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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슈마후
작가 : 잿빛
작품등록일 : 2018.12.3

격동하는 대륙. 음모와 모략. 감춰진 비밀.
그 무대에 선 비운의 황자 사샤 B 바실레우스.

"아무것도 바란 것 없이 살아왔지. 하지만 저들은 내게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며 빼앗아 왔어. 신조차도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누군가 그러더군. 그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을 거라고. 하지만 틀렸어. 여긴 온통 내 자리가 될 거야."

 
17화
작성일 : 18-12-29 20:11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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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꿈을 꾸는듯했다.

 아니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에서 나는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발수갈채를 받고 있었다.

 그렇게 내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람 중엔 어머니와 이세리아 선배, 타티아나 등이 있었고 형님 또한 처음 보는듯한 아니 어쩌면 내가 무척이나 어렸던 시절 보여준듯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쳐주고 계셨다.

 

 '황자~대견합니다. 어미는 이제 정말로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어머니...'

 

 어머니께선 예의 그동안 많이 보여주셨던 눈물을 흘리시며 미소를 지으셨다.

 

 '사샤. 나는 네가 태자가 될 줄 진즉 알아보았다. 그럼, 너 말고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닙니다. 형님. 태자의 자리는, 장차 아바마마의 뒤를 이어 황제의 자리에 오르실 분은 형님뿐입니다. 제가 아니에요'

 

 내 두 손을 꼭 붙잡으며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짓는 형님을 보며 벅차오르는 감정과 함께 이러한 이상한 상황에 부정을 하게 되었다.

 

 '사사~ 내가 말했지? 넌 대단한 사람이라고. 호호호. 앞으로 다들 널 칭송할 거야. 사랑해~~사랑해 사샤.'

 

 이세리아 선배가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으며 자연스럽게 내 입술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이세리아 선배. 이건 아니에요. 뭔가... 뭔가 잘못됐어요!'

 

 뒤이어 이세리아 선배의 손을 잡고 타티아나가 내 앞에 섰다.

 타티아나는 평소의 제복 복장과는 달리 푸른색의 드레스와 여러 장신구를 착용한 채였다.

 그런 타티아나의 미모는 옆에 있는 이세리아 선배에 비해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타티아나가 뇌쇄적으로 보일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흥미롭네??'

 

 '... 뭐?'

 

 타티아나에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투와 평어에 놀라고 있을 때였다.

 

 '저하~~~! 사샤 저하~~~~! 저하!'

 

 '타티... 아.. 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듯한 타티아나의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하..... 나.. 죽었나...?"

 

 눈앞에서 푸른빛과 보랏빛 그리고 검붉은 빛과 함께 표현하기 힘든 색들의 천들이 펼쳐져 나폴대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하하.. 하... 경치 한번 좋네...."

 

 주위를 둘러보아도 같은 풍경의 연속이었고 그 어디에도 나와 같이 떨어졌던 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승이라 생각해도 무방할듯싶지만 내 주변으론 나와 같이 떨어졌던 건물의 잔해 등이 산재해있었다.

 한참을 멍 때리고 있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황자 저하!"

 

 "타티아나!"

 

 이 낯선 곳에서 사람을 그것도 자신이 잘 아는 이를 만나게 되어 몹시 기뻤다.

 그런 한편 자신의 우려대로 타티아나 또한 자신과 같이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거 같아 걱정과 불안감도 같이 느끼게 됐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나는 멀쩡해.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휴.. 다행이네요. 갑자기 굉음과 함께 학원 쪽에서 땅이 꺼져서 걱정 많이 했어요."

 

 "나야말로 걱정했어. 너까지 위험에 처하는 거 아닐까 하고

 

 서로를 걱정하던 우리 둘은 한동안 잠시 침묵에 빠졌다.

 이곳이 어디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과 걱정들로 가득했지만 그것에 대한 답을 서로가 해줄 수 없는 이유에서 오는 막막함 때문이었다.

 

 "여기가 어딜까?"

 

 침묵에서 오는 답답함과 어색함을 풀기 위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저야... 모르죠... 사샤 저하께서는 생각나는 곳 없으세요?"

 

 "모르겠어... 적어도 우리가 알던 세계는 아니겠지."

 

 "그렇겠죠. 대륙 어디에도 이곳과 같은 풍경을 지닌 곳은 없을 테니."

 

 다시 한번 침묵이 찾아왔다.

 

 "..... 으.. 대체 여긴 어디야?... 그리고 몸은 왜 멀쩡한 거지? 어느 정도 높이인지는 몰라도 추락한 시간을 대충 따져봐도 최소한 사망일 텐데."

