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 돌아온 네 사람이 사장실로 돌아오자마자 알리오스의 얼굴 부분이 바뀐 것을 깨달았다. 왼쪽만 길었던 앞머리가 전문가의 손에 다듬어져서 자른 흔적과 함께 푸른 꽃무늬가 있는 안대를 하고 있었다.
“아...알리오스씨, 앞머리 자르셨어요!?”
“사장님께서 미용사를 부르셔서 자르고, 다듬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자르고 난 뒤에 아가씨께서 선물해주신 것을 착용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 꽃은 분명...”
“흐음....그 꽃은 알리오스씨의 탄생화로군요. 분명 뷰글라스였죠?”
“네. 맞습니다.”
“아가씨께서 훌륭한 생각을 하셨네요.”
그 말에 쑥스러운지, 루테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모습에 다들 크게 웃었다.
“이야, 나 없는 사이에 뭔가 즐거운 일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 목소리에 모두 당황하며,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서 바라보았다. 거기엔 정장에 가볍게 코트를 둘러 입은 안경을 쓴 남성이 서 있었다.
“메라크씨~!”
“일은 끝나신 겁니까?”
“네, 그래서 같이 점심 식사라도 하려고 왔습니다만....응? 잠깐만? 알리오스!? 외모가!?”
인제서야 본 것인지, 그는 어지간히 당황했다. 이내 알카이드가 미자르와 함께 요리하며 준비를 하는 사이에 메라크는 지성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헤에...꽤나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네? 알리오스.”
“네, 좋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치사합니다! 저도 아가씨에게 선물을 받고 싶단 말입니다!”
“욕심 부리면 영원히 못 받습니다.”
또 다시 알카이드의 냉정한 말에 메그레즈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루테아는 그런 그녀의 옷깃을 잡아 당겼다.
“아가씨, 뭔가 용건이 있습니까?”
“아....”
루테아는 자신의 하고 싶은 말을 메모지에 적고서는 메그레즈에게 전해주었다. 메그레즈가 메모지를 읽고서는 기쁜 듯이 날 뛰었다.
『메그레즈는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가요?』
“그거야 당연히...!”
“인간 의자가 되고 싶단 말은 생략해주세요.”
알카이드에게 마음이 읽혀버린 메그레즈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결국 그녀는 슬픈 얼굴로 루테아에게 말했다.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천천히 생각해볼게요...”
“하아...정말이지, 메그레즈는 그 외에 것들을 생각하지 못 합니까?”
“다른 것은 생각 안 납니다!”
너무 당당한 말에 메라크는 할 말을 잃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는 자신의 가방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두었다.
“아가씨, 이전에 부탁하신 책입니다. 전에 아가씨가 빌려간 책은 이미 다 읽었다기에 새로운 책을 가져왔습니다.”
“아...!”
그녀는 기분 좋게 메라크에게서 책을 받으며, 이전에 빌린 책을 꺼내려는지 가방 안을 뒤적이며 찾고 있었다. 새로 빌린 책은 가방 안에 넣은 후, 이전 책을 가져와서 메라크에게 건네주었다.
“재미있게 읽으셨습니까?”
“어어...”
아래, 위로 고개를 끄덕이며 메라크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 모습에 그는 만족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 요리가 완성이 다 되었는지, 휴대용 식탁과 의자를 설치한 뒤에 요리들을 진열해두기 시작했다.
“식사 다 되었습니다.”
“호호호...자, 여러분. 음식이 식기 전에 얼른 먹도록 하죠.”
“우와~! 오늘도 어마어마하네요!”
식탁이 부러질 것이 염려 될 만큼 엄청난 양의 요리들이 줄줄이 나왔다. 다들 음식을 식탁에 옮기는 것부터 젓가락과 숟가락 등 각종 식기들을 진열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루테아도 도와주려 했지만 다들 그녀가 가만히 쉬는 것을 원했기에 그녀는 그냥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다 같이 식사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같이 먹기 시작했다. 지성은 식사하면서 메그레즈와 미자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남은 면접은 식사 후에 하기로 했죠?”
“네. 그렇습니다.”
“흐음...세 번째 면접 도중에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못 했지만 그 이후에 면접을 할 때 어떤 젊은이들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군요...”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먼저 면접 본 사람들은?”
그러자 두 사람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뭔가 심각한 면접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다른 이들은 생각했다. 미자르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요즘 젊은이들이 욕심이 너무 심하더군요. 제 질문에 너무 당당하게 말한 이도 있고, 아닌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본 230명의 면접 결과는 처참했지요. 거기서 15명밖에 합격하지 못 했으니까요.”
“우와...많이 떨어졌다...”
