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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당신과 나의 시간
작가 : 이로공
작품등록일 : 2018.12.10

「평행세계라고…, 들어보셨나요?」

내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음……, 평행세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하나의 세상에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시는 게 더 편하실 수 있어요.」

세상은 하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나의 시간은
A시간대의 세상과 B시간대의 세상, 둘로 나뉘게 된다.

 
-6-
작성일 : 18-12-16 02:42     조회 : 349     추천 : 1     분량 : 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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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화요일.

 주말 내내 나를 괴롭혔던 감기는 한결 수그러들어가 몸이 가벼웠고

 다행히 학교에 나갈 수 있을 정도의 몸상태가 되어 집 밖을 나섰다.

 

 학교를 향하던 중 차가운 봄바람에 의해, 손을 자연스럽게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고

 주머니에 있던 목걸이가 손에 닿자, 어제 자신을 이슬비라고 소개했던 여자가 떠올랐다.

 

 우주 초등학교…, 그리고 이슬비…….

 

 나에게 상당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 여자의 이름은 이상하게도

 어릴 적 다닌 초등학교와 한 세트로 묶여 내 기억력을 괴롭혔다.

 마치 꿈을 꾸고 난 이후의 상태와 같이 억지로 생각 해내려하면

 마치 뜬구름을 잡듯 점점 멀어지는 기분에 생각을 포기하려하면서도,

 그냥 넘기기에는 찝찝할 정도로 신경이 쓰였기에,

 감기는 사라졌지만 아침 등굣길 기분은 썩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교실에 도착하자 내 시야엔 정은비와 정은하가 포착됐고,

 동시에 정은비도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나름 어제 찾아와 준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나도 가볍게 손을 들어 답을 했고,

 자리에 앉자마자 정은비는 내 옆자리에 앉아 특유의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은 학교에 왔네? 다행이다, 몸은 좀 어때?」

 

 「이참에 하루 더 쉬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몸이 괜찮네.」

 

 「안 그래도 오늘도 안 오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 이었나보네.」

 

 「덕분에…, 어제는 고마웠다.」

 

 「어머, 자주 찾아가야겠네.」

 

 내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자,

 정은비의 옆에서 나를 보고 있던 정은하와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감정 없는 두 눈이었는데, 미세하게 안도한 느낌이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이겠지.

 

 「너도 어제는 와줘서 고마웠어.」

 

 「……응.」

 

 정은하는 나를 보라보던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이정도면 어제 집에 와준 것에 대한 인사는 끝냈다고 생각하고

 나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목걸이를 꺼낸 뒤

 먼저 정은하에게 보여줬다.

 

 「이 목걸이…, 혹시 어제 두고 갔냐.」

 

 정은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니, 처음 보는 건데… 주운거야?」

 

 「주운 건 아니고, 어제 집 소파에 있었는데… 처음 보는 물건이라서.」

 

 「그럼…, 언니 물건인가본데…」

 

 자연스럽게 나와 정은비의 시선은 옆에 있는 정은하에게로 옮겨졌다.

 그와 동시에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고

 그 전까지 무질서하게 교실을 돌아 다니 던 학생들은 빠르게 자리로 돌아갔고

 정은비와 정은하도 급하게 자리로 돌아갔다.

 

 「윤달님, 너 뭐야. 쟤네랑 아는 사이야?」

 

 「초등학교 동창이랜다.」

 

 옆자리의 주인인 녀석은 자리에 앉자마자 신기 하다는 듯 말을 걸었고

 내 대답을 듣자마자,

 

 「아 젠장…, 나는 왜 너랑 같은 초등학교를 안 나온 거냐.」

 

 라며 불만을 토로했고

 나는 대답을 짧은 실소로 대신했다.

 

 

 점심시간.

 정은비가 목걸이의 주인이 아니라면 당연히 정은하의 것이라 생각했기에

 정은하의 자리로 가서 목걸이를 전해줌과 동시에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 나를 괴롭힌 목걸이에 대해 묻고 싶은 얘기는,

 상당히 길어질 것 같아 방과 후에 따로 정은하에게 학교 뒤편에 있는 정자에서

 만나자고 얘기했고 정은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래’ 라고 짧게 대답 했다.

 

 밥을 먹고 교실에 돌아온 뒤 시계를 보자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여유가 좀 있기에

 눈을 잠깐 붙일 생각으로 책상에 상체를 눕혔지만

 생각지 못한 불청객에 다시 상체를 일으켰다.

 

 「어이 윤달, 너 특별활동 할 생각 있냐?」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불청객의 정체는 내 옆자리의 주인이자, 2-1반의 몇 안 되는 친구, ‘허윤’ 이었다.

 

 특별활동.

 우리학교엔 방과 후에 자율적으로 학생들끼리 모여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는

 특별활동이란 게 존재한다.

 특별활동 자체는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서로 원하는 학생끼리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교실을 지정받고 정해진 시간 동안 취미 활동을 하며

 공부가 아닌 자신의 취미활동을 친구들과 함께…, 라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라 볼 수 있지만

 사실상 특별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별로 없는 편이다.