 

 "에 효... 그런 고민들은 아마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올 거예요. 더구나 여기 있어봐야 어떤 것도 해결이 안 될듯싶으니 일단 걸어봐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어디로 가겠다는 거야? 자고로 조난을 당했을 때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대기하고 있어야 해."

 

 "휴..... 저하 우리가 조난을 당한 거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구하러 오지 않을듯싶은데요?"

 

 "..... 가자."

 

 그 말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나 타티아나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41.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걸었는지 또 얼마나 먼 거리를 걸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걸 가늠하기엔 이곳의 하늘에는 달도 태양도 아니 이 땅 위에 있는 거라곤 나와 타티아나, 우리 둘 뿐이었다.

 나와 타티 아니가, 서로가 서로에게 이정표가 되어주지 않았다면 걷고 있는 사실조차 의심을 품었을 것이다.

 

 "하... 그만 걷자 타티아나"

 

 "좀만 더 걸어봐요. 저하."

 

 그러며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타티아나를 두고 걸음을 멈췄다.

 

 "아니... 의미가 없어. 타티아나. 난 점점 확신이 든다. 이곳은 이승이 아니야. 우린 아마..."

 

 타티아나 또한 걸음을 멈춘 뒤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하. 포기하기엔 아직 일러요."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무리 걷고 걸어도 똑같은 풍경에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이곳. 아직 너의 믿음대로 우리가 아직 죽은 게 아니더라도 이곳에선 희망이 없어."

 

 그 말 그대로 이곳까지 오기전 주위에 보이던 잔해들조차 이젠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고는 있었다.

 심장이 뛰었으며 숨을 쉬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치지가 않았다.

 이 끝도 없는 이곳을 쉬지 않고 걸었지만 조금도 지치지 않는 내게서 의심이 들었다.

 허기가 지지 않았다.

 이곳에 떨어진지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충분히 허기를 느낄만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아마 타티아나 또한 같은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 저하. 그렇더라도 저를 위해 걸어주실 수 없으신가요?"

 

 "타티아나....."

 

 "..... 저하."

 

 타티아나 또한 영민한 아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또 내가 품은 의심과 절망을 타티아나에게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어. 타티아나. 미안해...."

 

 "아니에요. 저하....."

 

 그렇게 잠깐 동안의 해프닝의 뒤로하고 다시 우리 둘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42.

 

 그렇게 우리는 계속 걸었다.

 지치지도 않는 우린 쉴 틈 없이 걸었다.

 타티아나는 걷는 내내 마치 나를 이끌듯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고 난 그런 타티아나를 아무런 말도 없이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걷던 타티아나가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봤다.

 

 "...... 저게... 뭐야."

 

 타티아나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에는 언제부터 자리해 있었는지 모를 검은 구멍이 자리해있었다.

 구멍의 주변으론 나무 위에 달린 가지들처럼 검은 선들이 뻗쳐있었다.

 

 "저기예요. 저길 통하면 우리가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타티.. 아나...?"

 

 내 부름에 뒤돌아본 타티아나의 눈이 달라져있었다.

 밝은 갈색의 눈동자 색을 지니고 있었던 타티아나는 어느새 자주색의 눈동자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저하..."

 

 타티아나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런 타티아나에게 향하며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 말들은 끝내 목구멍을 넘기진 못했다.

 하지만 믿었다.

 그 모습은 조금 변했을지 몰라도 타티아나가 분명했다.

 비록 뭐라 설명할 수도 설명할 방법도 없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맞잡은 두 손을 뒤로하고 타티아나에게서 불가사의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타티아나...."

 

 이러한 현상을 보며 나는 타티아나를 불렀다.

 하지만 타티아나는 그런 내 부름을 무시한 채 서글픈 표정으로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이내 불가사의한 빛들이 나와 타티아나를 감쌌고 우리 둘을 하늘로 띄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현상에 그것도 타티아나에 의해서 나타난듯한 현상에 놀랐지만 타티아나의 얼굴을 보니 입을 달싹일 뿐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구멍의 앞까지 도달했다.

 

 "이곳 너머로 가면 돼요."

 

 "타티아나 대체 이게 무슨...?"

 

 "전..... 저하 먼저 들어가세요. 저도 뒤따라 갈게요."

 

 "아니. 거짓말하지 마. 너도 나처럼 표정에서 다 드러나잖아. 대체 무슨 일이... 너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타티아나는 끝내 눈물을 보이며 맞잡은 손은 떨리기 시작했고 난 그런 타티아나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저하... 이곳은..'마경'이에요."

