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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게임판타지
코어월드
작가 : 재시작
작품등록일 : 2017.12.8

“코어월드의 최강자가 되겠다. 하드코어 모드로!”

세계 최대 VRMMORPG 코어월드.
전업 게이머 나강일은 코어월드에서 레벨 99를 돌파한 초월마도사 ‘퀀텀 코어시커’다. 최강을 추구하는 그는 최강자인 코어마스터에게 도전했으나 압도적인 힘에 밀려 패배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는다. 돈과 건강과 캐릭터까지.
좌절한 폐인이 된 나강일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은 하드코어 모드. 더 어려운 대신 두 가지 보너스를 지급 받는 모드다. 단, 하드코어 모드로 게임하다가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
나강일은, 자의반타의반의 심정으로,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걸고 코어월드에 재접속한다. 레벨 1의 하드코어 플레이어로서.

 
12화
작성일 : 17-12-13 20:17     조회 : 587     추천 : 1     분량 : 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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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음? 모르는 거요? 자네가 그랜드 마스터였다면서?”

 “예전에는 그랬죠. 코어마스터에게 당한 이후로 VR 접속 자체를 못하게 되어서 저는 퀀텀 코어시커가 당한 이후의 역사는 전혀 모릅니다.”

 신경 손상과 뇌손상이 심해서 VR 플랫폼을 이용할 수 없었고, 그 이상으로 마음이 괴로웠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코어월드 관련 정보는 전혀 살펴보지 않았다. 그래서 옛 동료들이나 부하들, 현재 정세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랬군. 마법사 길드가 둘로 갈라졌지, 아마?”

 “둘로?”

 “그렇다네. 기존의 방식으로 통합된 상태여야 한다는 통합파와 다른 길드처럼 느슨한 길드의 연합 상태로 갈라져야 한다는 분열파로 이원화 되었지. 통합파의 수장은 청마법의 달인인 제니스였고, 분열파의 수장은 흑마법의 대가인 바알투스였지. 결국, 분열파가 이겼고. 바알투스는 마법사 길드를 여러 개로 쪼갠 것에 만족했지. 그래서 길드간의 내분은 더 진행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자들이 희생되었지. 하여간 지금은 분열된 채로 안정되었고, 쪼개진 마법사 길드들이 각자 자기 이름을 걸고 운영하고 있다네. 그나마 통합파의 명맥을 잇고 있는 마법사 길드의 본부는 바로 이곳, 블루종 도시에 있지. 하지만 본부라고 해도 쪼개진 다른 마법사 길드들보다 더 나을 건 없지. 오히려 가장 규모가 큰 마법사 길드는 바알투스 마법사 길드인 셈이지.”

 내 입맛은 썼고, 표정은 썩어들었다.

 ‘제니스 크롤러. 그리고 바알투스.’

 기억난다. 둘 다 청마법과 흑마법의 극한을 추구하는 마법사였다. 제니스와 바알투스는 서로를 싫어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녀석들은 나를 엄청 싫어했다. 내가 레벨 99를 돌파하고 100에 도달한 날에는 나를 협공해서 죽이려고 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제니스와 바알투스를 훌륭한 마법사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패배한 뒤, 지들끼리 권력 다툼을 벌이다 결국 갈라졌다, 이거군. 왜지?’

 이유는 뻔했다.

 ‘그 녀석들. 내가 되고 싶은가 보군.’

 이제,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

 하지만.

 “저기, 니크나메 퀀텀 씨? 당신이 정말로 왕년의 퀀텀 코어시커였다면, 지금 당장 제니스가 운영하는 마법사 길드로 가서 지원을 요청하면 안 돼? 한때 부하였잖아?”

 “저에 대한 충성심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한때 ‘맹세’를 했던 제 부하들도, 그들의 충성은 퀀텀 코어시커에게 향하지, 지금의 저, 니크나메 퀀텀에게 충성하진 않을 겁니다.”

 마법사 길드 녀석들은 어쩌면 전사 길드 이상으로 ‘강함’에 매료된 녀석들이다. 강하지 않은 지금의 나에게 충성할 녀석들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과거의 동료와 부하들을 되찾고 싶다면, 그보다 내가 강함을 되찾아야 할 터.

