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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완벽한 카산드라에게 평화로운 삶을
작가 : 인싸집순이
작품등록일 : 2018.12.1

태양의 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 예언능력을 받았지만 결국 비참하게 요절한 그녀, 카산드라. 하지만 이번 생에선 촉망받는 사제 베르니스 로 굵고 길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남들 앞길은 족집게마냥 족족 맞춰도 자신의 운명이 보이지가 않는다?! 게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준다는 고대예언서를 찾는 도중 의도치 않게 도둑으로 몰려 일은 점점 더 꼬여가는데...

“완벽한 사제를 연기하시느라 무척 고되시겠습니다. 베르니스 사제”
“...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공작님”
“베르니스 사제 아니,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시몬 공작가를 위해 일하라고 협박받는 그녀 “난 그냥 평온한 삶을 원할 뿐인데!”
평온한 삶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르니스 드니로의 좌충우돌 로맨스 판타지!

 
생각보다 드래곤은 순하다
작성일 : 18-12-06 00:01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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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갖고 있는 예지능력은 꽤나 제한적이었다. 순간 보여 지는 장면으로 미래를 추측해내야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하지만 장소와 시간은 정확히 나와 있었다. 프레하 시장의 명소 중에 하나 아치형 모양의 연인들의 다리 위 였다.

 

 비늘 위에 펼쳐진 장면은 해질 무렵 연인들의 다리 위였고 사람들의 놀란 표정과 경악에 찬 표정이 언뜻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게 놀란 레몬색 머리의 귀족남자의 표정에서 영상은 끝나버렸다.

 

 ‘위험해보이는데 도망갈까......? 뭔가 목숨이 위험해보인단 말이지’

 

 그녀는 자신의 앞날을 못 보는 대신에 자기보호욕구가 굉장히 커져서 위험한 일에는 절대로 끼어들지 않았다. 한편으론 그런 자신이 어떻게 공작가로 몰래 침입할 생각이 들었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오, 예지능력이 있는 거 에요? 신기하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베르니스를 신기해하는 레몬색 머리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남자, 어쩐지 위험에 처할 것 같다.

 

 “살고 싶으면 아무 곳에나 호기심 갖지 말고 집적대지 마요. 그냥 다른 곳 가서 놀아요. 지나가는 행인남자 씨”

 

 “레오. 레오라고 불러요”

 

 레몬 머리 남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갑자기 자기소개를 했다.

 

 “뭐가 보였어요? 뭘 봤어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레오가 그녀 곁에서 강아지마냥 초롱초롱한 눈길로 궁금해했다. 베르니스는 다급하게 비늘을 챙겨들고 레오에게 소리쳤다.

 

 “궁금해 하지 말고 그냥 가던 길 가요. 렌 부인, 우린 가야해요! 연인들의 다리에요!”

 

 그리고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고 이어 렌 부인도 뛰기 시작했다. 베르니스는 체술 훈련 덕분에 보통사람들보다 속도가 빨랐고 렌 부인은 겨우 그녀를 뒤쫓았다. 렌 부인은 헉헉 대면서 저만치 앞질러서 뛰고 있는 베르니스에게 소리치며 물었다.

 

 “정말인가요? 베르니스!”

 

 “뭐가요?!”

 

 그녀는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사이로 요리조리 뛰며 렌 부인의 말에 대답했다. 아니, 소리쳤다. 많은 사람들이 소리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제 소리치며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영상이 보여준 시간은 정확히 주황빛 하늘이 보였을 때였다.

 

 “미래를 볼 수 있어요? 예지능력이 있는 거 에요?!”

 

 “네! 유일하게 갖고 있는 능력이에요!”

 

 “그것 참 편리하겠네요!”

