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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쁜 년 컴플렉스
작가 : 가로수
작품등록일 : 2018.9.12

SNS를 통해 억울한 오해를 사게 됐다.
아무리 해명해도 모두가 나를 나쁜 년이라고 욕하는 상황.
결국 휴학하고 떠난 시골에서 그 상처를 치료해줄 남자 민도겸과 만나게 되는데…….

 
10. 구해준 보답은?
작성일 : 18-10-07 17:43     조회 : 92     추천 : 0     분량 : 6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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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겸은 자신이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누군가가 세영은 아니었다. 야시장이 시작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세영과는 좀 더 늦게 만나기로 했다.

 좀 이따 세영을 만나서 뭘 하면 좋을지 계획을 짜면서 도겸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도겸 씨, 매니저분이 오셨어요.”

 그리고 그 뒤에는 도겸이 기다리고 있던, 도겸의 매니저 민수가 서 있었다. 도겸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반갑게 민수를 맞이했다.

 “형 왔어?”

 “그래. 으, 여긴 오는 게 너무 힘들어.”

 민수는 방에 들어와 가장 먼저 들고 있던 무거워 보이는 쇼핑백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곤 장시간의 운전이 피곤했는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미간을 주무르며 탁자 옆 의자에 앉았다.

 손님 안내를 마친 주인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뒤 민수가 도겸에게 혹시라도 들릴세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정말 언제까지 여기에 있으려는 거야?”

 “글쎄? 최대한 오래?”

 어깨를 으쓱하면서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다는 듯 말하는 도겸이 얄밉게 느껴져 민수는 한숨을 쉬었다.

 “너 휴식기라고 해도 드라마, 영화 섭외 제의나 오디션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 이런 시골에 있으면 불편한 거 알잖아.”

 또 시작이었다. 도겸은 몇 번이나 들어서 익숙한 잔소리에 심드렁한 표정이 됐다.

 “그리고 예능이나 인터뷰는 어떡하려고. 여긴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허락해놓고 말 바꾸기야?”

 이미 사장님께도 허락받은 일이니 자신은 떳떳했다. 도겸이 그렇게 말하자 민수가 분통이 터져서 탁자를 내려치며 말했다.

 “아무리 나나 사장님이나 처음에 허락했다고 해도 그렇지, 우리는 오래 있어도 네가 한 일, 이 주 정도만 있을 줄 알았어.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인지는 몰랐지. 그래서 오늘 돌아가게 데리러 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옷 좀 갖다 달라니. 아주 눌러앉겠다는 거야, 뭐야?”

 민수는 울컥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했다. 좀 더 누그러진 목소리로 도겸에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너도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인 거 알잖아. 드라마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예능 몇 개 더 찍어서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 심어 놓아야 해.”

 “…….”

 일리가 있는 말이기에 도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겸이 지금 고집을 부리고 있다곤 해도 배우 일을 정말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옆에서 봐온 민수가 제일 잘 알았다. 그렇기에 그는 배우로서 지금이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해서 도겸을 설득하려고 했다.

 “지금 네가 유명하다고 해도 아직은 새 발의 피야. 대중이 호감을 느끼다가도 한순간에 냉정하게 바뀌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지금 열심히 해야 해. 넌 아직 더 성장할 수 있어.”

 잠자코 듣고 있던 도겸이 입을 열었다.

 “그래. 잘 알지. 사람들의 호감이 한 순간에 정반대의 감정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거. 내가 어떻게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는 도겸의 표정이 씁쓸해 보여서 민수는 멈칫하고 말았다. 그를 설득하려던 게 되려 안 좋은 기억을 기억나게 해버렸다.

 “형도 기억나지? 나 데뷔하고 얼마 안 돼서 악성 루머가 퍼졌던 거 말이야.”

 “…….”

 어떻게 잊으랴. 민수는 도겸이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그를 맡아왔다.

