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콰르르르릉...
중원의 중심 너른평야에는 천둥 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000년을 대치하며 잦은 반목으로 일관되어 오던 정파와 사파는 무림에 전해져 오는 하나의 전설이 나타 나면서 정사대전의 서막을 알렸다.
"제왕의 검을 차지하는 자, 천하 무림을 일통 하리라."
그것은 제왕의 검의 출현이었다. 어떻게 제왕의 검이 나타나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왕의 검이 누구 손에 어느 세력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1000년을 이어온 정과사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정파와 사파는 들끓었다.
제왕의 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정파를 이끄는 천하무림맹과 사파를 이끄는 흑천맹은 모든 세력을 이용해 제왕의 검의 행방을 찾았다. 누가 먼저 제왕의 검을 손에 넣느냐에 따라 천하는 정파의 손에 움직이느냐? 아니면 사파가 주도하느냐?로 갈리게 되었다. 그 만치 제왕의 검에 담긴 무적의 검혼은 강했다.
그렇게 찾던 중 다시 천하무림을 진동하는 소문이 돌았다. 중원의 중심 너른평야에 제왕의 검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파와 사파는 즉시 너른평야로 무인들을 급파했다. 그러나 정파와 사파에서는 누구도 제왕의 검을 가져오지 못했다.
너른평야의 중심에 땅속까지 깊이 뿌리 내린 바위 위에 제왕의 검이 깊숙히 꽂혀 있었다.
바위에 꽂힌 제왕 검을 아무도 뽑지 못했다. 아니 뽑히지 않았다. 바위에 깊숙히 박힌 제왕 검은 인간이 아닌 신이 던져 박아 놓은것 같았다.
내공이 약한 무사 들은 제왕의 검에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그 만치 제왕 검에서 뿜어지는 검혼은 검 자체 만으로도 다가서는 무사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누군가 제왕의 검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바위속 깊이 꽂힌 제왕 검을 뽑던지, 바위를 쪼개 내어야 했다.
그러나 깊숙이 바위에 꽂힌 제왕의 검은 절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듯 강한 검혼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시 무림은 진동하기 시작했다.
너른평야의 중심에 제왕의 검이 나타나자, 천하 무림은 들썩였다. 그리고 천하무림맹과 흑천맹이 너른평야로 모여들면서 제왕의 검에 대한 소문은 발빠르게 천하로 번져갔다.
"제왕의 검은 하늘이 내렸다. 제왕의 검을 뽑는자는 하늘이 선택한자, 그 사람만이 천하를 다스리는 제왕이 될것이다."
너른평야에서의 정사대전은 그렇게 서막이 올랐다.
정파의 하늘 천하 무림맹의 맹주인 소림 장문 천명 대사는 제왕의 검이 사파의 손에 들어가면 천하는 극심한 탄압과 혼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알고 제왕의 검을 차지하기 위해 구대문파를 위시한 군소 방파에 소집령을 내린다.
"정의를 행하는자, 협을 아는자, 중원의 중심 너른평야로 집결하라."
천하 무림맹이 제왕의 검을 차지하기 위해 너른평야로 집결하는 시간, 너른평야에는 사파를 이끄는 흑천맹도 집결하고 있었다.
흑천맹의 맹주 혈천마제 풍운악, 무림 역사상 사파 최강고수로 인정받는 절대고수, 그가 직접 사파의 모든 무림인을 이끌고 너른평야로 달려 온 것이다.
그렇게 모인 두 세력은 넓은 너른평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림 역사 속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많은 정과 사의 무림인들이 대치한 역사는 없었다. 이 두 세력의 싸움이 천하무림의 운명을 좌우 할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꼭 이겨야만 했다. 그것이 정파가 되든 사파가 되든.
싸움은 삼주야 동안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공력이 일천한 무림고수들도 삼주야를 쉬지 않고 싸워 나가자 서서히 지쳐갔다. 검은 점점 느려졌고, 광기에 번뜩이던 두 눈은 기력이 다하면서 투지와 함께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오로지 살기 위해 한 줌 남은 진기를 붙들고 버티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폭우가 쏟아지며, 천둥번개가 천지를 진동 시키고 있었다.
칼에 베인 상처에서는 붉은피가 흘려내렸고, 바닥에 쓰려진 시신에서도 붉은 피가 흘려내리며, 쏟아지는 폭우와 함께 대지를 적시었다.
