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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쁜 년 컴플렉스
작가 : 가로수
작품등록일 : 2018.9.12

SNS를 통해 억울한 오해를 사게 됐다.
아무리 해명해도 모두가 나를 나쁜 년이라고 욕하는 상황.
결국 휴학하고 떠난 시골에서 그 상처를 치료해줄 남자 민도겸과 만나게 되는데…….

 
23. 긴장
작성일 : 18-11-21 23:05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6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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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이 끝난 촬영장 안.

 뒷정리도 끝나, 스태프들도 몇 남지 않아 조용했다.

 연숙과 PD는 그 구석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세영이 돌아오지 않는 탓이었다.

 연숙은 직접 찾으러 가볼까 생각했지만, 재찬이 먼저 자진해서 나섰다.

 하지만 그 또한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PD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도, 연숙은 자꾸만 문 쪽으로 눈길이 갔다.

 연숙의 시선을 눈치 챈 PD가 말했다.

 “늦네요.”

 “호호, 그러게요. 그쪽 촬영도 끝난 지 오래라는데 류세영 요 기집애가 대체 어딜 쏘다니고 있는 건지. 아주 다리 몽둥이를 그냥…….”

 연숙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PD는 그 모습을 우연히 포착하고 말았다.

 “호호호호.”

 그제야 PD 앞이란 것을 기억한 연숙이 어색하게 웃었지만, 때는 늦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PD였다.

 “세영 씨는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

 “네. 아직 대학생이에요.”

 “그렇군요. 전공은 요리 쪽인가요?”

 “아뇨.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아, 요리 쪽이 아니라서 아쉬우시겠어요.”

 연숙이 PD가 사 온 커피를 무릎에 얹고 말했다.

 “할 줄 아는 게 많으면 좋은 거니까요. 요리 외로도 다양한 걸 배워두는 게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선택지가 많은 건 좋은 거죠.”

 “그러네요. 경영은 뭐든 나중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니까요.”

 “뭐, 그렇게 말해도 내심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요리 쪽으로 진로를 잡았어도 좋았을 텐데. 전문가인 이모가 있는데 대체 왜 써먹질 못하는지…….”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뒤, 연숙이 이어서 말했다.

 “참, 오늘 예재찬 씨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어린 나인데 벌써 실력이 훌륭하죠.”

 “훌륭하더라고요.”

 연숙이 PD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재찬은 오늘 삼계탕을 선보였다.

 각종 몸에 좋은 한약재를 넣고 뽀얗게 끓인 삼계탕은, 국물이 진하면서도 깔끔한 게 아주 일품이었다.

 “저로 인해 요리사를 꿈꾸게 되고. 또 이렇게 경연 대회에서 만나게 된 게……. 이럴 때면 사람 인연이 참 신기해요.”

 “오늘 보니까 그 친구가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데, 무척 감격스러워 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랬어요?”

 “네. 참. 언제 한 번 따로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고 꼭 와주십사 하던데요.”

 “그래요? 제가 주말까지만 서울에 있을 예정이라 내일이 아니면 힘들 것 같은데…….”

 “제가 내일 괜찮은지 물어보겠습니다. 아마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할 거예요.”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는 듯, PD가 웃었다.

 “……그나저나 정말 늦네요.”

 연숙이 커피를 또 한 모금 들이켰다.

 따듯했던 커피도 어느새 미지근해져 있었다.

 “그러게요. 둘이 뭐 오봇한 시간이라도 보내고 있나. 그러고 보니 선생님 조카분과 나이도 비슷한데, 두 사람이 어쩌면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 있겠네요.”

 “호호, 아유 그러면 얼마나 좋게요.”

 웃으면서도 연숙은 속으로 도겸을 떠올렸다.

 세영과 도겸도 참 잘 어울렸는데.

 두 사람이 안 좋게 헤어진 것이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벌컥.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때마침 재찬과 세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

 뭐라도 씹은 듯한 표정에 고개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언뜻 봐도 절대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란히 오기도 싫은지 두 사람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서 걸어왔다.

