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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계와 인간 사이
작가 : 소설쓰는중
작품등록일 : 2019.8.25

이 작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로봇들의 직업대체율이 90퍼센트 이상이 오른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시위단이라는 조직이 무력으로 로봇들을 몰살시킨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제 같은 경우는 원고엔 1,2 같은 숫자만 썼으므로 좀 이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2장
작성일 : 19-09-28 19:59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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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정신이 다시 돌아왔을 때는 그들이 이미 학교 건물 밖을 나왔을 때였다. 아직 누군가에게 업혀 있었다. 나는 다시 몸을 움직여 보았다, 이젠 몸이 움직인다. 나는 조금씩 몸을 움직여보았다. 몸이 뻐근한 느낌이 들었지만 움직일 만은 했다. 눈을 뜨고 정확히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했다. 내가 학교 담을 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길 그대로였다. 정확하게는 담을 넘고 처음 본 그 바위가 보였다. 그리고 바위를 지나가는 사람이 보였다. 누군지는 보이지가 않았다.

  “근데, 그 로봇은?”

  내 옆에 있는 남자가 말했다. 여자가 맞장구를 친 것이 들렸다. 잘 들리지는 않았다. 대충 알아서 있을 것이라는 맥락 같았다,

  나는 남자의 말을 듣고 나서야 로봇이 생각났다. 그 로봇은 계속 내가 계단에 앉으라고 한 곳에 앉아 있을까? 아니면 몰래 나를 따라오고 있을까? 지금 당장으로서는 알 턱이 없었다. 일단 나를 업고 있는 사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는 머리를 뒤쪽으로 올렸다. 그러자 나를 업고 있는 남자 옆에서 나머지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머리로 나를 업고 있는 남자의 머리를 부딪치려 마음을 먹는 순간이었다. 여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조심해!”

  여자가 내 얼굴을 쳐다보고 나를 업고 있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이미 늦었다. 나는 고개를 최대한 빨리 내렸다. 기계인 오른쪽 머리를 통해 남자의 머리와 부딪히자 빡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고, 나는 뒤로 중심이 빠져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지자마자 나는 다리를 휘둘러 옆에 있던 남자와 여자의 다리를 걸어 쓰러지게 했다. 남자는 넘어지는 동안 총을 쐈는데 다행히 빗나갔다.

  손을 딛고 일어났는데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담으로 뛰어가던 도중에 휘청거리고 말았다.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속이 뒤집혔다. 담 근처에 도착하자 나는 헛구역질을 하며 두 손으로 담 위를 잡고 다리를 위로 올려 담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담을 넘으면서 전기총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여자가 계속 총구로 나를 겨누며 총을 쏴댔다. 총알은 모두 빗나가고 있었다. 총알은 주위에 박히면서 지지직대는 전기를 내뿜고 있었다.

 

  담을 넘고 땅에 발을 대자 다시 욱신거리는 고통이 밀려왔다. 나는 발목을 몇 번 문지르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로봇을 먼저 구할까도 생각했다.그러나 바로 집어치웠다. 괜히 로봇을 구하려다 다시 시위단에게 붙잡힐 수도 있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학교 담이 이어져 있는 길을 따라 뛰었다. 학교 근처라 그런지 인도 옆에 철로 된 사고 방지용처럼 만든 구조물이 있었다.

  뒤쪽에서 또다시 총소리가 들렸다. 인도 옆의 좁은 차도에서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키며 내 눈을 가렸다. 나는 묵묵히 뛰기만 했다. 도저히 잡히기 싫었다. 다시 전기가 흐르는 총알에 맞아 감전이 된다 해도 이번에는 뛸 것이다.

  이 길을 중간쯤 뛰었을 때, 무언가 툭 튀어나와 있는 것에 왼쪽 어깨가 부딪히고 말았다. 그 무언가를 보니 전봇대였다. 피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쓰라렸지만 나는 다시 뛰었다. 시위단에게 붙잡히는 것보단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 후로도 전봇대가 몇 개 더 서 있었다. 나는 최대한 전봇대 반대쪽으로 뛰어서 부딪히지 않았다.

  입으로만 숨을 쉬어서 목이 따가워질 때쯤, 저 앞에 사고 방지용으로 만든 구조물이 없는 것이 보였다. 좀 더 뛰자 사거리가 보였다. 어디로 뛰어야 숨을 수 있을지 고민 하려던 순간, 뒤에서 시위단이 뛰어오는 소리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차도로 급하게 뛰어갔다. 앞만을 보며 차도를 뛰자 바로 옆 차도에서 오던 차가 나를 받을 뻔했다. 자동차가 끼익 소리를 내며 속도를 줄이며 내 앞에 멈춰 섰다. 차를 운전한 사람은 운전대를 붙잡고 벌벌 떠는 것이 보였다. 나는 놀란 마음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머리가 멍해지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부동의 자세를 깨게 했던 건 시위단이 쏜 총소리였다. 살짝 빗나가는 것이 귀에 울리듯 들려 움찔했다. 나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대신 왼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어느 길로 가도 숨을 만한 곳은 보이지가 않을 것 같다고 직감했다.

