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구석에서 쉬던 국장에게 메라크는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끼고서는 그를 보며, 국장은 허탈하게 웃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지 않지...있지. 메라크...”
“네, 국장님...”
“이번 일이 무사히 끝나면 나는 현을 비서로써 일하는 걸 그만두게 할 생각일세.”
그 말에 메라크의 눈이 커졌다.
“현이 싫어 할 텐데요?”
“그래도 그렇게 할 생각이야.”
“이유가 뭡니까? 현은 당신을 위해 헌신적이었어요!”
“그건 알아...하지만 내 마음이 안 좋다고...!”
국장이 머리를 긁적이자, 그때서야 상황 파악한 메라크가 나지막이 말했다.
“설마 국장님...현을...”
“그래, 아내와 내 자식들 외에 마음 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살았던 내가...!”
국장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이어 말했다.
“내가...!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어! 그것도 30살이나 차이나는 아직 어리고, 젊은 그 아이를!”
“국장님...”
“그래서야! 외국으로 가라는 이유도 일을 그만두게 하려는 것도 전부다!! 그 아이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겹쳤어! 그리고 이번 폭발 사건으로 그 아이를 잃을 뻔 했다고 생각하면...! 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단 말이다!”
국장은 할 말을 끝낸 후, 서글프게 울었다.
국장이 가족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려고, 일에 집중적으로 한 것은 메라크도 아는 사항이었다. 그런 국장이 사랑에 빠졌다. 그것도 30살이나 차이가 나는 어린 여성을....
“국장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보시다시피 저희 사장님도 12살이나 차이 나시는 루테아 아가씨를 사랑하고 계시니까요.”
“메라크...”
“이 사실은 일단 현에게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우선 국장님이 최선을 다해서 할 일은 이번 기회로 다크 로드(Dark Lord)라는 조직을 없애야한다는 것입니다.”
국장은 겨우 눈물을 멈추고, 눈가를 닦으면서 일어났다.
“그래야겠지...이번에야 말로 그 조직을 없애야 해...우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집합시켜 두게나. 작전을 짜고, 빠르게 아가씨를 구할 방법을 찾으세.”
“네. 국장님.”
알카이드는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밤새도록 걷다가 나무 위로 올라가서 잠시나마 휴식을 했다. 그러다가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자신의 과거를...
‘이번에야 말로 그들에게 속죄할 수 있는 기회겠지...’
20분 정도 휴식한 그는 다시 나무 아래로 내려가면서 어디 론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루테아가 납치 된 지 2일 째---
알카이드가 도착한 곳은 폐허가 된 지 꽤나 지난 놀이동산이었다.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잠들었던 놀이기구들이 일제히 움직이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이내 박수 소리에 그의 시선은 소리가 난 곳을 향했다.
“설마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아직도 기억할 줄이야.”
“딜러...”
신사복을 입은 남성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이내 일어났다. 알카이드는 검을 뺄 기세로 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볼 필요 없잖아?”
“아가씨는 어디에 있죠?”
“아, 우리 보스의 새 신부라면 잘 있으니까. 걱정 마.”
“보스와 결혼 따위 시키지 않을 겁니다.”
딜러는 웃었다. 한 번 웃었을 뿐이었는데 입이 턱까지 찢어져 있는 상태여서 무서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뭐야? 보스의 목적을 다 파악했네?”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신들보다 나이가 어려도, 늦게 조직에 합류했다고 해도 전 좀 더 오랫동안 보스의 옆에 있었으니까요.”
“흐응, 그렇긴 했지. 게다가 난 단 한 번도 널 이기지 못 했어. 게임을 말이야. 그래서 제안을 하려고 해.”
딜러는 한 번 크게 점프했다. 점프했을 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높게 뛰어져서 그대로 회전목마의 맨 위에 올라탔다.
“게임을 시작하자. 보상은 이거지.”
무언가의 종잇조각이었다. 딜러는 종잇조각을 계속 흔들어댔다.
“그건?”
