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꿈을 이루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때 당시 들었던 한마디가 아직도 자신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져 있었다. 안지성(岸志星)은 자신의 집 창문 쪽으로 밖을 보면서 결심을 했다.
자신과는 거리가 멀었던 회사를 다시 세우기로....
아버지와 회사를 이어받으려 했던 형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탓에 회사는 무너질 위기였다. 그런 회사를 자신이 다시 세울 수 있을 지가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든 회사를 일으켜 세워야만 했다.
“어떻게든 해야만 해...그녀를 위해서라도...”
그 순간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집 안 가득히 울려 퍼진 탓에 지성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아두었다. 그러자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기 명함을 보고 연락을 주었는데요...”
명함? 지성의 명함은 그녀 외의 인물에게 주지 않았다. 회사를 일으켜 세우겠다며 결심의 증거로 준 명함. 알 수 없는 불길함에 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메말라가는 침을 삼켰다.
“명함이요?”
“네, 사실은 가족한테도 연락을 했지만....명함을 주신 분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 같아보여서요...왜냐하면 손에 있는 힘껏 명함을 쥐고 있어서...”
“그게 무슨...?”
“사실은 여기가 병원인데...명함을 가지고 있는 여성분이 중환자실로 급하게 실려 와서...저기? 듣고 계신가요?”
지성은 핸드폰을 떨구었다.
알 수 없는 불길함. 그건 빗나가지 않았다.
다시 핸드폰을 주워 들고 수화기 너머의 여성에게 물었다.
“거기!! 어디 병원입니까!!!”
“아...그러니까....여기는...XXXX병원 입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그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고 뛰쳐나갔다. 그녀가 무사하길 바라면서, 주차장으로 간 지성은 차를 급하게 운전했다.
‘또 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 제발 무사해줘!!’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급하게 차를 주차하고 뛰어 갔다. 중환자실 안으로 가자 눈에 띈 한 사람.
아직 가족이 안 왔는지,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머리에 붕대와 함께 그물망 같은 것이 씌워져 있었고, 오른쪽 팔, 왼쪽 다리가 붕대와 함께 깁스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목에는 그녀의 얼굴 크기만큼 큰 목보호대를 하고 있었다.
그가 침실로 다가오자, 그녀는 희미하게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죄책감 때문일까? 아니면...? 마침 의사가 지성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보호자입니까?”
“네, 보호자입니다만...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8층 정도 되는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아까 전에 경찰이 말씀하셨습니다.”
“옥상에서요?”
“네, 자세한 이야기는 경찰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뭔가 문제 있으시다면 절 부르시고요.”
“알겠습니다...”
의사는 자신이 할 말을 하고 다른 환자를 보러 가버렸다. 지성은 절망에 빠진 얼굴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일 뿐. 그녀가 지성의 옷깃을 잡았다. 지성은 눈치 채서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괜찮은 거니?”
“......”
눈물을 흘리며,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었다.
그저 억울한 것 같은 눈물. 자신이 다친 것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계속 하소연하는 것 같았다.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 해서...내가 널 지킬 힘도 없다니...정말 미안하다....”
그는 다친 그녀를 보면서, 또 다른 결심을 했다. 그녀를 지킬 사람을 찾자고...두 번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그 뒤, 나는 그녀를 간병했다. 그리고 내가 간병해준 덕분인지. 그녀는 점차 회복되었다. 다만, 마음만 빼고...』
-1년 후...
『안녕하세요. 저는 최기자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The Dream Word의 건물 앞입니다. 지금 보시면, 이렇게나 사람이 많이 몰려 와서 줄을 쓰고 있는 것이 눈에 띄게 보입니다.
이곳은 작가 지망생을 지원해주는 하나의 센터로 다른 이가 자신의 글을 대신 써주거나, 문법이나 오타가 난 부분을 고쳐주면서 책을 낼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해준다는 공식 발표가 며칠 전에 있었을 뿐이었습니다만...
이렇게 까지 몰려올 줄은 누가 상상을 했을까요? 여기 있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시도....』
TV 뉴스에 나온 여성 기자의 이야기를 계속 듣던 한 여성이 조용히 그것만을 볼 뿐이었다.
“헤에...저런 게 있으면 책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 같네....유명 작가들도 늘어날 것 같고...그리고 전자 북 까지...생각만 해도 진짜 엄청 나겠다...엇!?”
방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자신의 동생을 보며 그녀는 기쁜 듯이 반겼다. 어딘가 갈 것 같기에 언니는 동생에게 물어보았다.
“어디가?”
“......우...아....”
