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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당신과 나의 시간
작가 : 이로공
작품등록일 : 2018.12.10

「평행세계라고…, 들어보셨나요?」

내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음……, 평행세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하나의 세상에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시는 게 더 편하실 수 있어요.」

세상은 하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나의 시간은
A시간대의 세상과 B시간대의 세상, 둘로 나뉘게 된다.

 
-15- '9년 전 두 번째'[2]
작성일 : 18-12-29 07:11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7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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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두 번째’[2]

 

 

 

 [베타(B)시간대의 세상]

 2001년 4월 19일.

 

 한 남자가 무기력하게 병원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삶에 대한 의지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낙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어느 곳을 보고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초점 잃은 두 눈에는 생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 이에요…?」

 

 그의 옆에서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말을 걸며 의자에 앉았고

 생기 없는 남자의 두 눈이 오른쪽으로 조금 움직였다.

 

 「…사고가 났다는 군….」

 

 「사고요? 어떤…?」

 

 「은하랑 은비가 오늘 소풍을 갔는데,

 …버스가 벼랑 아래로 추락을 했다고 연락이 왔어.」

 

 「……그 내용의 뉴스를 보긴 했어요. …혹시나 하긴 했는데…」

 

 「…죽은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할 말은 아니지만…

 다행히 은하랑 은비는 그 버스에 탑승하지 않았다고…하더군.」

 

 생각보다 담담하게 말하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남자를 보았고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생기가 없는, 시체에 가까운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근데 은하가… 사라졌어.」

 

 「…….」

 

 남자의 딸이 사라졌다는 말에 여자는 놀랄 법도 하지만

 마치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듯 차분함을 유지한 채 남자의 말의 귀를 기울였다.

 

 「정확하게는…, 은하의 시간의 흐름이…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가 않아.」

 

 「당신이 지금…, 중재자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게…」

 

 「…그래, 은하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은하는 어디…에?」

 

 남자는 구부린 상체를 일으키며 대답했다.

 

 「담임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휴게소에서 어째서 인지 은하가 버스를 타면 안 된다고 했다더군.

 이유를 물어봐도 이유는 말해 주지 않고 계속해서 울면서 버스를 타면 안 된다고…

 결국 은하와 은비는 버스에 탑승하지 않고 버스는 출발했다는데…,

 그와 동시에 은하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군.

 …내 생각에는 잠시 은하가 미래의 시간을 본 것 같아.」

 

 「미래의…, 시간이요?」

 

 「…그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예지몽…이라고 할 수도 있지….

 은비 역시 충격이 컸지만 다행히도… 오늘은 얘기를 주고받을 상태가 돼서

 혹시 어제 이상한 점은 없었냐고 물어봤어.

 곰곰이 생각하던 은비가 당시 버스에서 이건 혹시 꿈이 아니냐고 은비에게 물었다더군.

 내 생각에는…,

 아직은 중재자의 힘이 온전하지 않았던 상태라

 자신의 미래 시간을 꿈으로 본 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

 요 며칠 은하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겠지.

 그리고……,

 은하가 터무니없는 짓을 한 것 같아.」

 

 「……?」

 

 의문을 표하던 여자는 자신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정보’에 너무나도 놀라

 남자를 쳐다봤고,

 다 죽어가던 남자의 눈에는 미약하게 생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좌표값은 뭐죠…? 여긴 어디예요…?」

 

 「우리가 존재 하지 않는 시간대의 세상…,

 나는 은하가 만들어낸 세상이라고 생각해.」

 

 「…은하가 만들어낸 세상…, 이라고요?」

 

 남자는 바지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 사진 속에는 소풍 당일 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2001년 4월 17일이 하단에 적혀 있었고 정은비와 정은하, 윤달님이 함께 버스 안에서 웃고 있었다.

 

 「…어제, 은하와 은비의 담임 선생님이 보내 준 거야.

 그 사진 속의 남자아이는…, 안타깝게도 사고 당시 버스에 탑승해 있었다고 들었어.」

 

 「…이 아이가 설마…, 은하가 세상을 만들어낸 이유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 이 아이의 이름은 윤달님…

 유치원 때부터 은하와 은비랑 함께 지냈던 친구야.

