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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슈마후
작가 : 잿빛
작품등록일 : 2018.12.3

격동하는 대륙. 음모와 모략. 감춰진 비밀.
그 무대에 선 비운의 황자 사샤 B 바실레우스.

"아무것도 바란 것 없이 살아왔지. 하지만 저들은 내게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며 빼앗아 왔어. 신조차도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누군가 그러더군. 그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을 거라고. 하지만 틀렸어. 여긴 온통 내 자리가 될 거야."

 
11화
작성일 : 18-12-19 12:25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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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7.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16강전 때와는 달리 다음 8강전의 경기에선 드물게 대검을 쓰는 3학년 선배를 만나 허무하게 패배를 받았다.

 아무래도 대검을 활용한 공격은 하나하나가 위력이 크기 때문에 막을 수 없이 피할 수밖에 없었고 정신없이 피하며 틈틈이 총도 쏘고 검으로 빈틈을 노려보았지만 몸의 절반 크기에 해당하는 대검은 좋은 방패 역할도 톡톡히 해 반격이 통하지 않았고 끝내 상대방이었던 3학년 선배의 손에 잡혀 경기장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면서 패배를 했다.

 

 "꼴사납게 패배한 사람치곤 기분은 좋은가 보네?"

 

 이렇게 말하는 이세리아 선배는 어떻게 보면 무난하게 이번 대회에서도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쟁쟁한 실력자들이 많았지만 재능과 노력 그리고 그에 걸맞은 실력을 겸비하고 있는 이세리아 선배는 뿐만 아니라 아버지이자 스승이며 마스터급의 실력을 지닌 마이어 폰 아르센의 가르침을 받아 경험 또한 풍부하게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쟁쟁한 실력자들 속에서도 우승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휴, 뭘 그런 거 가지고 기분이 나빠지겠습니까?"

 

 "하여튼 성격 참 좋아."

 

 "그런가요? 저야 뭐 큰 기대를 하고 출전했던 것도 아닌 데다가 좋은 경험도 했으니 오히려 기분이 좋죠."

 

 "그래. 그나저나 타티아나는 같이 안 왔네?"

 

 "네. 자기도 뭐 따로 약속이 있다고 두 분이서 좋은 시간 보내라네요."

 

 "그 아이도 참... 성격이 좋은 건지... 솔직하지 못한 건지.."

 

 "네?"

 

 "아냐. 아무것도. 그나저나 빨리 가자 곧 불꽃놀이 시작하겠다."

 

 축제 기간 중 마지막 날 저녁은 항상 불꽃놀이로 대미를 장식하기 때문에 그것을 보기 위해 선배는 팔짱을 낀 팔을 잡아끌며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불꽃놀이가 잘 보인다는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꽃놀이를 하는 이맘때에는 식당뿐만 아니라 일반 광장과 도로에도 사람들이 붐비지만 선배가 축제가 시작하기도 이전에 미리 거금과 함께 예약을 해놔서 미리 와서 기다리는 수고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식당에 입장을 한 뒤 식당에서 가장 높은 층의 테라스에 있는 자리로 갔다.

 자리에 앉은 뒤 간단하게 주문을 했다.

 

 "곧 시작하겠죠?"

 

 "응"

 

 그때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이 식당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누가 예약했나 했더니 사샤 저하 일행이셨군요?"

 

 "어? 제라스 교수님이 이곳에는 왜...? 혹시 교수님도 불꽃놀이를 보시러 오셨나요?"

 

 "네. 알키비아데스 학원 축제 기간의 마지막날에 있는 불꽃놀이는 유명하잖아요. 이런 볼거리를 놓칠 순 없죠. 더구나 불꽃놀이에 관한 담당 교수가 저와 마테우스 교수님이니 더더욱 안 볼 수가 없죠."

 

 "아하.... 그렇군요..."

 

 제라스 교수님이 시선을 돌려 이세리아 선배를 바라봤다.

 

 "아! 인사드리세요. 선배. 여기는 사격술 수업을 해주시는 제라스 교수님이에요. 제라스 f 셰인 교수님. 여기는 3학년으로 재학중인 이세리아 폰 아르센 선배님입니다."

 

 "네. 알고 있었습니다. 3년 내내 무투회의 우승자이신 이세리아 공녀님을 모르는 분은 없죠."

