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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쁜 년 컴플렉스
작가 : 가로수
작품등록일 : 2018.9.12

SNS를 통해 억울한 오해를 사게 됐다.
아무리 해명해도 모두가 나를 나쁜 년이라고 욕하는 상황.
결국 휴학하고 떠난 시골에서 그 상처를 치료해줄 남자 민도겸과 만나게 되는데…….

 
13. 이별. 이별?
작성일 : 18-10-17 20:00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6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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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붙잡지 않을 거야.”

 이 말을 내뱉기까지 세영은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세영은 도겸과의 관계가 끊기지 않았으면 했다.

 도겸의 앞에서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고, 안심이 됐고, 편했다.

 도겸과 함께 있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고, 도겸이 보이지 않으면 보고 싶었다.

 그가 손을 잡거나 껴안아도 거부감이 들기는커녕 그의 온기에 좀 더 오래 잡고 있고 싶었다.

 그리고 도겸이 키스하려 했을 때는 어떤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던 세영이다.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세영도 도겸을 좋아했다.

 도겸이 바라는 대답이 무엇인지 세영도 잘 알았다. 그 답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인정하는 것과 입 밖으로 내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이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기에는 두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첫 연애의 안 좋았던 결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도겸은 선배 같은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결같은 태도를 세영에게 보여줬다.

 다만 세영을 둘러싼 소문이 도겸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아무리 도겸은 세영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도겸과 같을 리는 없었다.

 연기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도겸인데, 자신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일에 지장이 생긴다면 세영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 자신에 대한 도겸의 감정이 변하는 것을, 세영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도겸에게도 자신에게도 더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니 여기서 헤어진다면, 잠깐은 힘들어도 나중엔 가끔 꺼내볼 수 있는 좋았던 기억으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세영은 도겸을 붙잡지 않기로 결심했다.

 세영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도겸과 시선을 맞췄다.

 자신이 선택한 대답이니 모든 원망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눈을 피하지 않았다.

 도겸의 표정은 상처받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평소 세영의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왔지만, 그건 긍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속상함같은 것까지 보일 생각은 없었다. 최대한 덤덤한 척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 먹은 대로 표정 관리가 되질 않았다.

 언제 어디서든 감정을 숨기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표현하는 건 자신의 특기였는데.

 아무래도 내심 세영이 자신이 바라던 대로 대답해줄 거라고 너무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도겸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에이, 농담이 심하다.”

 장난처럼 넘기려는 시도였지만 도겸의 말투는 자신이 듣기에도 어색하고 뻣뻣했다.

 그래도 세영이 얼른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길. 도겸은 또 한 번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세영은 무참히 그 기대를 저버리고 그저 아무 말 없이 도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에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던 노력이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도겸이 인상을 구기며 말을 뱉었다.

 “왜?”

 “…….”

 “왜 가지 말아라, 연락하겠다. 아니 하다못해 보고 싶을 거다. 그런 말도 안 해? 친구끼리도 할 수 있는 말인데 내가 너한텐 그 정도도 안 돼?”

 대답을 재촉하듯 세영의 팔을 붙잡았다. 세영의 팔은 선선히 붙들려왔지만 세영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적어도 그 정도는 말해줄 수 있잖아…….”

 화난 듯한, 그러면서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도겸이 말했다.

 “나는 싫어. 네가 없는 건 싫어. 우리 같은 마음은 아니어도 조금은 나한테 마음을 연 거 아니었어?”

 도겸은 어리광쟁이가 된 것만 같았다. 부모님의 애정을 바라는 아이처럼 지금 도겸은 세영의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다.

 제발 그렇다고 말해달라고, 도겸은 차가운 바닥에 무릎이라도 꿇고 세영에게 빌고 싶었다.

 하지만 세영은 단호했다. 어떻게 해도 세영의 대답이 바뀌지 않을 거란 걸 그 태도에서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자만이었다. 차라리 물어보지 말걸. 그러면 헛된 기대라도 품고 있었을 텐데. 도겸은 후회했다.

 그때 세영이 말했다.

 “미안.”

 “세영아…….”

 그 뒷말은 하지 않아 줬으면, 도겸이 세영을 불렀다.

 그러나 세영은 간절한 부름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난 아니야. 너 안 좋아해. 너한테 설렐 일 없을 거라고 했잖아. 헛된 짓 하지 마.”

 “…….”

 “그냥, 나 같은 사람 말고 널 좋아해 주는 좋은 사람 만나.”

 도겸은 세영을 잡고 있던 팔을 떨궜다. 내리깐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이만 갈게. 잘 가.”

 그런 도겸을 뒤로 하고 세영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혹여나 붙잡을까 봐 빠른 발걸음이었다. 그렇게 멀리 떠나고 나서야 세영은 속도를 늦췄다.

 마지막으로 봤던 도겸의 표정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세영은 눈에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뭘 잘했다고 울어.”

 상처는 내가 줬으면서.