 그 전부터 다른 연예인들의 매니저를 해왔던 민수였지만, 도겸은 특별했다. 그에게는 사람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거기다 도겸은 처음 데뷔했을 때, 20대 초반이라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벌써 연기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고 이미 기성 배우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무명 생활 없이 첫 작품부터 이름을 떨쳤다.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환호했고 어디서든 그를 불러서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이렇게 빨리 성공하면 거만해질 법도 한데, 원체 가진 성품이 겸손해서, 누구에게도 한결같이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는 아이였다.

 그래서 민수는 도겸이 분명 대스타가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도겸이 함께 촬영했던 남자 배우를 폭행했다는 루머가 퍼졌다.

 소속사 측에서 수습하려 했지만, 아예 기사화돼버리면서 루머는 막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버렸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도겸에게서 등을 돌렸고, 그를 욕하기 시작했다.

 배후는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그 남자 배우였다. 자신이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조연인 도겸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것을 질투해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이다.

 그로 인해 도겸은 힘든 시간을 감내해야만 했다.

 “솔직히 그때 나는 배우 생활을 접어야 하나 생각했어. 내가 아무 잘못도 안 저질렀다고 해도 사람들은 나를 그런 사람으로 볼 테니까. 선배를 때렸다는 말이 있는 사람을 누가 배우로 써주겠어?”

 “도겸아…….”

 가라앉은 도겸의 목소리에 민수도 그때가 떠올라서 울컥했다.

 “정말 다 그만둬버리고 싶을 때 나를 붙잡아줬던 사람이 있었어. 형도 알지?”

 “…….”

 “그 사람이 지금 여기에 있어. 그리고 지금 힘든 시기를 겪는 것 같아. 내가 별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옆에 있어 주고 싶어.”

 민수도 기억이 났다.

 잠정적으로 활동이 중단되고,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도겸이 어느 날 갑자기 민수를 찾아왔다. 그리곤 아무 역이라도 좋으니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바뀐 도겸의 태도가 의아하긴 했지만 좋은 변화였기에 민수는 딱히 캐묻지 않았다.

 그 후 도겸은 닥치는 대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좋을 수가 없었다. 그의 뒤에는 사람을 때린 배우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으니.

 정중하게 불합격 통지를 받기도 했지만, 오디션을 보기 전부터 욕이란 욕은 다 먹고 거절당하거나, 누구 작품 망칠 일 있냐고 말 그대로 찬물을 뒤집어쓰고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도겸은 포기하지 않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예전부터 그를 좋게 봐주셨던 한 감독님 덕분에 작은 역할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즈음에 사건의 자초지종이 드러나면서 그제야 도겸은 루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인기를 회복한 뒤, 그제야 민수는 술자리에서 도겸에게 그때의 일을 물었다. 도겸은 도겸은 덤덤한 목소리로 그 이유를 들려줬다.

 요약하자면 그런 내용이었다.

 비가 오는 날,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아이. 그 아이가 그를 응원해주는 말을 했고 도겸은 그녀와의 대화를 계속 생각하면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자신이 들었을 때는 크게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도겸에게 그 여자아이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민수는 짐작할 수 있어서 도겸에게 크게 와 닿았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다시 만났을 줄이야.

 그 후로도 종종 그녀에 대해 그리워하는 듯한 말을 했던 도겸이기에, 무슨 일이 있던 건지는 모르지만 도겸이 그 여자아이를 돕고 싶어 한다면 그는 고집을 굽히지 않을 터였다.

 일이 곤란하게 됐다. 한동안 고민하던 민수가 입을 뗐다.

 “……그러면.”

 생각에 잠겨있던 도겸이 민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왔다 갔다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까 이번에 들어온 일 몇 개랑 오디션만 보자. 놓치기엔 너무 아까워.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여기 좀 더 머무르는 건 내가 어떻게든 사장님 설득은 해볼게.”

 나름의 절충안이었다.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지만 민수도 이 이상 굽힐 수는 없었다. 그만큼 이번에 들어온 제의는 정말 중요했다.