 

 제라스 교수님은 무도회에서의 신사를 흉내 내듯 과장된 동작과 함께 이세리아 선배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제라스 교수님이야말로 꽃미남 교수님으로 유명하셔서 바로 알아봤답니다."

 

 이세리아 선배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귀부인들이 인사하듯 치마를 살짝 집어 올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식의 동작을 취하며 마주 인사를 건넸다.

 

 "과찬이십니다. 공녀님. 이번 대회에서도 활약하시는 모습 잘 봤습니다."

 

 "그러셨나요? 호호호"

 

 '잘들 노시네.'

 

 제라스 교수님은 다시 시선을 내게로 돌렸다.

 

 "사샤 저하의 활약도 잘 봤습니다. 예선전 때 부터요.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무투회에서 간혹 총을 쓰는 참가자도 있었지만 예선전을 통과해 본선까지 진출한 참가자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거든요. 더구나 검도 같이 쓰는 데다가 둘 모두에게서 높은 숙력도가 보였습니다. 여러 활약상들도 같이 보고요. 아마 지난날 저와 나눈 이야기 뒤에 나름 연구해보신 거겠지요?"

 

 "네?... 네."

 

 "그 경기 저 뿐만 아니라 마테우스 교수님도 같이 보셨습니다. 해서 마테우스 교수님이 따로 뵙고 싶어 하니 나중에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아무래도 이번 무투회를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얻는듯했다.

 

 28.

 

 이세리아 선배와 불꽃놀이를 보며 축제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며칠 뒤 사격술 수업에서 제라스 교수님을 통해 마테우스 교수님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

 알키비아데스 학원 내의 야외 사격 연습장, 그 옆에 자리한 건물은 학원의 여느 건물들과 같은 붉은 벽돌을 쌓아올려 만든 건물로 간혹 있는 이론수업을 위한 교실과 실내 사격장이 있으며 관련 교수님들의 개인 사무실들 또한 이곳에 있었다.

 

 똑똑똑

 

 "들어와!"

 

 누가 온 지 미리 알기라도 한듯 문 너머로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밖에서부터 난 화약 내음이 더 심하게 나기 시작했고 뿌연 연기에 시야가 좁아졌다.

 방안의 벽에는 갖가지 총기 등이 즐비하게 걸어져 있었고 여러 테이블에는 마법사나 연금술사의 실험실에서나 있을 법한 실험도구들이 이미 방안을 뒤덮은 연기들을 계속 뿜어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마테우스 교수님."

 

 "그래. 제라스에게 들어보니 나한테 관심이 있다던데? 아니지 제라스에게 들은 내 일화에 관심이 있는 건가?"

 

 "굳이 따지자면 둘 다죠."

 

 "그래서? 단지 그거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다면 제라스에게 이야기를 들으면 되는거 아니야? 사실은 그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권총 한 자루로 기사를 상대했는지. 그 기술에 대해 알고 싶은 거 아니야?"

 

 "네. 맞습니다."

 

 마테우스 교수님은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서랍에서 꺼낸 곰방대에 담뱃잎을 올린 뒤 같이 꺼낸 성냥으로 불을 지폈다.

 

 "내가 그 기술을 알려줄 것 같으냐?"

 

 "모르죠. 하지만 알려주기 싫으시면 안 알려주셔도 상관없습니다. 사실 저는 폭력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간절하지는 않습니다.

 

 "뭐? 푸하하하하! 첫 수업날에도 느꼈던 것 같지만 넌 꽤 재밌는 놈이구나. 제라스 뿐만 아니라 몇몇 나라님들도 알고 싶어 하는 것 이거늘. 너만은 욕심도 없고 크게 관심도 없구나. 그래 알고 싶으냐?"

 

 "뭐, 확실히 궁금하기는 하지만 마음에도 없으시면서 저를 떠보기 위해 하시는 말씀이시면 가둬주세요. 전 그게 뭐가 됐든 알아야 할 정도로 간절한 상황이 아니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곰방대에 올려졌던 담배잎들을 다 태운 뒤 남은 재들을 재떨이에 털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제 와서 장난 같은건 안친다. 배우고 싶다 하면 알려주마. 제자를 둔 적이 없지만 제자가 되고 싶다면 그 또한 허락해주지."

