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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Andrea
작가 : 체리씽
작품등록일 : 2017.12.9

bal AceTy, 황제의 반려 가문에서 태어난 소녀가 이름없는 황제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생기는 판타지 로멘스.
아트랑, 이 대륙에서 유일한 제국. 여태까지 많은 아세티를 배출했던 발 아세티(bal acety) 가문에서 태어난, 안드레아는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집을 나와 거리로 갈 수 밖에 없었다. 7개의 고대 귀족 가문이 천 년에 한 번 내려오는 신탁에 따라 아트랑의 영광을 위해 황성으로 모이게 되는데...

 
[서장] 클로이 05
작성일 : 17-12-10 21:25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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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대니얼은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매우 프로였다.

 입술을 깨물며 겉으로는 클로이를 잘 부탁한다는 로라의 말에 알았다고 했다.

 

 제이크는 결속의 방에 이미 들어 가 있는 상태였다.

 상대는 언제나와 같이 샐리였다.

 딜런의 모습이 잠깐 떠올랐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그냥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기엔, 아펠의 사람들은 이미 광적으로 미쳐있었다.

 그건 어느 순간 물들어버린 로라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제이크는 딜런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상처에 상처가 덧대어지면, 제이크는 어쩌면 딜런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하는 위치에 서 있을 수 있었다.

 물론 그걸 막고 싶었다.

 

 “그나저나 우리 주군은 대단하단 말이지. 우리 도움 없이 황제가 되다니.”

 “응? 무슨 말이에요 제이크? 황제?”

 “아아, 아니야. 샐리 당신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제이크는 익숙하게 샐리의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이내 샐리의 교태 넘치는 신음 소리를 들었다.

 

 제이크는 주위에 있는 신관들을 하나 하나 의식하며 샐리의 젖가슴에 자신의 코를 묻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이런 행위라니, 제이크는 답지 않게 오늘 더 구역질이 나는 것 같았다.

 

 결속에 따르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클로이의 순수와 딜런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게 최선이었다.

 제이크는 이내 샐리의 몸짓에 제 몸을 맡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결속의 밤은 그들에게 있어 구원이었다.

 로라와 딜런에게도 말이다.

 

 “아.. 딜런 좀 더 원해...”

 “흐으.. 유르 당신 남편은 나랑 결속으로 이어져있는 것 알아?”

 “아아.. 몰라..”

 

 딜런이 유르의 몸에 자신의 결속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앞에는 신관들이 둘을 보고 있었다. 물의 신에게 경배와 축복을, 그리고 아펠 사람들에게 무궁한 영광을. 주술처럼 되뇌이는 기도를 들으며 딜런은 한 번의 결속을 끝냈다.

 

 “아, 딜런 너무 좋아..”

 “구원 받았어? 구원 받는 중이야? 어?”

 “응, 응 구원 받아 아아 딜런..”

 

 딜런이 유르의 몸에 자신의 흔적을 파생했다.

 신관은 아직도 구원을 받고 있는 듯, 천박한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다음 사람.” 하고는 그녀를 딜런에게 떼어냈다.

 

 이후 몇 번 째인지도 모를 사람들과 결속을 하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로라의 표정을 보았다.

 그녀는 물의 신에게 딜런이 구원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 희열이 어렸다. 축복이 그녀에게 찾아온 듯 했다.

 

 딜런은 자신 앞에 있는, 자신의 몸짓에 흔들리는 여성들을 다시 한 번 안았다.

 

 축복이었다.

 경배였다.

 그들과의 결속이 강하게 이어질수록 구원을 받는 느낌에, 온 몸이 저릿하고 머릿속이 하얬다.

 

 신전에서 내미는 음료를 딜런은 마다하지 않았다.

 곳곳에 여신을 홀리는 매혹적인 향이 피워졌다.

 그 음료를 마시면 여신을 내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결속의 시간에는 기적이 항상 찾아왔다.

 

 이윽고 딜런이 눈을 떴을 때, 환한 여신이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듯 했다.

 그녀의 인자함이 뼛속으로 다가왔다. 숨결이 느껴질 쯤 눈을 감았다.

 그리로 어렴풋이 클로이를 본 것 같았다.

