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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Andrea
작가 : 체리씽
작품등록일 : 2017.12.9

bal AceTy, 황제의 반려 가문에서 태어난 소녀가 이름없는 황제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생기는 판타지 로멘스.
아트랑, 이 대륙에서 유일한 제국. 여태까지 많은 아세티를 배출했던 발 아세티(bal acety) 가문에서 태어난, 안드레아는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집을 나와 거리로 갈 수 밖에 없었다. 7개의 고대 귀족 가문이 천 년에 한 번 내려오는 신탁에 따라 아트랑의 영광을 위해 황성으로 모이게 되는데...

 
[서장] 클로이 07
작성일 : 17-12-10 21:27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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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아마, 동쪽의 나르(Narue)로 갈 생각인 듯 했다.

 어린 애들이 이름을 정하는 것은 뻔했다. 자신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을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이름이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벼운 이름이지만, 안드레아에게는 가고 싶은 방향일 것이었다.

 지금은 처음 이름이 생긴 것에 대한 느낌이 꽤 나쁘지 않다는 것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한번 더.. 불러줄 수 있겠나?”

 “에우로스. 잘 가요! 고마웠어요!”

 

 내가 잃어버린 물건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건지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에우로스, 그 남자는 클로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될 수 있다면. 아마, 동풍이 불면 만날 것 같네.” 라는 말과 함께.

 

 읍내에서 클로이는 자주 가던 보석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기로 결정을 한 뒤, 케이프의 단추를 잘 여미고, 작은 배낭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저택에서 나올 때, 가져온 배낭은 가볍지만, 결코 클로이에게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와 닿는다.

 

 즐겨 가던 보석상에서 큰길로 직진한 뒤,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낡은 보석상이 있었다는 것을 클로이는 알고 있었다.

 혹시 누가 자신을 볼까 두려워진 클로이는 시내에 지나가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또 몸을 숨겼다.

 

 물론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는 클로이가 아니라고 뒤따르는 에우로스는 생각했다.

 이미 충분히 눈에 띄는 안드레아는 묘한 갈색의 머리와 물색의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멋모르는 사람들은 그걸 파란색 따위로 치부하지만, 에우로스는 알고 있었다.

 그건 슈미즈의, 신의 존재 증거였다.

 

 딸랑-.

 

 하는 소리가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보석상 에브람은 지금 가게를 맡고 있는 랄프의 할아버지가 만든 작은 보석상이었다.

 

 큰 도로를 만들게 되면서 에브람 앞에는 지나다니던 사람들도 많이 없어졌고, 보석상을 찾을만한 아펠(Apel)의 소 귀족들은 번화가에 있는 보석상에서 신상품들을 꺼내 즐겁게 보고 있을 것이었다.

 

 파리만 날리는 보석상을 정성스레 닦아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랄프는 전형적인 보석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랄프는 오늘따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다못해 국경아라고 가보고 싶지만, 갈 수 없었다.

 어쨌든 에브람이라는 도시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숲길만 걸어가면 슈펜의 아펠이 나오는데도 우두커니 이 곳을 지킬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거 팔려고 하는데요.”

 

 하고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앳되어 보이는 소년은 바로 케이프에서 조그만 보석 3가지를 랄프에게 내밀었다.

 랄프는 보석을 한 번 쓱 보고는 “루비구나.”라는 말과 함께 진열 대 밑 금고에서 돈을 꺼내려 허리를 숙였다.

 클로이는 서둘러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발을 탁탁 구르며 보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것은 크기가 작아서 개 당 70세디 정도 줄 수밖에 없어.”

 “괜찮아요. 3개니까 210세디죠?”

 

 어딘지 급해 보이는 소년에게 210세디를 선뜻 건내고 랄프는 빨리 가보라는 듯 문을 가리켰다. 소년은 인사도 없이 문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파란 눈이라..” 하고 중얼거린 랄프는 곧바로 뛰쳐나가듯 가게를 나왔다.

 방금 나간 소년을 찾으려고 골목 어귀를 돌아다녔지만, 앞에 보이는 것은 평온함만 가득했고, 방금 왔던 소년은 사라진 듯 존재하지 않았다.

 

 에우로스는 에브람 보석상에 들어가는 안드레아를 보다가 이내 진한 웃음을 안면에 띄었다.

 안드레아는 순차적으로 운명을 향해 가고 있었다.

