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도 저딴 개소리가 없을 거다. 어디까지 지껄이려나?
“-로 고쳐 내셨으면 합니다.”
하?
라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귀 파고 다시 듣는 셈치지.”
라타가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꼬았다.
“월간 보안과 보고서에 직원 체력 측정도가 빠졌습니다. 그러니.......”
아록이 날카로운 라타의 시선을 피한 채 찻잔을 들었다.
라타는 아록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주체하지 못하고 터졌다.
“야, 사장아. 내가 너보다 일 못하면 더 못하겠어? 겨우 그딴 걸로 부른 거냐, 점심시간에?”
정말로 겨우 그딴 이유면 당장 저 면상에 주먹을 박으리.......
정말로 겨우 그딴 이유로 아록은 라타를 사장실에 오게 만들었다. 보고서가 잘 못 된 것도 아닌데 그냥 보고 싶어서 거짓말 했다고 인정하면 무덤행일 것이다. 없는 말도 꾸며야 할 판이었다.
“그.......”
아록이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라타의 손목시계가 ‘삐- 삐-’울렸다.
누군가 다이달로스 서버에 침입했단 경고음이다.
***
에반은 본인의 회사인 다이달로스 앞 편의점에 있었다. 컵라면 세 개를 집어 계산대에 놓았다.
“카드로 할게요.”
에반이 카드를 꺼내자 점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손목시계.......! 손님, 혹시 메이저나 씨커세요?”
“씨커요.”
점원이 종이와 펜을 가방에서 허겁지겁 꺼냈다.
“저도 씨커가 되고 싶어요.......! 씨커인 분을 직접 만나고 싶었는데....... 싸인 좀.......”
이런 일이 한 두 번은 아니지만 늘 신선하고 기분 좋았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고 준휘요.”
점원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잠시 후 에반이 싸인을 마친 종이를 점원에게 내밀었다.
삐- 삐-
에반의 손목시계가 요란하게 울었다.
“누구야? 점심도 못 먹었는데?”
그는 서둘러 결제를 마치고 편의점을 나왔다.
점원은 에반이 자리를 뜨자마자 싸인을 확인했다. 그리고 입이 떡 벌어졌다. 방금 나간 남자의 이름이 천재 씨커로 유명한 ‘에반 카리사’였다.
***
에반이 보안과 문을 열었다. 뛰어오느라 땀범벅이었지만 라타는 신경쓰지 않았다.
“빨리 준비해.”
에반이 스캐너 앞에 앉았다.
“에반, 됐어?”
“됐어.”
“그럼, 전송 시작!”
라타가 컴퓨터 자판처럼 생긴 번튼 중 하나를 가볍게 두드렸다.
스캐너에서 윙 소리가 나더니 초록색 레이저가 에반을 위 아래로 훑었다.
***
[로그인]
에반이 눈을 떴다.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하얀 배경과 회색빛 건물들.
-들어왔어.
에반이 메이즈 밖에 있는 라타에게 음성 신호를 보냈다.
- ‘눈’으로 확인했어. 침입자 위치 파악 중이니까 알아내면 알려 줄 게.
-좋아. 난 핵에 간다.
에반이 건물들 사이를 지나쳤다. 어떤 간 큰 놈이 다이달로스 서버에 침입한 거지? 쉽게 뚫릴 보안도 아닌데.
뭔가 에반 앞을 스쳐 지나갔다. 빠른 속도라 뭔지 못 봤지만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면 몸에 흉 졌을 거다.
“그걸 피했어? 대단하다, 너!”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높이 5층 정도 돼 보이는 건물 옥상,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만 날려서 그런가? 그러면 이번엔 두 개~”
침입자가 화살 두 개를 에반에게 겨누었다.
화살 하나가 에반의 몸에 닿기도 전에 터졌다. 같이 쏜 다른 화살을 위한 연막용이었다.
“시야를 가렸으니 다른 화살을 피하진 못할 걸?”
침입자가 몸을 돌리자 단검이 연막을 가르고 옥상 끝에 꽂혔다.
피했다고? 그걸.......?
침입자가 입 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