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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Hi?story!
작가 : 슈동
작품등록일 : 2017.12.12

[남장여자/무당/소드마스터/성장형 먼치킨] 신기를 타고난 펜싱 세계랭킹 1위 대한민국 국가대표 고진희! 올림픽 결승의 날, 그녀가 쓴 부적에 의해서 이계로 떠나게 되는데.....집으로 가기위해 소드마스터가 되는 과정까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노벨 풍의 본격 남장여자 이고깽물 시작합니다.

 
39. 지금 찾아갑니다(1)
작성일 : 17-12-15 15:47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6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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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흡사 폭격을 맞은 것처럼 황도청 앞마당은 한바탕 뒤집어졌다.

 

 불구덩이에서 피어오르는 불의 정령, 물방울에서 형상을 빚어낸 물의 정령, 토네이도에 필적하는 큰 소용돌이 바람을 일으키며 만들어진 바람의 정령, 그리고 갈라진 땅에서 솟아오른 땅의 정령.

 

 각 정령들은 매혹적인 자태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다가 마치 진희를 호위하듯 그녀에게로 달려가 앞을 가로막았다.

 

 요란하게 등장했던 정령들과는 상반되게 노을이 내리앉은 교수대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따끔씩 짹짹거리는 새소리와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치는 소리 외에는 황도청 주변은 쥐 죽은듯 적막했다.

 

 판사는 질겁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병사들은 모두 무기를 바닥에 떨어트린채 넋을 놓고 있었다.

 

 단장의 표정도 볼만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고 싶지 않은 광경에 식겁한채 파들파들 입술이 떨렸다.

 

 꿀꺽.

 

 누군가가 목구멍으로 침 넘어가는 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마법에 풀린듯 판사는 눈을 끔뻑였다.

 

 진희는 어깨에 올라탄 피닉스와 손등에서 애교를 부리는 살라만드라를 문지르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두눈은 따끔하게 훈계하듯 단장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입증됐죠?"

 

 

 

 ****

 

 

 

 소드마스터 코즈니가 알고보니 정령술사였다는 소문에 대륙은 열광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여자였다는 소식에 시큰둥했던 여론이 손바닥 뒤집듯, 급격하게 달아올랐다.

 

 어쩌면 정말 제 2의 무의 전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진희가 잠시 몸을 의탁했던 후작가와 아카데미 사무실에는 엄청난 양의 펜레터가 쏟아져 날라왔다.

 

 어찌나 편지 양이 어마어마한지 아카데미 사무실은 당분간 편지함을 폐쇄했고 진희가 머물러서 성지로 추앙된 기숙사 12호도 일반인 출입금지로 막아버렸다.

 

 

 

 ****

 

 

 

 한편, 진희가 아우스테르 대륙으로 갈 수 있다는 자격이 충분히 입증이 되자 판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통행증을 발급해 주었다.

 

 재판은 당연히 진희 쪽이 승리했고 엘레스가 나중엔 칼을 뽑으면서 거의 그를 죽일 기세였지만 진희의 만류로 성사되진 않았다.

 

 대신 진희는 살라만드라로 단장의 머리를 태워 검기로 머리를 모두 빡빡 깎은 후 네레이드에게 부탁해 물볼기를 때렸고 진을 이용해 바람으로 날린 뒤 테라에게 부탁해서 땅구덩이에 처박아두었다.

 

 단장은 독기가 싸그리 빠진 표정으로 눈물콧물 질질 흘리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이로써 진희는 끈질긴 악연을 정리했다.

 

 이제 아우스테르로 가기 전, 엘레스와 매듭지을 일이 하나 남았다.

 

 재판이 끝나고 교수대 주변이 한산해지자 진희는 도움을 준 디그나티오 황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헤어졌다. 진희 일행은 털썩 황도청 앞 벤치에 주저앉았다.

 

 엘레스는 팔다리를 꽈배기처럼 배배 꼬면서 진희에게 애걸복걸했다.

 

 "마스터. 정말 저는 데려가면 안 되나요?"