 에우로스는 자신이 잃어버린 물건을 굳이 에브람을 다 돌면서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해 깊은 행복감을 느꼈다.

 항상 소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남자였다.

 

 “누굴 찾는 거지?”

 

 남자의 목소리에 랄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잘 생긴 남자가 랄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20대 초반쯤 되었을까, 방금 왔던 손님은 소년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눈앞의 사람은 남자였다.

 그것도 매우 존재감이 강한.

 

 “아무도, 찾지 않았습니다만.”

 “아니, 자네는 찾았을거야. 그리고 본능적으로 느꼈겠지.”

 

 랄프는 본능적으로 경계했다.

 가게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순간 나타난 남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

 분명 좀 멀리 있었던 것 같았는데, 군인이었나. 하고 생각한 랄프는 특유의 영업용 미소를 띠웠다.

 

 “에브람이라,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보는 가문이로군, 아버님은 잘 계시나?”

 

 남자는 랄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툭 쳤다.

 친근함을 나타내는 표시에 순간 당황한 랄프는 자신이 이 남자를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었던가를 고민할 만큼의 능글맞음이 있었다.

 장사를 하는 랄프도 자연스러워서 정신을 바로 해야 할 정도의.

 

 “제 아버지는 3년 전 돌아가셨죠, 누구십니까”하고 마주 선 두 사람을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아까 저 남자가 랄프의 앞으로 눈 한번 감았다 뜨니 움직였다, 라던가 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었다.

 

 주위를 잠시 둘러보고 헛웃음을 친 남자는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 듯한데, 가게 안으로 초대해주지 않겠나?”라는 말과 함께 랄프를 바라봤다.

 감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옥죄는 느낌에 고개를 푹 숙였던 랄프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저 쪽이니, 따라오시죠.”

 

 항상 손님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가게로 들어온 랄프는 아까 소년을 쫓아갈 때와 마찬가지로 평안한 가게에 안심했다.

 문을 잠그고 가지 않다니, 이건 실수였다.

 

 “가게가 굉장히 아늑하네.”

 “칭찬 감사합니다만, 누구신지 말씀을 들어야할 것 같습니다.”

 

 랄프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마구 웃어댔다.

 미친놈인가 싶어 여차하면 문 쪽으로 달려가려던 랄프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남자의 말 때문 이었다.

 

 “난 공식적으로 이름이 없는 사람이지. 그래도 당신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 같네.”

 

 “신탁이 3년 전에 계승되었군.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라고 말하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랄프는 그제서야 누구인지 감을 잡았다.

 

 랄프는 고개를 떨군 채로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

 남자는 그걸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시간이 오후를 지나, 석양이 지고 있는 저녁까지 쉼 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달려오는 시간이 퍽 마음에 들었다.

 클로이는 14일 째 되는 날 아펠(Apel)과 나르(Narue)의 중간지점인 시펜(sipen)에 도착했다.

 근처 여관에서 14일 동안 노숙했던 짐을 풀고, 아펠(Apel)근처 작은 마을에서 샀던 말을 마구간에 묶어 놨다.

 여관에 뜨거운 물을 담은 대야를 요청한 클로이는 육포를 사기 위해 시장에 들렸다.

 

 클로이의 파란 눈은 물론, 안드레아였을 때 나라의 복이자 희망과 같았다.

 하지만, 안드레아가 아닌 지금은 그저 물의 기운을 많이 받고 태어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펠(Apel)에도 파란 눈을 가진 이가 은근히 많았었다.

 3~4년 전부터 시작된 무역의 개방으로 해국(海國)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보기 드문 푸른 눈동자의 아이들이 대거 태어났다.

 

 물론 클로이 만큼 나이가 많이 먹은 아이들이 아니지만, 클로이는 그 사실에 잠시나마 감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무역개방이 된지 3~4년밖에 안됐음에도 해국(海國)의 사람들을 마치 기억의 한 부분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고, 오히려 파란 눈은 아펠(Apel)보다 대도시인 듀르(dulue)가 숨기 편했다.

 

 익숙하게 5세디를 방값으로 지불하고 3층으로 안내하는 주인을 따라 방에 도착했다.

 골방보다 넓어진 방은, 햇살이 고즈넉하게 들어오고 있었고, 작은 의자, 협탁과 침대까지 놓인 비교적 아늑한 공간이었다.