“전 300명이나 되는 경호원들의 면접을 보았는데...아무래도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고 온 이들이 있어서...메라크씨에게 또 다시 조사해달라고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 정도로 심각했었기에...20명밖에 합격하지 못 했다고 할까...”
“그렇지만 합격자들 중에도 나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네, 그래서 메라크씨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면접을 본 이들의 이력서들을 주시겠습니까? 한 번 더 한꺼번에 조사해보도록 하죠.”
“호오...그럼 저도 부탁하죠.”
“이런...왠지 또 바빠질 것 같군요.”
“그럼 나중에 면접과 조사가 잘 끝나면 이력서를 건네주시겠습니까? 제가 잘 확인 한 후에 합격자들에게 합격 통보 해야겠죠.”
“정말 바빠지겠네요...”
“첫 번째 합격자 분들의 교육도 슬슬 끝나가니, 더더욱 바빠질 것 같네요.”
그렇게 다들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테아는 또 다른 합격자들이 누가 될지 궁금해졌지만, 이내 음식의 맛에 빠져서 그런 것조차 잊어버렸다.
점심시간이 지난 이후 메그레즈와 미자르는 다음 면접을 위해 자리를 비웠고, 메라크는 일이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일하기 위해서 비워버린 상태였다.
페크다는 약을 먹은 뒤에 남은 일을 알리오스와 함께 정리 정돈해두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이후로 계속 루테아가 졸고 있자, 지성은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루테아에게 다가갔다.
“루테아, 졸리면 이만 집에 갈래?”
“아!?”
그러자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싫다고 고개를 좌, 우로 흔들며 지성의 가슴팍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덕분에 지성도 당황해서 루테아의 양쪽 손목을 잡았다.
“알았어! 진정해. 정말이지...못 말리는 아가씨라니까...루테아의 집에 가기 싫다면, 일단 내 집에 갈래? 내 집에 있다면 나랑 또 같이 있을 수 있잖아?”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같이 저녁 식사 할 테니까요. 어떻게 하겠습니까?”
루테아는 한참 갈등하다가 결국 자포자기한 듯이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지성은 웃으며, 아침에 했던 행동 그대로 그녀를 들어 올려서 안았다.
“루테아를 내 집까지 데려다 주고 오도록 할 테니, 잠시 동안 내 빈자리를 부탁하네.”
“네, 저희들한테 맡겨주시고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그러면서 지성은 그대로 그녀를 데리고 사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는 사이에 루테아는 안심이 되었는지, 금세 잠이 든 상태였다.
‘정말이지...나랑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다니...그만큼 집에 돌아가기 싫은 것이겠지...싫어하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되니까...’
그렇기에 안심하고 있을 곳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지성은 루테아가 좀 더 집을 편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자신이 더더욱 도와줘야만 한다고 강하게 다짐했다.
지하 2층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해둔 차로 가서 키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요상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조심히 루테아를 조수석의 문을 열고서는 그 안으로 앉혀 놓았다. 그런 다음 안전벨트를 해주고 난 뒤에 문을 닫고, 반대편의 문을 연 다음 운전석에 앉았다.
“나도 안전벨트를 하고...가보도록 할까...”
지성이 차에 키를 꽂고 두, 세 번 정도 돌리자, 차는 굉음을 내며 시동이 걸렸다. 운전대를 잡은 그는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가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은 회사에서 45분이나 떨어진 거리로 큰 아파트의 20층에서 살고 있었다. 20층의 전체를 자리 잡고 살고 있는 만큼 집 안의 규모도 컸었다. 혼자 살았던 집이 지금은 다른 이들과 같이 살면서 많이 시끌벅적해진 상태였었다. 그나마 살기 좋게 된 것 같다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집에....누구 있으려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그는 조심히 루테아를 안고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20층에 도착한 뒤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문을 열고 들어오니, 높이가 낮은 여성의 구두가 있었다.
“누군가가 먼저 와 있었나보군...”
“누구 왔어요?”
여성의 목소리가 다가오면서,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도 동시에 들려왔었다. 이내 모습을 들어 낸 사람은 짧은 단발머리를 한 여성으로 얇은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지성은 누군지 알기에 그녀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베, 집에 있었군. 잠시 집에 왔다네.”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그리고...”
지성의 품 안에 있는 루테아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도 신발을 벗고 따라 들어갔다.
“루테아 아가씨는 꽤나 졸리신가보네요. 깊이 잠들 정도라니...”
“그러게 말이야...그보다 자네 일은 어떻게 되었나?”
“아, 급한 용건이 있을 때 까지 쉬라고 동료 분들이 말씀하셔서 먼저 집에 와서 쉬고 있었어요.”
