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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쁜 년 컴플렉스
작가 : 가로수
작품등록일 : 2018.9.12

SNS를 통해 억울한 오해를 사게 됐다.
아무리 해명해도 모두가 나를 나쁜 년이라고 욕하는 상황.
결국 휴학하고 떠난 시골에서 그 상처를 치료해줄 남자 민도겸과 만나게 되는데…….

 
35. 파국
작성일 : 19-01-14 21:50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6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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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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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뭐야?”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그들은 아직 학교 근처에 있었기에 지나가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뺨 때리는 소리 아냐?”

 진희도 중얼거렸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엔 남녀가 서 있었다.

 여자는 막 남자의 뺨을 때린 듯한 자세로 씩씩 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세영이 있는 방향에선 등을 돌리고 있는 자세라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뺨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

 방금 걸론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여자가 다시 한 번 손을 치켜들며 외쳤다.

 “이 개자식아!”

 남자가 얼른 그녀의 팔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자기야. 내 말 좀 들어봐.”

 “놔! 안 놔?”

 여자는 남자의 팔을 뿌리치려고 버둥거렸다.

 남자는 그녀의 손을 놔주지 않았다.

 여자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

 “네 말은 들을 가치도 없어! 사람 가지고 노니까 좋았어? 어? 좋았냐고!”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지금 남자가 여자 가지고 논 거?”

 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사람들은 쉽사리 지나가질 못했다.

 진희가 특히 관심을 보였다.

 “대박. 우리 학교 사람이겠지?”

 세영과 재찬도 상황을 지켜보았다.

 남녀의 싸움이 행여나 격해질까 봐 긴장감이 흘렀다.

 남자가 주변을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사소한 다툼일 뿐이라고 어필하는 것 같았다.

 남자가 여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주현아. 내가 잘못한 게 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학교 앞에서 소란 피우는 건 아니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주현.

 흔하디흔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세영에겐 그냥 아무 이름이 아니었다.

 세영은 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 같았다.

 “뭐라고?”

 “지금 나 망신 주려고 이러는 거야? 내가 한 대 맞아줬잖아. 그런데도 화가 안 풀려?”

 “하.”

 세영은 그제야 남자의 말투가. 남자의 목소리가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남자의 뻔뻔한 대꾸에 여자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흘렀다.

 그녀는 거센 동작으로 남자의 팔을 뿌리쳤다.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바람을 피워놓고 사람이 어쩜 그렇게 당당해?”

 여자는 이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너 분명 나한테 뭐라 그랬어? 너 나한테 그랬잖아. 과 후배가 막무가내로 너한테 들이댄다면서! 계속해서 연락하고, 넌 싫다고 했는데도 스토커처럼 군다면서!”

 “야, 주현아-.”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됐는지, 남자는 여자를 잡아끌려 했다.

 어딘가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녀는 격하게 저항했다.

 “놔! 우리가 몇 년을 사귀었는데 네가 어떻게 바람을 피워? 내 몸에 손대지 마! 역겨워.”

 이제 여자의 목소리는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난 네 말만 철석같이 믿고 너 돕겠다고 대나무숲에 네 후배 저격하고. 내 친구들은 나서서 찾아가서 그 후배 창피당하게 했는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고?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아? 이 개자식아!”

 아니, 그건 내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지금 뭐라고 했어?”

 남자의 중얼거림에 여자의 화가 더욱 거세졌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남자가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주현아. 진짜 오해야. 너야말로 우리가 몇 년을 사귀었는데, 어떻게 그깟 동영상 때문에 날 의심해? 그거 다 짜깁기한 거라니까. 너 내 말 못 믿어?”

 “그럼 지금 내가 널 어떻게 믿어?”

 “정말이라니까. 그년이 거짓말하고 있는 거야. 애초에 이제 와서 그러는 거 이상하지 않아? 그냥 나 엿 먹이려고 그러는 거라니까. 너까지 속으며 어떡해.”

 대나무숲. 친구. 동영상.

 남녀의 대화에 진희도 눈치를 챘는지 세영의 팔을 툭툭 쳤다.

 “세영아. 설마……. 저 사람 호진 선배야?”

 “그런 것 같지?”

 세영은 생각보다 자신의 목소리가 담담해서 놀랐다.

 주현이란 이름은, 대나무숲 글이 올라온 일 년 전 그 끔찍했던 날.

 세영을 찾아와 욕하던 그 여자들이 입에 올렸던 이름이었다.

 단 한 번 들었음에도 잊지 못한 이름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은 없었지만, 세영은 확신할 수 있었다.

 다투고 있는 남자는 호진이고, 여자가 바로 그의 여자친구, 주현이라는 것을.

 세영의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누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예요?”

 다툼을 슬쩍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세영에게 향했다.

 호진도 세영을 발견했다.

 “너……!”

 그동안 세영은 항상 궁금했었다.

 주현이 이 일의 경위를 다 알고 있는지를 말이다.

 호진이 그의 여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

 아니면 그녀가 그저 호진을 두둔하고자 세영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운 걸까?

 본의 아니게 오늘 세영은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제가 거짓말을 했다고요?”

