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카르 평원을 가로 질러 나무가 풍성한 마르다 숲 속엔 거친 숨을 고르는 이들이 있었다.
“헉..헉”
그들이 내쉬는 숨소리는 굵은 빗 방울 소리에 묻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반 시진 휴식을 한 뒤 기습을 감행 하겠다!!”
이들은 몽골 기습을 위해 나온 혼천대였다.
“대주님 몽골 정찰군 위치 파악이 되질 않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산만 넘으면 바로 주둔지가 나온다. 전속력으로 돌진하여 치고 빠진다. 우리의 목적은 적의 섬멸이 아닌 불안감 조성을 위한 기습이다! 몇 차례의 기습이면 몽골 군은 밤에 쉬이 잠들지 못할 것이다. 우리 임무는 거기까지다!!”
적무양의 물음에 손운범은 작전을 내렸다.
혼천대에게 기습만 요구 했지 그 어떤 계략도 계책도 말해 준 이가 없었다.
그리 하여 손운범은 혼천대를 유격대로 활용할 계획이였다.
“꼴통아! 이번엔 진짜 사고 치지마라! 이번엔 진짜 죽을 수도 있다! 알겠냐?”
“제가 사고 뭉칩니까? 형님은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크크크 꼴통시키 말하는 것 보소. 오냐 어디 이 형님 잘 지켜보거라.”
반 시진이 다되어 갈쯤 그들은 한명 한명 서로를 바라 보며 묵언의 눈빛을 전했다.
‘살아서 꼭 다시 만나자’
그렇게 그들은 전의를 불태웠고, 그 열기로 인해 빗 방울 속에 젖은 몸은 사르르 녹았다.
“전 대원 전투 태세!! 절대 적진 속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 철저히 외각만 노린다!! 주둔지주 보일 때 까진 빠른 걸음으로 간 후 전속력으로 돌진한다. 이상!”
“네 대주님!”
“다들 살아서 보자!”
손운범의 지시에 그들은 그렇게 적진을 향해 나아갔다.
* * *
한편 대장군 이수찬 막사엔 무림맹 인사들과 작전 회의가 진행 중 이였다.
“황보철 대주! 혼천대가 해낼 수 있겠소이까? 그들이 실패 한다면 우리 작전 또한 무용지물 아니겠소”
“혼천대 기습에 실패가 있겠습니까? 죽으라고 보낸 자린데! 그곳에서 살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면서 시선만 끈다면 저희가 성공 하지 않겠습니까? 곽참모”
이수찬 대장군의 참모인 곽기량은 성동격서를 꾀하고 있었다.
혼천대가 기습으로 시선을 끈 후에 무림맹의 와룡대와 백룡대 그리고 북벌 최정예 2만으로 군량미를 초토화 시킬 작전 이였다.
비가 쏟아 지는 날에 군량미를 향한 기습은 몽골 군도 쉬이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 곽기량은 판단하고 확신 했다.
“허허. 그래도 그들에게 작전의 전말을 말해줬어야 했거늘... 내심 그들이 실패 할까 걱정 되는구려!”
이수찬은 혼천대의 안위보단 작전 실패 여부가 더 걱정이였다.
“하하하 저희 대주님이 말씀 하셨듯이 대장군님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 무림맹이 함께 하는데 혼천대가 다 죽는다 한들 그깟 쌀자루들 못 없애겠습니까?”
“그대들이 있어 든든하구려! 그럼 늦기 전에 출진 하시오!”
“그리 하겠습니다. 대장군님은 편히 한숨 주무시고 나시면 좋은 소식 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백룡대주 황보철은 백룡대와 와룡대, 그리고 이수찬이 추스린 정예 2만을 이끌고 마르다 산을 우회해 적진을 향해 질주 했다.
* * *
‘형 지켜 보고 있어? 나 점점 강해지고 있어! 조금만 더 강해지면 우리 가족을 그리 만든 교주를 죽일 수 있을 거야. 내가 그들 속에 있다고 오해하면 안돼!! 알겠지? 복수가 끝나면 우리 가족 모두 다 같이 만나는 거야!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형!’
연우진은 바위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연무천(무진)을 떠올렸다.
그의 삶은 복수를 제외한 그 어떤 의미도 없었다.
“주군! 대련 시간입니다.”
상념에 빠져 있는 연우진을 부른 건 천살대주 황주완이였다.
그는 연우진 보다 3살 많은 18살이였고, 천살대 중에선 가장 나이가 많았다.