 

 편리는 무슨. 어째 귀찮은 일들만 더 꼬이는 것 같다.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연인들의 다리 위에도 역시나 많은 가판대가 세워져있었고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하느라 시끌벅적했다. 베르니스는 무의식적으로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그 때였다. 그녀는 이어 펼쳐진 모습에 경악했다. 연인들의 다리 위는 큰 그림자로 뒤 덮였다. 삽시간에 연인들의 다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갸우뚱하는 표정이였다.

 

 크아아아아!

 

 드래곤의 꼬리가 보이더니 굉음과 함께 연인들의 다리가 폭탄을 맞은 것 마냥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하늘 위엔 거짓말처럼 드래곤이 보였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과 엉망이 된 연인들의 다리 위. 각각의 가판대는 엎어지고 매캐한 먼지가루들이 다리 위를 뒤덮었다.

 

 “사람 살려!”

 

 “드래곤이다!”

 

 “도망쳐!!”

 

 공포에 찬 외침들 사이에서 베르니스와 렌 부인은 콜록콜록 기침을 내뱉었다. 그제 서야 베르니스는 의문스러웠던 모든 퍼즐들이 완성되었다. 비늘은 역시......

 

 “드래곤이었어?!”

 

 “미쳤어요? 여기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니요. 레이디를 두고 가버릴 순 없죠”

 

 그 잘난 레이디 퍼스트 때문에 너 죽는다고, 이 행인 남자야.

 그녀는 한숨을 내셨다. 레오가 기어이 그녀를 뒤쫓아온 것이었다. 엉망이 된 연인들의 다리위엔 이제 렌 부인과 베르니스 그리고 레오 뿐이었다. 상인들은 다리 아래 호수에 뛰어들기도 했고 앞 다투어 다리를 내려갔다.

 

 “아가야! 어머나 봉인이 풀려버렸네?”

 

 렌 부인은 아가라는 단어를 괴상망측한 드래곤에게 외쳤는데 베르니스는 문득 그 상황이 황당해졌다. 자신이 찾기를 소망했던 애완동물은 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강아지지 드래곤이 아니었다. 게다가 불을 뿜는 드래곤은 더더욱. 드래곤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이리저리 허공에서 불을 내뿜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놓은 것 같기도 했다.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날개를 펄럭거리며 하늘위에서 난동부리는 드래곤과 경악스러운 사람들의 표정과 공포에 찬 비명소리. 베르니스는 원망에 차서 렌 부인에게 외쳤다.

 

 “부인! 설마 애완동물이 저 드래곤입니까! 이건 강아지가 아니라 드래곤이잖아요!”

 

 “어머, 베르니스. 난 우리 아기를 강아지라고 한 적이 없어요. 호호호”

 

 그 상황에서도 렌 부인은 우아하게 호호호 웃으며 응수했다. 부인의 말에 베르니스는 우습게도 수긍이 갔다.

 

 ‘하긴...... 부인은 강아지라고 한 적이 없구나...... 아 놔 비늘 줄때부터 부인 취향을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때였다. 허공에서 정신없이 불길만 내지르던 드래곤이 갑자기 렌 부인과 그 옆에 있는 레오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그 순간 아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비늘을 꽉 움켜쥐었다.

 

 ‘제발 먹혀라!’

 

 드래곤은 이제 그 둘을 집어삼킬 모양이었다. 레오는 겁에 질린 듯 얼어있었고 렌 부인은 이상하게도 묘한 미소를 베르니스에게 지어보였다. 그녀는 꼭 쥐고 있던 비늘을 레오에게 던져버렸다.

 

 그 순간 ‘펑’ 소리가 나더니 거짓말처럼 드래곤은 사라지고 조그만 날개달린 도마뱀 같은 것이 파닥거리며 레오의 품에 ‘뀨뀨뀨’ 하며 울고 있었다.

 

 

 ***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건 제국근위대가 도착하면서부터였다. 제국 근위대는 상황을 제대로 목격한 베르니스와 렌 부인 그리고 레오에게 약간의 질문을 하고는 ‘고생 많으셨습니다.’ 거수 경례를 했다. 그리고 다시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엉망이 된 연인들의 다리에서 멀리 떨어져서 서 있었다.

