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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당신과 나의 시간
작가 : 이로공
작품등록일 : 2018.12.10

「평행세계라고…, 들어보셨나요?」

내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음……, 평행세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하나의 세상에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시는 게 더 편하실 수 있어요.」

세상은 하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나의 시간은
A시간대의 세상과 B시간대의 세상, 둘로 나뉘게 된다.

 
-7-
작성일 : 18-12-17 13:07     조회 : 367     추천 : 1     분량 : 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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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학교 뒷문을 나오면 학교 바로 옆에 딸린 거대한 산책로가 하나 나오는데

 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가족들도 많이 애용하는 곳으로

 나 역시 가족과 함께 주말에 몇 번인가 와본 기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슬비는 산책로로 들어선 뒤 산책로 끝에 있는 하천을 가로지르는 육교로 향했고

 육교를 건널 때 쯤, 나는 이슬비가 향하는 목적지를 짐작 할 수 있었다.

 

 문화의 거리.

 동네의 모든 상가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일자형태의 긴 거리로,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당히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다.

 특히, 먹거리를 포함해서 옷과 신발 등 유명메이커 매장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

 주로 학생들과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그 주변은 항상 사람들이 넘쳐흘렀다.

 

 문화의 거리에 도착하자 이슬비는 입구 쪽에 바로 보이는 작은 카페를 발견하고 문을 열었고

 카페 안에는 하교하는 학생들까지 더해져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이슬비는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을 찾아 앉았고

 나 역시 이슬비의 맞은편 의자에 앉자, 종업원이 친절하게 주문을 도와주었고

 간단하게 음료를 주문하자 종업원은 음료가 나올 시 가져다주겠다고 말한 뒤

 매장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 후, 종업원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슬비가 말문을 열었다.

 

 「목걸이를 꺼내 줄래?」

 

 나는 목걸이를 꺼내들어 책상위에 올렸고, 이슬비는 말을 이어 갔다.

 

 「우선, 이건 네가 어제 말 했듯 평범한 목걸이가 아니야.

 중재자…, 시간을 중재하는 자를 나타내는 표식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이야.」

 

 그리고 뜬금없이 판타지 요소가 상당히 강한 얘기가 시작됐다.

 

 「……중재자?」

 

 「그전에, 운명이란 말. 어떻게 생각해?」

 

 「딱히…, 믿고 있진 않다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정해진 ‘시간’이 존재해.

 그건 사람을 막론하고 동물, 또는 인간이 만든 물건에도

 정해진 시간이 존재하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이라 할 수 있어.」

 

 「…그래서?」

 

 「세상이라는 큰 ‘시간’ 속에 각자의 시간들이 존재하는 거지.

 이 세상에 모든 생물과 형체들은 그 정해진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 시간들을 중재하고 관리하는 시간의 관리자와 중재자가 존재해.」

 

 말을 이어가던 이슬비는 잠시 내 눈치를 살폈고

 내가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 표정은 상당히 이상한 듯, 이슬비는 의아함을 표했다.

 

 「왜 그래?」

 

 「…아니, 일단… 계속해봐.」

 

 「그 목걸이의 주인은 너도 이젠 알겠지만 정은하야.

 즉 이 세상의 시간을 관리하는 중재자는 정은하라는 얘기지.」

 

 이슬비, 그리고 시간의 관리자….

 

 이슬비의 얘기를 듣자 순간, 머리에 통증이 급격하게 밀려왔다.

 나는 어디선가 ‘관리자’ 라는 이 단어를 들은 기억이 있다.

 이슬비라는 이름이 당시 처음 들었었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평행세계라고…, 들어보셨나요?

 

 

 며칠 전 꿨던, 뜬구름 같이 잡히지 않던 ‘악몽’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어디선가…, 들어본 얘기지?」

 

 이슬비는 내 감정변화를 눈치 챘는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 분명… 조금은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나와 정은하가 아니라면 분명 ‘그쪽’의 관리자겠지.」

 

 그때,

 종업원이 음료를 들고 왔고, 이슬비는 종업원에게 펜과 종이를 부탁했다.

 종업원은 직원복으로 보이는 옷 안쪽에서 펜과 수첩을 꺼낸 뒤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시 매장안쪽으로 사라졌다.

 그 후 이슬비는 펜을 이용해 수첩을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었다.

 

 「‘그쪽’이란 건, ‘이곳’ 말고도 또 하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세상을 얘기해.

 9년 전 어떤 ‘사건’으로 인해 세상에 존재했던 하나의 시간이 두 개로 나뉘며

 두 개의 시간, 즉 세상이 두 개로 나뉘어졌어.