  왼쪽 길로 들어가면서 보이는 것은 건물들이 내뿜는 빛과 몇 개 있지도 않은 가로등뿐이었다. 시위단은 그마저도 가로등 빛에 비춰진 나를 보며 총을 쏴댔다. 멈추라는 듯이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나는 시위단이 뛰어오는 길에서 제일 반대쪽으로 뛰었다. 시위단은 학교를 옆의 인도에서 뛰고 있었고 나는 그 반대쪽인 차도를 향해 뛰었다. 그들이 총을 쏠 때마다 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멈추거나 아니면 다른 자동차들을 추월하며 더 빨리 달렸다.

  시위단보다 더 빨리 뛰려 무리할 정도로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는데, 오른쪽에 꽤나 큰 골목길이 보였다. 나는 그곳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골목길로 들어가서 제일 근처에 있는 빌라의 지상 주차장에 들어갔다. 최대한 깊게 들어갔다. 주차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시위단은 나를 찾지 못하겠지만 끝까지 들어가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들킬 것 같은 불안감이 커졌다.

  숨을 재빠르게 쉬었다. 입술은 말랐고 목은 사막처럼 메말라 갔다. 결국 주차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바닥에 둔 뒤 고개를 숙여 기침을 해댔다. 눈에 초점을 잃은 채로 몇 십 초간 숨만 쉬었다. 머리에 피가 쏠리면서 머리가 답답해졌다. 그래도 나는 계속 이 자세를 유지했다. 고개를 들면 죽을 것 같았다.

  숨을 쉬는 것이 조금이나마 괜찮아지자 전봇대에 부딪힌 왼쪽 어깨가 아파왔다. 쓰라린 고통에 나는 왼쪽 팔을 든 다음에 주차장 벽까지 기어갔다. 들어갈수록 어두컴컴해서 부딪히지 않으려 왼손을 앞으로 뻗고 걸었다.

  어디가 어디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기었을 때, 왼손에 무언가 닿았다. 세로로 평면이었고, 딱딱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벽이었다. 나는 몸을 돌려 벽에 등을 기대고 조심히 앉았다. 털썩 소리가 들리고 바닥에 있는 먼지들이 흩날렸다. 먼지들을 보며 인생이 먼지 같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왼쪽 어깨가 아팠다. 오른손으로 어깨를 잡자 옷에 축축한 것이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뭐지 하며 오른손에 묻은 것을 가까이에서 보자 나는 어깨를 움찔하며 놀라고 말았다. 피가 온 손에 묻어 있었다.

  손을 후드 티 안으로 넣고 왼쪽 어깨를 만지자 피가 나는 부분의 옷이 찢어져 있었다. 나는 직접적으로 상처가 난 부분을 조심히 만져 보았다. 따가운 느낌이 온 곳으로 퍼져나갔다. 송곳 수백 개를 한 번에 찌르는 듯했다. 나는 곧바로 눈을 찡그리고 신음을 내뱉었다. 손을 후드 티에서 빼고 바닥에 내려놨다. 다시 상처가 난 곳을 보니 후드 티에도 핏기가 살짝 서려 있었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눈동자만 내려 바닥을 보았다. 바닥에 선처럼 피가 흘러 있었다. 그러면서 내려놨던 손으로 지혈을 하기 시작했다.

  “돌아버리겠네.”

  나는 나지막이 흘려보내듯 말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듣지도 못할 정도일 것이다. 시위단에게 도망치는 것도 버거운데 이렇게 피가 흥건히 나올 정도로 다치다니. 정말 환상적일 정도로 죽을 맛이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뭔가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깜깜한 정적 사이에서 들리는 소리라서 아픈 것을 잊게 할 만큼 큰 소리였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뭐가 낸 소리인지 살폈다. 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주차장은 내 주위 1미터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울음소리가 들렸다. 대충 어디서 들리는지는 알 수 있었다. 오른쪽에 있는 차 쪽이었다. 나는 고개를 힘들게 돌리며 차 쪽을 보았다. 차체 밑 공간에 무언가가 웅크려 있는 듯한 형체가 보였다. 나는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해서 허리를 굽히며 보았다.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이런 곳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있어봤자 길고양이 밖에 더 있을 리가 없다.

