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태가 노계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는 사이 네 아이들은 수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숲으로 혼자 들어온 철심은 나무에 표시를 해놓은 표적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있었다.
팍! 팍! 팍!
화살은 정확히 표적의 중심에 박혀 들고 있었다.
호흡을 가다듬던 철심이 숲 나무에 표시해 놓은 표적들을 살폈다.
"집중, 할수 있어... 집중해서, 이야얍.."
기합과 함께 활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빠르게 한 손을 전통으로 가져가며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걸더니 손을 놓았다.
휙!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표시를 해놓은 나무에 박혀 들었다.
팍아!
다시 빠르게 전통의 화살을 꺼내 반대쪽 표적을 향해 쏘았다.
획!
화살이 표적을 부착한 나무를 스치고 숲으로 사리졌다.
철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타다다다다...
번개에 맞아 부러진 고목을 타넘으며 빠르게 전통의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거는 순간 놓았다.
휙!
화살이 표적을 스치며 숲으로 사라졌다.
이야야야...
마음 먹은대로 잘 되지 않자, 철심이 고함을 내 지르며 전통에서 꺼낸 화살을 시위에 걸더니 힘껏 당겨 놓았다.
팡!
시위가 공기를 치는 소리가 나며 화살이 표적 깊숙히 박혀 들었다.
팍아!
표시 해놓은 표적들을 지나자, 철심이 멈춰 섰다.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헉헉..
"후우.. 표적을 보지 않고는 맞출수 없어. 그렇다고 표적에 집중하다 가는 장애물에 부딪치던지 걸려 넘어진다고. 후우.."
밀림촌 사람들은 철심의 화살이 백발백중이라고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성인이 되면 사냥꾼으로서 한몫 톡톡히 해낼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분명 혼자 큰 짐승을 잡는 다면 그건 여자 사냥꾼 중 최초가 될거라고 말했다.
철심도 밀림촌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부정을 하지 않았다. 그만치 활을 쏘는 데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철심은 지금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활이 대한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었다.
밀림촌 사람들이 말하는 백발백중, 그것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 활을 당겼을 때였다.
백발백중 이라면 어떤 상황에서 표적을 놓쳐서는 안되는 것 이었다.
노계현으로 나오기전 겨울 철심 혼자 노루사냥을 나간적이 있었다. 숲을 살피며 돌아 다니던 철심의 눈에 나무 뒤에서 먹을 것을 파헤치던 노루를 발견 했다.
살며시 다가가는 철심을 보고 놀란 노루가 '푸다닥' 소리를 내며 도망가는 것이었다.
철심도 노루를 따라 뛰었다. 손에는 화살이 시위에 걸려 있었다. 시위를 당겨 도망치는 노루를 겨누었다.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순간..
쿵! 눈이 깜깜해지며 머리에 심한 충격이 전해졌다.
노루를 보고 달려가던 철심이 그만 밑으로 쳐진 굵은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힌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을 때에는 노루는 이미 시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때의 좌절감이란 이루 말할수 없이 철심을 괴롭혔던 것이다.
"다시 집중."
철심이 호흡을 가다 듬고는 기합을 내지르며 숲을 달려 나갔다.
이야야야야.....
철심이 달려 나가는 나무 위에는 우석이 나무와 나무사이를 건너뛰고 있었다.
휙 휙..
마치 날 다람쥐 같았다.
나무를 건너뛴 우석이 큰 나무를 차며 땅 바닥에 떨어지더니 앞으로 달려 나가며 다시 나무와 나무를 밟고 뛰어 올랐다. 마치 한점 바람이 불듯 우석은 가볍게 몸을 놀리고 있었다. 나무에서 옆으로 뻗어 나온 가지를 밟고 다시 뛰었다.
뿌지직!
나무가 부러지며 우석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순간에도 다리를 구부리며 충격을 최소화 하면 앞으로 굴렀다.
쿵....