 그러다 세영이 연숙을 발견하곤 뛰어왔다.

 “이모!”

 “너 어딜 갔다 이제와. 연락은 왜 안 됐고.”

 반가워하는 세영과 달리, 연숙은 맹렬하게 세영을 노려보았다.

 다른 사람만 없었어도, 한 대 쥐어박고도 남을 기세였다.

 “추워서 방전됐나 봐. 아까부터 안 켜지더라고.”

 “그래서 왜 이렇게 늦은 거야?”

 “길을 잃었어.”

 “아이고, 너 때문에 못살아! 길을 잃을 거면 핸드폰 전원이라도 잘 챙겨두던가. 아니면 거기 스태프분한테 길 좀 알려달라고 하던가. 너 때문에 애먼 재찬 씨만 고생했잖아. 예재찬 씨도 바쁘실 텐데 말이야.”

 “그게, 너무 바빠 보이셔서. 미안.”

 연숙이 재찬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영을 찾으러 한참을 돌아다녔을 걸 생각하니, 절로 세영을 노려보는 눈에 더 힘이 들어갔다.

 정작 제일 고마워해야 할 세영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미적지근함을 넘어 뭔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얘가?

 가자미눈을 풀지 않고 연숙이 말했다.

 “감사하다고 인사는 했어?”

 “아까 했어. 그보다 이모, 얼른 가자.”

 도겸과 전화를 할 생각에. 세영이 연숙을 재촉했다.

 “지금껏 너 때문에 기다렸거든? 가자 가. 그래.”

 세영에게 사납게 말한 연숙이 PD를 향해 몸을 틀었다.

 언제 무서운 표정을 지었냐는 듯. 자애로운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 정말 감사드리고 수고하셨어요. 저희는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유, 선생님. 저희가 더 감사드리죠.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호텔은 불편한 곳 없으시고요?”

 “그럼요.”

 PD와 연숙이 다정한 인사말을 나눴다.

 세영도 PD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연숙은 재찬과도 긴 인사를 나누었다.

 연숙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는 재찬은, 세영과 있을 때와 달리 표정이 부드러웠다.

 그 모습에 세영은 어이가 없었다.

 ‘저 이중인격.’

 재찬과 형식적으로라도 인사를 나눠야 했다.

 세영이 건성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부터는 길도 모르면서 앞장서 가시지 마시죠.”

 그 말에 세영의 인상이 굳었다.

 아까 전, 재찬에게 한 마디 쏘아붙인 세영은 재찬의 꼴을 보기가 싫어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세영이 여전히 길을 몰랐다는 것이었다.

 얼마 안 가 당당하게 틀린 방향으로 가려는 걸 재찬이 바로잡아주어야 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그렇게 말한 재찬은 돌아서서 제 갈 길을 가버렸다.

 돌아선 재찬의 뒤통수를 보면서, 세영은 내내 참고 있던 말을 입 밖으로 뱉었다.

 “와. 저 싸가지.”

 최악의 첫 만남이었다.

 

  * * *

 

 서울의 모 레스토랑.

 척 봐도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돈이 있다고 해도,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잘 차려입은 손님들은 대화 소리도 크게 내지 않았다.

 단정한 옷차림의 웨이터 또한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 안으로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다은이 들어섰다.

 화려한 옷차림을 제하더라도, 당당하게 걷는 다은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다은을 알아챈 지배인이 헐레벌떡 인사를 건냈다.

 익숙하다는 듯 다은은 인사를 받았다.

 그녀는 지배인의 안내를 따라 가장 안 쪽, 따로 분리되어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중후한 인상의 남성이 한 명 앉아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딱 맞는 정장.

 부리부리한 눈에 짙은 눈썹, 고집스러워 보이는 턱.

 전반적으로 강인한 인상에 정정해 보였다.

 오로지 듬성듬성 난 흰머리만이 제 나이를 알려주었다.