 

 진희는 단호박, 그 자체였다.

 

 "안돼. 위험하다니까. 그리고 너 아카데미는 어쩌려고."

 

 "휴학하면 되죠. 저 자식도 했는데 저라도 못 하겠어요?"

 

 엘레스가 말한 저 자식이란, 비토르였다. 엘프의 숲으로 가기위해 휴학이 아니라 아예 자퇴해버린 비토르는 가만히 있던 자신이 지목당하자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다.

 

 "얌마. 너랑 나랑 사정이 같냐?"

 

 "어쨌든! 네? 마스터, 제발..."

 

 엘레스는 아예 진희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진희는 이래도 징징, 저래도 징징거리는 엘레스에게 짜증이 치솟아 한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하아...너가 아무리 이래봤자 거기로 가면 짐덩어리일 뿐이야. 알아? 너 지금 완전 민폐덩어리인거."

 

 "지...짐덩어리..."

 

 진희의 충격요법이 먹혔는지 엘레스는 패닉받은 얼굴로 '짐덩어리'를 계속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끈덕지게 달라붙던 엘레스가 마침내 떨어져나가자 그제서야 한숨돌린 진희는 한숨을 푹 쉬고는 비토르를 바라보았다.

 

 비토르도 이런 엘레스가 안 좋은 의미로 대단하다는 듯이 '하!'라고 바람빠진 소리를 냈다.

 

 다시, 진희는 염불외듯 중얼거리는 엘레스의 머리에 손을 턱 올리며 단단히 못을 박았다.

 

 "알았지? 후딱 갔다올테니까 넌 푹 쉬고..."

 

 "제가 짐덩어리만 아니면 되죠?"

 

 엘레스는 어둡게 중얼거리다말고 문득 고개를 들었다. 진희는 황당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아니, 그리고 적어도 얘하고 난 자격이라도 있지, 넌 아직 기사가 아니잖아? 언제까지..."

 

 "기사가 아니어도 갈 수 있어요."

 

 엘레스는 막무가내였다. 그는 스윽 내려온 앞머리를 정리한 뒤 진희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마스터. 마스터 혹시 돈이 충분히 있으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진희는 구원을 요청하듯 비토르에게 고개를 휙 돌렸다. 하지만 비토르도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실망스러움 비토르의 반응에 진희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고 엘레스는 곧바로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렇다면 마스터, 혹시 대륙을 건너가서 한동안 먹을 식량 값을 감당할 수 있으세요?"

 

 "아...아니, 그게..."

 

 "노숙할 장비는? 여분의 옷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엘레스는 '너 잘 걸렸다'는 표정으로 화사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제가 후원자가 되면 같이 건너갈 수 있어요."

 

 "후원자?"

 

 진희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말에 비토르에게 곁눈질 했지만 그도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었다.

 

 '뭔 놈의 법이 이렇게 까다로워?'

 

 어떤 놈은 가도 된다, 어떤 놈은 가면 안된다라고 명확히 정의를 내리는게 아니라 '이러하면 자격이 된다'라고 빙빙 꼬아논 대륙법에 진희는 혀를 내둘렀다.

 

 엘레스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이 도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피력했다.

 

 "보통 아우스테르로 원정가는 기사나 용병 중에서 돈이 부족한 사람한태는 귀족가나 상단에서 후원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주로 아우스테르에 가는 목적은 일획천금을 얻기 위해 주로 간다.

 

 살아돌아오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무사히 돌아와 잡은 몬스터 사체를 팔면 그야말로 만수르 못지 않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우스테르로 처음 가는 용병단이나 기사단이 많고 큰돈을 꿈꾸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다수.

 

 그래서 귀족가나 상단에서 장기투자형태로 이들에게 경비를 후원을 해주고 만약 살아돌아오면 번돈의 얼마정도를 떼어가 서로 윈윈한다.

 

 그런데 후원자 측에서 주로 마부나 자잘한 시종을 보내서 부득이하게 기사나 용병이 아니어도 아우스테르로 건너가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대륙법은 융통성 있게 물론 여자가 아니면 후원자의 자격으로 통행증을 끊을 수 있게 허락해주었다.

