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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당신과 나의 시간
작가 : 이로공
작품등록일 : 2018.12.10

「평행세계라고…, 들어보셨나요?」

내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음……, 평행세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하나의 세상에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시는 게 더 편하실 수 있어요.」

세상은 하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나의 시간은
A시간대의 세상과 B시간대의 세상, 둘로 나뉘게 된다.

 
-18-
작성일 : 18-12-31 22:12     조회 : 429     추천 : 0     분량 : 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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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빨리 와!」

 

 공원에 도착하자 동생은 신이 난 듯 공원 주변을 뛰어다니며 나를 불렀고

 나는 손에 배드민턴채를 쥐고 동생을 따라 갔다.

 나에게 지독한 감기를 선물했던 꽃샘추위는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 갈 수록 이제는 한 풀 꺾였다는 듯 산책하기에 좋은 날씨를 보여줬고

 그로인해 일요일의 공원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고 있었다.

 

 공원 안쪽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놀이터에 먼저 들어선 동생은 학교친구를 발견했는지 빠르게 뛰어가 인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놀이터의 일부분이 되었고

 나는 주변에 앉을만한 의자를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자

 바로 근처에 직사각형의 작은 의자가 보였다.

 그 의자에는 사람이 앉아 있었기에 무심코 다른 의자를 찾으려고 시선을 돌리려다

 낯이 익은 뒷모습에 다시 직사각형의 의자로 시선을 돌렸고

 몇 걸음 걷지 않아 의자의 앉아 있는 사람이 정은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번 주 주말.

 정은하를 진달래공원에서 만났던 그때의 나와는 달리 어느 정도는 예감을 했다는 느낌으로

 정은하의 옆에 앉았고 정은하는 나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슬비가 너희 집에 간다고 했는데…, 길이 엇갈렸나 보네.」

 

 「…….」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냐.」

 

 「응.」

 

 「지금…내가 공원에 올 것을…, 너는 알고 있었지?」

 

 정은하는 놀랐다는 듯, 미세한 표정변화를 보였고 나는 말을 이어 갔다.

 

 「어제…너희 아빠를 만났어.

 어제 저녁식사를 함께했던 너희 ‘아빠’ 말고….

 조금 여러 가지 얘기를 듣긴 했는데…」

 

 「……응.」

 

 「…나는 오늘이 아니라…어제, 이 공원에 동생과 함께 올 ‘예정’이었지?

 너는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근데… 그걸 어제 내가 ‘이행’을 하지 못했기에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거지?

 저번 주 주말에 진달래공원에 간 것과 마찬가지로…?」

 

 「…….」

 

 정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땅으로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정은하는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할리에게 들은 믿을 수 없는 ‘가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원래라면 내일 정은하에게 목걸이를 돌려주기 전에 말해줄,

 미리 생각해놨던 첫 마디를 던졌다.

 

 「…고마워.」

 

 「……어?」

 

 내게서 나온 말이 정은하에겐 생각보다 의외였는지 정은하는 땅으로 내렸던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고 정은하의 표정은 자신의 현 심정을 대변하는 듯, 의문이 가득했다.

 

 「…사실 실감은…잘 안 나지만.

 저번 주 주말과 오늘, 총 두 번이나 사고를 당할 뻔 했다는 거잖아…?

 내가 확실하게 이해를 했다면…지금 멀쩡하게 너와 얘기를 하고 있는 건 네 덕분이니까….

 그리고…, 기억은 안 나지만 9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했겠지….」

 

 나는 나름 진심을 담아서 정은하에게 고마움을 표했으나

 조금은 낯간지러움과 어색함이 밀려왔고 무의식중에 놀이터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학교 친구와 함께 놀고 있는 동생이 눈에 들어왔다.

 동생 역시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고 있었고 나는 동생에게 손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정은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미안해.」

 

 그렇게 말을 하는 정은하의 시선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아마 정은하의 사과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자신의 ‘힘’의 의해서,

 9년 전에 만들어진 세상 속을 만들어진 인생으로 살아왔음에 대한 사과.

 또는 이 모든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발생하는, 뒤 늦은 충격과

 ‘나’에게 일어나는, 할리가 계획한 의문의 ‘사고’들 정도로 생각은 해볼 수 있는데…

 그건 제 3자가 봤을 때의 얘기.

 나는 철저하게 내 입장에서, 내 기분을 정은하에게 말해줬다.

 

 「네가…, 사과를 할 이유는 없다고…봐.」

 

 「……?」

 

 「…막상 입으로 꺼내려니 쑥스러운데…,

 …적어도 너의 모든 행동은 ‘나’를 위해 했던 행동이잖아…?

 9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 상황이 전혀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너에게는 고마운 감정밖에 없어.」

 

 「…….」

 

 그리고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그쪽’의…, 할리와 정은비가 부탁을 했어.

 할리의 경우는 알파시간대의 세상과 베타시간대의 세상을

 다시 하나로 만들기 위해 목걸이를 가져와 달라고 했고…,

 정은비의 경우는 너라면 이 목걸이를 이용해 세상을 다시 하나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나에게 너를 설득해 달라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내가 너에게 이 목걸이를 돌려주는 건…설득을 위함이 아니야.