 “알겠어.”

 도겸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서 민수는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민수는 한 쇼핑백에서 대본 뭉치를 꺼내서 침대에 앉아있는 도겸에게 건넸다.

 “이번에 들어온 대본들이야. 내용을 보고 한 번 거른 건데도 양이 많아. 한 번씩 읽어보고 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알려줘. 추천하는 것도 표시해뒀으니까 확인해.”

 “알겠어.”

 대본을 받은 도겸의 눈이 빛났다. 속으로 민수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일을 좋아하면서 대체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건지. 도겸이 쉬고 싶다고 하는 일이 없었기에 사장님도 흔쾌히 허락했던 것인데. 그래서는 안 됐던 걸지도 몰랐다.

 대본을 훑어보고 있는 도겸에게 민수가 물었다.

 “그래서?”

 “응?”

 대본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도겸이 건성으로 말했다.

 “그 여자애한테는 무슨 일이 있던 건데?”

 “아…….”

 그제야 대본에서 눈을 뗀 도겸이 민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하자면 긴데……,”

 이걸 말해도 될지 고민하며 도겸이 말끝을 흐렸다. 이내 민수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린 도겸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학교에서? 같은 대학교였지?”

 “응. 나쁜 사람을 사귀었나 봐. 남자가 양다리를 걸쳤는데, 세영이는 그걸 몰랐던 거지.”

 무심코 이름을 말해버린 도겸이었지만, 그는 알아차리지 못한 듯 계속해서 말했다.

 “근데 그게 SNS로도 퍼져서……. 뭐 그렇게 된 거지.”

 도겸이 뒷말을 하지 않았지만 민수도 예상할 수 있었다. 온갖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겠지.

 예전 도겸과 비슷한 상황이다. 어쩌면 그래서 도겸이 동질감을 느끼고 더 안타까워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을 하면서 민수는 물었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해주고 싶은 건데?”

 “그냥, 괜찮아질 때까지 옆에 있어 주고 싶어. 괜찮은 척 무심한 척하고 있는데 속은 그게 아닐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도겸의 눈에서는 단순히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 대한 걱정 이상의 애정이 보였다.

 “너…….”

 너 설마 그 애를 좋아하는 거냐? 민수는 하려던 말을 멈췄다.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만약 그렇다는 답을 들으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이돌에 비해서는 팬들이 연애에 대해 관대하다곤 하지만, 회사로선 도겸의 연애는 지양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또 도겸을 오래 지켜봐 온 매니저로서는 도겸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처음이었고, 그녀가 가지는 의미를 알기에 막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도겸의 대답은 민수에게 있어서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거였다. 궁금해도 들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민수는 궁금했지만 질문하지 않았다.

 “나는 그럼 다시 돌아갈게. 너 하기로 한 거다. 조만간 다시 데리러 올 테니까 준비해둬. 구체적인 일정은 메신저로 보내둘게.”

 “알겠어.”

 흔쾌히 대답하고 침대에 엎드려 다시 대본에 집중하는 도겸을 뒤로 한 채 민수는 문을 닫고 나왔다.

 ‘세영이랬지…….’

 차에 타고서도 민수는 세영이 마음에 걸렸다.

 그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민수는 떠났다.

 

 * * *

 

 세영은 난장판이 된 방 안 가운데서 고민하고 있었다.

 태풍이라도 휘몰아친 듯 방 안에는 옷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서 있는 세영은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대체 뭘 입어야 하지?”

 그렇다. 세영은 뭘 입고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은 도겸이 불쑥 찾아온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약속을 잡고 만나는 날이었다.

 평소에 자신이 입던 옷은 겉옷에 후드티, 그리고 청바지였다. 깔끔하긴 했지만, 무채색에 밋밋한 옷이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고 가고 싶었다.

 ‘아니 근데 내가 왜 내 옷차림에 신경 써? 이건 완전히 민도겸을 의식하고 있다고 말하는 꼴이잖아.’

