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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초월의시간
작가 : meOh
작품등록일 : 2019.8.19

'너를 만날때까지의 그 사이의 시간을 초월중이다.'
<오초월>은 불로불사 마녀라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강남에서 카페를 운영한다.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이라 여기며 남에게 정을 주지않고 시간을 보내는 중에 카페 알바생의 친구 <지 환>을 만난다. 그를 기다려왔던 초월과 아무것도 모르는 환, 그 두사람의 네번째 인연이 시작된다.

 
1화
작성일 : 19-08-28 23:17     조회 : 384     추천 : 0     분량 : 6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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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강남의 높은 회색빛 빌딩숲 사이 눈에 띄는 2층짜리 건물, Cafe lotus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앤틱한 샹들리에 조명이 곳곳에 위치한 고풍스런 분위기의 가구들과 아주 오래돼 보이는 소품들을 비추고 있고, 벽에는 분홍빛 연꽃들이 그려져 있다.

 sns상에서 인테리어가 예쁘고 디저트가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해 평일 낮인데도 카페 안은 사람들로 붐빈다.

 

 얼음을 가득 넣은 유리잔에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붓고 찬물을 붓는다. 완성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주방을 나서는 초월은 이 카페의 사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은 모습이다.

 사람들의 수다소리로 가득 찬 카페 한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하얀 피부에 체리빛의 입술, 새까만 머릿결과 눈동자. 다리를 꼬고 앉아 책을 읽는 그와 테이블위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까지, 꼭 한 폭의 그림 같다.

 

 

 섞여 들려오는 여러 사람들의 사적인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아 책을 들었다. 남의얘기 몰래 듣는 것엔 흥미 없다. 일반사람들보다 몇 배 뛰어난 청력은 하등 쓸모없는 능력이라고 종종 생각한다. 오히려 시끄러운 소리로 머리를 울려 신경을 곤두세울 뿐이다.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 있도록 조절 할 수 있지만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럴 때 나는 책을 읽는다.

 

 차츰 사라져가는 소음에 만족을 느끼며 책을 읽던 나는 알바생 정욱이 부르는 소리에 심기가 불편해져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정욱은 눈치가 없는 건지 내 찌푸린 미간을 보고도 해맑게 말을 이어갔다.

 

 

 

 “연준이누나 그만둔다면서요?”

 

 “어. 근데.”

 

 “그럼 새 알바생 구해야겠네요?”

 “그래야지. 안 그래도 너한테 알바사이트에 글 올리라고 하려고 했어. 오늘 올려.”

 

 

 

 말을 마치고 고개를 내려 마저 책을 읽으려는데 정욱은 그 말을 하려고 온 게 아니라며 다시금 말을 이어왔다. 귀찮은 마음을 한숨으로 꾹 누르고 다시 정욱의 말에 귀 기울였다.

 

 

 

 “제 친구가 마침 알바를 구하고 있는데 여기서 일하면 어떨까 해서요.”

 

 “카페 일은 해봤고?”

 

 “해본적은 없는데 그 친구가 또 뭐든 금방 배워요. 똑똑한 애라!”

 

 “잘생겼어? 이왕이면 잘생겼으면 하는데. 매출 좀 더 올리게.”

 

 “사장님, 매출을 여기서 얼마나 더 올리게요? 잘생긴 사람은 호 형이 있잖아요.

 여기 온 손님들 중 절반은 호 형 얼굴 보러 온 걸걸요? 그리고 저도 있잖아요... 헤헤”

 

 “시끄럽고, 일단 내일 데려와 봐. 면접은 봐야지.”