 

 "마경? 설마... 그 성국에서 말하는?"

 

 "네..."

 

 "그건.. 그냥 전설 같은 게 아니었어? 아니... 넌 어떻게 이곳이 그곳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

 

 "알게 됐어요. 계약 이후에..."

 

 "계약이라니???"

 

 "이곳은 마경이에요. 이곳의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모르시겠어요?"

 

 "설마..."

 

 "네. 악마라고도 불리고 마수라고도 불리는 존재들... 그 존재와 계약을 하게 됐어요."

 

 "어째서!!!"

 

 "살고 싶어서요... 우리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서요... 하지만 전 갈 수 없어요."

 

 그 말에 행여나 타티아나를 놓칠까 싶어 잡은 손을 당겼다.

 

 "갈 수 있어! 아니 너만 내버려 두고 가진 않을 거야."

 

 "안돼요! 전 계약을 했어요... 마족이라고요. 더구나 계약의 내용대로라면 제가 바라는 우리 세계로

 돌아가는 순간 대가로 전.. 제가 아니게 될 거예요. 저하뿐만 아니라 모두가 위험해져요."

 

 "하지만...!"

 

 "가세요... 적어도 저하만이라도.."

 

 "아니... 그럴 수 없어..."

 

 타티아나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얘기했다.

 

 "악마든 마수든 그 안에 있지? 나와! 나하고 계약하자! 내가! 대가를 지불하겠어!"

 

 "저하..! 그러지 마세요. 제발...!"

 

 "나오라고!!!..... 컥!?!!"

 

 타티아나의 손이 내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눈물을 보이며 울먹이던 타티아나는 없고 여러 사내를 홀릴 듯 요염한 미소와 눈웃음을 지으며 그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괴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 누구도 계약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저하?"

 

 ".... 쿡... ㄴ.. 넌?"

 

 "나오라면서요? 저보고. 훗."

 

 "그 계약, 내가 짊어지겠어. 그러니 타티아나는 놔줘!"

 

 "말했잖아요.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어요. 계약자 모두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뭐 그전에 당신하고 계약할 수조차 없죠."

 

 "그게... 무슨...?"

 

 "이 아이. 구하고 싶나요? 뭐.. 다는 아니어도 계약을 수정해드릴 순 있죠."

 

 "... 내게 무엇을 바라지?"

 

 타티아나 아니 타티아나의 몸을 빌린 다른 존재가 들어 올렸던 나를 내려놓고 내 가슴팍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속삭임이 들리지 않나요? 이 안에서."

 

 "무슨...."

 

 "후후... 당신들 말로 이곳이 마경이라면 왜 주변에 마수라는 족속들이 안 보일까요?"

 

 "......??!?"

 

 이름 모를 마수는 타티아나의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려는 듯 혹은 애무하듯 가슴팍 언저리를 돌리며 입을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 저하의 이 안에도 이미 있어요. 후후"

 

 ".....!!?!... 나는 계.."

 

 마수가 내 입에 손가락을 대 말을 끊었다.

 

 "계약하지 않았죠. 아직. 하지만 계약하지 않았다 해서 깃들지 못하는 건 아니죠. 더구나 계약을 하지 못했다 해서 몸을 빼앗지 못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 하."

 

 "그래서.... 내게 원하는 게 뭐지?"

 

 "저하의 몸에 깃든 존재와 계약하세요."

 

 "어째서...? 네 말대로라면 원한다면 강제로 내 몸을 뺏을 수 있을 텐데."

 

 "뭐, 그건 나름대로 위험부담도 있는 데다가 제약이 있으니깐요. 왜요? 아까까지는 저와 이 아이의 계약을 대신 짊어지겠다고까지 했는데 막상 겁이 나나요?"

 

 "아니... 대신 타티아나와의 계약은 어떻게 바뀌는 거지?"

 

 "이렇게 하도록 하죠. 이 아이의 신변이 위험할 때 그리고 이 아이가 허락할 때만 이 아이를 대신할 수 있는 걸로."

 

 "계약의 파기는 불가능한가?"

 

 "가능은 하지만 제 쪽에서 거부하죠."

 

 "좋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뭐... 어려운 건 아니지만 원활한 계약을 위해서 협상 테이블까지는 바래다 드리죠."

 

 그 말과 함께 마수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좀 전까지 가슴팍을 어루만지던 손을 내 이마에 댄 채 딱밤을 때렸고 고통을 느낄세도 없이 정신이 어딘가로 휘말려 들어가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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