“그런가...식사는?”
“동료들이랑 헤어지기 전에 같이 먹었어요. 다른 분들은?”
“면접이라든가, 이런 저런 일로 바빠서...아마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녹초가 되어있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후후후...”
“잠시, 루테아를 침실에 눕히는 걸 도와주지 않겠나?”
“네. 도와드릴게요.”
그는 언제나 루테아가 쓰는 침실로 갔다. 두베가 먼저 침대 위를 정리 한 후에 이불을 잠시 치워두었다.
그러는 사이에 지성이 루테아를 침대에 눕혀주었고, 두베가 그걸 확인 하고서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잘 자. 루테아. 이따 저녁 때 보자구나...”
그 말과 함께 그는 루테아의 이마에 입술을 포개며 뽀뽀한 뒤, 만족하려고 했으나 두베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면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에는 이미 두베가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후후후...엄청 화끈하네요. 우리 사장님은~”
“읏....그건...그러니까...”
지성은 많이 당황해서 혼자 말을 더듬으며, 급하게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 뒤로 두베가 따라가면서 마중을 해주었다.
“아가씨는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할게. 난 다시 회사로 가도록 하지.”
“조심히 다녀오세요. 사장님.”
두베는 허리를 굽혀 지성에게 인사를 했고, 지성도 그녀의 인사를 받으며 주차했던 차로 갔다.
‘후우...얼른 일을 정리하고, 그 아주머니를 어떻게든 루테아에게 접근하지 못 하도록 조치해야겠어....’
그는 몇 번이고, 다짐했다. 루테아를 해치려거나, 위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하지만 이 결심은 훗날 잠시나마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을 아직까지 현재의 그는 모르고 있었다.
-며칠 후...
어느 정도 직원들이 모이고, 첫 번째 면접을 본 이들의 직업 교육도 같이 끝난 지금 다들 예약 손님들의 정리부터 서두르기 시작했다.
“서둘러! 예약 손님 말고도 다른 손님들도 올 테니까!”
“어이! 예약 손님 담당과 예약하지 않은 그 외의 다른 손님 담당을 둘로 나눠서 분담할 수 있도록 직원 분류 좀 도와줘!”
“으아아아!! 할 일이 너무 많아!!”
다들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던 그 시각 루테아의 집에선 아침부터 그녀의 언니가 일하러 나갈 준비하고 있었다. 때 마침 루테아도 방에서 나오는 순간, 그녀는 동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오...오늘은 동양풍 옷!?’
의외로 사장님이라는 사람이 꽤나 고전적인 옷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현재 자신의 동생이 입은 옷을 언니는 훑어보았다.
빨간 바탕의 옷에 하얀 꽃과 노란색의 나비들이 그려진 동양풍 옷을 입었지만, 옷이 계속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붉은 보석에 꽃 장식이 있는 초커 목걸이만은 바뀌지 않은 채로 하고 있었다. 루테아는 언니의 옷깃을 잡아 당겼다.
“아아아...”
“아! 일하러 가야지! 언니랑 같이 나갈까?”
그때서야 정신이 든 그녀가 묻자, 루테아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고, 그걸 본 언니는 기쁜 듯이 현관으로 갔다. 옷의 색깔에 맞춘 것처럼 빨간색의 구두를 루테아가 신고 있었다.
‘요 며칠간 고전 적인 의상을 자주 보았지만....이 사장님은 대체 어디서 옷을 구하는 거야!? 그보다...’
“머리는 안 묶어?”
루테아의 긴 머리가 허리까지 닿고 있었다. 그런 머리를 루테아는 만지작거리더니, 언니를 바라보았다. 언니는 설마 그 동안 내가 안 묶어주어서 곤란해 한 채로 사장님에게 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점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설마....내가 안 묶어서 그냥 그대로 가는 거니!? 에구구....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언니한테 맡겨주지....지금 묶어줄게. 머리 끈은 있어?”
“아아아...”
고개를 좌, 우로 흔들며 루테아는 메모지에 글을 적고서는 언니에게 건네주었다. 언니는 곧바로 메모지를 받고서는 읽어주었다.
『괜찮아, 알리오스가 머리를 묶어주는 걸...그래서 일부러 풀고 다니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그래도...신경 써줘서 고마워. 언니.』
“아...그래...? 그럼 다행...”
‘응? 잠깐? 아...알리오스란 사람이라면...부...분명...’
며칠 전에 딱 한 번 봤던 사람이 문득 생각난 언니는 소름끼치고 말았다.
‘그렇게 생겨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 사람이 동생의 머리를 묶어준다는 것에 상상하지 못 해서 언니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져 버렸다.
