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아침부터 상태가 안 좋아서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런 소연을 보며, 엄마는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
“상태는 어때?”
“아침에 아팠던 거 보다 괜찮아졌어.”
“그래? 다행이다.”
소연은 웃으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딱 봐도 안색이 안 좋은 얼굴. 그런 아이를 본 엄마는 그저 눈물만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소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마.”
“왜 그래?”
“내가 쓰려 했던 글 속의 공주님 말이야.”
“응, 그 공주님?”
아이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왜 광대를 보면서 웃었는지 알아?”
“글쎄....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해. 광대가 엄청 아파서 사람들을 웃기게 해주지 못 했거든.”
그 순간 엄마의 표정은 굳어져 갔다. 그럼에도 아이는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는 공주님은 마지막까지 광대가 행복하게 죽길 바라기 때문에...일부러 웃어주는 거야.”
“일부러...?”
“응, 마지막까지. 그렇지만 광대도 알고 있었어. 공주님이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웃고 있다는 걸.”
엄마는 가슴이 아팠다.
자신과 소연의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아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친척들과 자신의 부모도, 심지어 아이의 아빠마저 아이가 죽도록 내버려두거나 방치했다.
오로지 자신만이 헌신을 하며, 아이를 지키고 있었다.
소연이의 이야기 속 무시하는 사람들은 친척, 부모, 아빠가 포함되어 있으리라. 공주님은 자신이고, 광대는 소연이였다.
그걸 깨닫게 된 순간의 슬픔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엄마는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면서 아이를 끌어 안아주었다.
“미안해! 못 난 어미라서 미안해!!”
“엄마...”
아이도 엄마의 슬픔을 알고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소연이는 조용히 엄마에게 안길 뿐이었다. 그런 소연이에게 쿠키를 전해주러 온 알카이드는 차마 들어가지 못 한 채. 글 내용을 이해한 나머지 눈물이 흘러 나왔었다.
그걸 알게 된 알카이드는 눈물을 닦아두었다.
“내게도...눈물을 흘릴 정도의 감정이 아직 남아 있는 건가...?”
그는 눈물을 얼른 닦고, 간호사에게 대신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러 카운터로 갔다.
그 시각 덩치 큰 남성의 엄마는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병실로 옮겨졌다. 안심해 하는 두 사람. 잠시 동안의 평화가 있을 무렵.
소연의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빠가 다시 들어왔었다. 잠든 소연이를 보며, 웃었던 그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이불로 싸서 데리고 갔다.
덕분에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안 엄마는 간호사에게 물어볼 정도로 정신없이 찾기 바빴다.
연락을 받은 원장님도 급하게 의사들에게 지시를 했다.
“모든 통로들 다 막아! 서둘러!”
“네!”
“아이를 찾아야만 해!”
소연이는 자다가 무언가 이상해서 깼다.
“엄마?”
“소연아, 엄마는 널 죽이려 하니까. 내가 대신 사랑스럽게 돌봐줄게.”
아빠의 목소리에 아이는 발버둥 쳤고, 가만히 있으라면서 소리치던 사이에 중년의 여성과 알카이드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술기운 때문에 알카이드를 기억 못 하는지 당황하고 있었다.
“뻔뻔하게 애를 납치하다니, 배짱도 좋아라.”
“그 아이를 놓아주십시오!”
“누...누구야? 미안하지만 난 이 아이의 아빠다! 납치범이 아니라고!”
“그게 뭔 상관이야? 이미 이혼도 했고, 애를 방치했으니까. 애기 아빠는 아니지 않나?”
“이 아줌마가!!”
아빠는 그대로 주먹을 강하게 때렸지만 주먹을 맨 손으로 잡은 중년 여성은 그 상태로 한 바퀴 돌리면서 그를 쓰러트렸다.
돌리는 사이에 알카이드가 재빠르게 아이를 빼돌려서 자신의 품 안에 둔 채로 아빠를 노려보았다.
그걸 본 중년 여성은 알카이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한 뒤에 아빠를 혼 내켰다.
“미안하지만 생명의 1도 모르는 녀석에게 아이를 가질 자격도 없다! 그렇게 알라고!”
“여보!”
원장님이 오자마자 중년 여성은 알카이드에게 말했다.
“상태도 안 좋고, 애 엄마가 걱정할 테니까. 여긴 내게 맞기고 알카이드랑 같이 애 엄마한테 얼른 가슈.”
“어어어...그럴 게요?”
원장님은 알카이드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소연이의 병실로 돌아갔다. 원장을 보낸 중년 여성은 아빠의 머리채를 잡고서는 화장실로 끌고 가서 물을 받기 시작했다.
물을 다 받자마자 그의 머리를 물 받은 곳에 박아 넣었다.
“이거나 먹고 정신 차려라! 이 나쁜 놈!”
그걸 본 의사는 그저 무서워하며, 그 광경을 보기만 했다. 잠시 후, 정신이 확 나가버린 아빠를 메라크가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놀란 얼굴이었다.
“서...설마....”
“그 이상을 아는 것은 안 좋은 버릇이란다. 꼬마야.”
“네....”
메라크는 그저 할 말을 잃을 뿐이었다.