 

 제이크는 신전 안을 서성였다.

 계속 들어가는 여성들. 늘어가는 신도들.

 그 가운데 로라가 있었다.

 

 딜런의 인생을 망친 것은 로라였다.

 끝없는 결속에 딜런은 이성을 놔버린 듯했다.

 기절할 것 같은 뜨거운 몸을 안고 딜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것은 구원이 아니라 죄악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이 도시 내에서 제이크와 클로이 밖에 없었다.

 

 다시 쾌락에 젖은 소리가 제이크의 귓가에 울렸다.

 물의 신에게 경배와 축복을, 아펠 사람들의 죄악을 용서하소서.

 제이크는 신전에서 나가면서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용서의 값어치를 알기에 끝없이 이어지는 결속의 소리가 귓가를 맴돌아도 물의 신의 자비를 얻기를 소망했다.

 신을 모시는 사람들의 타락으로 인해 죄악은 끝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클로이는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오늘도 굉장히 평범한 하루였다는 것에 기뻐한다.

 딜런이 놀리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약이 올랐다가 내일은 딜런의 형인 제이크가 돕는 정육점에 가서 고기를 사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구워먹는 것은 혼자서는 잘 못하지만, 내일은 뭔가 딜런도, 제이크도 한가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여관주인인 대니얼은 저녁 때, 일찌감치 신전으로 간다고 나갔다.

 아펠 사람들은 다들 같은 시간에 모여서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오늘은 따라가라며 대니얼이 압박을 주었지만, 몸이 너무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하자, 안색을 살피며 안 좋으면 쉬라고 말을 해주었다.

 

 안드레아가 생각하기에 대니얼은 참 친절한 남자였다.

 단지, 계속 로라에게 보이는 관심이 제이크나 딜런은 껄끄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저 정도면 순정파인 남자 같은데, 로라랑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불을 꺼내어 펼쳤다.

 

 자그만 서랍 안에서 진녹색의 케이프를 꺼내 배 위에 덮고는 케이프 주머니의 쪼개진 보석들을 손에서 계속 굴렸다.

 

 내일은 다음 트왈(15일)을 위해 아펠(Apel)의 영주가 사는 곳까지 걸어갔다 와야 했다. 이곳에서 보석을 바꾸기에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는 것을 클로이는 깨달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들은 클로이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선량한 로라가 자신에게 돈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로라는 선량한 여관주인이 본인을 맡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클로이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이 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아펠(Apel)의 사람들이 알기 전에 떠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내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했다.

 

 여관주인인 대니얼은 아침에 클로이가 나가는 것을 보고 “클로이!”하고 불렀다.

 어디를 가는지 물어볼 참이었다.

 

 어제 저녁, 로라에게서 “클로이 밥도 주느라고 너희 살림이 안 좋아 진거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멀뚱히 서 있었던 대니얼은 클로이가 어디를 가서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훔쳐서 밥을 먹는 건지 알아야만 했다.

 

 만약 자신의 여관에서 훔친 것이라면 가만두지 않을 참이었다. 감히 이 대니얼의 여관에서 도둑질을 하다니.

 

 도둑이라면 아펠(Apel)에서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범죄였다.

 상공업과 무역의 도시에서 도둑질이란 신성의 도시인 빛의 도시, 나라의 수도 슈웨이(shu?)의 중심, 아세티 강에 소변을 보는 것만큼의 큰 죄였다. 아펠(Apel)에서 도둑질은 사형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클로이를 빨리 데려다가 방에다가 가둬놓든 아니면 어디 강가에 던져버리든 해서 도둑질은 막아야 했다.

 

 클로이가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

 로라의 부탁만 아니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고아새끼였다.

 

 클로이는 대니얼의 부름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서둘러서 읍내로 내달렸다.

 아펠(Apel) 안에서도 영주가 사는 곳까지 부지런히 가야했고, 골방에서 나올 때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모든 짐을 챙겨 나왔던 것에 클로이는 슈미즈의 행운이 깃들었다고 느꼈다.

 

 클로이는 마을 뒤의 이름 모를 숲에 들어갔다.

 굳이 이 길로 가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지만, 정돈된 길로 가면 금방 잡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클로이의 두 뺨에 이유 모를 눈물이 흘렀다.

