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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슈마후
작가 : 잿빛
작품등록일 : 2018.12.3

격동하는 대륙. 음모와 모략. 감춰진 비밀.
그 무대에 선 비운의 황자 사샤 B 바실레우스.

"아무것도 바란 것 없이 살아왔지. 하지만 저들은 내게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며 빼앗아 왔어. 신조차도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누군가 그러더군. 그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을 거라고. 하지만 틀렸어. 여긴 온통 내 자리가 될 거야."

 
4화
작성일 : 18-12-05 11:54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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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입학식 날.

 알키비아데스 학원 내의 광장은 각국에서 온 입학생들과 재학생들로 붐볐고 그들의 앞에는 임시로 만든 간이 단상이 있었고 노년이지만 허리가 곧고 건장한 체격의 신사가 단상 위로 올라섰다.

 

 "여러 각국에서 오신 입학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그리고 재학생 여러분들 또한 안녕하십니까? 알키비아데스 학원의 총장 이반 발라키레프입니다."

 

 평범한 인사말과 소개였지만 담담하고 묵직하며 울림 있는 그 말 뒤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저분이..... 그..."

 

 "그 북부의 현자??!?"

 

 "철의 현자라는.....??!?"

 

 "기사 출신이라며???“

 

 이반 발라키레프, 철의 현자 또는 북부의 현자 그 밖에도 많은 이명을 가진 인물이며 북부인들은 전쟁밖에 모르는 이들이라 비난하는 이들조차 현자라 칭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북부, 바실 레우스 제국 태생의 인물 중 현재 유일하게 현자의 이명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그동안 현자라 칭해지는 인물들과는 다르게 기사 출신이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사 출신이었을 적에는 바실 레우스 제국 중앙군의 소속 어느 기사단장까지 역임한 적이 있는 인물로 군을 나온 뒤로는 그가 검을 휘두르는 걸 본 적이 없는 이들조차 그의 검술 실력이 대륙 아니 적어도 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거라며 추측들을 했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곳 학원에 나름의 생각!, 사상!, 이념을 가지고!... 각기 다른 목적...!,... 꿈!.. 을 위해 이곳 학원에 오셨습니다. 이루십시오! 이곳에서, 여러분들 곁에 있습니다!"

 

 와아아아~~~!

 

 총장의 연설은 다른 현자라 칭해지는 이들의 연설과는 다르게 짧고 굵었으며 마치 전쟁에 나서는 장군의 연설처럼 듣는 이들로 하여금 피를 끓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게 총장은 인사말과 짧은 연설을 뒤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어서 올라온 부총장이 입학 절차와 일정을 설명해주었고 절차에 맞게 트로츠키 경이 추천한 전술학과를 선택한 뒤 배정된 기숙사의 방으로 돌아왔다.

 

 "혼자네....."

 

 혼자였던 적이 있던가...

 궁에선 외로웠더라도 혼자였던 적은 없었다.

 항상 근처에는 시녀들이나 근위병들이 있었으니...

 그나마 같이 왔던 타티아나조차 지금은 배정된 숙소에 있을 터였다. 아마 내일 아침에 나 볼 수 있을듯싶었다.

 

 "하...."

 

 궁에서의 내침대보단 작지만 혼자쓰기에는 충분하게 큰 침대에 발을 걸친채 누웠다.

 

 '심심해...'

 

  그리고 어색했다.

 아무도없는 이공간이, 공기가 낯설었다.

 처음느껴보는 이 적막을 깨고싶어 입을 움직여 아무말이나 내뱉을까 싶었지만 어색해서 입이떨어지지 않았다.

 

 '잠이나 자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아봤다.

 

 9.

 

 "황자저하~~!"

 

 "으응??!?"

 

 "황자저하~~~~!"

 

  누군가 내 몸을 흔들어 깨운다.

 눈을 슬그머니 뜨니 눈앞에 익숙한...

 

 "타티아나!"

 

 "에잇! 깜짝이야.. 왜 그러세요??!?"

 

 "아.. 아냐.... 바로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으니까 깜짝 놀라서 그러잖아!"

 

 "거참... 한두 번 보세요?"

 

 타티아나가 짧게 핀잔을 주며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어제 외출복 그대로 주무시면 어떡해요. 하.... 그저 반나절만 없었을 뿐인데..."

 

 "그... 뭐.... 피곤했었나 봐..."

 

 "으유.... 어서 일어나 세수하시고 준비하셔야죠"

 

 "응..."