  울음소리를 한 번 더 내더니 자동차 밑에 숨어 있던 형체가 조금씩 걸어오기 시작했다. 눈살을 찌푸리며 뭐가 나오고 있는 건지 집중하며 보았다. 형체의 반이 내 눈에 들어오더니 이젠 뭐가 낸 울음소리인지 알아냈다. 역시 길고양이였다. 아기 길고양이다.

  고양이는 어딘가 불편한지 나오는 자세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나는 지혈을 하던 오른손으로 고양이가 나오는 걸 도왔다. 피는 잠시 멎은 듯했다. 나는 고양이의 몸통을 오른손으로 받쳐주었다. 그러자 고양이는 앞발을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길고양이를 이렇게 도와주다니, 정말 맛대가리가 나간 것 같다. 골목길에 있었을 때, 사람 다음으로 많이 봤던 것이 길고양이였다. 그때는 가까이 오지 말라며 손짓을 했는데 말이다.

  고양이가 차 밑에서 다 나오자 나는 고양이의 몸을 보고 놀랐다. 고양이의 오른쪽 뒷다리가 없었다. 나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는 자신의 다리 한 쪽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지 내가 오른손으로 고양이의 몸통을 놓자 얼굴로 내 손바닥을 비볐다. 고양이의 표정은 한없이 편한 모습이었다.

  나는 문득 이 고양이가 어떻게 혼자 이런 주차장에 있을지 생각했다. 어미한테 버려졌나? 다른 고양이한테 따돌림을 받아서 혼자 떨어졌나? 나는 고양이가 내 손을 핥는 것을 보니 더욱 고양이가 안쓰러워졌다. 나는 고양이의 왼쪽 다리가 있을 만한 곳을 보았다. 고양이의 크기가 작은 것을 보니 상처가 난 것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할수록 고양이가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고, 둘 다 몸에 이상이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남들에게 조롱과 야유의 표적이 되기도 하니. 나는 결국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에게 괴롭힘을 당해 이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꾼 꿈에 대해 생각했다. 그게 정말, 정말 내 꿈이라면 마지막에 주스를 마시고 쓰러진 것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쳤다. 지금처럼 몸의 반이 기계는 아니었고 조롱과 야유의 대상도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나만 지나가면 쳐다보며 수군대지도 않았고 욕을 하지도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이 몸에 붙어 있는 기계들이 싫었다. 더 화나는 것은 내 몸이 그대로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나 같이 이런 상태라면 나도 그 사람을 욕할 것이고 조롱하며 야유를 퍼부었을 거라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 내 옆에 있는 고양이를 통해 위로라도 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다시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 고양이는 그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주차장 바깥쪽을 보았다. 주차장 바깥쪽에는 내 손에 있는 고양이의 몇 배 정도 크기의 고양이가 있었다.

  어미 고양이인 듯했다. 아기 고양이는 강아지가 낑낑대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어미 고양이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기 고양이는 내 손을 벗어나 불편한 자세로 어미 고양이를 향해 걸어갔다. 나는 그 광경을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아기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가 만나자마자 어미 고양이는 아기고양이의 몸을 혀로 핥았다. 아기고양이는 어미 고양이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몇 분 후, 아기고양이와 어미 고양이는 주차장 밖을 나갔다. 아기고양이는 여전히 불편한 자세로 천천히 걸었다. 어미 고양이는 아기고양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그들은 주차장을 나가 골목길 더 깊이 들어갔다. 내 시선에서 고양이들이 사라지자 나는 허탈감을 느끼고 말았다. 가끔씩 느껴온 감정이건만 지금은 너무 강하게 느껴졌다. 몸이 이렇게 되기 전에는 내 주위에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었다. 당장 확실한 것은 지금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다시 어느 정도 지날 쯤, 다시 졸음이 쏟아졌다.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눈이 잠겼다. 잠이 들 정도로 정신이 뭉개지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서 어떻게든 잠을 자라고 명령을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결국 머리를 손으로 몇 대 때렸다. 도저히 잠은 자고 싶지 않았다. 잠자는 것조차 이젠 고통으로 다가왔다. 제대로 된 꿈을 꾸고 싶은데 알아봤자 필요 없을 기억만을 꾸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는 더 자는 것 같은데 피로는 사라지지 않고 졸음만 계속 쏟아졌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머리를 때렸다. 그래도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잠을 자지 않으려 하니 어깨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졌다. 아니, 불안해졌다. 나는 후드 티의 목 쪽에 있는 부분을 홱 잡아당겨 그 안으로 어깨를 보았다. 개판이었다. 피는 여기저기 흩어져 말라 있었고, 주위의 피부는 핏기가 없었다. 괴사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조금의 희망이라면, 움직일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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