 

 엘레스는 이 점을 노렸다.

 

 "딱 봐도 저 놈은 땡전 한푼도 없어보이고 마스터도 아직 충분한 돈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확실한 뒷줄은 든든하게 잡아야죠."

 

 한마디로 금수저 만세이다. 엘레스는 용기백배한 얼굴로 눈을 초롱였다.

 

 그의 말도 틀리지 않았는지 비토르는 정곡이 찔린 모습이었다. 저 혼자 알아서 돌아다니느라 모아놓은 돈이 없는 비토르는 슬금슬금 진희의 눈치를 보았다.

 

 진희는 푹 한숨을 내쉬며 엘레스의 통행증을 끊기 위해 다시 황도청으로 들어갔다.

 

 '돈 없는 놈 서러워서 살겠나...'

 

 빼도박도 못하게 엘레스의 승이었다.

 

 

 

 ****

 

 

 

 "아버지도 제가 가는 것을 걱정하셨지만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방금 들렀던 상점에서 사재기한 옷을 베낭에 꾹꾹 눌러담고 있는 진희에게 엘레스가 자랑질했다.

 

 "그래, 너 잘났다."

 

 흙수저(?)라서 서러운 비토르는 신경질을 팍 내면서 발로 콱콱 옷을 베낭에 쑤셔박았다.

 

 베낭의 실밥이 톡톡 터질 것처럼 옷은 겨우 쑤셔들어갔지만 그에 따른 무게가 상당했다.

 

 "이걸 어쩌지..."

 

 엘레스가 턱을 괴며 부풀어오른 베낭을 응시했다. 비토르는 엘레스와 자신의 무거운 베낭을 질질 끌더니 은근슬쩍 진희 앞으로 대령했다.

 

 "자, 여기."

 

 뜬금없이 짐을 맡기는 비토르의 행동에 진희는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왜?"

 

 "왜긴? 가볍게 해달라고."

 

 비토르는 천연덕스럽게 말했고 무슨 말을 하는지 갈피를 못 잡은 진희는 비토르를 서늘하게 흘겨보았다.

 

 "내가 어떻게 뭘 해야하는데?"

 

 "짜증은, 테라 한마리 붙여달라고."

 

 비토르는 베낭을 더 진희에게 가까이로 밀어넣었고 진희는 그제서야 이해한 듯이 땅의 정령 테라 세마리를 불러다 그 기운을 가방 안에 불어넣었다.

 

 테라는 중력을 관장하는 땅의 정령.

 

 그를 이용해 가방의 중력만 바꾸어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소리였다.

 

 가방에 테라의 힘이 들어가고 테라와 땅의 소정령이 반짝거리다 사그라들자 비토르는 한층 가벼워진 가방을 명랑하게 챙겨들었다.

 

 "그럼 다음 상점으로 갈까?"

 

 세사람은 덕분에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식료품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일주일 전, 후작은 엘레스의 아우스테르 대륙행 소식을 듣자 대경실색 했지만 '소드마스터이자 정령술사 코즈니'와 실력있는 기사가 대동한다는 소식을 듣고선 많이 배워오라며 금화를 든든하게 챙겨주었다.

 

 엘레스가 후원자 자격으로 가겠다고 여러모로 민폐를 끼치고 생떼를 부렸지만 역시 돈이 갑이다.

 

 또한 후작이 넉넉하게 금화를 지원해주었는지 큰 베낭과 여분의 건조식량, 많은 양의 옷까지 엄청나게 사들이고도 돈이 남아돌았다.

 

 진희 일행은 남은 돈으로 크림사탕을 사고나서 베스페라 대륙의 최남단의 항구, 나발레 포트로 가는 매직스크롤을 구입할겸, 비상용 아티팩트를 사려 마법용품상점에 방문했다.

 

 마법용품 상점은 외진 곳에 있을거라는 예상을 깨고 번화가에 위치했다.