“다른 애들한테도 제안을 하더라고 보스가 말이야. 뭐 나야 이런 씩의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안?”
“그래, 우리들 전원을 쓰러트리는 거지. 뭐, 마지막 녀석은 너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싫었는지 보스 곁에 붙어있어서 못 참여해.”
“내 빈자리를 채운 녀석이 있었긴 했나보군...”
“뭐, 그런 셈이지...”
딜러는 카드놀이를 하며,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룰은 간단해. 우리를 이기고, 붙잡아서 특수 변호사에게 넘긴다. 그 보상으로 이 종이. 즉 보스와 네가 지키던 아가씨가 있는 위치가 표시 된 지도조각이지.”
“지도조각....”
“그래, 우리들을 이길 때마다 이 지도조각이 보상인 셈이지. 자, 그런고로 나와 게임을 하자고? 네가 패배하면 그 목숨. 나한테 줘야 할 거야...”
“좋아요. 어차피 당신은 붙잡힐 테고, 마지막 게임정도는 해주도록 하죠.”
“뭔 기세인지,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지고 싶지 않아.”
딜러는 다시 한 번 높게 점프를 했다.
저 멀리 롤러코스터가 있는 곳까지 점프를 한 것이었다.
“자, 게임을 시작하지! 놀이기구마다 내 장난감들이 있을 거야. 장난감들을 뚫고, 나에게 오는 것! 이것들을 쉽게 이길 생각은 하지 말라고!”
그 말을 끝으로 남성은 더더욱 멀리 가버렸다.
알카이드는 검 집에서 검을 빼고, 딜러를 쫓아서 달려가려는 찰나. 회전목마의 말들이 갑자기 움직였다.
진짜 말처럼 목이 움직이면서 입에 칼날을 문채로 달려들었다.
덕분에 알카이드는 당황해하면서 칼날을 막았지만, 14마리나 되는 말들의 칼날들을 막지 못했었다.
입까지 이용하면서 3개의 칼날을 막았으나, 나머지 11개의 칼날에 베이거나, 그대로 찔려버리기까지 해버렸다.
“커헉...!”
복부를 당한 알카이드는 피를 살짝 흘리며, 움직였다.
“방해...다...!”
온 몸에 힘을 줘서 칼날을 부러뜨린 그는 검을 크게 휘둘러서 말들을 산산 조각냈다.
간신히 말들을 산산 조각 낸 후, 주저앉아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날 상대하기 위해서 단단히 준비를 했다 이건가...’
알카이드는 딜러를 쫓아가기로 했다.
놀이동산에서 제일 높은 곳.
관람차에서 자신의 장난감이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딜러는 역시나 관람차에서 즐겁게 관람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저 녀석을 쓰러트리면 보스가 소원을 이루게 해준다고 했었지...음, 어떤 소원을 할까나?”
딜러는 한참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그래! 나만을 위한 카지노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게임에서 진 녀석들을 가차 없이 죽이는 카지노를!”
“그런 카지노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겠네요.”
“뭣!?”
딜러는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알카이드를 발견하고서는 당황했다.
“내 장난감은!?”
“엄청 많이도 설치해두셨더군요. 이런 곳에 오다간 싫은 사람들이 넘쳐나겠어요.”
“거울 속 여성도 귀신의 집 귀신, 롤러코스터의 사냥 코스터는!?”
“전부 부서뜨렸습니다. 덕분에 다치긴 했지만...”
온 몸이 다친 알카이드를 보며, 딜러는 여러 장의 카드를 꺼내고서는 그에게 던졌다.
알카이드는 피하지 않았고, 그대로 카드들은 그의 살을 파고들면서 꽂혔다.
“네 녀석의 신경을 잘라버렸으니, 못 움직여! 포기하시지!”
“죄송합니다만, 보스에게 못 들은 모양이로군요.”
“그게 무슨 말이...”
딜러의 머릿속에 스치던 보스의 한 마디.