“연무장에 천살대가 모여 있습니다. 오늘은 저희와 어울리는 날입니다.”
“...”
황주완에 말에 연우진은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고, 연무장을 향해 걸어 갔다.
그런 연우진의 모습이 익숙한지 어깨를 으쓱이며, 연우진의 뒤를 따랐다.
연무장이라 부르기엔 다소 민망한 공터엔 빼곡히 천살대가 모여 있었다.
그곳은 바닥엔 잡풀이 풍성 하며, 공터 중간 중간엔 바위가 있었다.
“주군 바로 시작 하겠습니까?
끄덕
연우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 무방비 상태인 천살대를 향해 돌진 했다.
한 두번이 아닌 듯 자연스레 250명은 뒤로 빠지며 천살대 중 제일 약한 6조가 연우진을 맞이 했다.
“주군! 오늘은 제대로 하겠습니다! 가즈아!”
6조장 천영진은 매번 연우진에게 이각을 버티지 못하고 5조의 지원을 받는게 부끄러워 이번엔 반드시 이각을 버티고자 하였다.
그렇게 천살대 6조와 연우진의 대련은 시작 되었다.
단상유에게 배운 천파무는 어느새 4성에 접어 들었고, 지금은 5성에 문턱에 막혀 있는 상황 이였다.
대단히 빠른 습득 이였다.
복수에 대한 갈망과 잠재된 살기가 연우진을 빠르게 성장 시키는 발판이 되었고, 무엇보다 천파무는 연우진의 무공이라 해도 될 정도로 그의 몸의 딱 맞았다.
6조와의 대련에서 회피란 없었다.
오직 앞으로 나아가 내지를 뿐..
연우진 주먹에 담긴 천파무의 기운은 달려 오는 6조원들을 허망하게 날려 버렸다,
“측면과 하체를 노리란 말이야!! 정면 승부로는 답 없다!!”
“와아아아”
천영진은 전처럼 무모하게 정면 승부를 고집하지 않고 어떡하면 연우진의 발걸음을 멈출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방어를 도외시한 연우진의 습성을 파악해 공략하려 했다.
“느려”
연우진은 나지막하게 말하며, 천파무의 3초식인 천살파를 사방으로 날렸다.
단상유의 가르침으로 이성을 잃었을때 만큼의 능력을 발휘하진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끌어 낼 수 있어 연우진의 천살파엔 권기가 실려 있었다.
“다들 피해!!”
피하란 말이 없어도 천살파의 영역에 있는 6조원들 너나 할 것 없이 옆으로 뒤로 뒹굴렀다.
가까이 있던 자들은 피하며 뒤에서 기회를 보던 이들은 3명이서 하나가 되어 연우진의 권기를 하나씩 막아갔다.
“으윽..”
“헉..헉..헉”
“어찌 며칠 전보다 더 강해지졌습니다? 헉..헉”
천영진은 연우진의 성장에 이각은 커녕 일각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자존심 상하지만 5조와 4조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유안호! 척사안! 주군이 더 괴물이 되셨다! 4조와 5조 같이 도와줘야겠다!!”
“벌써 우리 4조가 나서긴 마땅치 않은데... 방금 일격은 나도 오싹했으니.. 자 가자!!”
“크크크 시원하게 얻어 터지러 가보자!!”
천영진의 도움으로 4조장 유안호는 조원을 데리고 연우진의 뒤를 점하고 5조장 척사안은 조원들과 함께 6조와 합류 했다.
“5조!! 우린 몸뚱이로 싸운다! 그냥 주군 몸에 달라 붙어라!! 돌격!”
“6조!! 5조에 지지 마라! 주군의 옷깃이라도 잡아라!! 다시 가즈아!”
“4조!! 우린 그 틈을 노린다!!”
연우진은 천파공을 최대한 끌어 올려 몸에 둘렀다.
그리고는 천파공 마기 속에 살기를 담아 연우진 만의 호신공을 만들었다.
호신강기라 부르긴 뭣하지만 지금 연우진의 유일한 방어공인 동시에 내공을 극대화 시키는무공인 천살기였다.
최근 단상유와의 대련에서 이성을 잃지 않고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그였다.
그런 천살기를 몸에 두른 채 5조와 6조를 향해 뛰어 들어 천파무의 모든 초식을 쏟아 부었다.
“젠장.. 저건 못 보던 무공이자나... 오늘 먼지 나도록 얻어 터지겠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