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Hi?story!
작가 : 슈동
작품등록일 : 2017.12.12

[남장여자/무당/소드마스터/성장형 먼치킨] 신기를 타고난 펜싱 세계랭킹 1위 대한민국 국가대표 고진희! 올림픽 결승의 날, 그녀가 쓴 부적에 의해서 이계로 떠나게 되는데.....집으로 가기위해 소드마스터가 되는 과정까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노벨 풍의 본격 남장여자 이고깽물 시작합니다.

 
18. 한여름 밤의 꿈
작성일 : 17-12-12 20:39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934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 이름은 헤드보스 스트롱.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힘이 무지하게 세서 내 주먹 한 방이면 모두들 나가 떨어졌다.

 

 그렇지만 백작가의 사생아라는 부끄러운 출신 때문에 모두들 나를 비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련하고, 또 수련하여 스켈레스 공작가의 기사단장에 임명됨으로서 나의 강함을 만천하에 입증하였다.

 

 그 결과 모두가 내 발치에서 나의 용맹함을 우러러보았고 공작님께서도 나를 자랑스레 여기시셨다.

 

 나는 내 스스로가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언제까지나 영원하리라고 여겼다. 절대 내가 자만해서가 아니라.

 

 어느 날, 공작님께서는 나에게 군사 500을 맡기시고는 자작가에 쳐들어가라고 명령하셨다.

 

 하인츠 자작가? 비록 그가 쓸만한 군사들이 있더라도 그의 조잡한 모래성 따위는 내가 입김만 불어도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다.

 

 나는 이번 임무는 어렵지 않겠다 여겨 흔쾌히 명을 받들고 바로 하인츠 쪽 용병 군대랑 한바탕 맞붙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자작이 불러모은 용병군대는 예상과는 달리 합을 맞추어서 우리를 상대했고 병사들도 조금씩 지쳐나갔다.

 

 나는 간만에 몸을 좀 풀려고 나의 투지를 일으켜세웠고 나의 군대를 승리로 이끌어갔다.

 

 아니, 이끌 뻔 했다.

 

 ....저기 한 편에서 피죽도 못 먹은 한 소년이 바늘 같이 얇디 얇은 칼로 내 병사들을 쓰러트리기 전까지는.

 

 전기를 일으키며 닿자마자 쓰러지는 마법검?

 

 '도대체 저 아티팩트는 어디서 난거지?'

 

 나는 마치 개미집을 부수듯 쉽게 앞으로 나아가는 저 소년에게서 난생처음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저까짓 새파랗게 어린 병아리에게 겁을 먹으면 누가 나를 공작가의 기사단장이라 여기겠는가?

 

 사나이가 한 번 칼을 뽑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법!

 

 나는 용기를 가지고 병사들에게 진군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어리석은 군사들은 제대로 싸우기는 커녕 제 살길 찾아가기가 바빴다.

 

 "크윽!"

 

 그 소년은 어느새 내가 방심한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어 나를 위협했다.

 

 그의 작은 손짓 한방에 온 세상이 암전이 되었다.

 

 나는 쓰러지기 전 다짐했다.

 

 '절대 공작님을 배신하지 않으리라.....'

 

 

 

 

 ****

 

 

 

 "으으음....."

 

 울퉁불퉁한 근육들로 뒤덮인 사내가 얄팍한 내의만 입은 채 꿈지럭 거렸다.

 

 그는 보기가 거북할 정도의 근육라인을 따라서 밧줄이 꽁꽁 묶여있었으며 방금 의식을 차린 듯 싶다.

 

 '으윽...내가 포로로 붙잡히디니...'

 

 헤드보스는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전신을 옭아매는 밧줄의 촉감이 썩 좋지는 않았다.

 

 엘레스는 병사들을 감시하다가 신음성의 소리가 들리자 바로 아버지랑 같이 있는 진희에게로 달려갔다.

 

 "지금 의식을 차리려나 봐요!"

 

 진희는 엘레스를 따라서 자작가의 연무장 중심에 널부러져 있는 헤드보스에게로 다가갔다.

 

 사실 포로들은 도망치지 못하게 지하감옥에 모두 쳐넣어야 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영지전을 겪은 적이 처음인지라 감옥의 수용한도가 넘쳐났다.

 

 결국, 대장과 쫄병 절반 정도는 연무장에 켜켜히 쌓아둔 채로 승리를 만끽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공작가의 군사 500명은 전부 진희의 기절부적에 KO패 당했으며 단 4명의 병사만이 만이 용케 빠져나갔다.