너른평야를 울리던 우렁찬 함성이 이제 살기 위해 적을 죽이는 괴음으로 폭우속에서 기괴하게 울려 퍼졌다.
그 사이로 어둠과 함께 쏟아지던 폭우가 잦아들면서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너른평야를 비추어 갔다.
수많은 시신이 끝이 보이지 않는 너른평야를 덮고 있었다. 그 위로 기력이 다한 무인들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죽고 죽이는 살육의 전장은 정과 사 양패구상 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어느 한쪽이 월등히 강하지 않은 절대 비등한 두 세력간의 싸움은 승패를 결정 짓지 못하고 사상자만 너른평야를 덮을 뿐이었다.
뿌우 우우우....
시체로 뒤덮인 전장에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자, 정과 사의 무인들이 물러나며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것 같았다.
그리나 물러나는 그 사이로 두 사람이 전장의 중심으로 한 줌 바람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천하무림맹의 맹주인 천명대사와 혈천맹의 맹주인 혈천마제 풍운악이였다.
천하 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정과사의 두 맹주가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제왕의 검을 사이에 두고 두 거두는 부뒺혔다. 소림의 72절학을 완벽하게 통달해서 무신으로 추앙받는 천명대사와 사파 역사상 최강이라는 혈천마제와의 격돌은 해가 뜨는 아침부터 시작해 해가 지는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정파와 사파의 고수들은 두사람의 대결에 따라 천하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대결은 그 다음 날도 계속되었고, 삼일낮 삼일밤을 결투하고 난 다음에야, 서로가 이길수 없다는 것을 통감해야 했다.
제왕의 검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이 결투를 멈추고 내려섰다.
두 사람은 깊은 고민에 빠져 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제왕 검의 출현으로 무림천하 일통을 외치며, 두 세력이 전쟁을 치렸지만,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비등한 세력 앞에 두 거두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전쟁을 그만둘 수 없었다. 이 대로 정과 사가 휴전을 하고 물러난다면 천하무림맹이나 혈천맹은 정파와 사파인들의 지탄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무림 일통이란 명분아래 너무나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전쟁은 계속되어야 했다. 승자가 정파가 되든 사파가 되든 결말이 나야 했다. 이제 절대 물러설수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는 두 세력의 공멸이였다. 그렇게 되면 천하는 더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정파와 사파를 지지하는 두 중심이 사라진 무림은 존재할 수가 없었다.
제왕의 검을 앞에 두고 마주 선 지 두시진이 지나갔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이었다.
천명대사는 합장을 한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고, 풍운악 또한 하늘을 보고 두 눈을 감고 있었다.
풍운악이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이곳 너른평야에 거대한 탑을 세우자, 그리고 그 탑 꼭대기에 제왕 검을 놓아두자, 그 제왕 검을 차지하는자 정파와 사파를 통털어 천하를 지배하는 자가 될것이다.
탑의 마지막에는 나와 대사가 이검을 지키며 천하의 주인을 기다리자."
천명대사는 풍운악의 말에 한 손을 들어 고개를 숙였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시주의 생각에 따르겠습니다."
사상 초유의 정사대전은 이렇게 일단락되어 갔다. 그리고 너른평야에는 수만 명이 동원되어 탑을 짓기 시작했다.
넓은 평야에 하늘을 찌를듯 거대한 탑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3년여의 시간이 흘려 탑이 완성되어 갔다. 정파와 사파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탑 안에 기관진식을 설치하고 제왕 검을 탑 정상으로 옮겼다.
그리고 천명대사와 풍운악이 탑 꼭대기에서 제왕 검을 지키기 위해 탑 안으로 들어가자, 그를 따라 구대문파의 수장들과 혈천맹의 장로들도 탑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천하무림맹과 흑천맹이 탑이 완성되었을때 어떻게 하자라는 약속이 정해진듯 했다.
천하를 다스릴 제왕이 왕림하길 기다리는 탑, 정과 사 어느 세력이 탑 정상에 올라가 제왕 검을 차지할것인가? 무림인들은 너른 평야에 세워진 이 탑을 제왕의 탑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정사대전에서 살아남은 무인들이 제왕의 탑 주변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였지만, 자신들의 주군을 놓아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제왕의 탑이 완성된 지 3년이 지나자, 탑을 중심으로 수많은 고루 거각과 저택들이 들어서고 기루와 시장이 형성되면서 거대한 도시로 탈바꿈 해 나아갔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넓은 도시가 너른평야에 들어선 것이다.
사람들은 그 도시를 제왕의 도시라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