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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게임판타지
코어월드
작가 : 재시작
작품등록일 : 2017.12.8

“코어월드의 최강자가 되겠다. 하드코어 모드로!”

세계 최대 VRMMORPG 코어월드.
전업 게이머 나강일은 코어월드에서 레벨 99를 돌파한 초월마도사 ‘퀀텀 코어시커’다. 최강을 추구하는 그는 최강자인 코어마스터에게 도전했으나 압도적인 힘에 밀려 패배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는다. 돈과 건강과 캐릭터까지.
좌절한 폐인이 된 나강일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은 하드코어 모드. 더 어려운 대신 두 가지 보너스를 지급 받는 모드다. 단, 하드코어 모드로 게임하다가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
나강일은, 자의반타의반의 심정으로,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걸고 코어월드에 재접속한다. 레벨 1의 하드코어 플레이어로서.

 
14화
작성일 : 17-12-13 20:19     조회 : 591     추천 : 1     분량 : 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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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듀얼?!”

 그렇다. 듀얼.

 일반적인 PK와 듀얼의 차이는 사실 미묘하다.

 쌍방의 합의가 있었는가 없었는가?

 규칙이 있는 싸움이었는가 아니었는가?

 입회인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위의 질문들에 있어서 전자에 해당한다면 듀얼, 후자에 해당한다면 PK로 분류한다. 하지만 그 분류법조차도 상당히 모호하며 때때로 바뀐다.

 결국, 승자는 패자를 죽이고 패자의 경험치와 아이템을 싹 다 뺏는다. PK건 듀얼이건 간에. 이것이 일반적이다.

 “라이젠. 너, 힐링 포션으로 회복시켜 줄 테니까, 나와 듀얼로 승부를 내자. 제한 시간 10초. 네가 내 공격으로부터 10초 버티기만 해도 네 승리. 그럼 넌 자유다. 어떻게 할래?”

 “……진심인가?”

 “물론이다. 그리고 내가 10초 이내에 널 죽이면, 일반적인 듀얼이나 PK가 다 그렇듯이 네 아이템이랑 경험치는 싹 다 뺏을 거다. 이의 없겠지?”

 라이젠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좋아. 그럼 힐링 포션이랑 음식을 사주마.”

 나는 힐링 포션 여러 개를 딴 다음 라이젠의 입에 대고 쑤셔 박았다.

 “으국, 꿀꺽, 꿀꺽…….”

 몇 병이나 되는 힐링 포션을 먹자 라이젠의 팔다리가 고속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테번 주인에게 통닭구이를 내오라고 시켰다. 테번 주인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몸짓을 해보이며 통닭구이를 라이젠에게 줬다.

 “자, 빨리 먹어라. 시간 없으니까.”

 라이젠은 말없이 다 먹었다. 힐링 포션으로 재생되어가는 팔다리가 점점 더 빠르고 확실하게 회복되었다.

 “회복 했나?”

 “아아…….”

 라이젠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노려보았다.

 “그럼 퀀텀. 네가 바라던 듀얼을 시작하지.”

 “그래. 진정한 강자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가르쳐주마.”

 “미친. 네놈 총합 레벨은 겨우 30 아닌가? 반면에 나는 37이다! 레벨 7의 차이는 크다! 내가 이긴다!”

 “해보면 알겠지. 여기서 싸우면 테번이 망가지니까, 뒤편으로 나가자고. 아, 테번 주인장도 같이 가요. 일단 듀얼이니까 심판 역할 해주면 좋고.”

 나와 라이젠, 그리고 테번 주인장은 테번 뒤편의 공터로 걸어가는데 1분이 걸렸다.

 테번 주인장은 외쳤다.

 “준비…… 듀얼 시작!”

 라이젠은 도적 비술 [퀵 스텝]으로 내게 접근해 왔다.

 “[라이트닝 블레이드]!”

 나보다 레벨이 높은 라이젠은 즉시 백마법 근접 공격 주문인 [라이트닝 블레이드]로 내 목을 노렸다. 시작과 동시에 허를 찔러 근접 공격?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물론, 내가 [극한 가속]을 쓸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는 뜻이지만.

 내가 굳이 라이젠을 회복시키고 싸움을 한 것은 내 전투 철학을 증명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냥저냥 만만한 실험 대상이 필요해서.’

 나는 [극한 가속] 상태에서 다양한 기술을 연계하고 싶었다.

 “[극한 가속].”

 나 자신이 극도로 빨라지고 주변 것들이 한없이 느려져 보였다. 테번 주인이 흘리는 땀방울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이고 라이젠이 놀라워하며 동공이 수축하는것까지 볼 수 있었다.

 “[라이트닝 레지스턴스]. [파이어 볼]. [아이언 스피어].”

 라이젠의 [라이트닝 블레이드]가 내 목에 닿기 전에 나는 여섯 개의 주문을 날렸다. 마법사는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주문 시전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지금 마법사로서의 나는 겨우 레벨 13에 불과하다. 엄청 느려야 정상인 지금, 나는 엄청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빠지직!

