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말이야…….”
승완이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이 좀처럼 나오질 않아 승완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던 도겸은 애가 탔다.
“아, 뭔데. 어떻게 하라는 건데.”
“왜 이렇게 초조해해.”
도겸이 애가 타든 말든, 승완은 이 순간을 느긋하게 즐기겠다는 듯 빙글빙글 웃었다.
그러자 도겸이 일어나서 승완을 노려보며 짜증스럽다는 듯 말했다.
“좋은 말 할 때 얼른 말해.”
“알겠어, 알겠어. 자식, 성질은.”
그제야 승완이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뗐다.
“지금껏 네가 당기기만 한 게 고민이라는 거 맞지?”
도겸이 승완의 말에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틀린 것도 아니고……. 일단 승완이 뭐라고 할지가 궁금해서 도겸은 수긍했다.
“뭐……,맞아.”
“그럼 이제 밀면 되는 거잖아!”
“…….”
너무나도 뻔한 말에 도겸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그냥 밀라니. 안 그래도 세영 쪽에서 자신을 밀어냈는데 이쪽에서도 밀어내는 건 말이 안 됐다. 밀다가 영영 안녕할 일 있나.
어이없다는 듯 승완을 노려보며 도겸이 살벌하게 말했다.
“장난하냐?”
끝내 도겸이 속에 담고 있던 말을 내뱉었음에도 승완은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그 모습에 도겸이 벌컥 화를 내려고 하자 승완이 먼저 선수를 쳤다.
“아니, 내 말 들어 봐.”
화낼 타이밍을 놓친 도겸은 미간을 찌푸린 채였지만 일단 승완의 말을 기다렸다.
“네가 지금까지 계속 호감을 표현해왔지만, 여자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상황이잖아?”
어디 무슨 말을 하나 도겸은 팔짱을 낀 채로 승완을 노려봤다.
“그래서?”
도겸이 꽤 무섭게 노려보고 있음에도 승완은 굴하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그러면 그 여자는 밀어내면서도 어느 정도는 네가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할 거라고 예상할 거 아니야.”
“…….”
도겸은 대답하지 않고 침묵으로 응수했다. 솔직히 세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네가 갑자기 그냥 흔쾌히 ‘알겠어. 아니라면 아닌 거지. 그럼 안녕.’하고서 떠나간다고 해봐. 그 여자 입장에서 신경이 쓰이겠어, 안 쓰이겠어.”
“…….”
과……연 그럴까? 도겸은 혼란스러워졌다.
승완의 말은 어찌저찌 지금 자신과 세영의 상황에 맞아 떨어졌다. 세영이 시간을 가지자 하자마자 자신이 서울로 떠났으니 말이다.
여기까진 의도하지 않았지만 승완의 말대로 행동한 셈이었다.
하지만 세영이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은 가히 있을 수 없는 일 같았다.
그렇지만 제삼자인 승완이 하는 말이고 자신도 사람이다 보니 혹시 그렇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자꾸만 생겼다.
도겸이 혼란을 느끼거나 말거나, 승완은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그럴 때 딱 다른 여자랑 화기애애한 모습이라던가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질투를 유발하면 고민 해결이지!”
너무나도 당당한 승완의 말투에 도겸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도겸의 머리 한 편에서는 ‘아냐! 믿으면 안 돼!’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라고 외치고 있었다.
“정말……, 그런 방법으로 될까?”
흔들리는 도겸의 눈동자에 승완은 자신만만하게 엄지를 들어 올렸다.
“내 말 믿어도 된다니까?”
그렇게 말하는 승완은 가짜 약을 속여 파는 약장수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겸이 말도 안 되는 승완의 말에 넘어갈 것 같아지자 그 모습을 관망하고 있던 미연이 후회하지 않도록 성급한 판단을 막았다.
“아냐, 도겸아. 내 생각에는 그 여자분 앞에서 그런 짓 했다간 너 완전 아웃이야.”
아, 아웃…….
아웃이라는 말에 도겸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미연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자신이 좋다고 계속 쫓아다니다가 거절했더니 순식간에 다른 여자와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냥 가벼운 놈팡이로 보일 것 같았다.
윤승완, 이 자식 말을 들었다간 큰일 날 뻔했잖아?
도겸이 승완에게 분노를 담은 눈길을 보내자 승완이 반박했다.
“아니, 질투 요법이 흔한 방법이긴 해도, 은근히 먹히는 때도 있다니깐?”
그러자 승완을 꺼림칙해 하며 피하려고 하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미연이 사납게 반박했다.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그 여자분한테는 별로 먹힐 것 같지 않다니까?”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아?”
“너보단 들은 게 많으니까 그렇지! 여자의 감 모르냐?”