『아, 너희들 주의를 주도록 하지. 그 녀석을 상대할 때에는 단숨에 죽여야 할 거야. 천천히 상처를 주는 것은 금지라고? 이유라면 간단해. 그 녀석의 상처는 금방 회복되거든.』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알카이드는 온 몸에 박혔던 카드들을 뽑아두었다. 그러자 그의 몸에 있었던 상처들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딜러는 알아차렸다.
“힉!!”
“저는 보스가 만든, 괴물 중에 괴물이라서...이런 상처 따위는 금방 회복됩니다. 역시 당신 먼저 찾기를 잘했어요. 노나누스들 중에서 게임 밖에 모르는 터라 바보 중에 바보이시니까요.”
“네...네 녀석!!!”
딜러는 작은 칼날을 꺼내들면서 동시에 버튼을 누르자 관람차 전체가 폭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그 곳에서 빠져 나온 알카이드가 내동댕이친 사람.
딜러였다.
그는 알카이드의 일격에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당신은 살인마가 되기 위해서 얼굴을 잃었으니, 다른 이의 속마음을 비추는 얼굴은 못 보는 것이겠죠....그 덕분에 당신이 패배한 것이지만...”
알카이드는 주변 물건을 이용하여, 딜러를 단단히 묶어두었다. 그런 다음에 딜러의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지도조각이었다.
아직 하나 뿐인 터라 위치 파악은 힘들었다.
“보스도 신중한 터라, 쉽게 장소를 찾지 못 한 곳에 있겠지만...이번만큼은 함정이라고 해도 쉽게 찾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군.”
딜러가 묶인 위치를 알리기 위해서 꺼두었던 핸드폰을 켜두고서는 메라크에게 보낸 후, 다시 꺼두면서 알카이드는 그 자리를 떠났다.
메라크는 연락을 받고, 급히 왔지만 그 자리에는 이미 알카이드가 떠난 이후였다.
“이미 알카이드는 떠난 건가...그 녀석은 나중에 찾고, 지금은 노나누스 중 한 명을 저쪽에 보내는 일만이 남았군.”
메라크가 뒤처리를 하는 사이에 이동하기 시작한 알카이드는 도중에 운영되지 않는 동물원을 발견했다.
“놀이동산이 근처에 있었으니, 동물원도 같이 있는 건 당연한가?”
그 곳에서 잠시나마 쉬기로 했었다.
다친 곳이 빠르게 회복되더라도 크게 피로도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동물원 안은 조용했다.
이곳에 남은 동물들은 전부 다른 동물원에 갔기에 한 마리도 남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직원의 숙소로 생각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쉬려는 알카이드의 귀를 의심할 소리가 들려왔었다.
짐승의 경계하는 소리였다.
희미하게나마 어둠 속에서 으르렁거리는 늑대 한 마리가 보였었다.
‘느...늑대?’
“크르르르르...”
아직 다른 곳으로 못 간 늑대가 있었다.
늑대는 굶주림에 물들어 있었던 것이 분명했고, 알카이드에게 점점 다가왔었다.
그는 천천히 작은 칼을 꺼내들었고, 늑대가 달려든 순간. 갑자기 늑대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니, 늑대가 다가와서 냄새를 맡고 있었던 것이었다.
경계하면서 늑대를 바라보던 알카이드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루테아가 하고 있었던 초커 목걸이였다.
늑대는 초커 목걸이의 냄새를 맡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목걸이에 비비적거리기에 알카이드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초커 목걸이를 가져다가 늑대에게 자세히 보여주었다.
그러자 늑대는 냄새를 맡고서는 그의 손을 핥더니, 그대로 안겼다.
“그러고 보니, 동물들은 어째서인지. 아가씨를 많이 좋아했었지....”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늑대를 쓰다듬어주었다.
같은 시각. 루테아는 조용히 새장 안에 있던 침대에서 일어났다. 꽤나 깊이 잠든 것 같았었다.
그녀가 깨어나자 웃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기에 깜짝 놀란 루테아는 침대의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잘 잤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
“..........”