 라이젠의 백마법 [라이트닝 블레이드]가 내 목에 닿았다. 하지만 [라이트닝 레지스턴스]가 발동 중이라 데미지는 변변찮았다.

 콰쾅!

 반면에 내가 날린 적마법 [파이어 볼]이 라이젠의 가슴팍에 착탄. 강대한 폭발력을 품은 화염구가 라이젠의 가슴팍에서 호박색 꽃을 피우듯이 폭발. 내가 [극한 가속]을 발동 중이기 때문에 꽃이 느리게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퍼억!

 뒤이어 나의 백마법[아이언 스피어]로 생성된 금속 창은, 라이젠의 목을 노리고 날아가 꿰뚫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꿰뚫는 중이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극한 가속] 상태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언 스피어]를 느리게, 라이젠의 목으로 꾸욱 밀어 넣는 것처럼 보인다.

 감상하면서 나는 목검을 꺼냈다.

 퍼억! 퍼억! 퍼억!

 나는 목검으로 라이젠의 머리통을 연달아 내리쳤다. 라이젠의 머리에서 핏방울이 느리게 튀고 머리카락이 튀었다.

 퍽! 퍽! 퍽! 퍽! 빠직!

 라이젠의 두개골이 파열. 그리고 이 무렵, 내가 쏜 [파이어 볼]의 화염이 내 몸까지 태우기 시작했다.

 “이크.”

 [극한 가속]의 힘에 취했던 걸까? 원래 [파이어 볼]은 위력이 강해서 근거리에서 쏘면 휘말리는 주문의 대표격이다. 이번 실험의 목적 중 하나는 ‘[극한 가속] 상태에서 근거리의 적에게 [파이어 볼]을 쏴도 폭발에 휘말리기 전에 피할 수 있을까?’ 였다.

 휘익!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피해를 입긴 했지만…….

 “가능하군.”

 나는 [극한 가속]을 해제했다.

 털썩!

 라이젠은 죽어 있었다.

 라이젠은 나에게 [라이트닝 블레이드]로 공격하는 도중에 [파이어 볼]을 맞았다. 즉 카운터 히트 판정으로 평소의 두 배 피해를 받았다.

 라이젠은 [아이언 스피어]를 명치에 맞았다. 물리 공격 중에서도 관통 공격이 심장이나 명치 쪽에 맞으면 크리티컬 히트 판정이 뜬다. 이번 경우에 특히 그러했다. 평소의 두 배 피해를 받았다.

 라이젠은 나에게 목검으로 머리통을 연달아 맞았다. 둔기 공격은 머리통을 공격할 때 확률적으로 크리티컬 히트 판정이 잘 뜬다. 이번 경우에 특히 그러했다. 평소의 두 배 피해를 받았고, 두개골 골절 판정까지 일어났다.

 대충 이런 식으로 라이젠은 죽었다. 내가 라이젠을 죽이는데 걸린 시간은 10초였고, 라이젠이 죽은 뒤 바닥에 털썩 쓰러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2초였다.

 “그럼.”

 나는 라이젠의 시체 멱살을 쥐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텔레포트] 스크롤을 펼쳐 주문을 외웠다.

 

 

 “……헬레나 님? 우리가 계약한 퀘스트는 성공이라고 봅니다만.”

 나는 블루종 도시 미들턴 호텔에 있었고, 라이젠의 시체를 발치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당현준, 최명석, 헬레나는 라이젠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대단하네. 정말로 2시간 만에…….”

 헬레나는 감탄했다.

 “그렇군요. 저도 솔직히 놀랐습니다. 정말 해낼 줄은.”

 당현준도 감탄했다.

 “과연 니크나메 퀀텀……. 한때 초월마도사라 불리던 사람 답군요.”

 최명석도 감탄했다.

 “별 것 아닙니다. 돈으로 사람들을 고용했을 뿐이니까요.”

 나는 어떻게 라이젠을 잡았는지 요약해서 들려줬다.

 “5천만? 그것 밖에 안 들었어?”

 헬레나가 놀라워했다. 사실 5천만 골드가 싼 값은 아니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푼돈이겠지.

 “운이 좋았죠. 제가 전사-마법사-도적의 트리플 클래스였기 때문에, 즉 도적이었기에 의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라이젠의 레벨이 50 이하인 37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었죠.”

 말을 마치며, 나는 훗, 하고 웃었다. 하드코어 플레이의 보너스 중 트리플 클래스를 택한 것은 정말 잘한 짓이었다. 직업이 3개가 되니, 아직 레벨이 저레벨 구간이라도 자잘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하드코어 플레이 보너스를 다른 걸로 할 걸 그랬나봐.”