“여자의 감 좋아하시네! 누나한테 무슨 여자의 감이야? 누가 자기한테 관심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야, 윤승완. 너 말 다 했어?”
두 사람은 흥분해서 앉아있던 것도 일어나고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격해지는 말싸움 사이에서 도겸은 멀거니 서서 울상을 지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의 말을 따를지를 정하면 이 싸움도 일단락이 될 텐데, 도무지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고…….
다른 일에선 이러지 않았는데, 오직 세영과 관련된 일이면 그랬다.
자신이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
바보 같은 이미지보다는 나름대로 냉정하고 차가운 이미지였던 거 같은데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도겸은 알 수가 없었다.
돌아가서는 세영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제대로 고민하고 결정짓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싸움이 너무 시끄러워서 도무지 생각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참다 못해서 도겸이 소리 질렀다.
“그만!”
가만히 있던 도겸이 버럭 외치자 그 기세에 당황해서 두 사람이 싸우던 것을 멈추고 도겸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의견 다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귀청 떨어지겠다.”
그렇게 말하며 도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치겠다.”
도겸이 지친 내색으로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승완과 미연은 지금이 싸울 때가 아니란 걸 알았는지 얌전히 도겸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침묵이 얼마나 유지됐을까, 승완이 침묵을 깨고 도겸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데?”
미연이 승완을 째려보며 팔을 때렸다.
“아니 궁금하잖아. 쟤가 저렇게 여자에 목메는 건 처음 보는데.”
승완이 뻔뻔한 얼굴로 말하자 미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도 그런 도겸이 신기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자기 궁금한 게 우선이라니.
미연이 승완을 다시 한 번 노려보고 조심스럽게 도겸에게 말했다.
“도겸아, 내가 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생각엔 그냥 네가 원래 대하던 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말에 도겸이 반응을 보였다.
“……부담스러울 것 같다면서?”
내가 대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미연은 속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상상을 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차라리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러자 승완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그렇게 퍼주기만 하면 재미없다고.”
그 말에 참지 못하고 미연이 옆에 있던 쿠션으로 승완을 내리쳤다.
이 자식은 분위기를 못 읽는 것이 아니라 안 읽는 거였다.
하여튼 자기에게 아주 징글징글하게 장난을 칠 때도 그렇더니, 도겸이 진지하게 고민을 하든 말든 웃고 있는 것이 아주 밉상이었다.
나름 그래도 곧 방송이 있기에 살짝 쳤는데도 미연이 쳤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었는지 조용해진 승완이었다.
“이 자식 말은 신경 쓰지 마.”
미연이 승완의 말에 타격을 입은 듯한 도겸을 위로했다. 그리고는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좀 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긴 하다. 네가 누구한테 이렇게 휘둘리는 모습도 보고.”
“누가 누구한테 휘둘리는데?”
예상치 못하게 미연의 말에 대한 대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높으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에 세 사람은 목소리만으로도 바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노크도 없이 도겸의 대기실의 문을 열어젖힌 사람은 바로 다은이었다.
다은은 아무도 자신을 반겨주지 않음에도 개의치 않고 긴 다리를 뻗어 도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웨이브를 넣어 굽실거리는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도겸의 옆자리를 억지로 차지했다.
“도겸아~, 오랜만이다?”
도겸, 승완과 동갑내기인 다은은 이전에 도겸과 같이 작품을 한 뒤로, 도겸에게 반해 그를 쫓아다니고 있는 배우였다.
재벌 집 딸로 아역으로 시작해서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다은은, 어릴 적부터 받은 사랑 때문인지 안하무인으로 자랐다.
그래서인지, 다은에게는 사람들은 자신이 뭘 하든 좋아해 줄 거라는, 그러니 자신은 무슨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요즘 왜 이렇게 안 보였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
다은은 도겸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리며 살갑게 말했지만 도겸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아예 옆에 사람이 없다는 듯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다은은 도겸의 태도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이참, 짓궂기는.”
그 모습에 반대편에서 미연이 얼굴을 굳혔다.
다은이 도겸에게 이렇게 관심을 보인 건 꽤 오래된 일이었다.
처음에는 적당히 응수하면서 돌려서 거절하던 도겸이었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다은의 집적거림이 계속되자 도겸은 아예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도겸은 그녀에게 티 끝 만큼도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를 불타오르게 했는지 최근에 이르러서 다은은 가히 집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도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다은이 도겸이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불안감이 엄습했다.
승완 역시 미연의 옆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나름 귀여운 얼굴이 험악하게 바뀌어 있었다.
승완은 대놓고 싫은 표를 낼 수 있었지만 스태프인 미연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미연이 웃는 얼굴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다은에게 말을 걸었다.
“다은이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어, 언니 안녕? 실력도 없으면서 어떻게 여전히 도겸이 옆에 붙어 있네?”