 대부분의 요즘 학생들은 공부가 아닌 다른 취미활동엔 크게 관심이 없고

 공부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축구나 농구를 제외한 운동에 관련된 특별활동을 빼면

 사실상 나머지 특별활동을 실행하고 있는 학생들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

 

 「내가 방금 밥 먹고 돌아오는데…

 엄청난 미인인 선배가… 아니, 3학년 선배가 특별활동을 할 학생을 찾고 있더라고.」

 

 「그래서?」

 

 「혼자 들기엔 조금 진입장벽이 있기도 하고…,

 너도 나도 공부엔 관심 없잖아? 그래서 같이 들어보자, 이 말이지.」

 

 「특별활동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데.」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녀석은 모 드라마의 악역이 낼 법한 비열한 웃음소리를 내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무려 장기라고, 장기.」

 

 「장기?」

 

 「특이하지? 요즘 고등학교에 장기라니…,

 이정도면 관심 좀 끌법하지 않냐.」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유일하게 내 흥미를 끌었던 건 공부도, 운동도 아닌 장기라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요즘은 구경하기 힘든 민속놀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것에 흥미를 가진다고

 나 역시 월등하게, 소위 말하는 ‘재능이 있는 쪽’과는…조금 거리가 멀었지만

 중학교 당시에는 반에서 나를 당해 낼 자가 없던 나름 1인자의 위치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당시 장기에 흥미가 생기긴 했었지만

 핸드폰과 컴퓨터게임이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 장기라는 생소한 민속놀이를 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내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 있었는데

 녀석에게서 오랜만에 들은 장기라는 단어는 내 흥미를 돋우기엔 충분했다.

 

 「가볼까….」

 

 「오케이,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오늘 방과 후 어때.」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될 거 같고, 내일 가보던지.」

 

 「아, 그러면 지금 내가 일단 가서 신청은 해놓고 올게.」

 

 오늘 방과 후엔 정은하와 길고 긴 얘기가 잡혀있기에 일정을 뒤로 미뤘고

 녀석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아니, 사실 녀석이 신이 난 이유는 ‘엄청난 미인인 선배’로 보이지만…,

 누구 보다 들뜬 모습으로 펜과 종이를 찾았고 나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녀석은 웃으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

 

 

 

 

 

 방과 후.

 집에 갈 준비를 하며 시선을 정은하의 자리 쪽으로 돌려보자,

 정은하는 어느새 나갔는지 정은하의 자리엔 텅 빈 책상과 의자만 남아있었다.

 조금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가방을 들고 빠르게 교실출입문으로 향했다.

 

 「어…, 어! 잠깐 정지!」

 

 「……?」

 

 빠른 걸음으로 나가려는 나를 정은비가 발견했는지 다급하게 불러 새웠다.

 

 「바로 집에 가는 거야? 굉장히 급하게 나가네….」

 

 「집에 가는 건 아니고…, 볼 일이 좀 있어서.」

 

 「아! 약속이 있나보네….」

 

 「무슨 일 있냐.」

 

 「아…그건 아니고, 언니가 먼저 가야 된다 길래….

 혼자 집에 가야 돼서…, 같이 갈까 했는데…

 약속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순간, 정은하를 만나러 간다고 얘기 하려다 정은하가 따로 나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기에

 나 역시 딱히 말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둘러대자 정은비는 아쉬운 듯 자리로 돌아갔다.

 

 

 2학년은 3층을 사용하기에 교실출입문을 나와 중앙계단을 이용해 한 층을 내려가자

 학교 주차장과 이어진 구름다리가 보였고

 그 구름다리 아래로 정은하와 만나기로 한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 더 계단을 따라 내려 간 뒤, 학교 뒷문을 열고 돌로 만들어 진 길을 따라 걸으며

 정은하를 찾기 위해 사각형의 정자로 시선을 옮기자,

 정은하가 아닌 의외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

 

 「우리 학교 학생 이었냐…,

 그보다 정은하가 여기 왔을 텐데…못 봤나?」

 

 차가운 미소와 눈에 띄는 빨간 머리를 하고 있는 여자는 어제 내가 봤던 인물로

 자신을 이슬비라고 소개 했던 그 여자였다.

 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이 여자와는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숙녀를 앞에 두고 다른 여자를 찾는 건 실례야.」

 

 라며 이슬비는 장난치 듯 웃었다.

 

 「너와 말장난을 할 시간도 없고, 생각도 없다.」

 

 「너라니? 선배라고, 말조심 해줄래?」

 

 「…….」

 

 「뭐, 그건 그렇고…정은하는 이미 돌아갔어.

 아니, 내가 돌려보냈어.」

 

 「어째서…?」

 

 「너에게 용건이 있어서 정은하에게 부탁했지,

 네가 정은하와 접촉을 하면 안 되는 이유. 궁금했지?」

 

 「그 사실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며 비웃지 않았냐.」

 

 「만나지 말라고 해봐야 알아먹을 것 같지도 않고…,

 맘이 바뀌었어.」

 

 이 여자가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 순간이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장소를 옮기는 게 어때?」

 

 내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이슬비는 정자 뒤쪽으로 이어진 학교 뒷문으로 향했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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