 

 “어떻게 비늘을 던질 생각을 했어요?”

 

 레오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그의 품에 있던 포악한 드래곤은 이제 렌 부인의 품에 잠들어 있었다.

 

 “그냥 한 가지 가능성에 도박을 건거에요. 같은 종에겐 굉장히 유순해진다고 했으니 혹시나 자신의 비늘을 보고 같은 종으로 착각하진 않을까 하고”

 

 그녀의 기지에 놀랍다는 듯 렌 부인도 신기해했다.

 

 “맞아요. 내가 이 비늘을 갖고 다니는 이유는 봉인이 풀렸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거거든요. 고마워요, 베르니스. 덕분에 우리 아기를 찾았네요”

 

 “그 아기 소리는 안 하시면 안 될까요? 통 적응이 안 되네요”

 

 그녀가 투덜대듯 말하자 렌 부인이 싱긋 웃었다. 베르니스는 문득 드래곤을 두려워하는 프레하 제국과 달리 동방신농국은 신성시 여긴다는 걸 떠올렸다. 그러나 동방신농국에서조차도 흉포한 드래곤을 다루는 자는 몇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갑자기 렌 부인이 베르니스에게 다가와서는 자신의 검지를 베르니스의 입술에 살포시 대었다. 그리고 렌 부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낮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부인의 검지에서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둥둥 떠오르면서 베르니스의 온 몸을 살포시 감쌌다.

 

 그리고는 이내 사라졌다. 영문을 모르는 베르니스와 레오의 표정이 얼굴에 떠오르자 렌 부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언령(말에 깃들어있는 영적인 힘)이에요 우리 아이를 찾아준 보답이에요. 이게 베르니스 양을 아주 중요한 순간에 지켜줄 겁니다.”

 

 그 말을 하고는 렌 부인은 우아하게 인사하고는 휑하니 가버렸다. 그녀는 이제야 잔뜩 긴장했던 몸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집합 시간을 생각했다. 아직 6시를 울리는 종은 울리지 않았지만 시각은 꽤 늦었다. 저 멀리 보이는 학교 종탑의 거대한 시계는 5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 뛰어가면 아슬아슬 하게 맞추긴 하겠네’

 

 그녀가 이제 가려고 하자 그녀의 팔목을 붙잡는 이가 있었다. 레오였다.

 

 “제 목숨도 구해주셨네요, 베르니스 사제님”

 

 “제가 사제인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에메랄드 사제복이요. 이건 테베신학생만 입으니깐”

 

 그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러자 그녀가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여러모로 이 사제복 귀찮다.

 

 “베르니스”

 

 “?”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날 직접 구할 생각은 없었어요?”

 

 레오의 말은 마치 탑에 갇힌 공주가 하는 말 같았다. 베르니스는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래서 귀족들이란.......’

 

 “지켜주는 수족들이 많은 귀족 자제분 아니신가요? 제가 굳이 나서서 몸을 바치지 않더라도 당신의 기사들이 지켜주지 않았겠어요? 지금도 다들 절 죽일 것처럼 경계하잖아요.”

 

 베르니스는 여상한 태도로 말하며 레오의 뒤편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레오가 뒤를 홱 돌아봤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레오가 다시 베르니스를 부르려고 했을 땐 이미 베르니스는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아하하, 못 말리겠어.”

 

 레오는 갑자기 시원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그림자처럼 곳곳에 숨어있던 레오의 수족들인 황실 수석근위기사들 3명이 나타났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하마터면 큰일 나실 뻔했습니다. 황궁주치의를 부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걱정스러운 표정의 황실수석근위기사들과는 달리 레오는 이제 까만 점이 된 베르니스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처음 암행치고 재밌었어. 베르니스 라....... 다시 만나면 좋겠네요,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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