 흔히 말하는 평행세계야.」

 

 「9년 전…사건이란 건…?」

 

 「정확한 원인은…, ‘나는’ 몰라.」

 

 「그럼…, 중재자와 관리자라는 건 정확하게 뭐냐.」

 

 이슬비는 다시 펜을 이용해 수첩에 중재자와 관리자라는 글자를 중앙에 적었다.

 

 

 「세상이 두 개의 시간을 가지고서부터 알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나는 이것을 ‘시간의 충돌’이라고 말해.」

 

 「시간의 충돌…?」

 

 「그래, 이 두 개의 시간은 가끔 서로 충돌을 해.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내 짐작으로는…, 하나의 시간이 둘로 나뉘며

 시간이 불안정하기에 발생하는 ‘변수’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후 관리자와 중재자라고 적은 곳에 추가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좀 더 쉽게, 시간의 충돌의 예를 하나 들어줄게.

 버뮤다 삼각지대라고…, 알고 있지?」

 

 「배들이 실종된다는 마의 해협정도로 알고는 있지.」

 

 「그곳에서 실종된 배들은 어디로 갔다고 생각해?」

 

 「그걸 알고 있다면…, 그곳이 마의 해협이라고 불리진 않았겠지.」

 

 이슬비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미스테리한 실종사건은

 대부분 시간의 충돌과 연관이 있다고 보면 돼.

 시간의 흐름이 불안정한 지역에 인간이 발을 넣으며…,」

 

 이슬비는 다시 펜을 이용해 반으로 가른 수첩의 왼쪽에 사람모양의 형태를 그린 뒤

 사람모양의 형태부터 시작되는 화살표를 수첩 오른쪽으로 이어 그렸다.

 

 「다른 시간대의 세상으로 넘어가게 되어,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선 완벽한 실종이 되는 거지.

 버뮤다 삼각지대 말고도 유명한 실종사건들이 있잖아?

 영국의 지하철이 운행하자마자 실종이 되었다던가,

 어느 비행기가 상공에서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얘기.」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미스테리들이 말 한마디로 풀리고 있는 광경에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잠자코 이슬비의 말에 경청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 편의를 위해 너와 내가 존재하는 이곳을 ‘알파’시간대,

 이곳이 아닌 저쪽을 ‘베타’시간대 라고 할게.

 베타시간대에서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알파시간대로 오는 경우에,

 문제는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어.

 첫 번째는 시간의 충돌로 인해 다른 시간대로 넘어갈시,

 온전한 상태로 넘어가리란 보장이 없어.

 베타시간대, 2010년도에서 살고 있던 사람이 알파시간대 몇 년도로 넘어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 이 경우는 흔히 말하는 ‘시간이동’이라고 할 수 있겠네.

 두 번째로는…, 정해진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는 ‘시간역행’인데,

 이게 가장 위험한 이유이자 관리자인 나와 중재자인 정은하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해.」

 

 그리고 이슬비는 또 다시 수첩에 ‘시간역행’이라는 글자를 적고 동그라미를 그렸다.

 

 「혹시 이해가 안가거나, 궁금한 건?」

 

 「궁금한 건 많은데…, 일단 얘기를 끝까지 해봐.」

 

 「시간역행의 경우는…,

 ‘닉’이라는 사람의 얘기를 하나 해줄게.

 닉은 베타시간대의 사람으로 당시 2030년도의 베타시간대에서

 2003년도의 알파시간대로 우연찮게 ‘시간이동’을 하게 되는데…,

 처음 닉은 자신이 TV,혹은 영화에서나 봤던 시간이동을 하게 됐다고 생각을 하게 돼.

 알파시간대나 베타시간대는 원래 하나였던 세상이기에

 큰 틀은 다를 게 없어서 2030년도에서 2003년도로 과거여행을 하게 됐다고 생각하게 되지.

 그리고 닉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하나의 글을 작성하게 돼.

 제목은 ‘나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이 글은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게 되는데,

 이유는 이 글의 주 내용이 ‘예언’과 흡사 했기 때문이지.

 2003년도부터 자신이 살고 있던 2030년 사이에 일어날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적어 놨는데,

 그게 상당수가 맞아 떨어졌던 거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저런 비슷한 내용의 글을

 인터넷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있다.

 당시 저 ‘예언’은 인기몰이를 제법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예언은 얼마 가지 못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서 사라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유는…,

 

 「하지만, 이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

 일부 맞는 내용이 있긴 했지만, 틀린 내용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지.

 왜냐, 알파시간대와 베타시간대는 엄연히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는 세상이기에

 당연히 어느 정도의 오차가 날 수 밖에 없는 게 당연 했거든.