 

 어차피 공작가에 승전보를 선포하러 가기도 귀찮고 겸사겸사 인력낭비를 막기 위해서 굳이 그들을 잡지는 않았으나 대승을 거둔 것임에는 확실하다.

 

 한편, 적장에게 가는 길임에도 하인츠 자작은 직접 진희의 활약을 보고는 연신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그녀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떠벌렸다.

 

 진희는 그의 과장된 모션에 질린 표정을 지었고 마침내 헤드보스 앞으로 다가서자 걸음을 멈추었다.

 

 '허어.......어디서 저런 괴물을 영입했지?'

 

 헤드보스는 내심 뛰어난 실력의 용병을 고용한 하인츠자작에게 감탄하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마법사 못지 않을 정도로 삐쩍 꼻은 듣보잡 소년의 일격에 졌다는 것이.

 

 아니,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히...히익!'

 

 머리로는 기억을 못 해도 몸으로는 반응을 한다고, 진희가 펜싱칼로 손을 탁탁 치면서 들어오자 헤드보스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리...릴렉스!'

 

 모름지기 적장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내비쳐서는 안된다. 그는 진희를 못 본척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용건이오?"

 

 까마귀 뺨치는 울음소리를 낸지가 언젠데, 저 뻔뻔하게 모르는 척 하는 적장을 보자니 진희는 황당했다.

 

 "용건이라뇨?"

 

 적장은 곱상한 소년으로 보이는 진희에게 턱을 내밀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어서 나를 죽이시오."

 

 '아니, 제발 살려줘!'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몸으로는 어서 목을 베라는 포즈를 마음껏 취하고 있으나 그는 젊은 나이에 죽기는 싫었다.

 

 아까 공작가에 대한 지조를 지키겠다는 의지는 개나 줘버리라는 마음만이 가득했다.

 

 그의 겉과 속이 따로 노는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진희는 헤드보스의 눈동자에서 그의 살고 싶다는 처절한 의지를 읽었다.

 

 진희는 풋 비웃음을 지은 채 쭈그려 앉았다.

 

 "살고 싶죠?"

 

 "무슨 수작인지는 몰라도 어서 죽이시오!"

 

 '내 입아, 좀 나대지마!'

 

 어디서 본 삼류대사처럼, 헤드보스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입이 저절로 공작이 들었으면 눈물날 정도로 충직한 대사를 읊었다.

 

 그는 자신의 미련맞은 행동에 속으로 절규했으나 후에 이어지는 진희의 말에 크게 안도했다.

 

 "어차피 저도 사람을 죽이기는 싫으니까 걱정마세요."

 

 비록 진희의 상냥한 말에 안심했으나 의문이 생겼다. 아까 마법검으로 그렇게 포악하게 병사들을 휘둘렀으면서 이제와서 사람을 죽이기는 싫다고?

 

 헤드보스는 미간을 찌뿌리며 반문했다.

 

 "사람을 죽이기는 싫다니, 그게 무슨 모순되는 행동인가?"

 

 "그저 기절했을 뿐이에요. 어쨌든,"

 

 '하기야, 내가 살아있는 것을 보면 정말 죽이지는 않았겠군.'

 

 진희는 그가 순순히 불어주기는 싫어서 괜히 몸부림치는 것으로 착각하고 화제를 돌리려고 자작을 쳐다보았다.

 

 자작은 헛기침을 짧게 하고는 위엄 서린 목소리로 그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흠! 나는 분명 정중하게 혼담을 거절을 했네. 그런데 다짜고짜 무력을 쓰는 의도가 뭐지?"

 

 비록 남의 집안 결혼문제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문제지만 귀족간의 분쟁이면 가벼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도 방심했다가 사랑하는 자녀를 잃지 않았던가?

 

 게다가 헤드보스 정도면 꽤 고위직이다. 적어도 그에게서는 쓸만한 정보를 기대할 수 있다.

 

 "난 모르는 일이오."

 

 헤드보스는 체면을 차리겠다고 예의상 시치미를 뚝 뗐다. 어차피 자작도 한번에 정보를 얻지 못하리라고 예상했다.

 

 너무 쉽게 얻은 정보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는 다시 한번 헤드보스를 구슬렸다.

 

 "그렇다면 쉬운 질문을 하지. 이번 공격이 마지막인가? 아니면 또 이어질 전쟁이 있는가?"