 은비는 모르겠지만…, 은하는 이 아이를 참 좋아했었어.」

 

 「…세상을 만든 다니, 그런 게… 가능이나 한 건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보내준 시간의 좌표값은

 그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아마 은하는…, ‘그곳’에 있겠지….」

 

 여자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고 사진을 바라봤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정은하의 어색한 웃음을 여자는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널 부른 거야.」

 

 「……?」

 

 「나를…, ‘그곳’에 보내 줘.」

 

 「그건 무리에요…, 심정은 이해 하지만…

 제 상태… 알고 계시잖아요.

 적어도…, 저를 대신 할 사람을 찾고…」

 

 「지체 할 시간 없어. …지금 당장 내가 보낸 시간대의 좌표로 날 보내 줘.」

 

 「…안 된다니까요? 너무 위험해요

 제 상태를 배제 하더라도…

 ‘그곳’이 은하가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것조차도…, 확실하지 않아요.

 그리고…, 돌아오실 수 없을지도 몰라요….」

 

 「아니, 분명히 ‘그곳’의 중재자는 은하일 것이니,

 당연히 관리자 역시 만들어진 존재가 있을 거야.

 없을 리가 없어.」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잖아요….」

 

 「시끄러워, 시간이 없어.

 은하가 만약에…, 무의식중에 세상을 만들어 냈다면. 그 누구보다 당황스러울 거야.

 하루라도 빨리…, 내가 가서 은하를 데려와야 해.」

 

 「…….」

 

 여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생기를 잃었던 남자의 두 눈은, 어느 샌가 누구보다 불타고 있었고.

 삶의 의지를 잃어 보였던 남자의 얼굴은, 누구보다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하아…….」

 

 결국 여자는 단념하고 주변을 둘러본 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남자가 보내 준 시간대의 좌표로 남자를 보냈다.

 

 

 

 

 

 

  *

 

 

 

 

 [알파(A)시간대의 세상]

 2011년 4월 19일.

 

 남자는 자신을 괴롭히는 어지러움이 어느 정도 사라진 것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떴다.

 남자는 우선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고

 자신에게서 ‘이곳’의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 오래 있을 수는 없겠군.」

 

 주변을 둘러보니 은비와 은하가 다녔던 우주 초등학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몇 번인가 딸들을 데려다 주며 봐왔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별관으로 보이는 건물이 하나 생긴 것과

 주변 놀이기구가 조금씩 바뀐 것 말고는 자신이 기억하는 초등학교 모습이었기에

 무사히 자신이 원했던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남자는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남자는 옆에 사람이 있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주변을 둘러보다,

 문득 옆에서 들린 소리에 놀라 옆을 쳐다봤다.

 남자의 옆에는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는데,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자신에게 인사를 한 여자는 빨간색의 긴 머리를 하고 있었고

 남자는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교복 왼쪽에 박혀 있는 남자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윤…달님.」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가 윤달님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남자는 생각보다 일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자신의 생각대로였다면 적어도 윤달님은 9살 이었어야 했기 때문.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의 관리자 이슬비라고 해요.」

 

 자신에게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건네 온 여자는 자신을 이슬비라고 소개했고

 남자는 가장 최우선 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곳’은 몇 년도 인지 알 수 있나?」

 

 「2011년도에요. 조금은 당황스럽겠지만 얘기를…」

 

 「아니, 그럴 필요 없어.」

 

 「……?」

 

 자신을 이슬비라고 소개한 여자가 남자에게 대답을 해주며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옆에 있는 윤달님에 의하여 제지당했다.

 

 「당신이 원하는…, 정은하는 지금 이곳에 없어.

 당신의 말대로 라면…, 당신은 알아서 정은하에게 찾아 갈 수 있을 테지.」

 

 「…‘이곳’으로 온 좌표값이 있으니 과거로 돌아가는 건 크게 문제가 없을 거예요.」

 

 「……뭐?」

 

 말을 끝낸 윤달님은 이슬비를 바라보았고

 이슬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남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는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강한 어지러움을 느껴야 했다.

 남자는 어떤 말을 하려 했지만 차마 그의 말은 전해지지 못하고

 남자는 우주 초등학교에서 사라졌다.