 남자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 무언가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다.

 커다란 계열사를 거느리는 회장의 그것이리라.

 그 위압감에 다은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듯 그를 불렀다.

 “아빠.”

 “늦었구나.”

 “오랜만에 도겸이 좀 만나느라.”

 “또 그 녀석이냐.”

 도겸의 이름에 다은의 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였다.

 “대체 너는 왜 그 변변치 못한 녀석에게 목을 매는 거야.”

 “걔가 제일 맘에 드는 걸 어떻게 해. 난 갖고 싶은 건 가져야 성미가 차는데.”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눈에는 네가 목매는 거로 보여. 적어도 체통은 지켜야지.”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사랑하던 아내도 죽고.

 금지옥엽으로 귀하게 키운 외동딸.

 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여운 자식.

 최고의 환경에서 키웠다고 자부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가장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면서 키워왔다.

 저명한 선생들에게 배우게 해줬고 원하는 것은 뭐든 사주었다.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 했다. 지원도 해주었다.

 함 회장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중에는 큼직큼직한 케이블 방송사도 몇 개 있었기에 쉬운 일이었다.

 다은은 데뷔와 동시에 인기를 얻었다.

 그의 지원이 아니더라도, 원체 본바탕이 예쁘고 연기에 소질이 있었다.

 그녀는 데뷔한 직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기는 했다.

 함 회장은 개의치 않았다.

 그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사소한 불만이 생겨도 모두 자신의 힘으로 누를 수 있었다.

 다은이 승승장구하는 것에 남자도 흡족했다.

 하지만 최근, 다은은 정도란 것을 모르고 말썽을 피우고 다녔다.

 스태프에게 폭언, 폭행을 일삼는다는 말이 함 회장의 귀에 들려왔다.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사고를 일으켜 다른 연예인들의 활동을 중단시키기도 했단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그 근원을 찾아보니.

 모두 다 다은이 민도겸을 알게 된 후부터였다.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공통점도 도겸과 말을 나눴거나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관심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건 가히 집착 수준이었다.

 더는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종업원이 가져온 요리를 앞에 두고 다은의 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오늘 왜 부른지는 알고 있겠지. 요즘 연예계 내에 너에 대해 말이 많더구나.”

 “누가 감히 뒤에서 내 얘기를 해? 인생의 쓴맛 좀 봐야겠네. 찾아서 잘라버려.”

 그렇게 말한 다은이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었다.

 “이번에 갑자기 방송에 집어넣어달라고 했던 것도 그 녀석 때문이냐?”

 “맞아. 그런데?”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다은의 태도에 함 회장이 한숨을 쉬었다.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웠다.

 남자도 잘 알았다.

 제가 타고난 것을 누리는 것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그에게는 그걸 해줄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신이 다은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함 회장이라고 해도 모든 걸 자기 입맛대로 멋대로 휘젓고 다닐 수는 없었다.

 적은 없을수록 좋은 법.

 다은은 너무 기고만장해하고 있었다.

 이러다 누군가가 양심선언이랍시고 방송에 고발이라도 한다면…….

 다은을 위해서라도 경고해야 했다.

 “쯧쯧. 네가 홀렸구나, 홀렸어. 고작 잠깐 떴다 사라질 그깟 딴따라 녀석을 왜 그렇게 탐내는 거야?”

 자꾸만 도겸을 무시하는 말에 다은은 기분이 상했다.

 “그럼 아빠는 왜 그깟 딴따라 녀석 하나 나한테 못 주는 건데?”

 버릇없는 다은의 말에 그녀의 아버지가 테이블에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함다은.”

 다은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아빠를 화나게 할 셈이냐.”

 “…….”

 제 아무리 두려운 게 없던 다은이라도 이건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엄하게 말했다.

 “이번에 억지로 집어넣은 것들 다 끝나면 한동안은 방송도 쉬고 자중하도록 해. 알겠어?”

 “…….”