 처음 탈출 했을 때는 자유에 대한 기쁨과 환희만 있었다면, 지금의 탈출은, 불안과 자신이 제대로 못 숨긴 것에 대한 자책과 굳이 이러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회한이 뒤죽박죽 얽혀 있었다.

 설상가상 달리던 클로이는 나무에 잠시 발이 걸렸다.

 

 “아! 아..아파..”

 

 클로이가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왼쪽 무릎이 살짝 까진 것 같았다.

 주위를 살펴보니 자신이 어디서 달려왔는지 잘 모를 것 같이, 너무 일정하게 생긴 나무들과 풀들이 자신을 반겨주고 있었다.

 

 이럴 때, 자연과 교감이라도 된다던 정령사 같은 거면 참 좋을 텐데.. 하긴 정령사는 해국에만 존재한다고 했다 하고 생각한 클로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 무릎에 뭍은 흙을 탈탈 털은 클로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주저하고 있었다.

 그거 조금 뛰었다고 배가 고팠다.

 

 

 사실, 클로이는 안드레아일 적에도 운동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라, 이렇게 뛰는 것 또한 딜런과 계속 뛰어다녔기 때문에 이 정도였다.

 

 또래 소녀들에 비해서는 아직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 레이디들은 걷는 것도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클로이는 자신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아펠의 다른 소녀들보다도 몸이 약해서 그런지 딜런이 유독 클로이를 잘 챙겨주기도 했었고, 또한 클로이도 딜런이라는 사람 고유의 성격을 좋아했다.

 

 그에게서는 자신이 배웠던 품위가 느껴지지는 않더라도, 사고방식이 자유분방하여 마치 클로이도 오롯이 자신이 자유롭다는 기분을 들게 하는 친구였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라고 생각했을 무렵이었다.

 누가 쫓아오는 것 같은 소리에 반사적으로 다른 길을 택한 것이 클로이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아무도 없었고, 클로이는 몇 시간 째,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너무 불안했다.

 아펠의 형벌은 무시무시했다.

 

 60년 전쟁 이후 국민들의 삶은 많이 발전했다.

 물론 그 발전에는 황제가 된지 얼마 안 된 그의 덕이 컸다.

 

 60년을 전쟁을 하면서 잃어버린 황권을 세운 선황제의 유지를 받들어, 황폐해진 제국을 더욱 부강하게, 다음 자손들이 더 힘들지 않게, 법을 만들고 군을 키웠다.

 

 사실 그 자체의 출신 성분이 그러한 노력에 빛을 발하게 해줬던 것도 있다.

 그가 태어나던 날, 비췄던 아세티 강의 푸른 해.

 그로인해 선황제가 60년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황권과 반란군이 60년 동안 전쟁을 치뤘던 것은, 황제들에게서 아세티의 푸른 해를 보였던 이가 없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슈웨이의 달과 아세티의 푸른 해.

 둘다 슈미즈의 제국에 대한 축복이었다.

 

 아세티가 태어난 이래로 아세티의 푸른 해와 슈웨이의 달은 달에 한번 씩 비춰주고 있었다.

 그는 아세티가 어떤 사람이든 호의를 배풀만한 용의를 가지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아세티의 발현 덕분에 반란을 어느정도 진압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명분이 사라진 반란 따위는 남자와 그의 군대에게 잡초를 뽑는 일만큼 간단했지만, 귀찮았다. 만약 이 세력이 없어진다고 해도 아세티를 찾지 못한다면 다른 세력이 대체할 만큼 지금의 황권은 대외적으로는 불완전했지만, 내부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그의 사람들을 잘 이용하고, 믿을 줄 아는 군주였다.

 어찌되었든 아프릴리스의 달 (Aprillis)이후 사라져버린 안드레아를 찾기 위해 그가 고생했다는 것은 그의 부관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 날 황폐해져버린 성 안에서 깨진 오르골을 봤을 때, 그리고 그의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식구가 다 죽임을 당한 것을 봤을 때, 안드레아 혼자 살아서 나간 것을 알았을 때.

 그 시간들이 모이고 추측들이 쌓여 그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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