 그래도 이거면 된 거다. 괜히 더 마음을 줘봤자 나중에 더 힘들었을 것이다.

 도겸도 지금은 원망해도 곧 그녀에게 고마워하리라.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하는 것이니. 분명 그럴 것이다.

 그렇게 계속 잘한 결정이라고 위안 삼으며 세영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 * *

 

 다음 날, 도겸은 자신이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앞에 서 있었다. 짐을 챙겼는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는 채였다.

 도겸은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그렇게 자신의 입김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며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빵빵-.

 멍하니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었을까, 클랙슨 소리에 도겸이 뒤를 돌아봤다. 차 창문을 열고 민수가 얼굴을 내미는 것이 보였다.

 “나 왔다. 얼른 타.”

 차에 탄 도겸은 아무 말 없이 안전벨트를 맸다.

 민수는 그런 도겸을 백미러를 통해 흘끔 봤다.

 어젯밤 도겸에게서 갑자기 자신을 데리러 올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민수는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던 건지 어리둥절했지만,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데리러 와 도겸의 얼굴을 보니 아주 표정도 없는 것이 아무래도 그 여자애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얼마 차이가 나지 않긴 했지만, 며칠 전 스케줄을 메신저로 보냈을 때만 해도 도겸은 아주 당일에야 서울로 출발하려던 기세였다.

 그만큼 이곳에 붙어 있으려고 하던 애가 갑자기 일찍 데리러 와달라고 할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사이가 틀어져서 서울로 옮기는 것 같았다.

 분명 그 여자애가 뭔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도겸의 마음이 식은 것이리라. 민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

 그 말에 창밖을 보고 있던 도겸이 물었다.

 “……뭐가?”

 “그 여자애랑 정리한 거 아니야?”

 “…….”

 민수는 도겸이 잠자코 있는 것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민수는 자기 딴엔 위로랍시고 떠들기 시작했다.

 “정말 잘한 거야.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대체 너 좋다는 수많은 여자들 놔두고 왜 그 애가 좋다는 건지 난 정말 이해가 안 됐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도겸은 곧 이어지는 민수의 말에 험악해졌다.

 “그리고 그 여자애 일 조금 찾아봤는데 관심이 가라앉긴 했지만, 해명이 됐거나 해결된 건 아니더라.”

 운전하느라 정면을 보고 있던 민수는 도겸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

 “진짜 만에 하나라도 사람들이 너와 그 여자애에 대한 걸 알게 되면 그게 네 지금껏 공들여온 커리어 다 망칠까 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형, 세영이 뒷조사를 한 거야?”

 도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지만 민수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리곤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그런 거창한 건 아니고. 대학교 이름, 양다리 정도의 키워드로만 검색해도 나오더라.”

 세영이 숨기고 싶어 했던 일을 굳이 캐냈다는 말에 도겸은 민수에게 뭐라 화를 내려 했다. 하지만 민수의 말이 더 빨랐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여전히 조금만 검색해도 나올 정도로 퍼져있으니 우리나라 네티즌도 아주 쉽게 다 캐냈을 거라고. 그러니 내가 얼마나 걱정스러웠겠어.”

 민수는 그래도 이젠 안심이라며 즐겁게 핸들을 움직였다.

 “진짜 네가 그 여자애랑 더 안 얽혀서 다행이야. 난 네가 곧 걔한테 관심 떨어질 거라고 알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신난 건지 아주 호쾌하게 웃으며 말하는 민수에게 도겸이 말했다.

 “아니, 내가 차인 것 같은데.”

 “그렇겠지. 네가 차였겠지! 아니, 뭐?”

 별 생각 없이 들으며 맞장구치던 민수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네가 차였다고? 찬 게 아니라?”

 “응. 아니야.”

 도겸이 덤덤하게 말했다. 민수는 믿을 수가 없어서 외쳤다.

 “야, 웃기지 마!”

 “정말인데.”

 그 말에 민수가 빠르게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리곤 뒤돌아 도겸을 보며 벌컥 소리쳤다.

 “아니 대체 왜?”

 “…….”

 예상치 못했던 급정거에도 도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겸이 민수는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저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 민수가 답답해서 대답을 재촉했다.

 “네가 뭐가 모자라서 짝사랑이야?”

 민수에게는 꽤나 자식 바보, 아니, 자기 연예인 바보 같은 면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까지도 그 여자애랑 안 이루어져서 잘됐다고 말하던 사람은 어디 갔는지. 홀라당 잊어버리고 도겸이 차였다는 말에 버럭 화를 내고 있는 민수였다.

 “나도 몰라.”

 인상을 찌푸리며 도겸이 민수를 바라봤다.

 “나도 모른다고.”

 도겸이 중얼거렸다.

 밤을 꼬박 새워가며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자만했나보다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도겸은 타인의 감정을 잘 알아챘다. 그래서 연애 경험은 없지만 나름대로 연애 감정에 있어선 눈치가 빠른 편이라고 자부했다.

 적어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 예측은 거의 항상 맞아 들었다.