 

 역시 마법용품 상점답게 들어가는 입구부터 범상치 않았다.

 

 먼저 앞장선 비토르가 문 앞에 발을 내딛자 가로막던 문은 스르르 분자가 되어 사라졌다.

 

 '와...신기하다.'

 

 어렸을 때 해리 포터 영화를 즐겨봐서 마법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었던 진희는 신기한 얼굴로 이리저리 마법용품 상점을 둘러보았다.

 

 구석에서 반짝이는 보랏빛 수정구,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이름 모를 약초들과 박제된 동물, 가판대에 진열된 여러 잡다한 물건들 등.

 

 "어서 오십시오."

 

 후드가 달린 군청색 로브를 입은 젊은 남자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진희 일행을 맞이 했다.

 

 진희의 어리버리한 모습을 캐치한 남자는 속사포 랩을 하듯이 빠른 말로 호객행위를 했다.

 

 "아아- 먼길을 떠나시는 여행자 분들이군요! 보아하니 신관이 일행에 없으신듯 한데 이 치료용 약초나 포션은 신성력 못지 않게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아, 이 보호구 구슬도 웬만한 적의 공격을 막아주는 귀한..."

 

 "나발레 포트 행 스크롤 하나 일단 주세요."

 

 비토르는 말 많은 젊은 상인의 말을 뚝 끊으며 선을 그었다.

 

 "예, 뭐..."

 

 상인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한곳에 쌓인 종이뭉치를 뒤적였다. 그는 고객을 많이 맞이해본 매우 능숙한 상인이었지만 운 나쁘게도 비토르는 경험이 많은 자였다.

 

 상인은 '나발레'라고 적힌 종이 두루마리를 비토르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혹시 여기에 다른 비상용 텔레포트 스크롤하고 치료용 포션이 있으면 그것도 하나 주세요."

 

 비토르의 추가주문에 상인은 밝아진 표정으로 비토르에게 상품을 내밀었고 비토르는 자기 돈 아니라고 마구 금화를 남발했다.

 

 "안녕히 가십쇼!"

 

 진희일행은 상인의 환송을 받으며 상점 밖으로 나갔다.

 

 "이제 준비는 다 된거야?"

 

 엘레스는 남은 금화의 개수를 세면서 물었다.

 

 "응. 이제 바로 나발레 포트로 가면 돼. 내가 지금 스크롤을 찢을테니까 다같이 손잡아."

 

 "진짜 그거 찢는 것만으로 바로 목적지에 갈 수 있어?"

 

 처음 보는 스크롤의 개념에 진희는 비토르의 손에 들린 스크롤을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비토르는 쿡쿡 웃으면서 답했다.

 

 "처음 써보는구나. 여기서 나발레로 가는 급행 마차편을 잡는다 해도 최남단까지는 적어도 다섯달 이상은 걸려. 경비도 만만치 않게 깨지고. 대신 스크롤로는 3초 만에 갈 수 있으니까 그동안 손 꽉 잡어."

 

 비토르는 진희의 손을 덥썩 잡았고 그에 질세라 엘레스도 진희의 남은 손을 덥썩 잡았다.

 

 엘레스의 손은 핫팩처럼 뜨끈뜨끈했다. 진희를 잡지 않은 손으로 스크롤을 집은 비토르는 다른 손 대신에 이빨을 이용해 스크롤을 부욱 찢었다.

 

 그 순간, 싱크홀처럼 땅이 음뿍 꺼져 빨려들어가는 기분을 느낀 진희는 어지럼증을 채 느끼기도 전에 다시 땅 위로 솟구치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북적이던 황도의 번화가가 순식간에 갈매기가 울고있는 드넓은 항구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특이하게도 항구에는 선박 대신에 큰 원기둥 건물과 거대한 단층형의 신전이 자리잡았고 그 뒤로 긴 대기줄에 서있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희가 놀라움으로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 그녀의 손을 놔버린 비토르는 가이드처럼 앞으로 쫘악 손을 뻗으며 소개했다.

 

 "자, 여기가 나발레 항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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