 

 

 

 

 

  *

 

 

 

 [베타(B)시간대의 세상]

 2001년 7월.

 

 「연화야 준비 됐니?」

 

 「…네.」

 

 남자는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아이에게 말을 하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2011년도에서 정은하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남자는

 자신을 자신의 딸인 정은하가 만든 세상으로 보내준 여자를 찾아갔고

 조금은 이를 수도 있지만 능력을 딸에게 양도할 것을 부탁했다.

 당연히 여자는 분노하고 격하게 반대했지만 남자는 그보다 더 처절하게 매달렸다.

 자신의 중재자의 힘도 상당히 불안정하고 그것은 진행형이었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자신의 딸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여자는 남자의 제안을 허락했다.

 

 그리고 능력을 이어 받은 여자아이가 자신의 생각보다 빠르게

 관리자의 능력을 컨트롤 했고, 남자는 드디어 자신의 딸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구보다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들뜬 마음과 정 반대로 남자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굳어진 상태였다.

 

 남자는 자신의 딸을 잃고 제정신이 아닌 채 몇 달을 지내왔다.

 자신의 딸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또 한명의 딸인 정은비에게 소홀했고

 자신의 딸을 만나기 위해 다른 한 가정의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 째 바꿔 놓았다.

 그 광경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던 남자는 차마 모든 죄책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남자의 마음은 그로 인해 조금 삐뚤어져 버렸다.

 어느 샌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을 자신의 딸이 좋아하던,

 윤달님이라는 어린아이로 생각했고,

 정은하를 만나기 위해 해온 노력은…

 어느 샌가 정은하를 다시 데려오는 게 최우선이었지만

 이 모든 일의 ‘원흉’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으로도 바뀌어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다가 왔다.

 남자는 사고가 일어났던 4월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들의 능력으로는,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의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없기에

 지금이라도 ‘그곳’에 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입을 열었다.

 

 「준비 됐으면 시작하렴.」

 

 남자의 말에 여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알파(A)시간대의 세상]

 2001년 7월.

 

 남자는 눈을 뜨자마자 우주 초등학교로 향했지만

 아쉽게도 남자는 정은하를 볼 수 없었다.

 담임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그 사고 이후 정은비와 정은하는 전학을 갔고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윤달님에 대해 물었고, 담임선생님은 조금은 이상한 남자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자신의 제자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서

 그 이상의 이상함은 느낄 수 없었고

 윤달님은 사고 이후 아직 깨어나지 못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전하자

 남자는 감사를 표하며 반을 빠져 나왔고

 

 「그래…, 만들어진 존재 일 뿐이야.」

 

 누구보다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을 한 남자는 작게 중얼거렸고

 담임선생님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여기에 성함을 적어 주시겠어요?」

 

 담임선생님이 알려 준 병원에 도착한 남자는 윤달님의 면회를 신청했고

 사무를 보던 간호사가 방문차트를 꺼내들고 펜을 건넸다.

 펜을 받아든 남자는 종이에 ‘정’이라고 적었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움직임을 멈췄다.

 혹시나 문제가 생길 수가 있으니 잠시 다른 이름을 생각했고

 이내 정은하가 옛날에 재미가 있다며 보여준 만화책의 등장인물 인물을 떠 올리고는

 ‘정’을 지운 뒤 ‘할리’라고 다시 적었다.

 

 「…어, 이름이… 할리…님 맞으세요?」

 

 「네.」

 

 「환자분과… 관계는요?」

 

 「이웃사촌입니다. 보호자랑 친구사이입니다.」

 

 간호사는 할리라고 적인 차트를 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윤달님의 부모와는 실제로 알고 있던 사이였기에

 학교에서처럼 잘 둘러대면 될 거라 생각하고 할리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아…, 병실은 1009호이고 면회시간은 2시간이니 시간 엄수해 주세요.」

 

 할리의 대답에 간호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병실위치를 알려준 뒤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그 후, 할리는 엘리베이터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자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남자의 옆에는 남자의 키의 절반조차도 되지 않는 빨간 머리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듬직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할리를 위협이라도 하는 듯,

 굵은 목소리로 할리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당신…, 보아하니 우연히 ‘이곳’에 온 건 아닌 것 같은데…정체가 뭐지?」

 

 대뜸 물어오는 질문에 할리는 이 남자가 ‘이곳’의 관리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이곳’의 관리자이신가 보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할리라고 합니다.」

 

 할리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권하자 남자는 그에 응했고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여자아이가 할리의 눈에 들어왔다.

