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아이 들은 반토막으로 뜯긴 노루를 자세히 살폈다. 노루는 엉덩이에서 한쪽 뒷다리가 뜯겨 나가 있었다. 그리고 목에는 이빨 자국이 깊게 나 있었다.
바닥에 어지럽게 눕은 풀들을 보면서 점태가 말했다.
"올무에 걸린 노루를 뒤에서 덮쳤어, 처음에 노루의 엉덩이를 물었는데, 노루가 반항이 심하자, 목을 다시 물어 죽인 것 같아."
그리고 바닥을 살펴보더니.
"늑대 발자국이야! 제법 커!"
땅에서 흔적을 찾던 철심이 가는 털을 주워 들었다.
"회색 털을 가진 놈이야!"
"흔적이 저쪽 숲으로 이어졌는데....."
무강이 늑대가 남긴 흔적들을 따라 나아갔다.
늑대에게 잔인하게 뜯긴 노루를 보고 있던 봉석이 말했다.
"늑대는 다시 이곳으로 올 거야! 이놈들은 먹이를 놓아두고 가지 않아."
"맞아! 분명 무리를 이끌고 올지도 몰라."
"난! 늑대들이 오나 안 오나 살펴봐야겠어."
철심이 뒤쪽의 큰 나무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마을 어른들에게 알려야겠어, 우리가 늑대를 잡을 수는 없어."
점태가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을 어른들이 오기전에 늑대가 마저 다 물어 갈걸."
"그럼, 어떻할 거야?"
"우리가 잡아야지."
"그건 규정 위반이야, 성인이 될 때까지 큰 짐승을 사냥하는 것을 금하고 있잖아."
"그건 어른들이 정해놓은 규정이야, 상황에 따라 바뀔 수가 있다고, 그리고 늑대 정도는 우리가 충분히 사냥할 수 있어."
"그건 위험해! 어른들은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규정을 만들어 놓은 거야, 우리가 설상 늑대를 잡는다 해도 어른들에게 혼날거야."
"흥! 겁보가 따로 없군!"
"난, 다칠까봐 하는 소리야, 겁이 나는건 아냐, 그리고 분명 늑대가 먹이를 찾아 다시 올때는 무리를 데리고 오는거 몰라? 한마리가 아니란 말이야."
"그래서 겁보란 거야."
우석이 두 사람 사이에 나서며 말했다.
"내가 마을로 가서 알릴 테니, 너희들은 이곳에서 지키고 있는 건 어때."
"좋아! 우석이 네가 마을로 가서 알려, 우리는 여기서 기다린다."
우석이 산을 달려 내려가자, 봉석이 점태를 보고 말했다.
"마을 어른들이 올 때까지 늑대가 안나타 나길 빌어라, 겁보야!"
점태가 억울함을 가득 담은 시선으로 봉석을 쏘아보았다.
나무 위에서 주위를 살피던 철심이 소리쳤다.
"늑대가 오고 있어! 한 마리가 아니야."
두아이가 나무 위의 철심을 바라보았다.
철심이 다급히 소리쳤다.
"나무 위로 피해!"
그때 숲에서 무강이 뛰어오며 소리쳤다.
"모두 나무 위로 피해!"
봉석과 점태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무강의 뒤로 늑대 십여 마리가 숲에서 쏟아져 나왔다.
크르르 릉!
늑대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으르르렁 거렸다.
무강이 재빠르게 철심이 올라간 나무 위로 뛰어올라 가자. 봉석이 무강을 따라 나무 위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점태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달려드는 늑대에게 부딪혀 바닥을 굴렸다.
으르르렁!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늑대들이 미처 피하지 못한 점태를 둘려싸고 달려 들었다.
"점태야!"
"점태가, 위험해!"
늑대가 점태를 향해 몸을 띄운 순간, 철심이 시위를 당긴 화살을 놓았다.
휙! 바람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이 늑대의 옆구리에 꽂혔다.
퍽!
화살에 박힌 늑대가 캥!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늑대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 크르르렁 거렀다. 아직 13살 소녀가 쏜 화살은 늑대를 죽일 정도로 화살은 강하지 못했다.
늑대 들이 동료가 화살에 맞자, 더욱 흥분하며 크르르렁 거리며, 점태에게 달려 들었다.
나무 위에 있던 무강이 죽창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뛰어내렸다.
"큰 짐승은 내가 잡는다."
