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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경성특수마약수사부
작가 : 글쓰는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8.2.3

1931년 경성에 급격하게 생겨난 주사옥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마약. 마약유통조직을 일망타진하려는 특수마약수사부와 숨겨진 비리와 음모.

 
새벽녘의 총성(1화)
작성일 : 18-02-03 15:02     조회 : 778     추천 : 1     분량 : 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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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931년 5월 17일 오전 9시12분 명치정 1정목 김강두 사무실.

 

  아침 일찍 사무실로 출근한 김강두는 의자에 털썩 앉아 라무네를 들이켰다. 머리는 지끈거렸고 입에서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제 저녁을 먹으려 들렀던 사해루에서 시작된 반주가 새벽까지 이어진 탓이었다. 그는 빈 라무네 병을 내려놓고 물부리에 담배를 끼우며 비서를 불렀다.

 

  “진희씨 잠시 들어와 봐요.”

 

  성냥불을 땅겨 담배에 막 불을 붙이는데 비서가 사장실 문을 열었다. 그녀는 양장차림에 스타킹 , 검정색 하이힐을 신은 전형적인 신여성이었다. 살짝 내려쓴 안경이 그녀를 더욱 더 지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녀는 기품 있게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

 

  “사장님. 부르셨어요?”

  “후...세화정에서 설렁탕 하나만 배달시켜줘요. 오늘 오후 일정은 될 수 있으면 내일로 미뤄주고.”

  “네. 사장님. 일정 정리해서 별도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비서가 사무실을 나가자 강두는 책상 위 신문을 집어 들었다. 미두가 일본의 동향에 따라 움직이기에 매일 신문을 읽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이자 버릇이었다. 신문을 읽기 시작한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5월15일 신간회가 전국대회를 열고 해체를 결의했다는 기사가 대문짝하게 박혀있었다.

 

  “신간회까지 결국...”

 

  강두는 한탄을 하며 신문을 책상에 던졌다.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그는 물부리에 새 담배를 끼우며 창문가로 걸음을 옮겼다. 명치정 1정목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장실은 그가 공을 가장 많이 들인 공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시킨 설렁탕이 도착했다. 희뿌연 국물만 봐도 벌써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 허겁지겁 설렁탕 그릇을 비우고 나니 이마에 땀이 맺혔다.

 

  깨끗이 비운 설렁탕 그릇을 비서가 치우는 동안 강두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제야 머릿속을 휘젓던 벌레가 잠잠해진 것 같았다.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돌린 강두는 책상위에 쌓인 서류를 뒤적거렸다. 매일 경비사용내역과 주식투자보고서를 검토하는 그였다. 그는 자신의 성공은 꼼꼼한 성격덕분이라고 자부했다.

 

  한참 서류와 장부를 검토하고 있는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걸걸한 목소리들 사이로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또 미두판에서 돈을 잃은 자가 횡포를 부리는 모양이었다. 강두는 얼마나도 줘서 보낼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오이. 오마에 이쯔 오카네 카에슨다?(オイ、お前いつお金返すんだ? 어이 너 언제 돈 갚을래?)”

 

  심각함을 느낀 강두는 황급히 사장장실 문을 열었다. 사무실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바닥에 비서 박진희가 주저앉아 있었고, 야쿠자가 그녀의 머리를 툭툭 치며 돈 갚으라고 협박하고 있었다.

 

  “아나타난다?(あなた何だ? 당신 뭐야? )”

 

  강두의 말에 야쿠자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이 다른 직원들이 울먹이는 진희를 부축해주었다.

 

  야쿠자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을 보여주며 위협적인 어투로 말했다.

 

  “당신이 대신 돈을 갚을 생각이 아니라면 모른척하쇼. 그 잘난 얼굴에 칼자국 나기 싫으면.”

 

  강두는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얼마?”

 

  야쿠자는 강두의 반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딱 붙이며 말했다.

 

  “뭐? 얼마? 얼마? 얼마!”

  “그래. 얼마?”

 

  당당한 강두의 태도에 야쿠자는 당황했는지 살짝 물러섰다. 그는 손가락을 접었다 피며 셈을 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오늘까지 275원! 없지? 없으면 꺼져.”

 

  강두는 지갑에서 삼백 원을 꺼내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멍청하다 못해 저능하구만. 나 미두왕 김강두일세 천하의 김강두가 그까짓 이백 원이 없을 수 있나? 삼백 원이니 가지고 꺼져.”

 

  야쿠자는 강두와 바닥에 떨어진 돈을 번가라 바라보더니 중얼거리며 돈을 주웠다. 그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한숨을 푹 내쉬곤 황급히 모습을 감췄다.

 

  강두는 지갑에서 30원을 꺼내 겨우 진정하고 있는 진희의 책상에 놓으며 말했다.

 

  “진희씨 무슨 일인지 어떤 사정인지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앞으로 돈이 급하면 저런 쓰레기들한테 빌리지 말고 저한테 이야기하세요. 이건 놀라셨을 테니 병원이라도 가보세요.”

 

  진희나 다른 직원들이 뭐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사장실로 들어선 강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남루한 옷차림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리는 인력거 운전수가 보였다. 그는 명일증권 앞에 멈춰 섰다. 인력거에서 내린 것은 군복을 차려입은 일본인이었다. 그는 돈을 바닥에 던졌다. 그가 건물로 들어가자 인력거운전수는 돈을 챙기고 이마의 땀을 훔쳤다.

 

  강두는 담배연기에 한숨을 담아 흘려보냈다. 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눌러 끄곤 자리에 앉았다.

 

  ‘똑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강두는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네. 들어오세요.”

 

  진희였다. 그녀는 강두가 평소에 즐겨 마시는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고 꾸벅 인사를 했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건 괜찮습니다.”