 세영은 성큼성큼 걸어가 호진과 주현 앞에 섰다.

 호진의 그녀를 알아채고 노려봤다.

 세영도 지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진희와 재찬도 그녀의 뒤를 따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세영이 주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제가 누군진 말 안 해도 대충 아시겠죠?”

 자신이 저지른 짓이 있기에, 주현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영의 시선은 싸늘했다.

 “만나게 된 건 처음이네요. 만나서 다행이에요.”

 직접 이 말을 할 수 있어서. 세영이 중얼거렸다.

 그녀가 죄책감을 느끼든. 말든.

 그게 세영이 느낀 감상의 끝이었다.

 “저 스토커 아니에요. 호진 선배한테 고백받아서 사귀었던 거고요, 호진 선배한테 여자친구 있는 줄도 몰랐어요. 아니, 애초에 알았으면 안 받아줬겠죠.”

 주현 또한 속은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받은 피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보아하니 호진 선배가 당신도 속였던 것 같고 지금도 속이려는 거 같은데, 전 더 이상 억울하게 오해받는 건 사양하고 싶어서요.”

 “…….”

 주현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오히려 호진이 난리였다.

 “너 갑자기 나타나선 내 여자친구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왜 헛소리 질이야. 그렇게 날 괴롭히고도 안 충분하냐?”

 세영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진희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누가 누굴 괴롭혀요? 선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넌 또 뭐야? 임진희?”

 호진이 진희를 발견하곤 눈을 번뜩였다.

 “여자애들 끌어들인 게 너였냐? 넌 길에서 나랑 마주치치 마라. 장난 안 하고 사고 칠 것 같으니까.”

 그는 한 대 칠 기세로 진희에게 다가갔다.

 보지 않고도, 진희가 몸을 움츠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엔 세영이 호진에게 쏘아붙였다.

 “진짜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사람을 협박해요?”

 세영은 자신 있었다. 당당하니까.

 “입 계속해서 놀려보시죠. 거짓말 아니란 거 다 반박할 자신 있으니까.”

 그렇지만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큰 소리를 낸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들렸다.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려와 세영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지금 한 번 밝혀보자고요.”

 예전 같지 않은 세영의 기세에 호진은 주춤했다.

 반박할 타이밍을 놓쳐, 호진은 노선을 바꿔 주현을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자기야, 애네 말 듣지 마. 다 짜고 그러는 거야. 이젠 지 동기까지 꼬셔서. 존나 소름 끼친다니까.”

 “진짜 웃기지 말아요. 오빠가 자기 입으로 양다리 걸쳤다고 인정하는 거, 내가 내 눈이랑 귀로 똑똑히 보고 들었는데!”

 세영을 보고 용기를 얻은 진희가 바락바락 소리 질렀다.

 “너-,”

 호진이 뭐라고 하려는 것을 무시하고 진희가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누가 누굴 꼬셔요? 부끄럽지만, 작년에 뭣도 모르고 세영이 가장 열심히 욕했던 게 나예요. 난 지금도 세영이 눈을 못 마주치겠어요. 근데 선배는 뭐예요? 지금 선배 추해요!”

 어느새 구경하던 사람들도 수군거렸다.

 “저거 그 얘기 아냐? 왜 며칠 전에 올라왔던 그…….”

 “그 남자가 알고 보니 쓰레기였던 그거?”

 대자보나 SNS로 이 일을 아는 학생들이 꽤 있는 듯했다.

 오로지 재찬만이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세영이 어떻게 두 사람의 싸움에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다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해.

 한 걸음 물러나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오가는 말로 상황을 파악하고.

 혹시나 저 남자가 세영에게 위해를 가할까 경계하면서.

 호진은 주변 돌아가는 상황에 이를 갈았다.

 이대론 곤란하다. 서둘러 자리를 피해야 했다.

 “가자. 딴 데 가서 얘기하자.”

 호진은 주현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주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미 호진에 대한 신뢰를 잃었는지 호진의 눈도 피했다.

 호진은 머릿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상황의 흐름을 바꿔야 했다.

 “증거 있어? 내가 너랑 사귀었다는 증거 있냐고.”

 “동영상 잊지 않았죠? 호진 선배가 자기 입으로 양다리 걸쳤다고 하는 동영상이요.”

 진희가 얄밉게 말했다.

 “그거 말고. 그건 너희가 악의적으로 편집을 한 건지 내가 어떻게 알아? 없지?”

 호진은 억지를 부렸다.

 호진이 왜 당당해 하는지를 아는 세영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러게요. 어찌나 치밀하던지. 남이 보기엔 그냥 선후배 같은 대화만 남아있더라고요.”

 순순히 인정하는 말에 호진이 거보라고,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다음 말에 그는 입꼬리를 내려야 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스토커가 아니라는 증거 정도는 되겠죠. 누가 스토커랑 그렇게 평범하게 대화하겠어요?”

 세영은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호진을 응시했다.

 “그러는 선배야말로 내가 스토킹했다는 증거는 있어요?”

 머릿속이 텅 빈 듯, 호진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속엔 경멸이 담겨 있었다.

