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수학여행'
# 1. 수영복 고르기
Savior. 2007년 11월 9일 (월)
블루 마법고의 학생들은 등교와 동시에 담임 선생님께 신나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바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수학여행을 간다는 것!
학창시절 로망인 수학여행을 갈 생각에 아이들은 기대감으로 궁둥이가 근질근질했다.
"수! 학! 여! 행!"
"재밌겠다아~!"
"근데 어디로 가는 거지?"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담임이 종이 한 장씩 나눠준다.
들여다보니 2개의 선택지가 있는 투표지였다.
(1) 동부 주인 도시
(2) 남부 리조트 에리어
모두가 투표용지를 받자 담임이 설명해준다.
"자, 거기에 나와 있는 장소가 이번 수학여행 후보지다. 둘 중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나한테 제출하도록."
그러자 애들 사이에서 일대 소란이 일어난다.
동부의 주인 도시와 남부의 리조트 에리어 중 어디가 더 나을지 토론을 벌이는 거였다.
"주인 도시가 낫지 않아? 역사 공부도 할 수 있고."
"아니. 이 범생이 자식아! 당연히 리조트 에리어지!"
"365일 따뜻한 바다, 리조트 에리어!"
"바다! 바다! 바다!"
한없이 이어지는 바다 콜.
공부 잘하는 애들이나, 고대 유적에 관심 많은 네파리안을 제외한 모두가 따뜻한 바다가 있는 남부 리조트 에리어를 선택한다.
투표 결과는 볼 것도 없이 리조트 에리어의 압승.
거의 9대1의 표차였다.
그리하여 이번 수학여행은 남부 리조트 에리어에 가는 거로 정해진다.
[ 블루 마법 고등학교 수학여행
언제 : Savior. 2007년 11월 16(월) ~ 11월 21일(토) 5박 6일
어디로 : 남부 리조트 에리어
대상 : 블루고 1, 2, 3학년 전체
준비물 : 수영복, 수건, 세면도구, 옷(교복, 편한 옷) 등등.
주류, 약물은 반입금지 ]
수학여행 이틀 전인 11월 14일 (토)
주말을 맞아 주황머리 소녀 윗키와 보라머리 여고생 아스나는 쇼핑 스트리트 G-9에 간다.
이번 수학여행 때 입을 수영복을 사기 위해서였다.
대형 쇼핑몰에 들어간 그들은 수영복 코너에 간다.
그곳은 이미 많은 여자애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거의가 같은 학교 여학생들이었다.
<왁자지껄>
"야, 너 이거 완전 잘 어울린다~"
"빨간색은 좀 그런가?"
"꺄악! 속이 비치잖아? 너무 야해!"
"얘, 저깄는 건 어떠니?"
고음의 하모니가 요동치는 가운데, 윗키와 아스나도 수영복을 고르기 시작한다.
형형색색의 수영복들이 두 소녀의 구매 욕구를 불타오르게 만든다.
윗키가 흰색 비키니를 교복 위에 대본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흐음... 이렇게 옷 위에 대보는 것만으로는 어울리는 건지 어떤지 잘 모르겠네."
"그럼 직접 입어봐."
아스나가 벽에 붙은 문구를 가리킨다.
"탈의실에서 갈아입어도 된대."
"진짜네! 얼른 가보자!"
주황머리 소녀가 곧장 탈의실로 향한다.
잠시 후 하얀 비키니를 입은 채로 윗키가 걸어 나온다.
전신 거울 앞에 선 그녀.
반으로 자른 오렌지를 엎어둔 것만큼 어설픈 크기의 가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베이직한 색상 비키니는 나보다는 글래머인 아스나한테 어울리겠는걸?"
아니나 다를까, 옆 탈의실 문이 열리며 늘씬한 보라머리 여인이 검정색 비키니를 입은 채 나온다.
청순하면서도 육감적인 몸매에 윗키가 탄성을 지른다.
"우와 역시 아스나! 대박 잘 어울려 너!"
"그래? 고마워."
아스나가 조금 쑥스러워한다.