 

 헤드보스는 잠시간 갈등했다. 어차피 죽이지 않는다 해도 적에게 선뜻 정보를 건내주는 것은 내키지가 않았다. 어쩌면, 이들이 불순한 의도로 안심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이 평생 충심을 지키기로 약속한 대상인 공작을 쉽게 저버릴 수는 없다.

 

 "모릅니다."

 

 결국 그는 눈을 질끈 감고는 질러버렸다.

 

 '저...정말로 죽이지는 않겠지...?'

 

 그의 진짜 속마음을 알지 못한채, 자작은 계속 부인하는 헤드보스를 뒤로 하고 한숨을 푹 쉬면서 엘레스와 진희에게로 돌아섰다.

 

 "이 자를 어찌 처리하면 좋을까?"

 

 조금 전, 진희가 제대로 적군을 발라버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부쩍 그녀를 의지하는 자작이었다.

 

 진희는 잠시 고뇌에 빠지다가 루시퍼도 울고 갈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질질 끌 시간이 없어요. 공작이 무슨 수작이지는 몰라도 일단 이게 끝은 아닐테니까요."

 

 '뭐...뭐지?'

 

 헤드보스는 진희의 뜻모를 잔인한 미소를 보고는 혼란에 빠졌다.

 

 '에이....설마...?'

 

 그가 패닉에 빠져있는 사이, 진희는 다시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가 아까 죽이지는 않는다고 했죠?"

 

 '꿀꺽!'

 

 헤드보스의 목울대가 갈 곳을 잃은채 꿈틀거렸다.

 

 "하지만 죽을 만큼의 고통은 받을 거에요."

 

 진희는 말없이 엘레스의 옆구리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단검을 슬쩍 뽑으며 헤드보스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자작과 엘레스는 그녀의 돌발행동에 서로 어리둥절하게 쳐다봤으나 일단 진희가 어떻게 처리할지를 지켜보았다.

 

 진희는 엘레스의 단검을 과감하게 그의 배에다가 직각으로 세웠다.

 

 '으으...나 완전 쓰레기 같은데?'

 

 그녀는 스스로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을 단디 먹었다. 고의적이지는 않아도, 자신을 엿 먹이려는 공작의 물귀신 작전에 가담했던 적장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웃음을 꾹 참으며 선수촌에서 늘 후배의 구타를 밥먹듯이 했던 선배를 떠올렸다.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나이가 벼슬이었던 이기적인 선배를 헤드보스에게 투영시키고는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떠올렸다.

 

 진희는 싱긋 웃으면서 해맑게 선포했다.

 

 "자꾸 그러시면 나중에 자식 보기 힘드실거에요."

 

 애써 우회적으로 돌린 말이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빠르게 식어나갔다.

 

 자작과 엘레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병사들은 진희의 끔찍한 말을 들으면서 은근슬쩍 두 손을 모았다.

 

 헤드보스는 온몸의 피가 다 증발해버린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새소리를 지저귀었다.

 

 "지...진정하시오!!! 내가 아는 건 상세히 설명할테니 제발!!!! 까아아악!!!!"

 

 

 

 

 ****

 

 

 

 "아무리 들어봐도 모호한 대답밖에 없더군요."

 

 헤드보스의 심문을 맡은 포드집사가 조용히 보고했다.

 

 어두운 자작의 방 안,

 

 진희와 엘레스 그리고 하인츠 자작과 포드집사는 다시 촛불 하나를 가운데 놓고 빙 둘러앉았다.

 

 진희의 자손드립에 충심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공작가의 기사단장, 헤드보스는 진희의 살벌한 협박에 못 이겨 아이처럼 질질 짜면서 자신이 알고있는 사실을 모두 털어놓았다.

 

 "공작께서는 모두를 죽여도 좋으나 그저 공자님만 생포하란 명령을 했답니다."

 

 공작의 철저함은 대단했다. 헤드보스는 꽤 높은 자리를 꿰차고 있었으나 그가 알고 있는 정보는 극소수였고 그나마도 신탁과 같이 뜻이 애매모호한 사실 뿐이었다.

 

 "그렇게 허접한 사람을 내놓고 생포하라 했다구요?"

 

 진희는 어이가 없어서 포드집사에게 따지듯이 반문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 허접한 장수를 내보내다니?

 

 "자네가 너무 뛰어난 것이라네."

 

 "마스터의 무예가 대단하신 겁니다."

 

 "마스터가 워낙 어마어마 한거잖아요."