 주현도 어느새 호진에게서 멀어져 있었다.

 호진은 이제 그가 정말 구석으로 몰렸음을 깨달았다.

 그때 무언갈 속삭이는 여자 둘이 호진의 눈에 들어왔다.

 “뭘 봐. 구경났어?”

 호진이 여자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섰다.

 “꺅!”

 한 대 칠 것처럼 다가오는 호진에 여자들은 작은 비명을 질렀다.

 “뭘 구경하고 앉았냐고! 안 꺼져?”

 그는 눈에 뵈는 게 없는 듯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협을 가했다.

 호진의 행패에 사람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뭐야, 길 한복판에서 난리 피운 건 지면서.”

 “미친 거 아니야? 왜 저래.”

 “자기보다 약한 사람한테……. 진짜 저질이다.”

 호진의 위협은 오래 통하지 않았다.

 덩치 큰 남자들이 나서서 호진이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 거는 것을 막았다.

 우습게도, 호진은 그들에겐 뭐라 하지 못했다.

 호진의 폭력적인 모습에 주현의 얼굴은 희게 질려있었다.

 “이익……!”

 호진은 핏발 선 눈으로 세영을 노려봤다.

 “다 너 때문에! 너만 없었어도!”

 앗 하는 사이에 호진은 세영의 목을 조르려 달려들었다.

 두 사람의 사이를 재찬이 빠르게 가로막았다.

 그리곤 깔끔한 폼의 엎어치기로 호진을 메다꽂았다.

 순식간에 바닥에 나동그라진 호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가 다시 일어섰을 때, 재찬은 세영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재찬의 무서운 기세에 호진을 뭘 더 해보지도 못했다.

 “크윽.”

 호진은 볼썽사납게 줄행랑을 쳤다.

 그의 여자친구인 주현도 남겨둔 채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거절하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끝까지, 세영에게 사과하진 않았다.

 모여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괜찮습니까?”

 “아, 네. 괜찮아요.”

 잠깐 멍한 상태였던 세영이 서둘러 대답했다.

 설마 호진이 달려들 줄은 몰랐던지라.

 “다친 곳은 없어?”

 진희도 다가와 세영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직접 세영이 손끝 하나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에야 진희는 한숨을 쉬었다.

 “난리 났다 진짜. 호진 선배가 설마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아주 밑바닥까지 갔구나.”

 “……그러게. 진짜 밑바닥까지 본 것 같다.”

 진희의 말에 세영은 동조했다.

 꽁무니 빼고 도망친 호진을 보니 속이 후련했다.

 그렇지만 남의 밑바닥을 보는 일은 마냥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혀끝에 씁쓸함이 감돌았다.

 오늘 일이 없었다고 해도 좋은 추억은 아니었겠지만, 이젠 완벽하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되었다.

 나름 첫 연애였는데.

 세영도 남들처럼 반짝이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이런 진흙탕 같은 거 말고.

 잠시 씁쓸할 뿐, 미련이 생기진 않았다.

 이미 다 지나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이제 그녀에겐 새로운 사랑이 있었다.

 세영은 가라앉는 기분을 애써 끌어올렸다.

 “우리도 갈까요?”

 

 * * *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진희가 먼저 떠났다.

 세영은 재찬의 차로 호텔에 돌아가게 됐다.

 궁금할 법도 했건만, 재찬은 세영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 배려가 고마웠다.

 손만 만지작거리던 세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텄다.

 “왠지 부끄러운 모습만 보이는 것 같네요.”

 방송국에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요.

 세영이 중얼거렸다.

 “부끄러워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가요?”

 무뚝뚝한 말투지만 어딘가 다정하게 느껴져 세영이 웃었다.

 이제는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완벽하게 편안했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 같이 있는 기분이었다.

 “전 남자친구예요. 아까 그 사람.”

 “방금 그놈이랑 사귀던 사이였다고요?”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찬이 코웃음 쳤다.

 세영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제가 그 사람의 뭘 보고 좋아하고 사귀었는지 이해가 안 돼요.”

 이젠 호진을 좋아했다는 것이 수치스러울 지경이었다.

 도대체 그를 왜 좋아했던 걸까. 분명 뭐에 홀렸던 것이리라.

 “여튼, 과 선배였는데……, 알고 보니 양다리를 걸쳤더라고요. 근데 웃긴 건, 제가 그 양다리 상대였던 거예요.”

 세영의 입에서 그간의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재찬관 처음부터 좋은 시작이 아니었기에 그런 걸까.

 그에겐 뭐든 허물없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욕 엄청 먹었어요. 저 선배가 내가 자기 쫓아다닌 거라 거짓말해서요.”

 “근데 그걸 그냥 놔뒀습니까? 잡아 죽여야지.”

 핸들을 잡은 재찬의 손에 혈관이 튀어나온 것이 보였다.

 아까 그를 세영에게서 떨어뜨려 놓는 데서 끝낼 게 아니었다.

 의외라는 듯 세영이 조수석에서 재찬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그러게. 재찬이 속으로 수긍했다.

 내가 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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