 불만에 찬 다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은의 아버지가 언성을 높였다.

 “대답 안 해?”

 “……알겠어요.”

 그 후로 식사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다은은 속이 상했는지 입술만 계속 깨물고 있었다.

 

 “아악! 짜증 나!”

 다은의 오피스텔 안. 그 한 가운데서 다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방안은 난장판이었다.

 다은이 이것저것 물건을 던져댄 탓이었다.

 다은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화가 삭이지 않았다.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아버지의 말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한동안은 강제적으로 일을 쉬어야 할 것이다.

 다은이 전화기를 집어 들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만 들리고 좀처럼 받질 않았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애초에 도겸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를 눈에 담은 것이 문제였다.

 눈엣가시인 그 여자를 빨리 찾아내어 처리하고 싶었다.

 때마침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누구 좀 찾아줬으면 하는데.”

 다은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 * *

 

 “특별하게 야외에서 진행된 오늘의 공개방송. 이제 슬슬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디제이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도겸의 마지막 스케줄은 라디오 공개방송이었다.

 옆에는 승완이 자리하고 있었다.

 단상 아래로는 팬들이 보였다.

 그들은 색색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거기에는 도겸과 승완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대부분이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모여 줬으리라.

 그녀의 말처럼 라디오는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팬들이 아쉬움에 플래카드를 흔들어 보였다.

 도겸과 승완이 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오늘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아요. 아쉬워서 어쩌죠?”

 “다들 추운데도 저흴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도겸 씨와 승완 씨를 보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자리해주셨는데요. 지금껏 공개 방송을 하면 보통은 성비가 남녀 50 대 50 정도였는데요. 근데 오늘은 진짜 전부 다 여자분들이세요.”

 “오, 정말요? 다들 아셨죠? 저희 인기가 이렇답니다.”

 디제이의 말에 승완이 능청스럽게 장난을 쳤다.

 “하하. 정말 아무리 둘러봐도 남자분을 찾을 수가 없는데요. 어 저기! 딱 한 분 계시네요.”

 두리번거리던 디제이가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람들의 시선이 디제이의 손가락이 향한 곳으로 모였다.

 도겸과 승완도 자연스럽게 그를 보게 되었다.

 가장 뒤쪽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를 확인한 도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양복을 입고 있으시네요. 토요일인데 회사를 다녀오신 걸까요? 유일한 남자 팬분 안녕하세요!”

 디제이가 반갑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아…… 자리를 피하시네요. 부끄러우셨나 봐요. 괜히 말을 건 것 같아 죄송하네요.”

 “화장실이 너무 급하셨나 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디제이가 머쓱하게 말하자 승완이 장난을 치며 그녀를 위로했다.

 도겸은 남자가 떠나는 것을 예의주시하였다.

 “자, 토요일의 드리밍 라디오. 오늘은 도겸 씨와 승완 씨와 함께했는데요…….”

 디제이가 맺음말을 시작했다.

 도겸은 아무 일도 없었단 듯 웃으며 촬영에 임했다.

 

 라디오가 끝나고 승완과 도겸은 팬들과 인사를 나눈 뒤,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민수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건너편에서 한 남자가 검은 세단 앞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손을 마주 잡고 서 있는 자세가 반듯했다.

 그 남자를 먼저 알아챈 것은 승완이었다.

 “어. 저 사람 아까 라디오에서 봤던 남자 아니야?”

 핸드폰에만 신경 쓰고 있던 도겸은 그제야 남자를 보았다.

 도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겸이 승완의 팔을 잡아끌었다.

 “야. 가자.”

 “어딜? 민수 형 여기로 오겠다고 했잖아.”

 “잔말 말고 따라와.”

 도겸은 남자의 반대 방향으로 승완을 데리고 움직였다.

 대체 왜 그러나.

 승완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을 뒤에서 지켜보던 남자는 두 사람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이내 그 남자도 자리를 떴다.

 
작가의 말
 

 다음 화는 일요일 6시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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