동생이 허우적거리며 설명을 하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나온 소리는 그저 『우, 아』 뿐이었다. 언니는 그런 동생이 걱정이었다.
1년 전에 자살 소동을 일으키고 난 후, 실어증이 걸린 탓에 말을 못 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우, 아, 어』 이것 뿐. 마치 아기가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과 비슷했다. 그녀는 동생의 차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오...옷은??”
“아...아아...”
옛날 고전 유럽풍의 옷과 지금 현재의 옷을 마치 섞은 것 마냥 잘 만들어진 옷이었다. 너무 잘 조합해서 만든 옷이었기에 깜짝 놀랄 정도였던 언니는 동생의 목에 하고 있는 초커 목걸이를 발견했다.
진짜 보석으로 만든 것인지, 더더욱 붉게 빛나는 보석이었다.
거기 안에는 전혀 못 보던 하얀 꽃이 안에 박혀 있어서 더더욱 예쁘게 보였고, 심지어 보석 주변으로 예쁘게 테두리를 꾸몄기에 더 할 나위 없는 고급 초커 목걸이였다.
“그 초커 목걸이 비싼 것 같은데...어디서 산거야?”
그러자 동생은 그것을 뺏길 것이 두려웠는지 손으로 숨기고 있자, 그녀는 당황했다.
“미안! 안 훔칠 거야.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건데...혹시 누군가가 선물해줬어? 그래서 그렇게 까지 숨기는 거니?”
동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옷도 그렇다는 듯이 같이 가리켰다.
“우...우...”
“그렇구나...이런 걸 선물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 지금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야?”
“아아...”
동생은 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는 생각했다.
부자일 것이 분명하다고...그런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동생의 방은 그 누구도 출입을 허가 하지 않겠다는 듯이 보안 시스템이 철저하게 되어 있어서 동생 외에 다른 사람이나 가족들을 들여보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보안 시스템에 옷과 초커 목걸이까지 해주는 것을 보았을 때. 당연히 부자인 사람이라고 그녀는 직감했다. 어쩌면 그 부자는 동생을 이해해주는 특별한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언니는 기뻤다.
‘이런 사람이라면 난 대환영!! 으흑흑...!’
고전 유럽풍의 가방도 눈에 띄었고, 가죽 부츠도 눈에 띄었지만 동생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신발을 신었다.
그러나 신발 끈을 제대로 묶는 것을 못 하겠는지, 허우적이고 있었다.
“에구~! 이 언니가 해줄게. 잠깐만 기다려 봐.”
커다란 갈색 부츠의 끈을 묶을 동안 동생은 멀뚱히 볼 뿐이었다. 언니가 다 묶고 보여주자 동생의 감정 없는 얼굴에서 살짝 웃는 모습을 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기...기분 탓?’
동생은 천천히 일어나서 부츠를 바닥에 통통 튀기며 현관문 앞으로 갔다.
“그럼 잘 다녀와, 사람들 조심해야해?”
“우....우...”
알겠다는 듯이 아래, 위로 끄덕이며 동생이 문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문을 열렸다.
이윽고 나타난 중년의 여성. 그녀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뭐니? 이 꼴은?”
“...........”
가족 외에 타인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는 동생. 그런 그녀가 초커 목걸이를 손으로 있는 힘껏 쥐며, 시선을 안 맞추려고 하고 있었다.
언니는 중년의 여성이 누군지 알고서는 다급히 여성을 말렸다.
“아 그게...어떤 사람을 만나러 간데요. 그래서 이런 옷을...”
하지만 그것도 곧 무의미.
언니의 말을 무시하듯이 아니, 잘라버리듯이 얘기했다.
“너는 이런 년을 감쌀 필요도 없어! 정신병자라고!? 게다가 이 꼴은 뭐야!? 너 어디서 훔쳐왔지!?”
“아주머니! 그런 말은 심하시잖아요!”
“뭐가 심해!? 정신병자한테는 정상 적으로 듣는 말이야! 게다가 내가 몇 번이고 말했잖니! 감싸줄 필요는 없다고! 성인인데도 일도 안 하고, 집에만 쳐 박혀 있고, 자살 소동이나 일으키고, 말도 제대로 안 하고!! 심지어 이렇게 물건을 훔치는 애라고! 이런 애를 동생이라고 생각하니!?”
반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동생은 이미 몇 년 전에 겪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정신적인 면이 불안정하기에 말을 조심해야하며, 어쩌면 사회생활 불가능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의사에게 그런 진단을 받고 난 상태였었다.