다은은 미연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비꼬는 말도 잊지 않았다. 도겸의 주위에 있는 사람은 그냥 여자라면 누구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미연은 항상 있던 일이기에 웃는 낯을 유지하면서 속으로만 다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도겸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다은을 타박하지는 않았다.
괜히 도겸이 미연을 감싸는 말을 하면 오히려 괴롭힘이 세질 거라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겸은 자기 직원이니까 그렇다 쳐도, 어쩐 일인지 옆에 있던 승완도 주먹을 세게 쥐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까지 다은이 싫나 의아했지만,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다은이 미연에게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얘기는 뭐야? 누가 누구한테 휘둘린다는 건데?”
갑작스러운 말에 미연이 잠시 움찔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둘러댔다.
“아, 아 그거. 요즘 승완이가 새 애인한테 휘둘린다고 하더라고.”
“흐음, 그래?”
잠시 날카로운 눈으로 미연의 낯을 살피던 다은이었지만 이내 관심이 식었는지 다시 도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미연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별말이 없길래 잊은 줄 알았더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물을 줄은 몰랐다. 눈치는 귀신같이 빠른 다은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어디 있던 거야? 내가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알아? 정말 이번에는 아무리 사람을 풀어도 찾을 수가 없더라.”
도겸이 어딨는지 찾고자 사람을 풀었다는 말을 아주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내뱉는 다은에 미연이 다 질렸다.
도겸이 휴식기일 때면 어떻게든 찾아내서 그를 찾아왔던 다은이었다.
그가 어딜 가든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SNS에 도겸의 목격담이 올라오기도 했고, 아니면 도겸 주변 직원에게 돈을 찔러주고 알아내는 경우도 있었다.
미연이 생각할 때는 아주 돈지랄이 따로 없었다.
소름 끼치는 일이었지만 다은의 뒷배경과 강력한 입지 때문에 회사에서도 그냥 쉬쉬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도겸의 주위에는 믿을 수 있는, 오래 일한 사람들만이 남아있었다.
“내가 그래서 얼마나 심심했던 줄 알아~?”
애인에게 투정 부리듯 말하며 다은이 도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자 지금껏 아무 말 않던 도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치워. 더러워.”
싸늘한 말투에도 다은은 오히려 더욱더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드디어 대답해줬네? 항상 생각하지만, 도겸이 목소리는 정말 듣기 좋아”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이면 저런 말에 기뻐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다른 사람이 도겸처럼 그녀를 대했다면 가만히 두지 않았을 테지만 도겸 만은 특별취급이었다. 아무리 욕을 하고 무시하는 말을 해도 다은은 기뻐하면 기뻐했지, 싫어하지 않았다.
평소엔 저런 싸이코 같은 성격이면서 대중에게는 잘 자란 청순한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미연은 다은이 드라마나 영화에 나와 연기하는 것을 볼 때면 거북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도겸이 얼마나 다은으로 인해 스트레스받고 있는지 옆에서 보면서 지내왔기에 더욱 더 그랬다.
이대로 계속 다은이 여기에 있었다가는 도겸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것 같아 내키지 않았지만 다시 한 번 다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다은아, 방송국엔 어쩐 일로 온 거야? 오늘 무슨 촬영 있어?”
“언니 오늘따라 말이 많네.”
다은이 웃으며 미연에게 말했다. 다정한 말투지만 경고하는 듯한 내용에 미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제야 조금 마음에 드는지 다은이 미연의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도겸이 오늘 스케줄 있다기에 만사 제쳐놓고 달려왔지. 서방님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가야지. 안 그래?”
그렇게 말하며 다은이 꺄르르 웃었다. 대기실 안 분위기는 더욱더 싸늘하게 식었다. 다은의 웃음소리는 옥구슬 굴러가듯 청아했지만, 전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똑똑-.
그때 방송 스태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승완 씨도 여기 계셨네요. 이제 곧 촬영 시작이라 스튜디오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떠날 기회에 승완이 재빨리 스태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도겸을 불렀다.
“도겸아, 가자.”
도겸은 옆에 앉아있는 다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문 쪽으로 향했다. 미연도 얼른 그 뒤를 따라갔다.
“도겸아, 다음에 봐~.”
웬일인지, 여전히 소파에 앉은 채로 다은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도겸은 뒤도 보지 않은 채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가장 마지막으로 미연이 문을 닫고 나올 때 다은이 눈에 띄었다.
도겸이 사라지자마자 다은은 무표정으로 변해있었다.
어쩐지 그 무표정은 미연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문이 닫히고 다은은 다리를 꼬았다.
“흐음.”
머리를 베베 꼬며 다은이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여자가 생겼다라…….”
조각 같던 얼굴에 웃음을 내비치면서 다은이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다은의 웃는 얼굴이 매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