상태가 안 좋아진 소연의 상태를 걱정한 엄마는 아이가 오래 못 살 것을 알았다.
“소연아, 혹시 뭔가 가지고 싶은 거 있니?”
“갖고 싶은....거?”
“응...”
“갖고 싶은 거 없어....대신에....어제 본 언니랑 오빠를 만나고 싶어...”
“응, 소연이를 보러 올 거야...”
루테아와 알카이드를 부른 원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전에 겪은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몰라도 애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자네들을 보고 싶다더군...”
“하지만 아가씨는...”
루테아는 아무렇지 않게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상태가 안 좋은 탓에 말은 못 하나. 서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연이는 행복했던 모양이었다.
루테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이미 그녀는 아이의 책을 쓰면서 눈치 챘었다. 소연이가 얼마나 아프고, 오래 살지 못 한다는 것을.
그저 아이를 바라보는 일 밖에 못 한다는 것을...
그 이후로도 루테아는 알카이드와 소연이랑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마지막까지 아이를 위한 책을 썼다.
그러던 도중.
소연이는 루테아에게 부탁했다.
“언니! 언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
“책 만들 때. 딱 한권만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으면 해! 그 책을 엄마한테 주고 싶어!”
루테아는 메모해서 적은 것을 소연이에게 보여주었다.
『어떻게 특별히 만들까?』
“생각해둔 게 있어! 그러니까 언니! 도와줘! 응?”
루테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소연이는 그녀의 반응에 기뻐하면서 싱글 벙글 웃었다.
며칠 후, 자원봉사가 끝나면서 지성의 생일날.
다들 축하하며, 파티를 열었고. 루테아는 그에게 선물을 건네주었다.
“루테아가 준 선물이라니! 고마워. 루테아! 소중하게 쓸게!”
루테아는 싱긋 웃었다.
다들 미소를 지으면서 각자 지성에게 줄 선물을 주면서 생일 파티를 했다. 그 이후, 그 날 밤.
루테아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면서 지성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소연이라는 아이를 만났다며...?”
“아....어....”
“많이 괴롭겠지...그렇지만 그 아이를 위해서 루테아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이를 위한 책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야.”
조용히 끄덕이며, 그녀는 지성에게 안겼다. 지성도 묵묵히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루테아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완성하게 된 특별한 책을 전해주러 갔다.
도중에 태연을 만난 그녀는 태연에게 인사를 했다.
“소연이라는 아이에게 책을 주러 가는 거야?”
“.......”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웃었다.
“그 녀석 가족 일. 고마워. 덕분에 속이 후련해질 정도였어.”
“...........”
“그러니까. 나랑 친구하지 않을래? 같은 나이라고 들었거든. 안 될까?”
루테아는 기뻐하며, 크게 끄덕였다. 태연은 그녀의 반응에 웃으면서 손을 잡아주었다.
“그럼 오늘부터 친구!”
“태연아~~일하러 가자아~~”
“이런 부르네. 이만 가볼게~!”
태연은 인사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루테아도 소연이에게 갔다. 하지만 병실이 아니었다. 장례식 장이었고, 복도를 따라서 간 방 안에는 제단이 있었다.
그 제단 위에는 화려하게 꽃으로 주변이 꾸며져 있었고, 한 가운데에는 해맑게 웃는 소연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였다.
루테아가 온 것을 알고서는 엄마가 인사를 했다.
“어서 와요...아깐 집사님이 오셨는데...아가씨께서 따로 올 일이 있다고 들었어요.”
루테아는 조용히 완성된 특별한 책을 엄마에게 건네주었다.
한권의 동화 책.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책을 받았다. 루테아는 조심스럽게 맨 마지막 장을 펼쳐서 보여주었고, 그걸 본 순간 엄마는 이전보다 크게 울면서 책을 끌어안은 채로 주저앉았다.
그것은 엄마만이 가질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권의 책이었으며, 소연이의 유언이 써져있는 책이었다.
『엄마. 절 키워줘서, 사랑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러니까 다음 생에 내가 다시 태어나면....그때에도 소연이의 엄마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엄마! 정말로 사랑해요!
-소연이가- 』
그 유언장을 보고 눈물을 쏟아내는 엄마를 루테아는 묵묵히 달래주었다.
장례식장 밖.
알카이드와 알리오스는 조용히 밖에서 루테아가 오길 기다렸다. 그러다 조용히 하늘을 보던 알카이드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오늘 따라 날씨가 안 좋은 것 같네요....”
“날씨가? 응?”
알리오스는 눈치 채고서는 그 이상의 말은 안 했다. 알카이드는 눈물을 흘리며, 그만의 방식으로 소연이를 저 멀리 하늘나라로 보냈다.
루테아가 장례식장에서 나오자마자 만난 인물은 지성이었다. 지성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제 참지 않아도 돼...”
“우....”
루테아도 역시 참지 못 하는 눈물을 쏟아내며, 펑펑 울었다. 지성은 그런 그녀가 다 울 때까지 아무런 말없이 옆에 있어주었다.
‘너에겐 감당하지 못 할 일이었겠지....지금만은 있는 실컷 울도록 해...루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