루테아가 긴가민가한 얼굴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꽤나 고전 적인 태엽 회중시계를 꺼내들고 시간을 보여주자, 언니는 당황하며 급하게 신발을 신었다. 그러나 시계 때문에 더더욱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보다! 저 시계!! 아직도 작동해!?’
정말 신기한 것 투성 이어서 언니한테는 동생이 낯선 세계에서 온 앨리스 같았다. 생각 하는 것을 그만둔 채로 신발을 다 신은 언니는 급하게 현관문을 열며, 뛰쳐나갔다.
루테아도 그런 언니를 뒤쫓아 갔다.
“다행이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왔어! 얼른 타자!”
엘리베이터가 문을 열자마자 루테아와 언니는 급하게 탔다. 1층에 도달한 순간 그대로 아파트 밖으로 급하게 뛰쳐나온 언니는 루테아의 손목을 잡았다.
“버스가 빨리 왔으면 하는데...너도 얼른 버스타고 가야....”
그때 경적 소리가 들려오면서 차가 자신들에게로 오자, 언니는 어리벙벙한 채로 그 차만 보았다. 이전에 알리오스와 함께 만났던 알카이드가 차에서 내려와서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어어어...?”
너무 당황한 언니는 그 자리에서 굳어서 상황 파악하기 바빴다. 그러다가 알카이드가 자신을 보자, 그녀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제 동생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신세라니...별 일이 아닙니다만...아, 그렇지...언니 분도 타세요. 제가 일하는 곳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아니, 괜찮아요! 민폐 끼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 타세요.”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루테아가 먼저 타버리자 언니는 나도 모르겠다는 듯이 같이 타버렸다.
두 사람이 타자, 그는 문을 닫고서는 운전석으로 돌아와서 자신 쪽의 문을 닫은 후에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 다음에 차 안에 설치 된 네비게이션을 키며, 언니에게 물어보았다.
“일하는 곳이 어디입니까?”
“아...!? 그러니까....어디냐면...”
언니는 차근히 알카이드에게 설명해주었고, 차는 네비게이션에 위치를 찍어 둔 뒤에서야 출발했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데로 가는 동안 루테아는 잠들어버렸고, 언니는 그런 동생을 바라보다가 결국 궁금한 것을 못 참고 그에게 자초지종 물어보았다.
“저기...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무엇입니까?”
“동생이 입고 있는 옷이며, 시계나 신발도 그렇고...어디서 구한 거죠? 이런 옷은 찾기 어려울 텐데...”
“아...그건....재료를 구했다가 사장님께서 직접 전부다 만드십니다. 다만, 회중시계는 외국에서 어렵게 구한 뒤에 직접 고치셔서 아가씨에게 건네준 것입니다.”
“네!?”
직접 만들고, 고친다는 이야기에 언니는 당황했으나 오히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커서였고, 걱정하면서 옆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시끄러워도 잘 자는 편이었는지, 아무런 미동도 없어 보였다. 그가 조용히 웃으면서 마저 이야기를 했다.
“태엽 회중시계까지 보신 모양이로군요.”
“네...시간을 알려주려고 동생이 보여주었거든요...”
“뭐....신발도 마찬가지로 그것도 전부 사장님께서 만들고, 고친 겁니다. 취미이신지라...다만 입어줄 사람이 없으니, 혼자 가지고 있기엔 좀 아니다 싶으신지 잘 안 만드시다가 아가씨께서 사장님이 만든 옷을 우연치 않게 발견하셔서 바로 입어보겠다며 조르는 바람에...그 뒤론 계속 입고 다니시는 아가씨 때문에 그 취미가 다시 부활 한 거죠.”
‘그...그런 의미가...’
“그렇군요...”
루테아가 어지간히 고집이 강하다는 것을 아는 언니는 얼마나 고집을 부렸을지 상상조차 못 했다. 정말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정말 민폐 같은 거 안 끼치나요? 동생이 은근 고집이 쌘 편이라...걱정이 되는데...”
“괜찮습니다. 고집부리시더라도 사장님께서 다 받아주시는 편이라...”
“아하하하...”
그러는 편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한 언니는 한참동안 일하는 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알카이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때 마침 도착해서 그녀는 차에서 내렸다. 자신이 내리고 있는 와중에도 루테아는 깨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동생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맡겨만 주십시오. 그런데 아가씨는...”
“깨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안부전해주시겠어요?”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루테아를 데리고, 저 멀리 가버렸다. 언니는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내 일터로 갔다.
‘뭐....괜찮겠지...얘기해보니까, 좋은 사람이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