그는 그녀에게 노트북을 건네주면서 생각에 잠겼다.
“자, 오늘 분의 이야기를 써야지? 음...뭘 쓰면 좋을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
렉토르가 생각하는 사이에 루테아는 글을 쓸 준비를 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었기 때문. 렉토르는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을 한 것인지 웃었다.
“그래! 그 이야기를 쓰자고? 어떤 살인마의 과거 이야기를 말이야.”
“......”
무표정의 루테아를 아무렇지 않게 보며, 그는 미소를 지은 채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디보자...잘 이야기 해둘 터이니, 아가씨가 훌륭하게 작성하기만 하면 돼. 그러면 이야기를 시작하지. 우선 이야기의 시작은 살인마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지.”
루테아는 조용히 그의 말을 하나의 글로 작성하기 시작했었고,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여성 살인마가 있었어. 그 여성은 남자들을 자신이 가진 유혹이라는 숨겨진 꼬리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반하게 했지. 그리고 있는 실컷 돈을 뜯고, 또 뜯은 여성은 남자가 돈이 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곧바로 죽였어. 그리고 다음 남자를 만났지.
그러던 도중에 한 명의 일본인 남성을 만나게 되었고, 그 남성도 자신과 똑같은 분류라는 것을 알아차렸어. 그래, 그 남성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15명이나 살인을 하고서는 한국이라는 땅으로 도망친 자였지.』
루테아는 묵묵히 받아 적었고, 렉토르는 근처에 두었던 위스키를 한 잔 마신 뒤, 다시 술잔에 따른 다음.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성은 자신의 이상적인 남자를 만난 셈이었어. 그리고 남자도 마찬가지였지. 그렇게 둘은 깊은 사랑을 나누었고, 결혼도 했으며, 아들을 가지게 되었지.
그들은 아들을 정성을 담아서 키웠어. 그리고 아들이 6살 되었을 무렵. 부모라는 가면을 벗은 뒤에 본성을 들어내면서 아들에게 살인이라는 것을 가르칠 목적이었어.
그들은 그렇게 실행했지. 자식 몰래 납치해서 죽였던 것을 알리면서 아들에게 강요를 했었지만. 아들은 계속 거부하고, 또 거부했지. 허나, 부모라는 것은 자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길로 가길 바라지.』
루테아는 그 끝이 어떨지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그래, 아가씨의 예상대로야.
그들은 아들의 손에 칼을 쥐게 했고, 그대로 사람을 죽이게 했어. 강제적으로 말이야!
덕분에 아이는 나쁜 길로 가는 선택지를 억지로 고른 셈이었지. 그렇게 아들은 13살이 되도록 부모와 함께 살면서 살인이라는 무서운 것을 하다가 결국 못 참고, 경찰에 신고했어....
하지만 그것이 비극이었지.
부모는 누군가가 신고한 것으로 착각하고, 마지막 살인을 했어. 그것은 바로....
서로 자기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고,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칼로 여러 번 찌르고...죽이는 것으로 부모는 생을 마감했어. 아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당연히 경찰들이 보호센터로 데려가려 했지만...누군가가 빼돌렸지. 경찰들을 죽이면서까지 말이야.』
그러면서 그는 글을 쓰고 있던 루테아의 곁으로 갔다.
그러자 루테아는 겁먹은 채로 렉토르를 바라봤다.
“이 쯤 이면, 아가씨는 눈치 챘을 텐데? 누구의 이야기인지를 말이야.”
“.........???”
그녀의 반응에 한 바탕 웃어댔다.
그런 뒤, 다시 한 번 더 위스키를 마시면서 말했다.
“이 이야기는 실화고, 이야기 속 주인공인 아들은! 네 년을 지키던 잭 더 리퍼! 그녀석의 이야기야!”
“!!!”
그녀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것도 모른 채, 알카이드는 늑대를 베개 삼아서 잠시나마 잠이 들고 말았다.
잠시 동안의 휴식 속에서 그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그만이 알고 있는 악몽일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