 

 그제서야 침대에서 일어나 개인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자! 여기 교복이요"

 

 "으응"

 

 "그리고 앞으로 저녁에는 어제처럼 제가 와서 챙겨주지 못해요. 그러니깐 청소 끝내고 침대 위에 실내복 올려놓을 테니 꼭 갈아입으시고 주무세요."

 

 "... 왜?"

 

 "네???"

 

 "아니... 그 왜 저녁에 오지 못하는지 궁금해서"

 

 "남학생 기숙사라서 그렇죠. 여긴 저녁때는 아무리 담당 시녀라고 해도 출입하지 못한대요"

 

 "아..."

 

 타티아나가 문을 나서려 하며 말한다.

 

 "그럼 청소는 있다가 오후에 와서 할게요. 혹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메모해주세요."

 

 "고마워 타티아나. 아! 잠깐만 기다려봐"

 

 그 말을 마치고 근처에 있던 짐에서 금화를 꺼내 타티아나에게 건넸다.

 

 "자! 이돈으로 근처에서 앞으로 다닐 학원 알아봐."

 

 "저하...."

 

 "이건 전에 약속된 거였자나. 더구나 내 돈도 아니니깐 마음 편히 써"

 

 "후훗... 저하의 돈도 아닌데 어떻게 마음 편히 써요... 고맙습니다.... 저하"

 

 그렇게 타티아나는 감사 인사와 함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문밖을 나섰다.

 

 "그럼... 나도 준비를 해야지...

 

 그리곤 타티아나에게 받은 교복을 입고 방에 비치된 전신거울 앞에 섰다.

 그 앞에는 밝은 금발에 앳된 얼굴, 앳된 얼굴에는 안 어울리지만 적당히 큰 키의 사내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10.

 

 '으.... 지겨워'

 

 혹시 모를 설렘을 가지고 기대를 했던 수업은 역시나 재미가 없고 지겨웠다.

 물론 배움이라는 것에 마냥 관심도 흥미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문을 위주로 한 수업 들은 가만히 앉아서 그저 앞에 있는 교수들의 설명만을 듣고 있어야 해서 지겨움을 견디기 힘들었다.

 앞서 참여했던 수업 들은 [고대 역사] 수업과 [전략과 전술] 수업으로 이미 알고 있던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 따분함을 피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따분함을 달래고 걸음을 옮기며 마침내 목적지로 도착했다.

 

 "여긴가?"

 

 목적지로 도착한 이곳은 알키비아데스 학원 근처의 야외 교장으로 주변은 정원인 듯 갖가지 꽃과 수목들로 둘러싸였으며 옆으로는 여느 학원 건물들처럼 벽돌로 이루어진 3층 건물 있고 앞으로 펼쳐진 넓은 들판에는 사격장이 갖추어져있었다.

 이러한 외관처럼 모든 학년의 총화 기와 사격에 관한 수업은 이곳에서 행해져왔고 나 또한 이곳에서 [총화 기와 사격] 수업을 듣게 됐다.

  또한 사격 수업은 타 학부에서도 인기 수업인지 매년 교양으로 많이 학생들이 이 과목에 신청들을 많이 했고 지금 이곳에도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리해있었다.

 

 저벅...... 저벅.......

 

 기다리는 학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묵직한 소리를 내며 한 명의 노신사가 등장했다.

 노신사는 다른 교수님들과는 다르게 검은 가죽바지 입고 하얀 셔츠에 두께가 있는 가죽조끼를 착용하여 처음 보는 이들에게 교수인지 의심을 살 만도 하지만 그분은 그분에게서 뿜어지는 존재감으로 자신에 대한 의심을 거두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분의 왼쪽 어깨 아래로 비어있는 팔로 하여금 더 위압감을 줘 어떠한 말 한마디 없이 이곳 장내를 침묵에 휩싸이게 했다.

 

 "크흠......"

 

 누가 봐도 사격술 수업의 교사로 보이는 노신사는 짧게 혀를 차며 나를 포함한 주변 학생들의 눈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허리에 걸쳐진 요대에서 금속제로 된 작은 병을 꺼내더니 자주 해봐서 익숙해진 듯 입으로 뚜껑을 문채 한 손으로 쉽게 연 뒤 내용물을 한 모금 마셨다.

 

 "죽어있군 눈들이....."

 

 "네???"

 

 교수로 보이는 노신사의 읊조림에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가 싶어 짧게 반문했다.

 

 "흥... 네놈들은 전쟁터였으면 벌써 대가리나 몸 어디 한구석은 총알구멍이 생겼을거다."