그런 점을 이해해주지 않으시는 아주머니는 자신의 아빠가 갔었던 모임에서 친하게 지내신 뒤로 그녀와 동생에게 소개해준 사람이었다.
그렇게 알고 지내던 2년 동안 계속 대학도 안 가고, 일도 안 한다면서 동생에게 온갖 구박과 함께 심한 말을 하셨다.
그 덕분에 자살 소동도 일어난 것인데...아주머니는 자각하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계속 동생을 구박했었다.
심한 말을 하고 계신 것도 모자라서 정신병자이니,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자는 제안까지 나오셨다. 그 탓에 아빠는 싸우다가 지쳐서 집을 비우기 일쑤였다.
‘아주머니를 말릴 수가 없어....’
아주머니의 기에 눌린 언니는 어떻게 할지 모른 채로 조용히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고, 동생은 어떻게든 나가려고 하지만 아주머니가 막아섰다.
“어허! 어딜 가!? 방 안에 더 쳐 박혀 있지 그래? 아니면, 이대로 나랑 같이 정신병원에 가든가!”
“죄송합니다만, 이만 비켜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 젊은 남성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언니와 아주머니는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단정한 머리에 집사 복을 입은 남성이 서 있었기에 당혹감도 더 크게 들어왔었다.
“누구야, 당신은! 우리들 신경 쓰지 말고 저리 가세요!”
“당신이나 물러나시죠. 그리고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 그 분께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 말에 동생은 나가려다가 아주머니에게 길이 다시 막히고 말았다.
“네 놈은 뭔데, 이런 정신병자를 찾는지 모르겠지만 이만 가시라니까!?”
“.........”
동생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서 인 것일까?
그러자 그는 순식간에 아주머니를 제압하고서는 동생을 자신의 뒤로 끌어 당겼다. 그러자 동생도 끌어당기는 데로 그의 뒤로 가버렸다.
“거기 계시죠? 알리오스씨.”
그의 말에 반응하듯이 누군가가 걸어오면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앞머리로 자신의 왼쪽 눈을 가린 남성이었다.
게다가 다리를 크게 다친 것인지, 걸을 때마다 절뚝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남성은 곧 봄이지만, 아직은 쌀쌀한 날씨이기에 추운데도 불구하고 하얀 셔츠와 검고 조금 얇은 듯한 바지에 간단히 걸쳐 입은 검정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마치 얼굴을 가리고 싶은 것처럼 코트에 달린 후드까지 쓰고 있어서 언니에게는 더더욱 그 사람이 무서워 보였다.
사신 같았기에...
“다름이 아니라, 아가씨를 데리고 먼저 내려가 있으시라고 부탁하고 싶어서요. 안 될까요?”
그는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알겠다. 먼저 아가씨를 데리고 내려가 있지.”
그는 말 한 마디를 하고서는 동생을 급하게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고, 문이 닫히기 전.
틈새로 그녀의 동생이 언니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어처구니없어 하는 아주머니와 상황 파악이 힘든 자신에게 집사 복을 입은 그가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 명함을 보니, 아까 전 뉴스에 화재가 되었던 센터의 주인이기도 한 그 회사가 명함에 적혀져 있어서 언니는 많이 놀라고 말았다.
“헉, 이 회사는!?”
“저는 그 회사의 사장님이신 안지성님의 비서이자, 집사인 알카이드라고 합니다. 그 분의 명령에 따라서 당신의 동생 분을 모시러 온 것이니. 안심을 하십시오.”
자...잠깐, 잠깐!! 그 옷이며, 초커 목걸이에 보안 시스템까지 해준 사람이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라고!?
“아니, 자...잠깐! 어째서 그 사람이랑 동생이랑!? 무...무슨 관계 시죠!?”
“거기에 대해서는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촉박하기에 저도 이만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
그는 날카롭게 아주머니를 노려보며 강한 말 한 마디를 했다.
“두 번 다시, 이 집에 찾아오거나 아가씨에게 구박이나 심한 말, 그리고 정신병원에 보내겠다는 말을 하는 즉시 저희 쪽 변호사에게 소송을 걸어달라고 부탁할겁니다. 이 말을 이해해주셨다면 지금 당장 이 집에서 떠나십시오. 그럼 저는 할 말을 다 했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자신의 말을 구체적으로 다 하고서는 그도 동생을 따라가려는지, 계단으로 급하게 내려갔다.
그는 계단을 내려가다가 자신의 실수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었다.
‘아...이런...옛날 방식대로 협박을 담은 말투를 해버렸네....후우...사장님이랑 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야겠다...알면 잔소리하시겠지...’
그는 생각을 그만두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알리오스라는 남자와 동생에게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