 그래서 도겸은 세영이 자신에게 조금은 관심이 생겼다고 예상했던 것도 맞아 들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거의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게, 손을 잡는 것도 포옹도 싫은 사람과는 할 수 없는 것이지 않은가.

 하지만 세영의 대답은 기대했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왜 그런 대답을 한 걸까? 세영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결론은 후회였다.

 “……내가 너무 성급했어.”

 민수는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질 않는지 황당해하고 있었다.

 알아서 잘 정리한 줄 알았더니 오히려 차이고 왔다니.

 그런 줄도 모르고 그 여자애를 살짝 무시하는 말도 한 것 같은데.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는 도겸의 얼굴이 언짢아 보였다.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그런 말은 속으로만 생각했을 텐데. 낭패였다.

 “도겸아,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이미 엎질러진 물, 민수는 그냥 하고 싶었던 말을 해버리기로 했다.

 “네가 굳이 그런 여자애한테 목멜 필요가 있을까? 세상은 많고 여자는 많은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서울에 가서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거 아니냐.”

 도겸이 자신을 설득하려는 민수를 삐딱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의 일은 모르겠고 지금 난 걔 생각밖에 안 나. 솔직히 지금 아무리 형이라도 세영이 뒷조사하고 그런 말 하는 거 짜증 나.”

 평소 짜증 난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던 도겸이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민수에겐 적잖이 충격이었다. 그러다 답답해진 민수가 물었다.

 “아니 그럼 서울에는 왜 이렇게 일찍 가는 건데. 차였다면 뭐, 싸운 거야? 그래서 정 떼려고 가는 거 아니냐고.”

 “…….”

 도겸은 아무 말이 없었다.

 세영의 말에 속이 상했지만 그럼에도 도겸은 여전히 세영이 좋았다. 민수의 말처럼 정 떼려고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일찍 가는 건가 물으면 딱히 별 이유는 없었다.

 혼자 있으면 계속 우울함에 젖어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떨어져서 지내면 좀 더 서로 지금의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했다. 그러면 세영이 지금처럼 단호하게 자신을 밀어내진 않지 않을까, 도겸은 여전히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렇게 대차게 까인 후에도 말이다.

 거기다 더 나아가서 도겸은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폼 안 나고 세영도 싸늘하게 반응할 것 같았지만 도겸은 지금 그만큼 절박했다. 뭐라도 해서 세영을 붙잡고 싶었다.

 “대체 왜 날 안 좋아할까?”

 “환장하겠네.”

 동문서답하는 도겸에 이마를 짚으며 민수가 말했다.

 이걸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도겸을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민수는 좋은 수를 떠올렸다.

 “도겸아, 정말, 제발. 다시 한 번만 생각해봐. 아까는 너한테 미칠 영향에 대해서만 얘기했지만 너랑 그 여자애가 사귀는 사이 그 비슷한 게 되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너는 물론, 그 여자애도 또 안 좋게 사람들 입에 오고 내릴 수 있어. 그 여자애가 그걸 달가워할까?”

 같이 보낸 세월이 얼만데. 민수는 도겸을 잘 알았다. 민수는 분명 도겸이라면 자신보다도 그 여자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훌륭하게 맞아 들었다.

 “그건 안 돼. 또 그런 일을 겪게 할 수는 없어.”

 도겸의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렇겠지. 바로 민수가 원했던 반응이었다. 민수는 희망을 보았다.

 “그러니까 걔 입장에서는 네가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는 거라고.”

 그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도겸의 눈이 커졌다.

 민수는 자신이 한 말의 효과에 흡족해했다. 이제 순순히 포기하고 나와 서울로 가자. 민수는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말에 이번에는 반대로 민수의 눈이 커졌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어?”

 “그 말은, 그럼 그런 사람들의 관심이 걱정되고 싫어서 그러는 걸 수도 있다는 거네?”

 “어어?”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런 게 싫어서 그러는 걸 수도 있다는 거잖아.”

 “어어어?”

 생각지도 못한 도겸의 긍정 마인드에 민수는 당황했다. 아니, 이럴 때면 보통 그렇다면 그녀를 위해서라면……. 내가 포기해야지. 뭐 이런 반응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니?

 “형 고마워. 나 솔직히 진짜 우울했는데 조금 기운 차린 것 같아. 일부러 포기하라고 말하면서 나를 자극한 거지?”

 하다 하다 이젠 초월 번역까지. 기가 막혀서 민수는 말도 안 나왔다. 혼자 멋대로 생각하고 감동까지 받고 있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뭣한 상황이었다.

 “내가 이런 형의 마음도 모르고 괜히 화냈어. 형, 미안해. 내가 열심히 일해서 형 호강시켜줄게.”

 차라리 그냥 뒀으면 계속 우울해하면서 세영을 잠시 멀리할 수도 있었을 것을.

 민수는 자신이 바랐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돼버린 것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작가의 말
 

 다음 화는 일요일 8시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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