 

  그녀는 30원을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진희의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강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말했다.

 

  “부담가지지 말고 넣어요. 천하의 미두왕이 30원도 쉽게 못 쓴다하면 사람들이 웃습니다.”

  평소라면 강두의 말을 어기지 않고 바로 행동했을 진희가 오늘따라 머뭇거렸다. 강두는 물부리에 담배를 끼우며 말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군요? 앉으세요.”

 

  강두의 말에 진희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강두는 냉장고에서 라무네를 한 병 꺼내 진희 앞에 놓아주었다. 평소 라무네를 즐겨 마시다보니 사장실에 전용냉장고 까지 둔 그였다.

 

  진희는 라무네를 한 모금 마시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두 달 전에 오빠가 종로경찰서에 잡혀 갔어요……. 오래전부터 어머니가 아프셔서 오빠가 병원비를 벌어왔는데. 오빠가 잡혀가니까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야쿠자한테 돈을 빌렸는데 저는 분명히 50원을 빌렸는데 두 달 만에 200원을 넘게 갚으라고 하니까...휴...제가 매달 얼마씩이라도 꼭 갚을게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강두는 재떨이에 재를 털며 말했다.

 

  “돈은 안 갚으셔도 됩니다. 직원복지라고 생각하세요. 아까도 말했지만 천하의 미두왕인데 그 정도 푼돈가지고 갚아라 말아라. 하면 사람들이 웃습니다. 오빠가 종로경찰서에 잡혔다고요? 사유는?”

  “모르겠어요....갑자기 잡혀가고 나서 면회도 할 수 없어서....”

 

  강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분명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 분명했다. 종종 범인을 잡기 힘들면 조선인에게 누명을 씌워 해결을 하곤 하니까 말이다.

 

  “제가 한번 알아보지요.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 *************

 

  강두는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을 나섰다. 그는 사무실 근처 서점에서 해일잡지를 한권 샀다. 최근 들어서 즐겨 읽는 잡지였다. 그는 잠시 거리에 서서 잡지를 읽다 지나가는 인력거를 잡았다. 인력거운전수는 하루 종일 고생을 했는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명동호텔로 갑시다. 약속까지 시간이 남으니 천천히 가주시오.”

 

  천천히 가달란 말에 운전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예. 그럽죠.”

 

  인력거가 출발을 하자 강두는 다시 잡지를 읽기 시작했다. 명동호텔 앞에 도착한 것은 약 35분이 흐른 후였다. 강두는 지갑에서 30전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소? 동료들과 술이라도 한잔하시오.”

 

  뜻밖에 큰돈을 받은 운전수는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곤 되돌아갔다. 아마 동료들에게 운수좋은 날이라며 한턱 쏠 것이었다.

 

  강두가 호텔에 들어서자 지배인이 황급히 달려 나왔다. 지배인은 그를 2층 귀빈실로 안내했다. 화려하게 꾸며진 귀빈실은 그가 평소 모임이나 사업관련 이야기를 나눌 때 자주 찾는 곳이었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지배인이 그가 평소 즐겨 피우는 담배가 든 상자와 커피를 가져왔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담배를 피워 물었다. 잠시 잡지를 뒤적거리며 있으니 말끔한 정장차림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한 양복차림에 코트를 입고, 중절모까지 쓴 사내였다. 그는 코트와 중절모를 벗어 지배인에게 건넸다.

 

  강두는 황급히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서 인사를 했다.

 

  “에노모토경감님 오셨습니까? 바쁘실 텐데 이리 자리를 청해 송구스럽습니다.”

 

  정중히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은 에노모토경감은 호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그것은 서양에서 나온 팔리아멘트라는 담배였다. 물부리가 없어도 입에 담뱃잎이 들어오지 않아 최근 돈 좀 있다면 다들 탐내는 사치품이었다.

 

  “역시 경감님은 다르시군요? 풍문으로 들어보기 만한 팔리아멘트를 벌써 피우고 계셨군요.”

 

  에노모토경감은 재떨이에 담뱃재를 톡톡 털며 말했다.

 

  “그래 무슨 일로 만남을 청했나? 아? 자네도 한 대 피워보겠나?”

 

  강두는 에노모토경감이 건넨 담배를 피워 물곤 연기를 길게 흘렸다.

 

  “정말 다르군요? 뭐라고 해야 하나 연기가 매끄럽게 넘어가면서도 살짝 거친 것이 꼭 계집 같은 그런 느낌이군요?”

  에모노토경감은 강두의 장난스러운 농담에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내가 8시에 본정2정목에서 약속이 있으니 어서 결론을 말해보지?”

 

  에노모토경감은 회중시계를 호주머니에 넣으며 담배연기를 길게 흘렸다.

 

  강두는 재떨이에 담뱃재를 조심스럽게 털며 말했다.

 

  “아! 제가 바쁘신 분을 너무 오래 붙잡아두었군요. 다름이 아니라 박정웅이라고 두 달 전에 종로경찰서에 끌려간 남자가 있는데. 사실 저희 회사 비서 가족입니다. 어떤 사유로 잡혀갔는지 알아봐주실 수 있을까요?”

  “빼달란 말이군? 내일 오후까지 확인해서 석방 시키도록 하지.”

 

  에노모토경감은 말을 끝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지배인에서 코트를 받아 입으며 말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전보를 남겨. 자네가 경무국과 총독부에 매달 주는 돈이 얼만가? 이정도 부탁은 언제든 들어줄 수 있어.”

 

  강두는 씁쓸하게 웃으며 에노모토경감을 배웅했다. 그는 홀로 귀빈실에 남아 담배를 한 대 더 태웠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1층 식당으로 내려가 간단히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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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 18-02-03 15:15
 
기대되는 스토리네요! 신작 응원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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