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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계와 인간 사이
작가 : 소설쓰는중
작품등록일 : 2019.8.25

이 작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로봇들의 직업대체율이 90퍼센트 이상이 오른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시위단이라는 조직이 무력으로 로봇들을 몰살시킨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제 같은 경우는 원고엔 1,2 같은 숫자만 썼으므로 좀 이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5장 -지하철(3)
작성일 : 19-09-04 22:42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5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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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온다.

  어디선가 나에게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며시 눈을 뜨고는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지하철역이 나를 맞이했다. 소리라고는 빗소리와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는 소리만이 들렸다. 발자국소리가 어정쩡하게 들리는 것을 보니 한 명이 아니다. 게다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내 귀를 쫑긋거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조금씩 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는 거 맞아?”

  여자가 소곤거렸다.

  “한승현이 말했잖아.”

  남자도 소곤거리며 대답했다.

  ‘한승현이 날 못 본 게 아니었어?’

  일단 그들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한승현 그 녀석, 진짜 본 거야?”

  “그렇겠지, 로봇 학살한 놈이 그걸 구분 못 하겠어?”

  나는 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손전등이 켜져 있는지 소리가 나는 쪽에서 빛이 보였다. 조금씩 눈을 뜨고는 정확하게 그들이 어디 있는지 확인했다. 멀리서 희미하게 형태가 보였다. 아직은 도망칠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손전등 불빛은 지하철역 여기저기를 비추고 있는데 지하철역에 그 학생과 노숙자들은 한 명도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기절한 사이 벌써 도망친 것 같다.

  나는 조금씩 이 자리를 떠나 지하철역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손전등 빛이 나에게로 방향을 바꿨다. 몸을 최대한 벽에 갖다 댔다. 벽에 최대한 기대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빠져나갈 수 있는 수를 생각했다. 하지만 빛은 빨리 다가오고 있었고, 마음만 조급해졌다. 손전등 범위 밖으로 소리가 최대한 나오지 않게 걸어 나가기로 했다.

  나는 손을 지하철역 벽에 붙이며 길을 찾았다. 최대한 무릎과 허리를 굽힌 채로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매끄럽고 가공된 벽돌로 이루어진 벽이 만져졌다. 상당히 좋은 느낌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았다. 내가 한 걸음씩 조심하며 걷는 동안, 그들은 나로부터 5미터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잘못하면 그들과 싸워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걷는 것이 관건이었다. 고개를 그들에게로 고정한 뒤로 오른쪽 발을 앞으로 보냈다.

  내가 발을 앞으로 내딛는 순간, 갑자기 ‘콰직’ 소리가 났다. 알루미늄 캔이 찌그러지는 소리였다. 알루미늄 캔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조용한 지하철역에 소리라도 지른 듯이 넓게 퍼져나갔다. 무엇보다도 그 캔을 내가 밟았다는 점이다. 순간적인 당황함과 함께 생각했다.

  어쩔 수 없다. 싸워야 한다.

  그들은 캔이 밟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손전등 불빛을 소리가 난 쪽으로 보냈다. 나는 재빨리 발을 떼고는 구석으로 기어갔다. 그들은 호주머니 속에 있는 권총을 꺼내 손전등을 든 반대쪽 손으로 조준을 했다. 나는 권총에 압박감을 느껴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 잘못 내쉬는 순간 내 폐에 총알이 순간적으로 들어갈 것 같다.

  내가 두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청각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조차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암흑 속에서 적막마저 흐르게 되었다. 그들은 조금씩 가까이 소리가 난 쪽으로 걸어갔다. 조금만 더 오면 바로 내 옆을 지나가게 된다. 그들은 찌그러진 알루미늄 캔이 보았다. 이젠 바로 내 옆이다. 여기서 바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지만 다른 곳으로 간다 한들 다시 그들에게 들킬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저들이 들고 있는 권총만 빼앗는다면 죽일 수는 없어도 협박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다짐했다.