 그런 거창한 사연은 제외하고…,

 그냥…우리 집에 놓고 간 네 물건을 돌려줄 게.

 …라고 하면 좀 이상한가…?」

 

 나는 다시 생각해보면 집에서 이불을 걷어 찰 정도의 대사를 내뱉으며

 목걸이를 정은하에게 건넸다.

 

 사실 어쩌면 나는 내게 주어진 선택을 정은하에게 넘겼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할리는 내게 목걸이를 달라고 했고,

 베타시간대의 정은비는 정은하의 설득을 원했다.

 그 두 가지의 부탁은 모두 나의 선택을 필요로 했었지만

 나는 그것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그 ‘책임’을 정은하에게 넘겼다.

 이것을 정은하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사실.

 하지만,

 

 「아니…, 이건 너에게 줄게…….」

 

 내게서 목걸이를 받아 든 정은하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목걸이를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내가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자

 정은하는 내게 ‘선택’과 ‘기회’를 되돌려 주었다.

 나에게 정은하가 목걸이를 돌려준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생각을 따르겠다는 소리로 나는 받아 들였다.

 베타시간대의 할리와 정은비의 의도를 얘기했음에도 불과하고 내게 목걸이를 준다는 건

 베타시간대의 할리, 혹은 정은비에게

 내가 목걸이를 건네도 자신은 신경을 쓰지 않는 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정은하가 어떤 의미로 목걸이를 주려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 온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회피’ 했다.

 

 아니, 나는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 목걸이를 정은하에게도, 베타시간대의 할리와 정은비에게도 나는 전해주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뜬금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내 나이 18살.

 내게 남은 인생은 아직도 한참이다.

 만에 하나로 두 개의 세상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나 자신이 그 하나의 세상에 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적어도 내게 주어진 ‘선택’의 시간을 연장했다.

 이 ‘회피’가 내게 어떻게 돌아 올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할리와 정은비는 내 선택에 반감이 있을 수 있겠지.

 그렇기에 나는 정은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가 이걸 가지고 있으면…,

 저번 주 주말과 오늘 같은 일이 앞으로도 수도 없이 벌어질 텐데…, 괜찮겠냐.

 이슬비는 그걸 제일 걱정하던데….」

 

 

 정은하는 내 말의 의도를 알아 차렸다는 듯,

 처음 보는,

 그 어느 누구보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문제없어.」

 

 

 

 

 

 

 누군가는 말했다.

 학창시절은 그야 말로 인생을 아무 걱정 없이 즐기는 시기라고.

 혹은 학창시절이야 말로 인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좋았던 시기라고.

 그 말에 나는 동감한다.

 그렇기에 나는 적어도 내 학창시절을 지키고 싶었다.

 

 후에 나는, 이 선택에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이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후에 나는, 이 순간을 다시 되돌아볼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이 순간을 어떻게 회상할까.

 

 적어도, ‘즐거웠다.’라고 이 순간을 돌아본다면

 이 날의 내가 내린 ‘선택’은 성공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2010년 3월 16일.

 

 「월요병이란 말…, 진짜 잘 만든 것 같지 않냐?」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

 

 「월요일만 되면 진짜 기가 막히게 병이라도 걸린 듯,

  몸이 안 좋단 말이지….」

 

 월요일.

 화이트데이 당시 다음 등교에는 내가 아닌 여자친구와 함께 할 거라던 허윤은

 자연스럽게 나와 등교를 하며 별 시답지 않은 얘기하며 학교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특별활동 갈 수 있냐?」

 

 「오늘은 가야지…, 입부 신청서를 제출하고 한 번도 못 갔으니까.」

 

 허윤은 평소와 똑같아 보였지만 조금은 기가 죽은 듯해 보였고

 그것은 분명 월요병이 아닌 다른 이유도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그 웃음도 잠시,

 교문 앞에 서있는 닉 선생의 모습을 보자 내 웃음기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닉 선생은 나를 발견하고는 웃음을 지으며 다가 왔다.

 

 「윤달님 학생과…, 입부 신청서를 제출 했던 허윤 학생 맞지?

 오늘은 방과 후에 특별활동 오니? 」

 

 「네, 그럼요! 오늘은 꼭 가겠습니다.」

 

 닉 선생의 말에 허윤은 웃으며 대답했고

 닉 선생은 허윤 몰래 내게 쪽지 한 장을 건넸다.

 

 

 

 교실로 돌아와 쪽지를 확인해 보니

 외국인이 적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급 한글이 적혀 있었다.

 

 

 -특별활동이 끝나고 슬비학생 없이 둘이서 얘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오늘은 잊지 말고 특별활동에 와 줬으면 해.

 

 

 「…하아.」

 

 닉 선생의 의도는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내게 상당히 피곤한 일이 될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겠지…?

 미래의 나, 듣고 있다면 대답 좀 해줘라.

 

 

 
작가의 말
 

 드디어 공모전분량의 내용이 끝났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프롤로그의 내용을 끝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윤달님의 이야기를

 공모전이 끝난 이후에도 기회가 되면 더 보여드리고 싶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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