 

 "네? 제자를 둔 적이 없으시다고요? 하지만 제라스 교수님이 교수님의 제자이지 않나요?"

 

 "흥. 난 제자 같은 건 키운 적이 없다."

 

 "네? 허나 제라스 교수님께서는 교수님의 제자라 들은 것 같은데...?"

 

 "누구? 제라스? 걔가 내게 뭔가 배우긴 했지. 하지만 난 누굴 제자로 두고 가르쳐 본 적이 없어. 그나저나 배우고 싶은지 아닌지나 말해."

 

 마테우스 교수님은 곰방대에 남아있던 남은 재를 마저 털은 뒤 새로운 담뱃잎을 올려놓으며 불을 지폈다.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앞으로 사격술 수업 때마다 오늘과 같이 내방으로 찾아와라. 어차피 수업에 가봐야 다이상 배울 것은 없을 테니."

 

 "네."

 

 29.

 

 다음날.

 사격술 수업시간이 돌아왔고 전날 마테우스 교수님의 말씀대로 교수님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똑똑

 

 "들어와!"

 

 방안에서부터 마테우스 교수님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안으로 들어가니 마테우스 교수님은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며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오냐. 그리고 앞으로는 그냥 들어와 일일이 대답해주기도 귀찮으니."

 

 "네."

 

 교수님은 내 대답을 들으시며 앉은 상태로 허리를 세우시며 내게 말을 건넸다.

 

 "일단 어제 말한 걸 알려주기에 앞서 알아둘 것이 있다. 첫째. 네가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기술'은 네가 생각하는 사격술의 영역에 속하는 기술이 아니다."

 

 "네? 그럼..."

 

 "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 둘째. 하지만 제라스 교수도 그렇고 그 누구도 너는 내게 사격술에 관한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 또 그와 같이 사격술도 가르쳐줄 거다. 알겠느냐?"

 

 교수님은 짜증 난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재를 털며 대화를 이어갔다.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기술'은 미완성인 기술이다."

 

 "네? 하지만 그 기술을 통해서 기사를 상대하셨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렇다. 미완의 기술인데도 기사를 상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설명을 듣기 전보다도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호기심이 더 커져갔다.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베일에 싸여있었는지.

 

 "아! 또한 이곳에서 내게 배운 건 메모를 하는 등으로 남기지 말아야 한다. 알겠느냐?"

 

 "네!"

 

 "자! 그럼 네게 보여주도록 하겠다."

 

 그 말과 함께 어디서 꺼냈는지 정체 모를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종이 더미들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그 '기술'의 정체입니까?"

 

 "그렇다."

 

 상자 안에 있는 종이 더미들 중 하나를 집어 들고 책상 위에 펼쳐보았다.

 

 "....??!?! 이것은... 설계도가 아닙니까?"

 

 "맞다. 설계도이다. 하지만 이전에 존재하던 총기에 관한 설계도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정확히 뭐가 다른지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교수님이 보여준 설계도는 이전의 다른 총기에 관한 설계도들과는 다르게 더욱 복잡하게 그려져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흘흘흘 딱! 보기에도 복잡해 보이지 않느냐?"

 

 "네..."

 

 "복잡해 보이지만 전체적인 구조 자체는 기존에 존재하는 총기와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작동 방식도 비슷하니 의문이 들겠지."

 

 "네.. 더구나 이곳이랑 이곳 같은 부분들은 총기의 구조와는 상관없는 문양 같습니다."

 

 내가 짚은 부분들은 다른 부분에 있는 선들과 차이가 없었지만 구조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라 다르게 파악해보았다.

 

 "호... 눈썰미가 나쁘지 않구나. 하긴 실력 좀 있는 총잡이들은 눈썰미가 좋아야지. 문양이 아니다. 마법술식이다."

 

 "네? 어찌 총기에 마법술식이...혹시 공격 마법이 내장되어 있고 그 공격 마법을 쏘는 총기입니까?"

 

 "반만 맞았고 반은 틀렸다."

 

 "허면 무엇입니까?"

 

 "마법이 내장되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마법을 쏘기 위해 내장된 술식은 아니다. 이 내장된 마법을 이용해 탄환을 강화시키는 등 총기의 위력을 증가시켜주기 위한 마법이지..."

 

 말끝을 흐리며 말을 마친 마테우스 교수님을 호기심 어린눈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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