  이젠 저들이 내 옆을 지났다. 등을 보였다는 뜻이다.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는 저들 중 가까운 사람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숨소리조차 의심하는 듯했다. 나는 조금씩 무릎을 피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복부가 조이고 머릿속은 온통 백지였다. 그래도 내가 지금 해야 할 행동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입을 틀어막고는 발로 그 사람의 무릎 안쪽을 가격했다. 그 사람은 알아차릴 새도 없이 내 공격에 당하는 듯싶었다. 그 사람은 팔을 뻗고 허리를 돌려 나를 공격하려 했다. 나는 그 사람의 턱을 잡고 턱뼈를 조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소리를 지르며 권총을 나에게로 조준했다. 다른 손으로 그 사람이 권총을 집은 손목을 잡고는 힘을 주어 비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권총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나는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고는 떨어지는 권총을 잡았다. 다시 그 사람의 입을 막고 몸을 그 사람의 옆에 있던 사람 쪽을 돌리고는 권총을 그 사람의 관자놀이에 조준했다.

  “누구야!”

  여자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내가 잡고 있는 사람은 남자겠지. 여자는 손전등으로 나와 남자를 비추더니 권총을 나에게 조준했다. 남자는 계속 발버둥 쳤지만 오른팔로 남자의 목을 휘감았다. 여자는 금방이라도 총을 쏠듯이 자세를 잡았다. 여자가 나를 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 기계구만. 총을 쏠 줄은 아냐?”

  여자의 도발에 나는 말없이 총을 여자에게로 조준했다. 일부로 여자가 서 있는 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과 함께 반동이 밀려들어왔다. 총알은 순식간에 벽에 꽂혀 들어갔다.

  여자는 살짝 당황한 기색이 돋보였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다. 권총의 반동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게다가 쏠 생각은 없었다. 여자의 말에 흥분해 쏜 것이었다. 다시 남자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갖다 댔다.

  “누구야?”

  시위단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조금 더 파헤쳐 봐야할 필요가 있다.

  “누구긴 누구겠어, 널 잡으러 온 인간들이지.”

  남자가 살짝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남자에겐 진지함과 장난스러움이 동시에 보였다. 역시 나를 떠보려는 것 같다.

  “시위단인 것만은 확실하게 알겠지?.”

  남자가 덧붙였다.

  ‘그래, 알고는 있었지.’ 여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기에 사람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던데? 네가 그랬어?”

  여자의 말에 “아니”라고만 했다.

  “그래, 그 정도는 우리도 알아. 저기 CCTV가 다 말해줬으니까. 노숙자들과 학생 한 명이 그랬네?”

  이번에는 남자가 말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르고 그들이 말한 한승현에 대해 궁금즘을 가졌다. 학살자라는 칭호 말고는 다른 것은 없을까?

  “한승현에 대해서 뭘 알고 있어?”

  여자는 여전히 당황한 상태지만 눈빛만큼은 나를 잡아먹을 듯이 매서웠다.

  “한승현 그 놈? 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기계들을 잡아 부셔버리는 놈이지. 반 년 전만 해도 걔도 로봇으로 꿀 좀 빨았을 텐데 말이야.”

  여자는 내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듯이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네가 알고 싶은 게 뭔데? 왜? 한승현이 너 하나 못 찾을 줄 알았어?”

  생각이 복잡해졌다. 한승현은 나를 못 찾은 것이 아닌 나를 갖고 논 것이었다.

  그 사실에 손목이 다시 아파왔다. 총을 들기도 힘들었지만 내가 팔로 목을 조르고 있는 남자의 표정을 보면 총을 들 수밖에 없었다.

  “총 들기도 힘든 것 같은데?”

  남자는 나를 보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남자의 말대로 손목이 떨려왔다. 그래도 나는 총구를 남자의 관자놀이에 붙였다. 그러자 남자는 손을 들며 양 팔을 들었다. 진지함이라고는 1도 보이지 않았다.

  “실은 널 죽이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와서 말이야.”

  여자가 나를 조준하던 권총을 내리며 말했다.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 때문에 권총을 떨어트릴 것만 같았다. 여자는 내 표정을 보더니 피식 하며 여자는 총을 지하철역 바닥에 내려놓았다.

  “너도 웬만하면 내려놓지? 그렇게 들고 있어도 우리는 상관없어.”

