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테아는 노트북을 준비했고, 그 사이에 알카이드가 연꽃 차를 준비하고 있었을 때에 소연의 엄마가 병실로 들어왔었다.
“당신들 누구야?”
“사전에 들으셨겠지만 저희들은 The Dream Word에서 온 사람입니다.”
“아, 거기서 온...죄송해요. 의심을 해버려서...”
“괜찮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선 아이를 지키고 싶을 테니까요.”
소연의 엄마는 조용히 소연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걱정 마! 오늘은 하나도 안 아파!”
알카이드는 아이의 싱글 벙글한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소연이와 소연의 엄마에게 연꽃 차를 건네주었다.
“어머, 고마워요.”
“집사 오빠! 고맙습니다!”
“별거 아닌 걸요. 아, 아가씨. 준비는 다 되었습니까?”
루테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엄마는 의아했다.
“혹시 아가씨. 말 못 하나요?”
“그런 점이 불편하시다면...”
“어디 아프신 거 아니죠?”
루테아를 걱정하며, 상태를 확인하기 바빴던 엄마는 그녀가 당황한 것을 알고서는 곧바로 사과했다.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미안해요.”
“아니, 괜찮습니다만...심하게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모녀지간이 서로 아픈 걸 걱정하네...’
“그런가요? 심한 병이 아니라면 다행이긴 한데...”
어느 정도 진정되자 서서히 글 쓰는 작업을 시작했다.
소연은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쓸 내용을 천천히 말했다.
“음, 제목은 행복한 광대와 웃는 공주님!”
“......”
조용히 제목부터 쓰기 시작하면서 작업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성 안에 웃는 광대가 나타났어! 광대는 광장에서 사람들을 웃게 해주려고 노력했지만 다들 광대를 보면서 웃어주지 않았고, 무시하기만 했었는데 공주님만이 유일하게 광대를 위해서 웃어줬어!”
“소연아. 슬픈 이야기라면 쓰지 않는 편이 좋아.”
“괜찮아! 엄마는 그냥 들어줬으면 해!”
“그래?”
“응! 그래서 광대는 너무나도 행복했어! 단, 한 사람만이라도 웃어줬으니까! 그 덕분에 사람들은 공주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비웃었어. 하지만 공주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광대를 보면서 웃었어! 왕도 공주님이 걱정 되었....”
누군가가 큰 소리로 문을 열고 들어오자.
소연이 놀라면서 침대 밑으로 숨어버렸다. 들어온 사람은 술병을 들고 있었고, 술을 잔득 마신 상태로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당신...! 어떻게 들어온 거야!”
“그게 뭐? 몰래 들어왔지. 우리 소연이 어디 있어?”
“소연이는 여기에 없어! 어서 나가!”
“어디 있냐고 묻잖아!”
“병원에서 소란피우지 마십시오!”
알카이드의 말에 남성은 그를 바라봤다.
“너는 누구야?”
“일 때문에 소연이를 만나러 온 사람입니다.”
‘이런 루테아 아가씨도 무서워서 떨고 계시는 것 같은데....어떻게든 쫓아내야...’
“앙? 뭐야? 새로 만든 남자냐? 저 남자는 소연이 만나도 되고, 나는 안 된다는 거야? 엉!?”
“이 인간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나가!”
갑작스런 소란에 간호사들이 달려와서 남성을 억지로 끌고 가려 했었지만 남성은 더더욱 소란을 피웠고, 알카이드는 그 이상의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의 명치를 강하게 쳤다.
남성은 소리도 못 내고,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알카이드씨 감사합니다.”
“너무 시끄러워서 저도 모르게 주먹이 날라 간 것 뿐 이에요. 어서 밖으로 내쫓으세요.”
“알겠습니다.”
간호사는 아무렇지 않게 남성을 어깨에 걸쳐서 들어 올린 뒤, 그대로 웃으면서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었던 알카이드는 침대 밑에 숨어서 울먹이는 소연의 시선에 맞춰서 바라봤다.
무서운 나머지 오줌을 지려버려서 바닥은 흥건히 젖은 상태였고,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아이는 더더욱 크게 울어버렸다.
당황한 알카이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머니에서 꺼내든 것은 사탕이었다.
“울지 마, 괜찮으니까. 무서운 아저씨가 오더라도 오빠가 지켜줄게.”
“정....말....?”
“응, 정말. 그러니까 나와도 괜찮아.”
머뭇거리던 소연이는 침대 밖으로 나와서 엄마에게 안겼다.
“뒷정리는 제가 할 테니, 소연이의 환자복을 갈아 입혀주세요.”
“미안해서 어쩌죠...”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집사가 해야 할 일인걸요.”
“정말 고맙습니다....그럼 소연이의 옷을 갈아입히러 갈게요...”
소연의 엄마는 병실에 있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알카이드는 루테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가씨. 괜찮으신가요?”
“........”
조용히 그녀는 끄덕였다.
하지만 겁에 질린 얼굴이 남아있기에 그는 손을 잡아주었다. 역시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소연이에게 했던 말대로 저는 아가씨를 지키는 집사이자 경호원입니다. 무서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지켜드릴게요.”
“.........”
루테아는 그때서야 진정하며, 그를 안았다.
그는 웃으면서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다가 토닥여주고 난 후에 병실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가던 알카이드는 걸레를 찾아서 들고 갈 무렵.
루테아를 치료해주었던 원장이 그에게 다가왔었다.
“원장님.”
“병원 안에 있는 녀석들에게 잔소리하느라. 목이 아파 죽겠어.”
“꾀병인거 다 압니다...”
“에잉. 좀 받아주지.”
“그래서 용건이 뭡니까?”