 

 

 

 정욱은 알겠다는 대답과 동시에 손님이 들어오는 종소리에 후다닥 계산대로 향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골칫덩이 하나를 해결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앞에 있는 테이블위에 누워있는 고양이 요우를 쓰다듬었다. 정욱은 믿을만한 인간이다. 조금 시끄럽고 눈치가 없어 귀찮을 때가 더러 있지만 그의 순수한 영혼을 비추는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좋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투둑. 비 내리는 소리에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길을 걷던 사람들이 분주해진다. ...벌써 850년이나 됐네. 그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는데. 마음이 울적해져 반쯤 녹아 색이 옅어진 커피를 빨대로 휘젓고 있는데 앞자리에 누군가 쓰러지듯 앉았다.

 

 

 

 “아... 오늘 손님 왜 이렇게 많아.

 뭐해. 멍하니 앉아서.”

 

 “그냥. 비 오길래”

 

 “갑자기 무슨 비야. 어제까지 폭염이라고 난리더니. 날씨예보에 비온단말 없었는데...

 윤정욱 우산 안 가져왔다고 찡찡대더라.”

 

 “금방 그칠 거야. 소나기 같아.”

 

 

 

 

 임 호. 오래 전에 만난 도호산의 수호령이자 나의 유일한 벗. 몇 십 년 전만해도 산을 지켜야 한다며 산에서 내려오지 않아서 내가 직접 도호산에 가야만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마저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기 귀찮다며 본체인 호랑이의 모습을 대면해야했다. 시간이 지나 워낙 산이 우거져 인적이 드물어지자 심심했는지 도심으로 나와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다 내가 카페를 차린 뒤부터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오늘이 그날이구나. 850년 전 그날.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음력7월19일만 되면 비가 오네.”

 

 “.....”

 

 “꼭 누구 마음처럼.”

 

 “너 일 안해?”

 

 “여태까지 하다가 방금 앉은 거야. 그리고 바쁠시간 지나서 정욱이 혼자해도 돼.

 괜히 딴말하는 거 다 알아.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면 좀 찾아보지. 기다리지만 말고.

 찾을 수 있잖아.”

 

 “일부러 안 찾는 거야. 마녀랑 깊은 인연을 맺는 인간은 큰 화를 당해.

 알잖아. 너도 봤잖아. 두 번이나.”

 

 “....”

 

 “근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보고싶어. 기다리게 돼.

 그 애가 이번에도 약속을 지킬까... 나를 찾아올까... 내가 마녀가 맞긴 한가봐.”

 

 “두 번이나 찾아왔으면 이번에도 찾아오겠지.

 아무튼 그 애, 이번이 마지막 환생이야. 찾아오면 잘 지켜.”

 

 

 

 호는 오늘이 마지막 출근인 연준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나 연준을 맞으러 갔다. 연준을 본 정욱은 서둘러 퇴근준비를 마치고 내게 걸어왔다.

 

 

 

 “사장님~ 저 퇴근합니당! 아, 그리고 체리초코크림케익 홀케익으로 주문 하나 있어요.

 초는 큰 거 두 개랑 작은 거 두 개요. 아홉시 반까지 오신댔어요.”

 

 “그래. 얼른 퇴근해.”

 

 

 

 정욱이 퇴근하고 케익을 만들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케익과 같은 디저트류는 나 혼자 만든다. 소량의 주술을 섞어 만들기 때문이다. 이걸 먹는 동안만은 조금이나마 행복해지기를. 일종의 선행이다. 분홍색 크림을 바른 케익 위에 체리로 장식을 마무리 하고 케익박스에 넣어 초를 챙긴 뒤, 쇼케이스 아래쪽에 뒀다. 시계를 보니 벌써 아홉시다.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어떤 남자가 주문도 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았다.

 

 

 

 “아가씨, 커피 한잔 타 와봐.”

 

 

 

 마감시간에 가까워져 몇 없던 사람들의 시선이 남자에게로 향했다. 카페 안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호와 나는 주방에서 마감준비를 하고 있다가 남자의 말에 포스기 앞에 서있는 연준을 향해 뒤를 돌았다. 연준은 당황하지 않고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해대는 남자에게 답했다.

 

 

 

 “주문은 여기 오셔서 해주세요.”