  여자의 행동을 보자 나 역시 어느 정도는 여자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나는 천천히 총구를 남자의 관자놀이에서 떨어트렸다. 그러자 여자는 곧바로 시선을 남자에게로 돌린 후,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들고 있던 팔을 굽어 팔꿈치로 내 얼굴을 가격했다. 미간 사이를 정확하게 맞았다. 중심이 뒤로 빠지면서 뒤로 몇 걸음을 휘청거렸다.

  “저거 우리를 아주 호구로 보고 있었구만.”

  여자가 피식 하며 말했다.

  실눈을 뜨며 권총을 조준했다. 미간을 맞아서인지 눈까지 그 여파가 전달된 듯했다. 총을 남자와 여자를 번갈아가며 조준했다.

  “왜? 쏴 봐.”

  남자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얄밉기 그지없었다.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검지손가락이 부들거렸다. 아무리 총을 쏘려 해도 다섯 손가락들이 모두 굳어버리고 말았다.

  여자는 바닥에 내려놓은 권총을 줍고는 곧바로 나에게로 총을 쏴댔다. 총알은 내 왼쪽 팔을 향해 날아갔다. 총성이 들리자마자 총알이 내 왼팔을 뚫으려 했다. 총알은 왼팔의 기계에 튕겨져 나가고 말았지만 총알의 속도는 막을 수가 없었다. 내 팔부터 어깨까지 총알의 속도로 밀려나가고 말았다, 그러면서 몸까지 따라 밀려가며 지하철역 바닥에 벽을 부딪히며 쓰러졌다.

  남자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권총을 더 세게 쥐었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내가 쥐고 있던 권총을 빼내려 안간힘을 써도 도저히 빠지지 않았다.

  “손 놔!”

  남자는 내 머리를 손으로 치며 말했다. 나는 거듭된 체력부담으로 결국 바닥에 눕듯이 쓰러졌다. 남자는 무릎을 피고 발로 내 머리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머리 속의 뇌가 흔들리는 것 같다. 밟힐수록 고통은 배가 됐다. 남자는 내 머리를 수번이나 밟았다. 재미라도 들린 듯했다.

  “그만하지? 그 정도면 화풀이는 하고도 남았잖아.”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잠시나마 내 머리를 밟는 것을 멈췄다.

  “왜? 우리가 쟤 기억 처넣어야 해야돼서?”

  남자는 발로 내 팔을 툭툭 건드렸다. 나는 반쯤 나가있는 정신에서 남자의 말을 들었다. 내 기억이라니? 내 기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였어?

  “그래, 잘 아네.”

  여자가 확인하듯이 말했다. 남자는 살짝 실망한 듯이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의 상의에 있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나에게는 암흑 속에서 부스럭대는 소리만이 들렸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꺼낸 정체불명의 물체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내 머리를 누르기 시작했다. 머리를 어떻게든 흔들어대며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 결국엔 여자도 다가와 내 머리를 누르기 시작했다. 남자가 정체불명의 물체를 작동시키는 소리가 들리는 동안, 여자는 내 머리카락을 헤치기 시작했다. 남자가 무언가를 빼내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내 뒤통수의 머리카락을 헤집자 뭔가를 찾은 듯이 머리카락을 헤집는 것을 그만두었다.

  “준비 됐어?”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되고말고. 우리가 이 기억을 보지를 못 하는 게 아쉽지만.”

  여자는 내 뒤통수의 어딘가를 만지는데 그런 느낌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딘가 지금까지 알지 못한 빈 듯한 공간이 있었다. 저항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은 탈진한 상태였다. 기계인 부분들도 움직이게 할 정신이 받쳐주지 못했다.

  남자는 내 뒤통수에 무언가를 꽂았다. 무언가가 내 뒤통수에 꽂히자 이상한 느낌이 밀려 들어왔다. 지금이라도 헛구역질이 나올 것처럼 속이 뒤집어졌다. 온 힘을 다해 기침을 했지만 나오는 거라곤 입속의 침밖에 없었다. 남자와 여자 둘을 보려 시선을 돌렸다. 남자는 한심하다는 듯이 내 눈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좋은 꿈 꿔라.”

  그러며 남자는 내 얼굴을 찼다. 나는 남자의 발에 얼굴을 맞으며 정신을 잃자 어딘가 익숙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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