 

 진희가 반문하자마자 셋이서 동시에 존경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달려들었다. 진희는 머쓱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나저나 공작은 왜 그리 자작님의 아들,딸 결혼에 집착하는 걸까요?"

 

 진희의 물음에 자작도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파묻었다. 그도 충분히 괴로운 입장이지만 애써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나도 모르네. 도대체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기에..."

 

 "돌아가신 영애와 공자님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있어서가 아니겠습니까?"

 

 원래 세레나즈의 존재는 3년 간 자작가에서 금기되는 말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사안이 사안인지라 포드집사는 과감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후우우우우......"

 

 해결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자작가의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방 안은 다시 침묵만 가득했다.

 

 어쨌든 헤드보스의 정보에 의하면 이틀 간은 특별한 공격이 없다고 한다. 일단은 밤이 야심하므로 모두들 힘을 아껴둔 뒤 내일 상의하기로 했다.

 

 진희는 하품을 하면서 팔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기지개를 한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가 보인다.

 

 바닥과 천장의 높이가 하늘과 땅만큼의 간격의 웅장한 저택이 흐릿한 잔상처럼 아른거렸다.

 

 '꿈인가?'

 

 진희는 깊은 잠에 빠져든 뒤 눈을 떴다. 하지만 스쳐보이는 장면들이 뚜렷하지 않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보아하니 지금은 꿈 속이다.

 

 게다가 자신의 몸이 정확한 실체가 보이지 않고 투명했다.

 

 그녀는 횃불만큼 커다란 촛불들이 벽에서 일정한 간격에 맞추어 불타오르는 널찍한 복도에 서있었다.

 

 벽면에는 여러가지 정교한 조각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보는 이가 위압감이 들도록 조성했다.

 

 '자작가의 성은 아닌 것 같은데...'

 

 그녀가 알기로는 자작가의 성도 어마하게 거대하긴 하지만 지금 그녀가 있는 공간은 그보다 10배는 훨씬 더 컸다.

 

 진희는 장소가 뿜어내는 분위기에 압도되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어디론가 홀리듯이 걸어갔다.

 

 조금 어둑하긴 했지만 촛불 덕분에 길을 찾는건 어렵지는 않았다.

 

 복도를 하염없이 걷다보니 구석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앞으로 가면 갈수록 선명해졌다.

 

 그것은 중후한 음성을 가진 사내가 일방적으로 떠드는 소리였다. 마침내 황금박을 씌워서 한껏 화려함을 뽐낸 직사각형의 문에 다다르자 그녀는 제대로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어쩌죠? 생각보다 하인츠 쪽이 강경하군요."

 

 "벌써 두번이나 지다니. 역시 대단하군, 하인츠..."

 

 '응?'

 

 진희는 난데없이 튀어나온 '하인츠' 라는 말에 여기가 공작가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자세히 대화를 듣기위해 문쪽으로 몸을 기울였는데 별안간 풍경이 바뀌었다. 그녀의 몸이 문을 통과한 것이었다. 애초에 몸이 투명해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우와.....'

 

 역시 금수저 스켈레스 공작은 베르사유 궁전은 뺨 칠 정도의 화려함으로 방 안을 사치스럽게 꾸며놓았다. 물건 하나하나가 모두 값비싸 보이는 보석으로 이루어졌다.

 

 스켈레스 공작은 비단방석이 올려진 황금의자에 다리를 꼬면서 낯익은 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 저 사람...'

 

 지금 공작이랑 모의를 하고 있는 자는 어제 자작과의 만찬을 방해한 신하였다. 진희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세한 대화를 들었다.

 

 "어쩔 수 없군...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소환해내는 수밖에."

 

 공작의 말에 신하는 손사래를 치면서 기겁했다.

 

 "지금은 너무 이릅니다! 공작 각하의 의중은 감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너무 시기를 이르게 잡아서 일을 그르치는게 아닐지..."

 

 "하인츠 자작만 파멸시키면 된다. 이후는 잘 숨겼다가 거사를 치러야지. 자네 말마따나 아직 제대로 된 의식을 치르기에는 완성되지 않았으니."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소환?'

 

 공작은 황금의자에서 일어난 뒤에 방 안의 한쪽 벽면으로 뚜벅뚜벅 걸었다. 방이 하도 넓어서 반대편으로 가는데만 꽤 시간이 걸렸다.

 

 공작은 어느 정도 걸어가자 우뚝 멈추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황금색 로브를 입은 풋풋한 사내가 그려진 그림이 머물렀다.