 

 “알바 주제에 말이 많아. 손님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여기서도 들리잖아. 커피 한잔 달라고.”

 

 “여기 선불이야. 와서 주문해.”

 

 “뭐? 지금 너 반말 했냐?”

 

 “네가 먼저 반말 했잖아.”

 

 “이게 진짜. 여기 사장 어딨어! 알바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야?”

 

 

 

 사장을 찾는 남자의 말에 자신이 나가냐는 호의 몸짓에 고개를 젓고 주방에서 나와 남자의 앞에 섰다. 본인 앞에 선 내게 사장을 부르라며 언성을 높였다.

 

 

 

 “내가 사장인데.”

 

 “새파랗게 어린 게 사장이라고 있으니 알바도 저 모양이지.”

 

 “그쪽은 얼마나 나이를 드셨길래 이 모양이지. 당신 같은 사람 내가 아주 잘 알아.

  나이는 찼는데 직장에서 인정도 못 받고 이런데서나 뭐 되는 사람마냥 갑질하는 사람.

  진짜 추해 보여.”

 

 “이게 진짜.”

 

 

 

 남자가 때리려는 듯 들어 올리는 팔을 잡아 채 꺾었다. 남자가 꺾인 팔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그에 잡고 있던 남자의 팔을 내팽개치듯 놓았다.

 

 

 

 “알바라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당신 하인 아니라고.

  내가 돈 주고 고용하는 사람이야. 당신 때문에 그만두면 당신이 책임 질 거야?

  더 쪽팔리고 싶지 않으면 나가. 당신 같은 사람한텐 개똥도 안 팔아.”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급한 발걸음으로 카페를 나갔다.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가벼운 저주를 걸었다. 아마 오늘 집에 들어갈 때까지 지지리 운 없을 거다. 오늘은 별일 없이 지나간다했는데 평소보다 더 큰 똥을 밟았다. 그래도 내가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겨서 다행이다. 고개를 돌려 호를 보니 나와 연준을 향해 감탄하듯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그에 어깨를 한번 으쓱하곤 다시 주방으로 들어왔다.

 

 먼저 퇴근한 호를 대신해 마감을 마무리하고 짐들을 챙겨 나와 카페 문을 열쇠로 잠갔다. 인사를 하는 연준에 차로 태워주겠다는 말을 하곤 뒤를 돌았다. 괜찮은데... 중얼거리다 금방 내 옆으로 와 나란히 차를 향해 걸어갔다. 검정색 마세라티를 타고 연준의 집 앞에 도착 할 때까지 조용한 적막이 둘을 감쌌다.

 

 

 

 “사장님, 저 가볼게요. 태워다주셔서 감사하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아.”

 “어... 잠깐.”

 

 

 

 문을 열고 나가려는 연준을 멈춰세우고 뒷좌석에 있던 가방을 가져와 안에 있던 상자를 건넸다. 손목시계가 들어있는 상자를 열어본 연준이 물음표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괜히 머쓱한 느낌이 들어 목덜미를 쓸었다.

 

 

 

 “아 취업 축하한다고. 3년 동안 수고하기도 했고. 오늘도 수고했고.”

 

 “아 이런 거 안주셔도 되는데...”

 

 “ 하필 알바 마지막 날에 개진상이 걸려서...

 그리고 아까 잘했어. 3년 동안 일 시킨 보람 있어. 회사에서도 진상 있으면 그렇게 해.”

 

 “저 잘리라고요? 그리고 진짜 이런 거 안주셔도 되요.

  시급도 항상 많이 쳐주셔서 알바 그만두기 아까울 정도라구요.”

 

 “시끄럽고, 얼른 들어가 나도 집에 가게.

  그리고 잘리면 다시 카페로 와. 그 회사보다 시급 더 잘 쳐줄테니까.”

 

 “네에 감사해요. 카페 자주 놀러갈게요!”