"휴... 제길 썩은 가지를 밟을 줄이야...."
봉석이는 큰 돌을 등에 짊어지고 공터를 달리고 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공터 한쪽에는 무강이 흑천부를 꺼내 잘려나간 나무 밑둥을 내려치고 있었다.
쿵웅!
흑천부를 한번 내리칠때마다. 무강 주위의 땅이 진동하고 있었다.
육척 길이의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흑천부는 그 무게만도 팔십근에 달했다. 무강의 지금 힘으로는 사용할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무강은 흑천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야얍!
흑천부의 자루를 잡고 들어올리는 것도 버거운듯, 한번 들어올릴때 마다 무강의 얼굴에 힘줄이 불거지며 기합이 들어갔다.
쿵웅!
흑천부를 내려치고 있는 무강에게 봉석이 다가왔다.
"무강, 대련 하자."
"좋아, 사정 봐주지 않는다."
"누가 할 소리."
무강과 봉석이 마주섰다.
둘다 맨손이다.
자세를 낮추며 우측발을 뒤로 뺐다.
힘이 실린 두 주먹을 들어 올렸다.
패왕구식의 기수식이다.
패왕구식은 무강이 노계현을 갖다오면서 들개떼 무리들과의 싸움에서 혁우천이 사용한 패왕천 무인들의 격투술 이다.
혁우천이 그날 들개떼를 맨손으로 상대하면서 패왕구식을 무강에게 알려 줬던 것이다.
그런 후 밀림촌으로 돌아온 무강이 혁우천의 동작들을 어름 풋히 기억을 해내며 친구들에게 보여 주었다. 무강의 동작들을 본 봉석이 혁우천을 찾아가 패왕구식의 동작들을 완전하게 익혀 온 것이다. 그뒤 봉석은 다시 친구들에게 패왕구식을 가르쳐 주었다.
패왕구식은 격투술의 기본동작들 이다. 이 기본동작들이 자유롭게 연결되며 하나의 공격형 격투술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식과 오식이 연결되기도 하고 칠식과 삼식이 연결되기도 한다. 초식이 없고 기본 동작들로 이루어진 격투술이 패왕구식인 것이다. 패왕구식의 수련이 깊어질수록 격투술은 휘몰아 치는 폭풍처럼, 갑자기 나타나 회오리 치는 돌개바람 처럼 종잡을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일식 부터 칠식 까지는 머리, 주먹, 수도, 팔굽, 발, 무릎을 사용하는 동작이라면 팔식과 구식은 잡아 던지기와 구르기로 구분되어 있다.
휘잉.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섰다. 항상 선제 공격은 봉석이가 먼저였다. 굳건하게 땅을 밟고 서있던 봉석이가 뒤에 있는 발을 앞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주먹을 휘둘렀다.
잔뜩 힘이 실린 주먹이 무강의 앞에서 휙 휙 지나갔다. 뒤로 한발 물러서던 무강이 발을 들어 차면서 우수를 휘둘렸다. 무강의 발 공격을 허용하며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옆에서 휘둘러 오는 무강의 팔을 잽싸게 잡아 던졌다.
공중으로 던져진 무강이 재주를 넘고 있었다.
날렵했다.
봉석이가 떨어지는 무강에게 빠르게 접근하며 발을 들어찼다.
봉석 또한 신속하기 그지 없었다.
무강이 바닥에 발을 딛기 전에 봉석이의 발이 무강의 등을 걷어차고 있는 것이다.
피할수 없는 상황 같았다. 그대로 봉석의 발에 등을 강타 당하고 땅 바닥을 구를 것만 같았다.
그런데 퍽! 소리와 함께 봉석이가 비틀거리며 뒷걸음 치고 있었다.
떨어지면서 무강이 허리를 틀어 팔굽으로 날아오는 봉석의 다리를 찍으며 발로는 턱을 강타 한 것이다.
"하하하.. 항복해라."
"흥, 어림없다."