그녀의 것은 단번에 이 검정 비키니로 낙찰되고, 친구인 윗키는 다른 수영복을 고르러 간다.
이것저것 많은 종류의 수영복을 입어봤지만, 전부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나한테 어울리는 건 하나도 없는 거냐고~?"
그러던 와중 윗키가 무언가를 발견한다.
"저, 저것은?!"
쏜살같이 소녀가 달려간 곳은 쿠마쿠마 캐릭터 수영복 진열장이었다.
윗키가 세상에서 윌리엄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얼른 쿠마쿠마 수영복을 집어 들고 탈의실로 향한다.
잠시 후 곰돌이 그림이 프린트된 원피스 수영복과 노랑병아리 수영모를 쓴 윗키가 당당하게 걸어 나온다.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며 그녀가 기뻐한다.
"바로 이거야! 쿠마쿠마야말로 잇(it)아이템이었다고!"
"풉."
그런데 수영복 코너의 다른 이들은 윗키의 모습을 보고 쿡쿡 웃을 뿐이었다.
"쟤 좀 봐. 진짜 웃겨."
"그러게. 어린애 같은 취향인가 봐."
"아기 스포츠단도 아니고 병아리 수영모는 또 뭐야? 킥킥킥."
자아도취된 윗키한테는 사람들의 수군덕거림이 들리지 않았지만, 친구 아스나는 쪽팔려서 얼굴이 붉어진다.
"윗키... 그건 좀 어린애 같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아스나? 이렇게 완벽한 수영복이 세상에 또 어딨다고? 난 이걸로 결정!"
"네 마음에 든다면야 상관없겠지..."
절친 주황머리 소녀가 양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기뻐하자 아스나는 더 이상 참견하지 않기로 한다.
그때 지나가던 사람 중 하나가 윗키에게도 똑똑히 들릴 만큼 큰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푸하하하하하! 저것 좀 봐 아라! 엄청 유치한 수영복을 입은 애가 있어!"
"!!!"
윗키가 빛의 속도로 돌아보자 히로 촉호란 녀석이 손가락질하며 박장대소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아무래도 수영모를 쓰고 있어서 그녀의 정체가 신입생 최강인 전기소녀란 것을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곧이어 눈이 마주치고, 옆에 아스나까지 있는 걸 보자, 촉호의 얼굴이 공포로 파래진다.
"헉, 윗키? 너, 너였어?"
"그래 이 십장생아!!!"
<뻐억>
촉호의 얼굴에 라이트 풀스윙이 작렬. 저 멀리 휴지통에 처박혀버린다.
'와장창'하고 떨어진 촉호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만다.
윗키가 근처에 있던 흑여우 소녀를 향해 묻는다.
"애인이 날아갔는데도 홀가분한 표정이다. 너?"
"애인 아냐. 글구 저런 놈은 맞아도 싸."
"왜?"
"다른 여자 비키니 차림을 보고 마구마구 헤롱거렸거든."
아라가 휴지통에 머리를 박고 있는 촉호를 싸늘하게 노려본다.
윗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내 쿠마쿠마 수영복을 비웃은 데다가 한눈까지 팔았군. 때리길 잘했네."
"맞아."
아라는 그래도 기절한 녀석을 내버려 둘 수는 없어서 힐을 해준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촉호와 수영복을 고르러 가버린다.
다시 둘만 남겨진 윗키와 아스나.
그녀들은 계산 전 잠시 볼일이 있다며 동시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뒤, 10분 뒤 계산대 앞에서 재회한다.
두 소녀의 품에 자신들이 고른 수영복과 디자인이 같은 남자용 수영복이 들려 있다.
"설마 너도?"
둘이 깜짝 놀라 묻는다.
"난 윌리엄 오빠랑..."
윗키가 말한다.
"난 네파리안 선배랑..."
아스나가 말한다.
그런 다음 입을 모아 말한다.
"커플 수영복 입을 거야."
부끄부끄.
이번 수학여행의 승부 수영복(?)은 커플 디자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