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하중
눈을 뜨니 최소 하루는 지난 것 같았다.
종선이 놈이 내 예상보단 빨리 나를 배신했다.
원래 같았으면 놈의 달라진 분위기를 눈치챘겠지만 집에 들어오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물을 담는 바가지가 뒤집어져 있었다. 어머니는 도대체 언제 정신이 다시 돌아온 거지...
물론 바가지 하나로 어머니가 정신이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건 남들이 볼 때 비웃을만한 생각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나만 알고 있는 장치와 같다.
후회된다. 미친 듯이 후회된다. 일 년만 더 일찍 아니 한 달만 더 일찍 집에 돌아왔다면 어머니는 그 옛날 평소와 같이 나를 맞아주었을 거다.
어머니의 싸늘한 육체 옆에 엎드려 기어가 어머니의 팔을 붙잡고 흐느꼈다.
“시발... 시발... 시발..!”
성공해서 돌아오려고 했는데.. 양손 가득 돈을 들고 어머니와 다시 옛날처럼 돌아가려 했는데..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었지만 차마 돌아올 수 없었던 이 집에..
빈손으로 집에 돌아와 어머니의 어두운 얼굴을 본다면 차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다시 돌아오기를.. 사실 이 집에 비어있던 퍼즐은 집 나간 아버지도 아니고, 부족한 돈도 아닌 바뀌어버린 나였던 것이다.
어머니 배에 꽂힌 칼을 뽑아 옆으로 치우고 어머니를 끌어앉고 미친 듯이 울었다.
나에게 더 이상 남은 게 없다. 돈도 필요 없다.
어머니를 이렇게 만든 건 내 잘못이다.
내가 그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시계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하다못해 한 달이라도 먼저 이 집에 들렀다면..
나도 어머니 옆에서 목숨을 끊으려 헀다.
어머니 배를 찌른 칼을 들고 목에 가져다 댄 순간 환청이 들렸다.
‘놈들을 죽여’
‘어미의 복수를 해야지’
‘그렇게 죽어버리면 어미의 한은 누가 풀어?’
‘일어나’
‘가서 죽여’
‘놈들을 죽여’
난 칼을 목에다 치웠다. 그리고, 거절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일어났다.
방금 그건 분명 어머니가 내게 한 말이 분명하다.
이 칼에는 어머니의 정신이 담겨있다.
어머니의 시체를 치우는 건 일을 다 끝내고 와서 치울 것이다.
어차피 당분간 아무도 오지 않을 집이다.
내게 드디어 과업이 생겼다.
그 악마 새끼들을 죽이고 나도 죽을 거다.
그 새끼들의 몸에 어머니가 담긴 이 칼을 쑤셔 넣을 것이다.
방에서 일어나 칼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 서 위에 있는 거울을 봤는데 거울은 산산조각이나 깨져있었다.
거울로 본 내 얼굴은 갈라져 갈기갈기 찢어져있었으며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칼을 품 안에 넣고 아수라장이 된 집에서 나와 하늘을 봤다.
하늘은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있었고, 난 비를 맞으며 묵묵히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