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하늘이 우는 것처럼 내리는 날이다. 비가 도로를 적시다 못해 차들과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뜨거운 느낌. 주위에 뜨거운 느낌이 든다. 마치 따뜻한 비가 내리는 느낌이다. 그곳에 나는 쓰러져 있다. 내 눈앞에 보이는 거라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비와 바닥에 흩뿌려져 있던 피다. 누구의 피인지도 모른 채 나는 비명을 지르려 한다.
나는 피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내리고 있는 비의 고함과 청각이 부서질 듯하게 어디선가 들려오는 총성과 기계음이 삼켜버린다. 어디라도 피를 피할 곳을 찾으려 팔을 앞으로 뻗는다. 팔을 뻗자 보이는 것은 피부가 반쯤 없는 기계팔이었다. 충격과 함께 또다시 고통이 몰려온다.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온다. 다리밖에 보이지 않지만 다리까지 내려와 있는 도끼가 내 눈에 들어온다.
“야, 이 녀석은 기계냐, 인간이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들이 웅성대는 소리는 두 가지로 나뉜다. 기계라는 것과, 인간이라는 것이다. 나는 인간이라고 목 놓아 말하고 싶은데 고통으로 입이 막힌다.
“뭐, 쏴보면 알겠지.”
그들 중 한 명이 나에게 총을 쏜다. 내 왼팔의 팔꿈치와 어깨 사이에 무언가가 박혀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간다.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다. 총알이 내 근육을 찢어버린다. 나는 입안에서 침이 튀길 때까지 비명을 지른다. 팔에서는 이미 빨간 피가 비에 섞여 흘러내린다.
“몸의 일부가 기계인 사람인가 보네요.”
부하인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기계가 몸에 붙어 있다고 해도 분명히 인간이긴 한데요.”
나를 발견한 남자가 말한다.
“왜 데려가? 저 녀석도 어찌 보면 기계인데. 안 보여? 저기, 그리고 저기가 모두 기계로 되어있는 거.”
남자는 총구로 내 몸에 기계인 부분은 찌른다. 아무 느낌이 들지 않지만 금방이라도 총을 쏠 느낌이다. 나는 그러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지르던 비명도 멈추고 만다.
부하는 수긍한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남자는 발길을 나의 반대쪽으로 돌린다. 나머지 사람들도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걷는다. 저벅저벅거리는 소리가 갈수록 줄어든다. 내가 살려달라고 말해도 그들에겐 전혀 들리지 않는 듯하다. 그들이 빗길 사이에서 없어지는 것을 끝까지 보았다. 한 줌의 연기처럼 흐려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비가 그칠 때를 기다릴 뿐이다.
비가 그치자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단지 일어서길 바랄 뿐이다. 나는 손을 딛고 일어서기 시작한다.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어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눈을 들고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주위를 살핀다. 나는 주위를 보자마자 혼란에 휩싸인다. 이곳에 남아있는 거라곤 도로에 갈기갈기 찢어져 쓰러져 있는 로봇들의 잔해와 일부 사람들의 시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