. 일본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들이 잇달아 실패하자 결국 권좌를 내려놓고 말았다고 합니다. 밀실정치, 공포정치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고노정부의 결말이 참으로 쓸쓸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소식은…….'
"하여튼 여나 저나 정치하는 개새끼들은 다 똑같다니까."
"국민들 고마 밥 잘 묵고 편안하게 살게 해주면 될 낀데. 거기 그리 어렵나?"
"지랄하네! 요새 밥 못쳐 묵는 놈이 어디 있는데? 세상이 달라렸다. 저런 도둑놈 새끼들은 절대로 정치하모 안된다!"
"그래도 국회의원들은 아무나 못 한다 카던데. 텔레비로 보면 엄청 나쁜 놈으로 보여도 직접 만나보면 진~짜 똑똑하다 카더라."
"쪼다가튼 소리 하고 있네, 니가 몰라서 그렇지 요새 국민이 더 똑똑하다. 니 같은 놈한테는 밥풀때기 하나 쳐 먹여놓고 저것들은 소고기 쳐 묵고 있는 기라. 니 같은 것들이 있응께 저런 것들이 맨날 국회의원 해 묵고 있는 기라. 알겄나?"
"정식아! 니는 그런 거 다 어디서 듣는데? 니는 진~짜 아는 게 많은 것 같다."
"와? 니도 사람이람 잘 외운다 아이가?"
"그런데 내한테 너무 뭐라하지 마라. 자꾸 뭐라 하니까 주눅이 들어서 더 모르겠다 아이가?"
"알았다. 술이나 묵자 고마. 니나 내나 쌔가 빠지기 일하고 왔는데 우리가 뭐할라꼬 저 새끼들 때매 싸울끼고?"
"그렇제? 한 잔하자이!"
* * *
'다음 뉴습니다. 부산지방경찰청 강력계 특수2부는 지난 9월 30일 부산 연산동 신주쿠스시 일식집에서 일어난 총기 살인사건에 대해 부산지역 신생 폭력조직 대못파 내부의 권력암투로 인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수2부는 러시아에서 총기 밀매한 주도한 혐의로 대못파 해외행동대장 빅토르 박을 체포하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