 

 '뭔 패션이 저렇게 촌스러워?'

 

 패션 쪽으론 문외한이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진희의 눈에는 그림 속의 사내의 옷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색깔도 물론이거니와 그와 어울리지 않는 난잡한 옷의 무늬와 장신구 때문이었으리라.

 

 그러거나 말거나 그림 속의 사내는 음울해 보이는 공작과는 대비되는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공작은 그림을 어루만지면서 중얼거렸다.

 

 "준비는 다 마쳤겠지?"

 

 신하는 공작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다가 황급히 대답했다.

 

 "예? 예! 다행히 오늘 하나 더 있더군요. 숫자는 정확히 다 채웠습니다."

 

 "수고했네."

 

 신하가 수고하든간에 공작은 그에게 고마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으로 다시 황금의자로 돌아갔다.

 

 공작은 자신의 손에 끼워진 칠흙같이 검은 반지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준비가 되었으면 지금 가지."

 

 '어어?'

 

 공작이 자리에 자리에 앉는 듯 싶었으나 갑자기 문 밖으로 나가기에 진희는 허둥지둥 그들을 따라갔다.

 

 끝없는 복도의 갈림길을 따라서 간 곳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골목에는 하늘하늘한 튜닉을 입은 여자의 조각상이 놓여있었다. 크기는 사람의 두배 정도였다.

 

 공작은 조각상 앞에 당도하자 신하를 앞질러서 조각상 앞에 섰다.

 

 그는 손바닥을 쫙 펼치고는 조각상의 엄지 발가락에 올려놓고 웅얼거렸다.

 

 "존재를 허락받은 자이니 막힘없이 가리라."

 

 갑자기 공작의 간지나는 대사를 마친 뒤에 건물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산사태가 나듯이 우르릉 거리는 소리 이후로 조각상의 발끝부터 시작해서 붉은 빛이 조각상의 전신을 감쌌다.

 

 조각상은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린 뒤에 반으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각각의 반쪽은 부채꼴모양으로 갈라섰으며 조각상이 자리했던 바닥에는 부채꼴모양의 구멍이 생겼다.

 

 쿠웅-

 

 마침내 진동이 멈추고 공작과 신하는 어두운 구멍 속에 있는 계단에 걸어갔다. 진희도 놓칠새라 같이 따라 내려갔다.

 

 '계단이 쓸데없이 많네.'

 

 5분 정도 지났을까, 홀연히 창살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여럿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모두 내려가자마자 진희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는 눈 앞에 펼쳐지는 참상에 손만 있었다면 진심으로 공작을 한대 후드려 팰 뻔했다.

 

 계단 끝에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만한 공간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 원통형의 거대한 새장모양의 창살이 있었다.

 

 창살 안에는 수십명, 정확히는 72명의 20대의 여인들이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채 성치않은 몰골로 옹기종기 모여서 숨죽여 울고 있었다.

 

 다만, 그들 모두 배가 불룩했다. 여인들 보두 아이를 밴 상태였다.

 

 "조용."

 

 공작의 포스있는 한마디에 지하는 일순 적막해졌다. 공작은 주변이 정리가 되니까 감정이라고는 1그램도 없는 표정으로 창살 쪽에 다가갔다.

 

 "이제 준비를 시작하겠다."

 

 공작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섭게 신하가 품속에서 육망성이 그려진 누렇게 바랜 종이와 단도를 꺼냈다.

 

 공작은 두 물건을 건네받고는 별안간 단도로 자신의 팔뚝을 그었다. 급소는 아니었지만 깊게 찌른 나머지 선혈이 낭자했다.

 

 공작은 조금의 찡그림도 없이 팔뚝의 피를 뿌린채 창살을 한바퀴 빙 돌았다. 공작의 피는 창살의 둘레를 따라 붉은 원을 그렸다.

 

 그는 한바퀴 돌자마자 그의 피를 반지에다가 비비고 누런 종이 위에다가 올려놓으며 그 위의 글자를 하나하나 읽었다.

 

 "당신의 종이 되기를 바란 자가 감히 청하노니 이곳에 강림하소서. 지옥의 일흔한번째의 기둥이시여! 당신과 당신의 고귀한 주인을 위해 제물을 바치나이다."

 

 화르륵!

 

 진희는 눈을 의심했다. 종이는 그의 주문이 끝나자 마자 허공에서 불타올랐고 종이의 재가 소용돌이 치며 육망성을 그렸다.