 헬레나는 후련해 졌다는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걸로 끝이네. 복수도 했으니, 더 이상 코어월드에 남을 이유도 없어. 60시간 이상 쉬지 않고 플레이해서 현실 세계의 내 몸도 많이 지쳐있을 테고.”

 “그럴 겁니다. 그전에 퀘스트 보상을 요구해도 되겠죠?”

 “아, 그랬지.”

 헬레나는 퀘스트 스크린을 띄운 뒤, 완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8억 골드가 내게 입금되었다.

 그리고 받아야 할 보상은 하나 더 있다.

 “제 부탁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하신 거 기억납니까?”

 “아, 그거? 뭔데? 설마, 더 많은 돈을 주세요~ 같은 부탁일까?”

 “제 부탁은 제가 묻는 질문에 모두 답해줄 것. 입니다.”

 “자, 잠깐!”

 당현준이 끼어들었다.

 “잠깐 기다려! 퀀텀! 부탁이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만 그런 거였나! 그런 건 용납 못하지!”

 “끼어들지 마.”

 나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제 존댓말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의 내 총합 레벨은 50에 근접했다. 당현준에게 크게 꿀리지 않는다. 나는 라이젠을 죽일 때 얻은 경험치만 해도 나의 총합 레벨은 50에 근접했다. 그런데 잘은 모르지만, 테번 주인을 눈앞에 두고 라이젠을 죽여서 그런지 히든 퀘스트인 테번 주인을 위한 복수가 달성되었다.

 

 <히든 퀘스트>

 -목표 : 테번 주인 앞에, 무전 취식범을 죽이거나 무력화시킨 모습을 보여줄 것.

 -결과 : 성공.

 -보상 : 경험치 30만.

 

 히든 퀘스트라 그런지, 별 것 아닌 일인데도 경험치를 무척 많이 줬다. 고마운 일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라이젠을 듀얼로 죽인 경험치 뿐만 아니라 히든 퀘스트까지 달성해버려서, 경험치가 꽤 쌓였다. 지금 내 총합 레벨은 이럭저럭 40에 조금 못 미치거나 넘을 수 있었다.

 ‘한 번 분배해 볼까? [극한 가속].’

 나는 [극한 가속]을 발동한 상태로 경험치를 분배하기로 했다. 일단 기존의 내 레벨은.

 ‘전사 레벨 10. 마법사 레벨 13. 도적 레벨 7.’

 이 상태에서 우선 라이젠을 죽이고 얻은 7만큼의 레벨을 분배했다.

 ‘무조건 마법사를 우선 올린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전사 레벨 10. 마법사 레벨 20. 도적 레벨 7.’

 듀얼로 얻은 경험치는 통째로 레벨 격차를 뺏을 수 있었고, 나는 그것을 가장 경험치가 많이 필요한 마법사에게 투자했다. 그리고 남은 30만의 경험치는…….

 ‘생존률을 높여주는 전사를 올린다. 도적은 [극한 가속]이 있으니 천천히 올려도 된다. 10에서 11로 올리는데 7만. 11에서 12로 올리는데 9만. 12에서 13으로 올리는데 11만의 경험치가 소모된다. 즉, 전사 레벨을 10에서 13으로 만드는데 27만의 경험치가 필요하군. 됐다. 3만 남는다.’

 ‘전사 레벨 13. 마법사 레벨 20. 도적 레벨 7.’

 이렇게 해서 목표였던 레벨 40을 딱 맞게 달성. 아니, 아직 경험치가 3만 남았다.

 ‘마침 도적 레벨 7에서 8로 올라가는데 딱 3만이 필요하군.’

 나는 남은 경험치를 도적에 분배했다.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다.

 ‘전사 레벨 13. 마법사 레벨 20. 도적 레벨 8. 총합 레벨 41 달성!’

 그리고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극한 가속]을 해제했다. 그리고 느릿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뭐가 뭔지도 모른 채 너희들을 위해 일했다. 그러니 이제…… 적어도 너희들이 뭔지 정도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걸까? 헬레나 아가씨 생각은 어때요?”

 헬레나는 박장대소했다.

 “점점 더 마음에 드네? 레벨이 이제 비서실장이랑 맞먹으니까 대놓고 맞먹는 거야? 아하하하!”

 당현준과 최명석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들은 아마 지금 막 내 레벨을 확인하고 있겠지.

 “웃.”

 최명석은 놀란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호텔 객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레벨 30대였던 내가, 갑자기 레벨 41로 경험치 분배까지 마쳤으니까. 이 상태로 정말 싸움이 일어나면 나는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직업이 전사라서 선빵을 맞아도, 즉사하진 않는다. 일단 한 대 맞고 [극한 가속]을 발동하면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봐도 된다. 그 상태로 마법 섞어가며 목검으로 두들겨 패기만 해도 내가 이긴다.

 “오만함은 강자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헬레나 님. 저의 경우에는 거의 본성 수준이지만. 그만 웃으시고 제 질문에 답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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