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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당신과 나의 시간
작가 : 이로공
작품등록일 : 2018.12.10

「평행세계라고…, 들어보셨나요?」

내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음……, 평행세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하나의 세상에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시는 게 더 편하실 수 있어요.」

세상은 하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나의 시간은
A시간대의 세상과 B시간대의 세상, 둘로 나뉘게 된다.

 
-12-
작성일 : 18-12-24 20:36     조회 : 350     추천 : 0     분량 : 4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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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초. 5초의 시간을 앞 당겨 버린 거야.」

 

 「……5초?」

 

 「그래, 그 5초의 시간을 당겨 너를 버스에 탑승하지 못하게 했지.

 은하가 봤던 사고의 장면 속에는 네가 버스에 탑승했었기에 그걸 제지 한 거지.

 단순하게 5초가지고?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나조차도 할 수 없었던 일이야.

 시간을 되돌린다거나… 시간을 앞 당겨 버린다거나,

 이거야 말로 판타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일이지.

 결국 그 비현실적인 힘으로 인해 ‘반동’이 생기게 되는데

 그 결과, 시간의 균열이 생기고 두 개의 시간대가 존재하게 되었지

 5초의 시간을 끌어와서 너를 살린 알파시간대와

 네가 버스추락으로 결국 사망하는 베타시간대 말이지.」

 

 「…….」

 

 「아까의 질문을 다시 하지.

 너는 알파시간대와 베타시간대 둘 중 어느 곳이 ‘진짜’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아찔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당신이 하고 있는 말에 거짓이 없다 해도

 베타시간대가 원래 존재 했던 세상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게…」

 

 할리는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내 말을 끊었다.

 

 「나는 알파시간대를 은하가 만든 세계라고 생각한다.

 가상의 시간대…, 존재 할 수 없는 세상….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제4세계’라고 할 수도 있겠군.

 아까 말했듯 나에게는 확신이 있다.

 ‘이곳’이 원래 존재했던 세상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지.」

 

 「…어떤 부분에서?」

 

 「첫째, 너는 9년 전보다 더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나?

 그 이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지?」

 

 「…사고 이후, 기억상실증 때문에 그 이전의 기억은…」

 

 「역시….

 그게 정말 기억상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네가 기억상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정확하게 버스가 추락하기 이전의 기억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그 이후의 기억은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다는 게,

 나로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야.

 물론 네가 9년 전에 ‘만들어진’ 알파시간대 세상의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지금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나를 제외한 모두…,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나와 함께한 기억이 모두 남아있는데…

 그렇다면 그건 틀린 주장이 아닌가요.」

 

 「그게 만들어진 기억이라면?

 알파시간대의 사람 모두가 9년 전부터 기억이 시작된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은하를 제외한 만들어진 알파시간대의 사람은

 모두가 만들어진 세상속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생각해봐. 너는 왜 기억이 9년 전에서 끊겼을까?

 단순하게 9년 전보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런 억지가……」

 

 할리는 기다렸다는 듯 검지와 중지를 폈다.

 

 「둘 째, 이슬비씨의 말에 의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정해진 시간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또 다시 이슬비가 했던 얘기가 뇌리를 스쳤다.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정해진 ‘시간’이 존재해.

 그건 사람을 막론하고 동물, 또는 인간이 만든 물건에도

 정해진 시간이 존재하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이라 할 수 있어.

 

 

 「나는 그거야 말로 꼭두각시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정말로 인간이 태어나 정해진 시간을 살다가 죽는 다고 생각하나?

 어떤 발버둥을 쳐도 정해진 시간을 거스를 순 없다고 생각하나?

 아니, 사람에게 정해진 시간 따위라는 건 존재하지 않지.

 적어도 내가 중재자로 살았던, 하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던 세상에서는 말이지….

 물론 사람에게 시간의 흐름은 존재해, 하지만 그건 절대적인 게 아니야.

 시간의 흐름은 작은 변수에도 충분히 바뀔 수 있어.

 그렇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노력을 해가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슬프지 않나? 정해진 시간을 꼭두각시처럼 살아간다는 건….」

 

 「…….」

 

 할리는 다시 한 번 잔에 담긴 녹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셋 째, 이건 방금한 얘기의 연장전선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나는 저번 주에 닉에게 교통사고를 내라고 시켰다.

 그 대상은…, 바로 너.」

 

 「……그건 또 무슨….」

 

 「이건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야.

 9년 전 버스추락사고 이후, 너는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너는 연화를 처음 만났었지.

 그 당시 나는 연화에게 부탁하여 네가 있는 알파시간대로 넘어 갔었다.

 이유를 묻는다면 단순해. 너를 죽이기 위해서…였지.

 왜냐고? 너 때문에 나는 내 딸을 잃었어야 했으니까.

 너무 나도 무력했던 당시의 나는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고 있었고,

 그 대상은 자연스럽게 네가 되었지.

 지금은 그래도 은하의 선택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하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런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너를 만나지도 못했지. 왜냐? 너는 그때 ‘이곳’에 있었으니까.」

 

 「…….」

 

 「그때 나는 생각했지, 네가 죽는 모습을 은하가 ‘미리’ 봤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알파시간대에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그리고 나는 생각을 접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분노는 약간이지만 가라앉고 조금씩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더군.

 알파시간대의 세상은 은하가 원해서 스스로 만든 세상이다.

 내가 너를 죽인다면 은하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말을 할지.