봉석이 무강을 따라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흥! 어림없다 무강, 내가 먼저다."
점태에게 달라 붙은 늑대들 사이로 무강이 뛰어들며 죽창을 내질렸다.
죽창은 정확히 점태 위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늑대의 목을 찔렸다.
캥!
늑대의 비명소리가 울리며, 늑대가 점태에게서 떨어져 나가며 목에서는 피를 쏟았다. 어린 소년인 무강의 힘이 늑대를 꿰뚫을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지 못한 듯했다.
이야야얍! 무강이 기합을 지르며 점태 주변에 몰려있는 늑대들을 향해 죽창을 연속으로 찔렸다.
휙 휙 휙..!
그 사이로 봉석이 떨어져 내리며 무강에게 몰려드는 늑대를 향해 죽창을 찔려 들어갔다.
****
무강이 밀림촌 어른인 마노인에게 죽창을 처음 배운 것은 7살 때였다.
마노인은 마봉석의 할아버지로 나이가 칠십은 넘었다고 했다.
대나무 밭에서 5척 정도의 죽창을 만들어 온 마노인은 무강에게 죽창을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찌르고, 깊게 찌르고, 연속으로 찌르면 된다."
그리고는 직접 시범을 보이며, 하나 하나 세세하게 자세를 잡아 주었다.
마노인이 무강에게 알려준 죽창술은 이러했다.
좌측 발이 일보 전진하며 찌르고 빠르게 당긴다.
좌측 발이 깊게 전굴서기로 전환하며 찌르고 빠르게 당겨 원위치로 돌아온다. 좌측 발이 짧게 깊게 나아가고 물러서며 연속으로 찌른다. 특히 마노인은 찌른 다음에, 빠르게 당겨서 원위치로 돌아오는 동작을 찌르는 동작 보다 더 빠르게 하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며칠동안 무강의 동작들을 다듬어준 마노인이 말했다.
"너는 어리지만 동작들을 빠르게 익히는구나, 이제 매일 반복하는 일만 남았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반복한다면 성인이 되기전에 큰 짐승을 잡을 수가 있단다. 잊지 마라. 큰 짐승을 잡고 싶다면 매일 반복해야 된다는 걸."
****
무강이 도약해서 날아오는 늑대를 피해 땅을 굴렸다.
땅을 구르며 어느새 죽창은 앞에서 달려드는 늑대의 옆구리를 찌르고 있었다.
퍽!
앞으로 찌른 죽창을 빠르게 몸을 틀어 당겼다. 그리고는 뒤에서 달려드는 늑대를 향해 찔려 들어갔다.
이 모든 동작은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린 소년이 만들어 내는 동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죽창은 빠르고 정확했다.
그러나 힘이 부족한 무강은 한 번에 늑대를 죽일수가 없었다. 상처 입은 늑대는 더욱 난폭하게 달려 들었다.
크르르릉!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무강이 연속으로 늑대를 찔려 갔다. 한번에 죽지 않자, 죽창에 찔려 물러나는 늑대를 따라가며 깊게 찌르자, 늑대가 바닥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한 놈 잡았다."
무강이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소리쳤다.
그런 반면 무강보다 덩치와 힘이 좋은 봉석은 늑대에게 크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난! 두 놈이다."
무강과 봉석이 늑대 무리 속으로 뛰어들자, 점태가 늑대들의 공격에서 풀려났다.
"점태야, 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
무강이 달려드는 늑대를 옆으로 피하며 소리쳤다.
늑대에 물려 피를 흘리고 있는 점태가 철심이 있는 나무로 뛰었다.
그 뒤로 달려오는 늑대가 철심이 쏜 화살에 맞아 깨깽!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나무 위에 있는 철심이 시위에 화살을 걸어 당겼다. 철심이 화살을 겨누고 있는 것은 늑대와 싸우고 있는
무강과 봉석의 후미였다.
두 아이의 눈을 피해 뒤에서 달려드는 늑대를 겨냥하고 있었다.
철심의 화살 덕분에 무강과 봉석이 크게 상처를 입지 않고 늑대들과 사투를 벌일 수가 있었다.
휙! 휙!
무강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연속으로 양쪽에서 달려드는 늑대를 향해 죽창을 찔렸다.
죽창이 얼마나 빠른지 좌측에서 달려드는 늑대의 머리를 찌르고, 몸을 틀어 우측에서 달려드는 늑대의 목을 찔렸다. 두 번의 연속된 동작이 비호처럼 빨랐다.