 

 피 묻은 반지는 붉은 빛을 내며 빛을 냈다. 반지의 빛을 받은 육망성의 잿덩어리는 곧 허공에서 암흑의 공간을 불러내었고 그 공간 사이에 한 형체가 비집고 나왔다.

 

 "아아아아아악!!!!!"

 

 '아.......'

 

 비명은 정확히 창살 쪽에서 들렸다.

 

 정체불명의 형체가 소환됨에 따라 창살 안에 있던 20대의 임산부들은 생기가 빨리면서 점점 미라처럼 쪼그라 들어서 마침내 한줌 먼지로 사라져버렸다.

 

 '이...이게 뭐야!'

 

 진희에게 지금 이것이 지독한 악몽이기를 바랐다. 그녀가 꿈에서 몸이 있었다면 아마 두 손으로 눈을 가렸을 것이다.

 

 마침내 블랙홀같은 무의 공간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는 얼굴만 뽀얗고 나머지는 부분은 검은 물감을 칠한 것처럼 손끝부터 발끝까지 보랏빛의 검은색이 감돌았다.

 

 회색머리에 화살모양 꼬리, 등 뒤에서 박쥐날개가 팔락이는 그는 지옥의 대공작, 단탈리안 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스르르 주저앉은 신하와는 달리 공작은 두려움 한 점 없는 경외심으로 한손을 가슴에 올리며 90도로 깍듯한 인사를 했다.

 

 "미천한 인간이 단탈리안 님을 뵙습니다."

 

 번쩍!

 

 단탈리안의 붉은 적안이 허공에서 불타올랐다.

 

 

 

 

 ****

 

 

 "허억!"

 

 진희는 크게 숨을 들이삼키면서 식은땀을 흘렀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작가의 자신의 방이었다.

 

 '바...방금 그 꿈은 뭐지?'

 

 방금 꾸었던 꿈이 아무래도 예사꿈은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개꿈은 아닌게 확실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0 50. 내 이름은 비토르, 탐정이죠 2017 / 12 / 15 303 0 6694   
49 49. 충격과 공포 2017 / 12 / 15 316 0 8612   
48 48. 희망고문 2017 / 12 / 15 313 0 5600   
47 47. Tell me 2017 / 12 / 15 301 0 8404   
46 46. 정령계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2017 / 12 / 15 298 0 8193   
45 45. 엘프의 숲 2017 / 12 / 15 282 0 5734   
44 44. 걸어서 세계 속으로(3) 2017 / 12 / 15 316 0 5699   
43 43. 걸어서 세계 속으로(2) 2017 / 12 / 15 304 0 7262   
42 42. 걸어서 세계 속으로(1) 2017 / 12 / 15 296 0 6630   
41 41. 지금 찾아갑니다(3) 2017 / 12 / 15 306 0 7060   
40 40. 지금 찾아갑니다(2) 2017 / 12 / 15 330 0 5865   
39 39. 지금 찾아갑니다(1) 2017 / 12 / 15 279 0 6029   
38 38. 응 아니야 2017 / 12 / 15 313 0 8366   
37 37. 승급시험(2) 2017 / 12 / 15 307 0 6043   
36 36. 승급시험(1) 2017 / 12 / 15 303 0 5817   
35 35.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2017 / 12 / 15 319 0 4581   
34 34. 이러려고 엘프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2017 / 12 / 15 308 0 6852   
33 33. 참 쉽죠? 2017 / 12 / 15 317 0 5430   
32 32. 지옥훈련? 2017 / 12 / 15 323 0 4810   
31 31. 지옥훈련(2) 2017 / 12 / 15 297 0 4979   
30 30. 지옥훈련(1) 2017 / 12 / 15 291 0 4535   
29 29. 세상에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 2017 / 12 / 15 292 0 4092   
28 28. 수업은 개나 줘(2) 2017 / 12 / 15 287 0 4680   
27 27. 수업은 개나 줘(1) 2017 / 12 / 15 304 0 5593   
26 26. 스쿨홀릭(3) 2017 / 12 / 15 291 0 5175   
25 25. 스쿨홀릭(2) 2017 / 12 / 12 308 0 6164   
24 24. 스쿨홀릭 (1) 2017 / 12 / 12 305 0 4252   
23 23. 아무도 날 막을순 없어 2017 / 12 / 12 310 0 5879   
22 22. 차원의 검 2017 / 12 / 12 295 0 4979   
21 21. Game Over 2017 / 12 / 12 327 0 631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