 그 후, 닉은 이상함을 느끼고 과거를 조사하기 시작했어,

 자신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을 찾아서 무엇이 잘못 된 건지 알아보려 했던 것 같아.

 하지만…, 그 해답을 찾기도 전에 닉은 자신에게 어떠한 ‘변화’가 생김을 깨닫게 돼.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지, 닉에게 과연 무슨 문제가 생겼을까?」

 

 나에게 질문을 던진 뒤,

 이슬비는 자신이 주문한 레몬에이드를 빨대를 이용해 목으로 옮겼다.

 

 ‘시간역행….’

 

 지독한 감기가 걸린 날의 ‘이상한 꿈’이,

 기억 먼 곳에 있던, 기억조차 나지 않던,

 이슬비가 아니었다면 꿈인지 조차 몰랐을 그 꿈이,

 내 인생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었다.

 

 「베타시간대에 살고 있는 청년에게는…, 베타시간대에서의 흐름이 정해져 있는데,

 알파시간대로 넘어오며 그 사람에게는 정해진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즉,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게…된, 건…가?」

 

 나 자신의 입에서 이런 판타지한 얘기가 나올 거라곤 상상 조차 못했는데,

 어느 샌가 내가 이 판타지한 세계의 일부분임을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슬비는 내가 질문의 답을 해내자 ‘역시나’라는 표정으로,

 

 「어느 정도는 정답이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단순히 나이만 먹지 않는 것으론, 끝나지 않았지.

 닉에게 일어난 변화는 상상을 초월했어.

 알파시간대로 넘어 오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닉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 후,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수염,손톱,발톱 등이 자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지.

 병원에 가봤지만, 닉의 몸은 누구보다 멀쩡했어.

 닉은 급격하게 무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알 방법이 없었거든.

 그 이후에도 닉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변화는 더욱 심해지기 시작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닉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난 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경악 할 수밖에 없었어.

 새까맣던 자신의 흑발은 하얗게 백발이 되어 있고, 젊고 건강했던 자신의 몸은

 마르고 주름져 엄청나게 쇠약해져 있었지.

 이십대의 청년이 한 순간에 팔십이 넘는 노인이 돼버린 거야.

 이게 바로 시간역행의 가장 무서운 점이야,

 정해진 시간의 흐름이 없기에 뒤죽박죽으로 시간이 흐르게 되는 거지.」

 

 「그래서…, 그걸 방지하기 위해 중재자인 정은하와

 관리자인 당신이 있다는 건가?」

 

 

 「그래, 일종의 ‘초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지.」

 

 이슬비는 다시 레몬에이드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럼, 방지라는 건…, 어떤 방식으로…?」

 

 「간단해, 베타시간대에서 어떤 존재가 이곳으로 넘어오게 되면

 중재자인 정은하가 나에게 그 시간에 대한 좌표값을 알려줘.

 그럼 내가 다시 베타시간대로 넘겨 보내는 형식이지.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베타시간대에도 중재자와 관리자는 존재하기에

 ‘그쪽’에서 ‘이쪽’으로 넘기는 일도 있지.

 서로 협력관계는 아니더라도 혼란을 방지하는 동종업계…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

 

 「‘그쪽’… 베타시간대의 관리자는 선연화…, 맞나?」

 

 「맞아, 보통은 시간이동을 한 존재에게는 가급적 접촉을 금지하는데,

 너의 상태를 보니,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네.」

 

 어느 정도 이 세상의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이해한 거라 생각하고,

 그 다음으로 내 개인적인 궁금증 해소를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럼, 내가 정은비와 정은하…, 아니 정확하게 정은하에게

 접촉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사뭇 진지해보이던 이슬비의 표정에 잠시 여유로운 미소가 생겼다.

 

 「조금 복잡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은하에게 무리가 가기 때문이야.」

 

 「……뭐?」

 

 「3월 6일 저녁, 너는 베타시간대의 세상으로 갔지?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우리 집이 시간이 불안정한 지역은 아닐 테고…, 모르겠다.」

 

 분명 나는 중재자인 정은하와 관리자의 이슬비의 의해서

 저번 주 금요일, 베타시간대의 세상으로 넘어 갔다.

 그 부분에 대해 딱히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니,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 된다.

 그런데 이슬비의 질문을 듣고 생각을 해보니,

 내가 베타시간대의 세상으로 넘어간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 한 상황 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버뮤다 삼각지대에 갈 일은 죽을 때 까지도 없을 일이고

 영국의 어느 지하철은커녕, 비행기조차 살면서 타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베타시간대의 세상으로 넘어 갈 일 자체가 없었기 때문.