 그와 만난다고 옷을 고르고 있는 자신이 낯설었다. 누군가를 만난다고 들떠있는 것은 자신답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세영은 머리를 쥐어뜯던 것을 멈추고 결심했다.

 ‘그래. 그냥 평소에 입던 대로 입자. 뭘 괜히 신경을 써.’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손은 또다시 옷장 안을 헤집고 있었다. 하지만 옷장을 아무리 뒤져도 다 비슷한 옷뿐이었다.

 학교에 다닐 때도 이렇게 입고 다녔던가? 생각해보니 그때 입던 옷들은 학교생활이 생각이 나서 예전에 전부 정리해버렸다.

 “그땐 이렇게 옷 고민을 하게 될 줄 몰랐지.”

 중얼거리며 세영은 방 안에 펼쳐둔 옷을 하나하나 접어서 정리했다.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속 시각이 가까웠다. 결국, 평소와 같이 입은 세영은 머리라도 깔끔하게 빗은 뒤 목도리를 들고 집 밖을 나섰다.

 단지 앞에 도겸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리둥절해서 세영이 물었다.

 “너 왜 여기 있어?”

 “왔어?”

 약속 장소는 학원 앞이었다. 그런데 도겸은 아무 말도 없이 단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볼이 붉은 게 기다린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았다.

 세영은 그의 볼에 손을 대봤다. 얼음을 만지듯 차가워 세영은 깜짝 놀랐다.

 “너……. 여기에 얼마나 오래 있던 거야?”

 “방금 왔어. 요즘 날이 추워서 그래.”

 볼을 만지는 세영의 손을 감싸 쥐면서 도겸이 말했다. 세영은 굳이 손을 빼지 않았다.

 “거짓말하지 마.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가까이서 보니, 볼 뿐만 아니라 귀도 빨갛고 붉지 않은 곳이 없었다. 대체 얼마나 오래 있던 건지 세영은 어이가 없었다.

 “그냥 보고 싶어서.”

 도겸은 그렇게 말하며 잡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세영의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넘겼다.

 “오늘도 예쁘네.”

 갑작스러운 말에 세영은 얼굴이 붉어졌다. 붉어진 얼굴을 보이기 싫어서 고개를 숙이고 세영이 중얼거렸다.

 “내가 뭐가 예쁘다고.”

 “네가 제일 예뻐. 오늘도 누가 건들거리면서 작업 걸면 어쩌나 걱정됐다고.”

 도겸의 직설적인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던 세영의 귀에 이상한 말이 들렸다.

 “오늘도?”

 오늘‘도’라니. 마치 누군가가 이전에 세영에게 작업 건 적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말투이지 않나.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는지 도겸이 못 들은 척 세영의 팔을 아프지 않게 당기며 말했다.

 “얼른 가자.”

 “뭐야, 오늘도라니?”

 도겸은 아무 말 않고 걸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세영이 힘을 줘서 버텼다. 그리곤 반대로 도겸의 팔을 당겨서 자신 쪽을 보도록 만들었다. 도겸이 힘을 주지 않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혹시 너 언제 본 적 있어?”

 여전히 도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무언가가 세영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구나. 그때 모자 쓴 사람. 너구나.”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도겸과 비슷한 키와 체격이었다. 도겸 만큼 키가 큰 사람도 흔치 않으니 분명했다.

 질문이 아닌 확신하는 말투에 도겸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받기도 하려고 왔다고 했잖아.”

 세영의 눈이 커졌다. 확신하긴 했지만 정말 도겸이었구나.

 “그래서?”

 도겸이 속삭이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세영의 얼굴에 도겸이 허리를 굽혀 가까이 다가왔다. 도겸의 숨결이 느껴지고, 코가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그날 구해준 보답은 뭐야?”

 

 
작가의 말
 

 다음 화는 수요일 8시에 올라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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