 

 

 

 초월은 연준이 차에서 내려 뒤돌아 가는 모습을 보다 시동을 걸었다. 도로를 달리다 터널 속을 통과하니 한참 달리던 이전의 도로와는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이 푸른 풀과 나무들 가운데 가로등 하나 없는 노란 흙길. 그 길 끝에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큰 저택 하나. 들리는 소리라고는 바람에 풀들이 부딪히는 소리뿐이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찾을 수 없는 초월이 만들어낸 공간이었다. 웅장한 대문 앞에 다다르니 문이 열리고 검정색 마세라티가 미끄러지듯 그 안으로 들어갔다. 초록빛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드넓은 마당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차고에 주차를 한 초월은 나무원목으로 만들어진 묵직한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 혼자 알아서 움직이고 있는 청소기와 걸레를 손짓으로 제자리로 보낸 뒤,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젖은 머리를 가볍게 털며 욕실에서 나와 소파에 기대어 앉은 초월은 한 쪽 벽에 있는 액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참을 바라보다 탁자 위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맥주 한 컵을 쭉 들이키고는 그대로 소파에 누워 두 눈 위에 팔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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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용아!’

 

 ‘초월아..’

 

 

 

 초월이 기와로 만들어진 커다란 집 마당에 쓰러져있는 사람들 가운데 피를 토하고 있는 소년에게 달려갔다. 칼에 베여져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소년의 상처를 손으로 압박하는 초월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이모 데려올게. 이모가 치료해줄거야.’

 

 

 이모를 부르러 가려는 초월의 손목을 소년이 붙잡으며 고개를 젓고서는 다른 한 손에 쥐고 있던 초월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종이를 건넸다. 소년은 터져나오는 피를 삼키며 말을 이었다.

 

 

 ‘피가 묻어서 그림을 망쳤어... 미안해. 예쁘게 그려주고 싶었는데...’

 

 ‘다시, 다시 그려주면 되잖아.’

 

 ‘초월아, 잘... 잘 지내고 있어. 금방 다시 돌아올게.’

 

 

 초월의 뺨을 어루만지던 피로 물든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초월은 떨어진 소년의 손을 붙잡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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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에서 내 울음소리가 희미해지며 눈을 떴다. 두통이 느껴져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일어났다. 깜빡 잠들었는데 벌써 햇빛이 창가를 비추고 있었다.. 부엌으로 나와 끓고 있는 주전자를 들어 컵에 따라놓고 식탁에 걸터앉아있는데 핸드폰에 진동이 울린다.

 

 “어. 엄마”

 

 ‘일어났니? 오늘은 출근 안하지?’

 

 “알바 면접 보러 온다고 해서 잠깐 갔다 오게.”

 

 ‘금요일엔 되도록 나가지 말라니까... 네 이모가 약 끓여서 보냈으니까 마시고.’

 

 “안그래도 마시려고 따라놨어.”

 

 ‘주문, 주술 쓰지 말고. 썼다가 잘못되면 골치 아파지니까.’

 

 “알겠어요. 걱정 마.”

 

 ‘아직도 그 애 기다리니?’

 

 “....”

 

 ‘네가 계속 기다리니까 그 애가 더 찾아오는 거야. 그만 놔줘.

 ...암튼,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

 

 

 

 배를 간단히 채우고 고양이 요우와 함께 몸을 차에 실었다. 알바 면접만 보고 얼른 와야지.

 호가 일하고 있을 카페를 향해 차를 몰았다.

 

 딸랑. 카페 안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호가 혼자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걸 보곤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일을 거들었다.

 

 

 

 “왜 왔어?”

 

 “오늘 정욱이 친구 면접 보기로 해서.”

 

 “면접만 보고 들어가. 정욱이 오면 덜 바쁠거야.”

 

 “어. 그러려고 했어.”

 

 

 

 주방 안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도중 딸랑하는 소리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장님~ 저 왔어요. 여기는 제 친구 예지환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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