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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계와 인간 사이
작가 : 소설쓰는중
작품등록일 : 2019.8.25

이 작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로봇들의 직업대체율이 90퍼센트 이상이 오른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시위단이라는 조직이 무력으로 로봇들을 몰살시킨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제 같은 경우는 원고엔 1,2 같은 숫자만 썼으므로 좀 이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3장-지하철
작성일 : 19-09-02 22:36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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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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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하얀색 구름이 아닌 회색빛 비구름이었다. 저 멀리서부터 번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나기라면 차라리 비를 맞으며 계속 가면서 숨을 곳을 찾으면 되지만 소나기가 아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는 비대로 맞아야 하고 숨을 곳도 찾아야 하니 말이다.

  십 여분 정도를 걷자 물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방울들이 내 머리와 옷에 떨어졌다. 물방울이 회색 후드 티에 묻자 그 부분은 검은색으로 변했다. 손과 머리에도 물방울이 떨어졌다. 딱히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툭툭 떨어지는 무딘 송곳을 맞는 느낌이었다. 물방울이 비라고 불릴 만큼 떨어지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우산을 피기 시작했다. 조롱과 야유를 보내던 사람들은 우산을 피느라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비구름은 곧장 장대비를 내리게 했다. 구름이 이젠 온 하늘을 덮었다. 주위가 어두워졌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핸드폰 손전등으로 앞을 밝히며 걸어갔다. 몇몇은 우산에 자체적으로 있는 야광 기능을 뽐냈다. 도로에서 달리는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서 겨우겨우 속도를 줄이며 차도를 달렸다. 헤드라이트로 인해 보이는 장대비는 길이가 1미터는 되어 보였다. 장대비가 옷에 묻자 그 느낌이 피부로까지 느껴졌다. 비가 묻은 부분은 모두 축축해지고 말았다.

  옷이 모두 비가 묻어 축축해질 때쯤, 나는 결국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지하철역 안은 CCTV로 도배되듯이 있는데다가 시위단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순간 도망칠 곳도 없어지고 만다. 그렇지만 그만큼 비를 피할 곳도 없고, 사람들의 시선을 잘만 피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숙자처럼 연기만 잘한다면 괜찮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여기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곳 지리는 이미 외우다시피 걸어온 곳이었다. 내가 이렇게 되기 이전에도 이곳에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이렇게 된 이후에는 매일을 이곳에서 시위단을 피해왔기 때문에 빠삭히 알고 있는 곳이지만 두 곳은 내가 절대 가지 않은 곳이다. 이곳을 제외한 다른 지역과, 지하철역이었다. 지금까지 지하철역에 있었던 적은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6개월 전 그 일 이후로 시위단을 피하기 위해 들어갔던 적이다. 그때는 개찰구도 지나가지 못한 채로 주위를 서성이기만을 했다. 그때는 사람들의 시선에 적응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몇 십 분을 서성이다가 20분 만에 시위단에게 잡힐 뻔했던 적이었다.

  두 번째로는 차라리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 왜 호주머니에 있는지 모르겠는 돈으로 지하철을 탄 적이었다. 그 때 역시 지하철을 타기 전에 시위단에게 쫒기고 말았다. 차이점이라면 주먹을 시위단에게 내리꽂았다는 점이다. 그 때의 쾌감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죽일 수는 없었다. 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장대비를 맞으며 지하철역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후드를 뒤집어써도 머리는 이미 습기가 차 있었다. 후드를 벗을까하는 생각도 했는데 장대비를 대놓고 맞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결국은 후드를 끝까지 썼다.

  주위가 밤처럼 어둡게 변해도 주위에서 밝게 빛나는 빛만을 의지해 앞을 걸었다. 오른쪽 눈에 손전등 같은 기능이 있는데 괜히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상상만으로도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다시 앞을 보며 허리를 폈다. 앞을 보자마자 다시금 조급해졌다.

  ‘젠장할.’

  앞에 시위단 중 한명이 보였다. 그 사람은 검은색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저 멀리서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자 우산에게서 가려졌던 얼굴이 작게나마 보였다. 눈매가 살짝 올라가 있는 눈, 약간 휜 코를 보자 그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놀라고 말았다.

  이름은 한승현, 시위단 중에서 꽤 유명한 놈이다. 혼자서 도로를 걸어가는데다가 우산까지 피고 있어도 나를 구별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저놈은 6개월 전에 ‘학살자’라고 불릴 만큼 많은 로봇들을 박살냈다. 그런 놈이 로봇이라 불리는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럴 시간이 없다. 빨리 피해야 한다,

  나와 한승현 사이에는 횡단보도 하나가 있다. 한승현이 나를 알아채기 전에 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지하철역을 가는 길이기도 하다. 일단 무심한 듯 도로를 걸어갔다. 저 앞에서 한승현이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이 두려워도 횡단보도만 초록불로 바뀌기만 하면 재빨리 반대쪽 도로로 건너면 된다.

  ‘기회는 딱 한번 뿐일 거야.’

  생각한 그대로였다. 횡단보도를 놓치면 한승현한테 잡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처럼 횡단보도를 건널 계획을 세우지만 한승현의 얼굴만 보면 그런 계획은 삽시간에 무너져버린다. 한승현이 나를 보면 죽기 살기로 나를 쫒아올 테니 말이다.