늑대는 피하지 못하고 캥! 소리를 내며 땅을 굴렀다.
땅을 구르는 늑대를 무강이 빠르게 따라가며 꿈틀 거리는 늑대의 목을 향해 죽창을 내려 찍자, 늑대는 컥! 소리와 함께 부르르 떨며 축 늘어젔다.
"두 놈이다."
무강이 늑대의 목을 찌른 죽창을 뽑아들며 소리쳤다.
그때 봉석이의 비명이 들렸다.
악!
사방에서 으르르렁 거리던 늑대들중 하나가 빠르게 달려들며 봉석의 다리를 물었다.
그와 동시 나무 위에서 시위를 당기고 있던 철심이 시위를 놓자, 화살은 빠르게 봉석의 다리를 물고있는늑대의 등에 꽂혔다.
팍!
그 순간 봉석이의 죽창이 늑대의 뒷 목을 내려 찍었다.
"으..세 놈!"
봉석이 아픔을 참으며 고함쳤다.
두 아이는 경쟁을 하듯 늑대를 잡고는 소리쳤다.
다시 무강이 달려드는 늑대의 아가리에 죽창을 쑤셔 박으며 고함을 질렸다.
"세 놈!"
사납게 달려들던 늑대들이 동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는 사기가 꺾이고 있었다.
무강과 봉석도 늑대에 할퀴고 물려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일곱여덟 마리의 늑대들이 죽창과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리며 크르르릉! 대며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쉽게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무강과 봉석이 죽창을 움켜쥐고 앞으로 내밀며 위협했다.
"자! 덤벼, 덤벼, 휙! 휙!"
그러자 늑대무리중 앞에서 크르르렁 거리던 늑대가 끼잉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리자, 그 늑대를 따라 살아남은 늑대들이 숲으로 사라져 갔다.
무강이 큰 짐승을 처음으로 잡은 사건이였다.
****
쿵! 쿵!
무강이 내려치는 도끼가 굵은 나뭇 토막을 두쪽으로 쪼개며 땅속에 깊이 박힌 나무둥치를 때렸다.
쿵! 쿵!
혁우천이 문을 열고 나오며 도끼질을 하는 무강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장작 패는 소리가 밀림촌을 울리는구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으며 무강이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천 아저씨 일어나셨습니까?"
"그래, 잘 잤느냐?"
"예."
"오늘 노계현에 나가 보자꾸나."
"노계현에요? 저도 데려가는 겁니까?"
"그래, 이번에 같이 가자구나, 가는 길에 창고에 쌓아놓은 가죽도 싣고 가자."
"예, 준비하겠습니다."
무강과 혁우천은 아침밥을 먹고는 서둘려 움직었다.
혁우천은 말과 마차를 살펴보았고,
무강은 사냥으로 얻은 곰쓸개와 노루뿔을 상자에 담았다.
무강은 오랜만에 노계현에 나간다고 하니 마음은 들떠고 얼굴에는 웃음이 활짝 피어 있었다.
마차 정비가 끝나자, 창고에 쌓아놓은 가죽을 싣고, 상자에 담아놓은 노루뿔과 곰쓸개를 실었다.
노계현으로 갈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마차를 몰고 천천이 출발했다.
"흠! 밀림촌에 들어온지 벌써 13년이 되었구나."
처음 무강이 말을 하고 말을 알아들을 때, 혁우천은 무강에게 자신을 천 아저씨라고 부르게 했다.
무강은 혁우천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란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혁우천이 그렇게 부르라고 하는데 의문을 갖지 않았다.
무강은 철이 들고 성장하면서 자신의 출생에 대해 혁우천에게 물었지만, 혁우천은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것이다." 라고 말하며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무강도 궁금한것이 많았지만, 혁우천이 대답을 해주지 않자, 그 뒤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언제가 때가 되면 알게 될것이다. 라는 혁우천의 말에 따라 그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혁우천은 무공의 고수였지만, 무강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무공을 가르치지 않았다.
한번은 무강이 밀림촌 어른에게 혁우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한적이 있었다.
그때 혁우천은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무공을 배워서는 안된다."라고
혁우천은 무강에게 무공을 가르치지 않았지만
무강이 밀림촌 어른들에게 사냥을 배우는 것은 말리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