“소연이는 어때? 괜찮아? 또 오줌을 지려버린 건...”
“그건 어떻게?”
원장은 머리를 긁적였고, 그런 일이 매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카이드는 깨달았다.
“혹시 매번 일어나는 사고입니까?”
“그래. 아까 전의 술꾼 남성은 그 아이의 아빠야.”
“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자, 입을 막았던 알카이드를 보면서 원장은 벽에 기대면서 말을 이어했다.
“특수 변호사가 생기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제대로 된 형벌을 받지 못한 나쁜 놈이지.”
“혹시...”
“말 다했지.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배고프다고 크게 들려온 탓에 못 참았던 나와 아내가 달려들면서까지 구해줬지.”
그 날의 일을 잊지 못 하는지.
원장은 그저 한숨만 쉬었고, 알카이드도 그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원장님답게 큰일을 하셨네요...”
“그렇지? 그 이후론 종종 저 나쁜 놈은 우리들 몰래 들어와서 애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자신의 돈벌이로 착각하고 있는 거 같아서 큰일이지.”
“그래서 더더욱 걱정이 큰 것이로군요.”
“그래, 아픈 아이를 어떻게든 억지로 데려오긴 했으나...어차피...저 아이의 수명도 얼마 안 남았어...”
“그게 무슨...”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 희귀성 난치병이야. 페크다처럼 병원에 자주 가고, 진단받고, 약을 잘 먹었다면 어른이 될 때까지 살 수 있었겠지만...그 아빠라는 놈은 엄마가 힘들게 모아서 보낸 병원비를 다른 곳에 열심히 투자를 했고, 아픈 애는 내버려뒀어. 덕분에 저 아이는 오래 못 살아...”
“그런...”
“아마 아가씨에겐 감당 못 할 일이겠지...휴우...아무튼 이 일은 비밀로 하고, 꼬맹이. 아가씨랑 소연이를 부탁하마.”
“마지막까지 지킬 것이니, 걱정 마세요.”
원장은 코웃음을 치며, 저 멀리 가버렸다.
알카이드도 할 일하러 병실로 향했다.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소연이는 자신이 준 사탕을 먹으면서 글 작성 작업을 하고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알카이드는 침대 밑을 닦아두었다.
“정말 죄송합니다....이런 민폐를...”
“아뇨, 괜찮습니다.”
“집사 오빠. 무서운 아저씨가 오면 또 혼내줄 거야?”
“물론이지.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응!”
아무래도 아이의 시선엔 아빠로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그저 무서운 아저씨.
확실히 아이에게 있어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하며, 뒷정리를 하는 사이에 루테아는 어느 정도 글을 작성한 듯 했다.
“.......”
루테아가 수화로 말하기에 알카이드가 해석해주며, 말했다.
“이제 슬슬 다음 아이의 글을 써주러 가야할 시간입니다. 곧 간호사도 오실겁니다.”
“그런가요.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별거 아닌걸요.”
“언니, 오빠! 또 놀러 와 줄 거지?”
루테아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고, 알카이드도 역시 미소를 띠면서 소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물론입니다. 며칠 동안 책을 쓰고, 만드는 것을 도와줘야하니까요. 내일은 시간이 남으면 같이 놀도록 해요.”
“응! 언니랑 오빠. 기다릴게!”
때마침 간호사가 들어오고, 두 사람은 다른 아이의 병실로 가버리자 소연이는 시무룩한 채로 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루테아는 묵묵히 다른 아이의 글마저 빠르게 작성한 뒤에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아가씨. 여기서 다른 직원들을 기다리도록 하죠. 그보다 목마르실 테니, 음료수라도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끄덕였고, 알카이드는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묵묵히 기다리던 루테아는 어딘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이끌리듯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그러자 같이 있었던 직원 중 한 명.
덩치 큰 남성이 전화에 귀 기울이며,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 한마디, 말 한마디가 꽤나 위급한 상황임을 알려주었다.
“저기, 그러니까...곧 마련할 테니...어떻게 안 될까요...? 네?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곧 돈은 낼 테니까. 제발...! 어라?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는 흐느껴 울면서 핸드폰을 내려놓았고, 그의 경호원인 태연이 곤란한 상황임을 알고서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래? 안 좋은 소식이야?”
“응...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병실을 빼라고...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싫다고, 민원이 자꾸 들어온 탓에 곤란하다면서...”
“그게 무슨...그러다간 네 엄마는...!”
“엄마도 퇴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하지만 퇴원하면 엄마는...수술도 못 하고...”
더더욱 우는 남자를 달래주며 태연은 말했다.
“내가 돈을 빌려줄게! 그러니까 어떻게든 하자!”
“이미 짐을 싸고 있는 중이래...돌아갈 집도 없는데...”
“그런...!”
“그리고 친척들도 더 이상 고생하지 말고, 동생들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보내자고...”
“동생들을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라는 뜻이야? 아직 부모도 있고, 너라는 보호자가 당당히 있는데도!?”
그는 묵묵히 끄덕이기만 할 뿐.
눈물범벅이 된 탓에 그 이상의 말을 못하다가 힘들게 말했다.
“친척들이 말했어...너희 엄마는 어차피 죽을 것이 분명하니까. 입양 보내자고...”
“뭐? 벌써부터 너의 엄마를 죽이기야? 미쳤네...너의 돌아가신 아빠의 유산을 통째로 다 가져간 게 누군데...! 그런 소리를!”
“애초에 친척들의 손바닥에서 놀아났는걸...동생들 지키려면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일을 그만둘 생각인거야?”
“응...나한텐 일보다 가족들이 중요하니까...”
묵묵히 듣던 루테아는 알카이드가 곧 돌아올 것을 생각하며, 제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