  옷을 짜면 물이 나올 정도로 옷에 비가 물든 상태였다. 이제 횡단보도로부터 5걸음 정도가 남았다. 한승현도 마찬가지다.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초록불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한승현은 아직 나를 확인하지 못한 듯했다.

 ‘제발 눈치 채지 마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한승현을 보았다. 그때, 한승현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급하게 고개를 횡단보도 쪽으로 돌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몇 초간 한승현이 나를 봤을지 보지 못했을지 고민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초록불이 되었다. 나는 한승현 쪽을 절대 돌아보지 않고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며 걸어가는 사람들 틈에 들어가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 와중에도 한승현이 정말 나를 봤을지 고민했다. 고민이라기보다는 바램이었다. 한승현이 나를 보지 않았기만을 바랐을 뿐이었다.

  횡단보도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지나가려는 마음에 발을 더 빨리 굴렸다. 차도에 흐르고 있는 빗물들을 밟자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승현이 나를 따라오는 소리 같았다. 이젠 뛰듯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몇 초간의 순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반대편 도로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인 도로를 보았다. 한승현은 보이지 않았다. 반대편 도로에서도, 횡단보도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반쯤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한승현이 정말 나를 보지 못한 듯했다. 나는 다시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이젠 장대비가 내 시선을 가렸다. 안개가 낀 것처럼 온통 뿌옇게만 보였다. 게다가 한승현을 봐서인지 아직도 심장은 급하게 뛰었고 숨은 제대로 쉬어지지도 않았다. 한승현이 나를 쫒아오지는 않지만 아직은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지하철역에 최대한 더 빨리 가야만 했다.

  나는 아무 생각 하지 않았다. 생각해봤자 한승현한테 잡히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소리가 내 주변의 모든 소리를 없애버릴 만큼 들렸을 때, 애써 내 앞을 보았다. 사람들이 밝히는 불빛을 제외한다면 과연 보이는 게 있을까 싶었다. 비를 맞기도 싫었고, 특히나 아직도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면 갈수록 마음만 급해졌다. 숨을 가다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환한 불빛이 퍼졌다. 나는 비에 절인 듯한 보도블록을 걸으며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내심 지하철역이라고 느꼈다. 그 느낌은 열 걸음 정도를 더 걷자 확신이 들었다.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반쯤은 정말 희열을 느꼈다. 지금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애써 희열을 몸에 담아 두고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철역 옆에는 입체적으로 되어있고 호롱불처럼 밝게 빛나는 초록색 표지판에 세로로 ‘응암’이라 적혀 있고 그 밑에는 작은 갈색 원 모양 안에 ‘6’이라는 작은 하얀색 글씨가 그려져 있었다. 더 밑에는 1번 출구라는 표시가 있었다.

  이곳은 좁은 도로 안에 지하철역이 있어서인지 지하철역 위를 덮을 만한 것을 달지 않은 듯했다. 지하철역 안을 완벽히 들어가지 않는 이상 미끄러운 계단을 내려가며 비를 맞아야 했다. 만약 한승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덮개가 있고 에스컬레이터까지 있는 응암역 2번 출구에 갔을 것이었다.

  ‘정말로 흥건하네.’

  나는 조심스럽게 비가 묻어 있는 계단을 내려갔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그대로 굴러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라 말해야 할지는 몰라도 비가 오면 사람들은 모두 다른 출구에서 나가곤 하기에 내려가면서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내가 생각해도 출구를 나갈 때는 비를 맞지 않고 출구를 나와 우산을 펴는 것이 좋지, 비를 맞으며 올라간 다음에 우산을 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 속도보다 두 세배는 느리게 계단을 내려갔다. 그 순간, 오른발을 삐끗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왼발도 미끄러졌다. 미끄러지는 순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발을 어디에도 두지 못했다. 내가 겨우 미끄러지고 있다고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다리는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왼손으로 지하철역의 난간을 잡고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으려 손목에 힘을 주었다.

  왼쪽 다리가 계단 끝에 부딪혔다. 고통이 밀려오면서 몸이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난간을 잡고 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난간에 더욱 힘을 주자 왼쪽 손목 어딘가에서 뚜둑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난간을 잡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그제야 손목에 무언가 빠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손목에서 고통이 밀려들었다.

  나는 짧고 굵은 비명을 질렀지만 여전한 빗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목에 힘을 줘버리자 난간을 놓고 말았다. 결국 계단 끝까지 미끄러져갔다.

  계단 끝에 도착할 때는 온몸이 욱신거린 후였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보통 인간이라면 탈진해야할 부담을 며칠 째 잠도 잘 자지도 못한 채로 시위단을 피하며 있었으니 말이다.

  몇 분간 지하철역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도저히 일어설 힘이 나지 않고 있었다. 옷에 묻은 비 냄새를 그만 맡고 싶었어도 몸이 따라 주질 못했다. 코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반쯤 눈을 뜬 채로 생각했다.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지?’

  나는 가냘픈 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의 6개월은 이런 생각을 할 새가 없었다. 시위단에게 쫒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었다. 지금도 똑같긴 하지만 막상 이러고 있으니 지금까지 숨겨왔던 질문을 터트린 듯이 내 머릿속을 통째로 흔들었다. 복수조차 할 수 없다. 날 이렇게 만든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의 기억만이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날 이렇게 만든 사람한테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나는 나 자신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생각만을 하며 지하철역에 머물러 있었다.

 
작가의 말
 

 응암역은 실제로 은평구에 있는 지하철 역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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