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깨울까?”
1은 게임하다 말고 자고 있는 5가 못마땅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뭐 하라고만 하면 중간에 걸핏하고 장소를 안 가린 채 잠을 자니. 하지만 이번에는 옆에 있는 7도 적잖게 피곤했는지 연달아 하품하고 있었다.
“아냐, 다들 피곤해 보이니 잠시 쉬었다가 놀자”
1은 내 시선을 따라 7을 쳐다보고는 내 말에 동의했는지 말없이 5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서로 노느라 피곤하겠다 이번에는 내가 5를 업고 가겠다고 자원했지만 5를 업고 발걸음을 떼는 순간 휘청거렸다. 그러자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7은 한숨을 짧게 내뱉고는 뒤를 받쳐줬다.
“그 한숨의 의미는 뭐야?”
“아냐, 아무것도”
7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손사래치면서 뒤에서 밀었다. 다 같이 걸어가면서 땀이 흐를 때마다 7이 대단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반드시 운동을 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다짐했다.
1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고 나와 7이 교대로 5를 업은 상태로 따라가는 방법으로 나아갔다. 1도 5의 방이 어딘지 알고 있는 건가 싶어 잠자코 따라갔지만 얼마 못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그럼 나 먼저 갈게!”
1은 우리에게 갑자기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바닥으로 사라졌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 해 그저 1이 있던 자리와 7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자 갑자기 7이 깔깔대면서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아, 진짜 예상치도 못했다.”
시간이 지나자 전에 우연찮게 5의 방에 갔던 것이 떠올라 뒤늦게 이해를 했다. 그리고 그런 1의 행동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적잖게 충격을 먹어서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7이 끅끅대며 웃음을 참고는 “가자”는 말과 함께 앞장섰다. 7을 따라가면서 충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걸어가는 내내 5와 비슷하면서, 예상치도 못한 생각을 하는 1을 신기해했다. 오로지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땐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5의 방에 도착했다.
“아, 오래간만에 웃었네. 일단 5랑 같이 너도 좀 쉬고 나중에 보자”
7은 그렇게 말하고는 업고 있던 5를 나에게 넘겨주고는 다시 되돌아갔다. 7이 가고 난 후 미동도 없는 5를 쳐다보자 이쯤 되면 자는 게 아니라 죽은 게 아닐까란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 곤히 자고 있었다. 하는 수없이 5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혀놓고는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진짜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인데 이상하게 머리가 너무 복잡한 나머지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 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생각들이 정리가 돼가며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느낌 다음에는 이번에도 다시 돌아왔음을 깨닫고 살며시 눈을 떴다. 하지만 눈앞은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이상함을 느껴 두 눈을 비비고 쳐다봐도 달라진 게 없었다. 설마 아직도 꿈인 건가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주변이 보여 더듬어가면서 스위치를 향해 가는데 무언가 계속 발에 밟혔다. 발에 닿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스위치를 찾고 이윽고 불을 켜자 개운하게 느껴진 머릿속은 또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창문은 처음 보는 검은색 커튼으로 가려져있으며, 방안에 모든 서랍은 열려있었다. 게다가 옷장 안에 있던 옷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게 마치 폭풍이 휩쓸고 간 듯 너무 처참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일단은 주변을 정리하면서 ‘혹시 도둑이 든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지만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못 일어나는 게 말이 안 됐다. 또한 정리가 다 돼 갈수록 잃어버린 물건이 없음에 도둑이 든 건 아닐 거라 확신했다.
‘그럼 도대체 뭐지?’
시간을 확인할 겸 핸드폰을 찾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자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혹시라도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다시 쳐다보니 상태가 말이 아니자 핸드폰을 찾기 전에 일단 먼저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난 뒤 머리를 말리며 핸드폰을 찾고는 열어보자 전원이 안 켜졌다. 배터리가 다 된 것 같아 충전기를 꽂은 후 밑으로 내려와 거실에 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현재 시간 「AM 07시 16분」, 학교 가려면 아직 시간이 넉넉했기에 방을 돌아와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그러자 알림이 미친 듯이 울면서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