 

 앞에 있는 노 교수는 다른 교수들처럼 정장을 갖춰 입은 것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입은 정복과는 다르게 입은 꽤나 거칠었다.

 

 "어찌 된 게 해가 갈수록 병x들만 모이는군"

 

 누가 봐도 학생들에게 한듯한 발언에 다들 분개하며 언성을 높였다.

 

 "아니! 교수면 다입니까? 어찌 이 명문학원에 저리 입이 거친 교수가 있답니까?"

 

 "뭐야... 인기 수업이라며...?"

 

 "병x이라니! 당신은 누군데?!!! 내가 누군지 알아?!!!"

 

 여러 저기서 소란이 일었다.

 개중에는 앞의 노 교수에게 삿대질과 반말을 하는 이들이 있었으며 대부분의 이들이 분노에 표정을 일그리며 노 교수를 노려보았다.

 그에 반해 노 교수는 자신은 상관없는 일인 양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우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찌 반응들도 한결같은지 쯧....."

 

 이렇듯 학생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듯한 태도에 몇몇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인기 수업이라며? 학원 관계자들한테 따져야겠어"

 

 "아~~짜증 나! 교양과목 바꿀 수 있나?"

 

 "으... 난 전공이라 바꾸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하나둘 학생들이 떠나고 어느새 원래 인원의 반 정도의 인원만 남게 됐고 그사이에도 노 교수는 그저 의자에 앉아서 중간중간 무언가를 마시며 구경만 하고 있었다.

 

 "네놈들은 안가냐?"

 

 "내 갈 땐 가더라도 당신 이름 정도는 듣고 가야겠습니다!"

 

 "흥..! 너 도냐?"

 

 그때까지도 침묵을 유지한 채 가만히 있던 나는 노 교수의 물음에 담담히 답을 했다.

 

 "저는 그저 수업을 들으러 왔습니다."

 

 "크크크 쿡.... 내 꼴을 보고도 수업이 듣고 싶나?"

 

 "그러니 궁금하긴 합니다. 그 자신감과 능력이."

 

 "흥! 자신감은 무슨... 네놈은 이름이 뭐냐?"

 

 "저는.... 사샤...라고 합니다."

 

 "뭐야... 성은 없어? 상인 나부랭이 자식이냐? 뭐 별거 없는 병x이구만!"

 

 명백히 나를 지칭하는 욕설에 잠시 조심했던 마음을 접고 발끈하게 됐다.

 

 "바실레우스 입니다! 성은!"

 

 내 말에 장내에 있는 학생들에게서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이번에 우리와 같이 입학했다는???"

 

 "그 오황자??"

 

 "바보야 저하를 붙여야지..."

 

 노 교수는 그런 웅성거림에 상관하지 않고 무시하며 대답했다.

 

 "그래? 그러면 네가 여기 있는 애들 중 제일 병 x이겠구나"

 

 "그 말끝마다 병 x이라는 소리는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럼 병 x을 병 x이라 하지."

 

 아까의 소란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해왔던 나조차 거친 욕설과 비하에 참지 못해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까 교수님이 저희들 보고 전쟁터에서 총이나 맞을 놈들이라 하셨지요? 근데 이미 팔 한 짝 없는 교수님은 무엇입니까?"

 

 "크큭.... 하하하하하!! 뭐긴 뭐야 병 x 이지 크크큭"

 

 "... 네??"

 

 "네놈 말이 맞다 나도 병 x 이지 그래서 여느 때처럼 앞으로의 수업은 내가 하지 않을 거다. 제라스! 마무리 지어라."

 

 그 말을 마치고 노 교수는 퇴장을 하였고 언제부턴지 학생들의 뒤편에 있었던 사내가 앞으로 왔다.

 사내 또한 노 교수와 같은 정복을 입고 있었고 평범한듯한 외모를 지녔지만 미소를 머금고 있어 나름 강하고 좋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학생 여러분, 앞으로 갖가지 총화 기와 사격에 과한 수업을 하게 될 제라스 f 셰인이라 합니다. 뭐, 대신하는 수업이긴 하지만 저 또한 교수 직함을 가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고 간 노 교수와는 반대되는 성격의 교수님이라 다들 어안이 벙벙했지만 다들 이 새로운 젊은 교수에 기대를 하게 됐다.

 이어서 첫 수업은 제국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졌었던 리볼버 권총, 스왈로우 2세대로 파지 법과 연습사격을 통해 격발 시의 느낌을 체득했고 유연하고 유머러스한 젊은 교수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됐다.

 사격 수업이 인기 수업으로 된 건 아마 이 교수님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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