 할리는 단번에 여자아이가 4월에 만났던 10년 후의 관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가…, 이슬비 맞지? 반가워.」

 

 「…….」

 

 할리는 무릎을 구부리고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고

 여자아이는 할리가 무섭다는 듯 남자의 다리 뒤로 숨었다.

 

 「…당신, 내 딸을 어떻게 알고 있지?」

 

 「우연히…, 만난 적이 있어서요.

 그거보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좀 그렇고…」

 

 남자는 할리에게 더욱 더 경계심을 보냈고

 할리는 여전히 웃음을 유지한 채 병원 안에 있는 카페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는 여자아이와 함께 잠시 자리를 비운 뒤,

 혼자서 돌아왔고 할리와 남자는 카페로 향했다.

 

 

 

  *

 

 

 

 「아니, 당신은 지금 거짓을 말하고 있어.」

 

 「……네?」

 

 카페에 들어 온 할리는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과는 조금은 다른, 4월에 세상이 두 개로 나뉘며

 정은하가 ‘이곳’에 갇히게 되었고 자신은 그 딸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고

 이사를 갔다고 들었으나 그곳을 알지 못해 윤달님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왔다고 전했으나

 얘기를 가만히 듣던 남자는 단호하게 얘기 했다.

 

 「나는 당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고 있어.

 그건… 정은하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게 무슨…?」

 

 「이곳에 있는 윤달님을 죽이기 위해서지?」

 

 「……!」

 

 할리는 순간 정곡이라도 찔린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남자는 그런 할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 윤달님은 없다.

 당신은 ‘이곳’의 시간의 흐름을 볼 수 없을 테니 몰랐던 사실 일거야.」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마치 할리가 어느 정도 당황을 했는지 알려주는 듯,

 그의 큰 목소리가 카페 내에 울렸고

 남자는 태연하게 말했다.

 

 「말 그대로야. 윤달님은 ‘이곳’에 없다.

 정확하게는 당신이 살고 있는 ‘그곳’에 있지.」

 

 할리는 잠시 생각이라도 하는 듯, 아무 말도 없었고

 이내 할리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할리는 남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은하가…….」

 

 「그래, 당신이 방금 얘기 했던…, 미래의 시간을 본 거겠지.

 당신이 윤달님을 죽이는 모습을….

 나는 오늘 정은하에게 전화를 받았고

 그 어린아이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떨리고 무서움이 가득했다.

 당신이 윤달님을 죽이는 장면을 봤다고 말하는 정은하의 말은

 내게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통보’보다는 도와달라는 ‘부탁’에 가까웠다.

 그리고 당신이 ‘이곳’에 도착하고 나는 윤달님을 ‘그곳’으로 보냈다.」

 

 「은하가…」

 

 할리는 남자의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윤달님 때문에 ‘이곳’에 온 게 아니라면 그건 분명 거짓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차마 이루지는 못할,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대상에 불과했을 뿐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할리는 정은하가 자신이 만들어진 세상에 갇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곳’까지 온 것이기에

 그가 받은 충격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컸다.

 

 「은하는…,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있다는 건가….」

 

 할리는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중얼거렸고

 그 앞에 앉아 있는 남자는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다는 듯 얘기 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은 ‘이곳’에 오래 존재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내가 할 말은 다 전했으니, 당신의 세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군.」

 

 5분…

 아니, 10분……

 생각을 끝냈다는 듯 할리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그리고 바지주머니에서 조금은 꾸겨진 사진 한 장을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이 사진을…, 은하에게 전해 줄 수 있겠습니까?」

 

 사진 속에는 정은비와 정은하, 그리고 윤달님이 함께 웃고 있었다.

 남자는 사진을 받아 들고 고개를 끄덕였고

 할리는 허망하다는 듯,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은하에게…, 몹쓸 짓을…… 하고 말았군.」

 

 

 그 후로 어느 누구도 알파시간대에서 할리를 볼 수 없었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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