 짐을 간단하게 풀은 방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클로이, 아니 안드레아는 거의 한 트왈(twal)이 지나버린 에우로스와의 만남을 생각했다.

 이름이 없는 그 자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과거의 안드레아 였다면 상상도 못할 일들 중 하나였다.

 

 안드레아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마디가 슈웨이(shu?) 특히 아세티 유역의 사람들에게 하나의 법이요, 기적이었다.

 

 할머니의 가문은 그랬다.

 그 집에서 파란 눈이 나온다는 것은 온 제국의 번영을 나타냈다.

 그 많았던 제국은 천 이백년의 시간이 지나, 안드레아가 사는 이 곳인 아트랑(Atrang) 밖에 없었다.

 

 본디 아트랑은 왕국으로 이름이 없는 사내 하나와 이름이 있는 여성이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았고, 사내는 그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말하길, “본디 빛과 하늘의 지배자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줄 수 있는 것은 그 아이의 반려로, 물과 초의 기운을 타고나 눈동자가 푸른빛을 띌 것이다.” 라는 말과 함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 사내는 사라진다.

 여성은 아이를 멋지게 키운다.

 

 사실 키웠다고 할 수 없고 그야말로 방치수준이었지만, 아이는 여성을 좋아했기에 괜찮았다. 어느덧 아이는 장성하여 여성의 곁을 떠나게 되고, 여성은 병을 얻어 쓸쓸히 죽는다.

 

 아이는 흩어져 있던 부족을 합하여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어머니의 이름인 아트랑(Atrang)을 따 나라이름을 아트랑(Atrang)이라 짓는다.

 수도 슈웨이(shuǐ) 의 이름 모를 강을 따라 걷던 아이는 푸른 눈의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 여성은 물의 신 슈미즈가 가장 이뻐한 아세티(AceTy)로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사랑은 결실이 되어 남자에게 아세티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 때 아이의 아버지가 나타나 “하늘의 예언이 결실을 맺었다.”라고 하며, 아트랑(Atrang)에 1000년의 행복을 주는 지배자의 반려 아세티의 존재를 아트랑(Atrang) 국민들의 머리 속, 가슴 속에 새겨놓는다.

 

 이것은 아트랑(Atrang)의 건국설화로, 사람들은 모두 미신이라고 하겠지만, 미신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비록 본인은 그 운명에 도망친 도망자에 불과하지만.

 안드레아는 Andrea bal AceTy, 아트랑(Atrang)의 반려가문의 주인이었다.

 

 성은 있지만, 이름은 없는 그를 혼자 기다려야한다는 것과 그를 위해 부모 모두를 희생시키고 할머니 집에 살아야했다는 것은 안드레아에게 족쇄와 같은 삶의 소용돌이였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서도, 본인의 삶을 돌이킬 수조차 없는 깊은 수렁과 같았다.

 

 어느 날, 안드레아의 집안에 무서운 태풍이 몰아쳤다.

 저택의 사용자가 반 이상이 죽어나갔고, 반 이상은 불구가 되었다.

 

 안드레아는 할머니 방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밤의 손님이 칼춤을 추고, 낮 손님이 기를 펴지 못할 때 쯤, 할머니를 찾았다.

 

 그녀는 무서운 듯 떨고 있었다.

 안드레아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이것은 할머니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아들을 죽인 무시무시한 권력자. 그 아들이 기어코 숨긴 아들을 찾아내어 마침내 행복하게 살던 손녀를 이런 삶의 구렁으로 빠뜨린 암흑의 서녀이자, 감금한 지독한 여자일 뿐이었다.

 안드레아는 이제 본인이 끝을 내야할 때를 알았다.

 

 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물이란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자신은 그 힘을 자각했을 뿐이라는 걸 언젠가부터 머릿속에 있던 지식이었다.

 

 스무 살이 되고 나서는 비로소야 그 지식을 쓸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로 인해 안드레아는 밖으로 나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아버지가 지어준 대로, 용감한 이름은 그 때서야 빛을 발하는 것이다.

 

 “물 왔습니다!”

 “들어오세요.”

 

 생각을 멈춘 것은 가녀린 소녀의 말이었다.

 꿈에서 깬 듯 눈을 부릅뜬 안드레아는 침착하게 소녀를 안으로 맞이했다.

 

 무거운 물을 들고 오면서도 소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안드레아는 그런 소녀들의 모습을 좋아했다.

 당차고 발랄한 모습.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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