화가 난 봉석이 들소처럼 무강을 향해 달려 들었다.
주먹을 내지르고 발을 차며 순식간에 다가가 잡을 려고 했다. 무강이 날렵하게 봉석의 좌측과 우측으로 돌며 손과 발을 놀렸다.
봉석이 힘과 맷집을 바탕으로 한 패왕구식을 전개한다면 무강은 속도로 패왕구식을 전개하고 있었다.
봉석의 권이 들어오는 순간 무강은 권의 궤도에서 벗어나 봉석을 치고 있었다. 봉석은 무강에게 열대를 맞으면서 한방을 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련은 항상 이런식 이였다. 무강이 봉석을 난타하면 봉석은 맷집으로 버티며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기어코 한방을 날리곤 했다. 무강이 내지르는 주먹을 피해 봉석이 발을 올려찼다.
무강이 옆으로 회전하며 봉석이의 발을 흘리면서, 소가 뒷발을 들어 차듯 두손으로 땅을 집으며 두발을 들어 찼다.
가슴을 강타 당한 봉석이 쓰러질듯 뒤로 허우적 거리며 물러섰다.
무강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중으로 뛰어 오르며 주먹을 내질렀다. 봉석이의 눈빛이 번쩍였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매의 눈 같았다.
"무강가라!"
뒤로 허우적 거리며 물러서던 봉석이 빠르게 허리를 틀며 날아오는 무강의 팔을 낚아채더니 '휙' 하늘 높이 던져 버렸다.
쿵..쿠쿠쿠..
무강이 삼장을 날아가 땅 바닥을 굴러갔다.
으하하하하...
봉석이 통쾌하게 복수라도 한듯 소리내어 웃었다.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숲에서 수련하던 철심과 우석이 내려왔다.
두 사람이 씩씩 거리며 대련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우석이 중간으로 끼워들며 중지 시켰다.
"그만, 그만해."
먼지를 뒤 덮어 쓰고 입가에 묻은 피를 보더니 철심이 혀를 찼다.
"두 사람 적당히 좀 해라. 원수지간도 아니고 너무 살벌해."
무강과 봉석이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그때 공터로 회색 옷에 칼을 든 무리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너 명이 보이더니 점점 불어났다. 공터로 들어서는 들개떼를 보며 아이들이 천막에 세워 놓은 죽창을 찾아 들었다.
"어? 저, 점태가."
들개떼 사이에 점태가 한 사내에게 잡혀 들어서고 있었다. 점태를 잡은 사내의 얼굴에 길게 칼자국 흉터가 나있었다.
칼자국이 점태를 뒤로 내 팽겨치며 앞으로 나왔다.
"크크크 꼬마야? 안녕, 또 만났네......"
"무강, 누구냐?"
봉석이 물었다.
"들개떼로 불리는 자들이다."
"그럼 혁아저씨와 같이 싸웠다던 그놈들.."
"응."
무강이 앞으로 나섰다.
그 뒤로 세아이가 무기를 잡은손에 힘을 주며 긴장된 표정으로 들개떼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무슨일이야?"
무강이 칼자국을 향해 말했다.
"토끼몰이 라고 들어봤나."
"토끼 몰이? 우리가 토끼인가?"
"흐흐흐 그렇지, 너희들은 지금부터 토끼이다. 우리는 토끼를 잡는 들개님들 이고."
칼자국이 무강에게 말을 하며 뒤를 슬쩍 돌아 보았다.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듯..
칼자국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죽립을 눌러쓰고 짙은 회색 장포를 걸친 사내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등 뒤에는 커다란 대도를 메고 있었는데, 날이 넓은 대도었다.
사내를 바라보는 칼자국이 긴장이 되는지 칼을 잡은 손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죽립을 살짝 들어 올린 사내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폭사되어 나왔다.
내공을 가진 자였다.
사내의 눈빛을 접한 칼자국이 두려움이 잔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혈, 랑님, 토끼몰이를 시작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