 상상만으로도 무섭더군.

 은하는 겨우 8살 이었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야.

 그리고 내 분노의 대상 역시 겨우 8살의 꼬마아이였으니까….

 그렇게 나는 은하를 잊고 8년을 살아왔다.」

 

 할리는 잠시 생각하는 듯 말을 멈췄다.

 그의 표정에서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있었는데

 가장 적절한 표현은 ‘그리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닉에게 전학을 갔던 은하가 네가 다니고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올해 같은 반이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한 가지 계획을 세웠지.

 내가 만일 너를 다시 한 번 더 너를 죽이려 한다면

 은하는 이번에도 너를 베타시간대로 보낼 것인가. 에 대한 계획을 말야.

 물론 죽일 생각은 없었다. 교통사고 정도로 생각을 했고 나는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는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지금 이 얘기가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세 번째 이유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건지…」

 

 「네가 살고 있는 알파시간대가 만들어 진 꼭두각시 세상이라는 걸 말하고자 하는 거다.

 닉은 저번 주 토요일 너를 미행하며 사고를 낼 타이밍을 보고 있었고

 실제로 너를 따라다니며 기회를 포착하던 도중,

 어느 공원의 앞에서 기회가 생겼고 마침내 차를 몰아 너에게 돌진했지만…

 그 계획은 불발됐다. 네가 눈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지.

 그리고 나는 그때 네가 ‘이곳’에 있단 사실을 연화에게 들을 수 있었다.

 그 후, 이상한 일이 발생했지 네가 알파시간대로 돌아간 뒤.

 다음날 일요일, 너를 감시하던 닉에게서 나는 내 가설이 확신이 될 수 있는 얘기를 들었다.

 너는 저번 주 토요일 47분이라는 시간동안 ‘이곳’에 존재했다.

 그 말은 즉, 네게 존재하는 알파시간대의 정해진 시간의 흐름이

 47분이 어긋나 있다는 얘기지. 그렇다면 그 47분은 어떻게 됐을까?」

 

 나는 분명 이 질문을 받아 본적이 있다.

 그때… 카페에서의 그 날.

 

 

 -이건 다른 얘기인데, 질문 하나 할게.

 네가 알파시간대에서 베타시간대로 넘어간 47분의 시간은 어떻게 됐다고 생각해?

 

 그 해답은 이슬비로부터 듣지 못했기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네가 닉에게서 미행을 당하고 사기가 나기 직전의 47분.

 분명 토요일 날 닉에게서 들은 얘기로는…

 너는 그날 밤중에 어떤 이유였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분식집을 찾아서 돌아다녔고

 우연히 열린 작은 분식집에서 먹거리를 사들고 집에 오던 중

 문득 노선을 바꿔 근처 슈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유 하나를 사들고 노선을 바꾼 어느 주차장 앞을 향했고

 그곳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진 후 공원 밖으로 나왔고

 너는 ‘이곳’에 왔지.

 그리고…

 그 47분의 행동반경을 너는 정확하게 토요일이 아닌 다음날 일요일에 다시 ‘실행’했다.

 그리고 토요일과는 다르게 일요일은 네가 가는 곳마다 은하가 있었지.」

 

 할리의 말을 들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저번 주 일요일,

 우연찮게 정은하를 세 번이나 만났던 그 날이 떠올랐다.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깊게 생각했던, 바로 그날.

 

 「만들어진 존재에게는 정확하게 만들어진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만들어진 시간의 흐름을… 너는 완벽하게 ‘이행’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정해진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말하는… 알파시간대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웃기지마….」

 

 말 한마디로 내가 살아온 인생, 내가 살아온 세상을 부정하는 할리의 말에

 나는 더 이상 얘기를 진행 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스러움이 밀려 왔다.

 나는 좀 더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대안이 없는 나는 너무나 무기력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도피뿐 이었다.

 

 「뭐가… 거짓이며 뭐가 만들어진 존재라는 거냐….」

 

 「혼란스러운 건 이해한다.

 오늘 너를 ‘이곳’에 부른 건. 그저 너에게 이런 현실을 알려주는 게 목적이 아니고,

 부탁이 있어서 너를 불렀다.」

 

 「시끄러워. 더 이상 듣고 싶은 얘기는 없어.」

 

 「은하에게는 중재자를 상징하는 목걸이가 있을 거다.

 그 목걸이를 네가 가져와 줬으면 좋겠는데…

 오직 너만이 가능한 일일 수도 있기에 부탁한다.」

 

 「…시끄럽다고.」

 

 「나는 그 목걸이로 다시 세상을 하나로 만들 거다.

 완벽하게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은하가 가능했으니 은비도…」

 

 「그만해!」

 

 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나갈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닉 선생과 선연화가 들어간 방이 아닌

 그 바로 옆방에서 문이 열리며 사람이 나왔다.

 

 「아빠, 그만해 제발.」

 

 울먹거리며 나를 노려보는 사람의 정체는 정은비였다.

 

 「은하언니는 포기해… 자기 스스로 우리를 버린 사람이야.

 내가 언니의 목걸이를 받는다고 해도 세상을 ‘이전’으로 돌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좀 해….」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군….」

 

 그렇게 말하는 할리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할리의 손에 의해 찻잔에 있던 녹차도 미세하게 요동쳤다.

 정은비는 그저 할리를 쳐다보고 있을 뿐. 그 이상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에서 뛰쳐나왔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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