 

 「너는 원래 정확히 3월 6일 저녁 11시 50분 12초에 사고가 날 예정이었어.

 좀 더 정확하게는 근처 공원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할 시간의 흐름이 존재했지.」

 

 「……?」

 

 「근데 왜 저번 주에 사고를 당했어야 할

 네가 여기에 앉아서 나와 얘기를 하고 있을까?」

 

 어느 정도 비현실적인 세계관에 나름 적응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정도는 어림없다는 듯, 이슬비는 덤덤하게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시작했고

 나는 다시 조용히 경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잘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어,

 단순하게 네가 그 시간에 ‘이곳’에 없었기 때문이야.

 정확하게는 내가 너를 그 시간에 베타시간대의 세상으로 너를 47분간 보냈기 때문이지.」

 

 「아니, 잠깐만….

 그럼 정은하가 미리 내가 사고가 날 것을 미리 알고…,

 당신을 통해서 나를 베타시간대의 세상으로 넘겼다는… 소리…인가?」

 

 「생각보다 이해력이 좋네.

 맞아, 정확해.」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중재자인 정은하는 가능하지.

 흔히 미래를 본다고 하지?

 나는 그걸 ‘제3세계’라고 표현해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의 시간대.

 너 라는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너 라는 사람에게 정해진 시간의 흐름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복잡하네.」

 

 이슬비의 얘기를 들은 솔직한 내 감상평이었다.

 

 「그러나 저 힘은 아쉽게도 아무 때나 상관없이 사용할 수가 없어,

 중재자에게 엄청난 무리가 가거든.

 내가 너에게 정은하와 만나지 말라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야.

 정은하에게 무리가 가면 당연히 그 애의 힘은 약해지고 그럼

 미스테리한 실종사건들이 이곳, 저곳에서 나타나겠지?

 정은하는 너를 특별하게 생각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네가 거리를 좀 뒀으면 좋겠네.

 실제로 너와 만나기 전, 즉 9년 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은하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중재자의 힘을 사용해 본 적이 없거든.」

 

 「…….」

 

 이슬비의 말에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일단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내용이 머릿속으로 들어와,

 머릿속은 폭주상태로 더 이상은 생각하길 거부 하는 중이였다.

 내가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진단했던 지난날의 나는

 누구보다 정확하게 나를 판단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일단…, 말하고자 하는 건 알겠어.」

 

 이정도가 내 최대였다.

 그 후,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 없이 단번에 들이키자,

 이슬비는 뭔가 즐거운 듯 웃으며 다시 말을 걸어왔다.

 

 「이건 다른 얘기인데, 질문 하나 할게.

 네가 알파시간대에서 베타시간대로 넘어간 47분의 시간은 어떻게 됐다고 생각해?」

 

 「뭔가…, 신나 보이는 건 내 착각이냐.」

 

 내게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내 당황한 표정을 즐기고 있는 듯해 보이는

 이슬비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아니, 헛소리야. 모르겠으니 해답을 알려줘라.」

 

 「그건…」

 

 그 순간, 이슬비가 주문한 레몬에이드 옆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고

 이슬비는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내가…, 핸드폰 번호 혹시 알려준 적 있었나?」

 

 「아니.」

 

 다소 뜬금없는 이슬비의 질문에 나는 즉답을 내렸고,

 이슬비는 조금은 의아하다는 듯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이슬비는 수첩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었다.

 

 「…혹시 모르니까…, 저장은 해놔. 내 번호야.」

 

 나는 별 생각 없이 이슬비의 번호를 핸드폰에 입력 한 뒤

 내 번호를 알려주기 위해 이슬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핸드폰 번호를 확인한 이슬비는 용건이 끝났다는 듯.

 

 「미안한데, 먼저 가봐야 될 것 같네.

 나중에 또 보자.」

 

 라고 짧게 말한 뒤 누구보다 빠르게 카페에서 사라졌다.

 

 「…….」

 

 

 내가 잃어버린 9년 전의 기억은 생각보다도 복잡한 미로였던 것 같다.

 오늘 이슬비를 따라 카페에 들어서기 전만 해도

 나름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는 조금 신이 난 상태였다.

 개학식 날부터 나를 괴롭혀 온 정은하에 대한 묘한 기시감과 9년 전 사고,

 그리고 현실이 된 이상한 꿈까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해답을 이슬비는 내려 줄 것이라 생각 했는데,

 오히려 더욱 더 복잡한 미로를 만들어 내게 선물했고,

 그 미로에 갇힌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뭐가 뭔지…, 모르겠군.」

 

 

 

 나는 책상에 올려놓은 목걸이와 아메리카노를 챙긴 뒤, 카페를 빠져 나왔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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