 “확실해?”

 “확실합니다, 헬레나 아가씨. 이미 카네기우스로 실험해봤어요.”

 “흐응…… 뭐야, 그럼. 지금 당신 기분 더럽겠다. 그치?”

 “물론입니다.”

 “나도 그 심정 알아. 우리 부모님, 회사 운영했는데 교통사고로 죽었어. 그리고 우리 언니가 다리 수술 받는 동안 친척들이 회사 지분 다 뺏어 갔어. 덕분에 우리 언니, 엄청 힘들어 했지. 가지고 있다가 뺏기고, 존경받다가 경멸당하는 거, 기분이 참 더럽지.”

 헬레나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내 팔을 토닥거렸다.

 “흑.”

 믿기지 않겠지만 내 목구멍에서 나온 소리다. 그렇다. ‘흑’이라니. 어이구, 제기랄. 초월마도사였던 내가 금발 미소녀한테 공감 받고 ‘흑’이라니.

 “흐, 흑, 흑마법 말인데요.”

 나는 겨우 얼버무렸다.

 “그 라이젠이라는 놈은 흑마법 특화 마법사였습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뿐이지만 그놈이 바알투스의 부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 귀찮군.”

 당현준은 턱을 득득 긁었다.

 “한 마디로 나강일 씨 당신 말은.”

 “퀀텀입니다.”

 나는 도중에 말을 끊었다.

 “죄송하지만 이제부터는, 온라인상에서는 무조건 저를 니크나메 퀀텀, 또는 그냥 퀀텀이라 불러주십시오. 안전을 위해서요.”

 “그러지. 퀀텀, 자네가 말하려는 건 라이젠이 흑마법 특화 마법사고, 바알투스를 든든한 뒷배경으로 두고 있다…… 라는 건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그럼 포기하는 수밖…….

 “난 싫어.”

 헬레나가 뺨을 부풀리며 말했다.

 “라이젠이 바알투스의 부하일지도 모르니 포기하자고? 그런 거야?”

 “아가씨. 저희들은 바이코뮤닉 길드 소속입니다.”

 당현준이 조금 엄한 어조로 말했다.

 “길드와 길드 사이의 싸움으로 격화되는 것은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사태가 너무 커지는 것은 데이나 님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입니다.”

 “쳇.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네. 당신들은 역시 내 편이 아니라 내 언니 편이군. 그리고 날 구하러 온 것도 내 언니의 명령 때문이고.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

 “……냉정한 이야기지만 그건 사실입니다.”

 “뭐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말을 감히 내 면전에서 대놓고 말하다니!”

 헬레나는 씩씩 거리더니 짐을 챙겼다.

 “너무 불쾌해! 여기서 나가겠어!”

 “헬레나 님!”

 당현준과 최명석이 말리는 시늉을 했지만 헬레나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기색이었다.

 “거기 당신! 나강일 씨라고 했나?”

 “퀀텀입니다. 니크나메 퀀텀.”

 “그래, 퀀텀! 내가 당신을 고용하겠어. 내 언니의 꼭두각시들은 필요없어. 내 부하가 되어줘.”

 “저는 이미 데이나 님과 계약이 걸린 상태입니다.”

 “하여간 내가 15시간 안에만 로그아웃하면 될 거 아냐!”

 “14시간 2분 남았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할게. 14시간 동안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해줘. 그렇게 해주면 내가 지금 코어월드 속에서 갖고 있는 돈 전부 줄게. 어차피 한 번 로그아웃하면 다시는 코어월드에 복귀 못할 거 같으니까. 어떻게 할래?”

 나는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당현준과 최명석은 시끄럽게 헬레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 걸음 물러나며 이마를 문질렀다.

 “이런…… 이런…….”

 ‘……이런 식으로 기회가 찾아오다니! 난 정말 엄청난 행운아야! 혹시 하드코어 플레이의 숨겨진 보너스가 행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행운이었다.

 ‘14시간 동안 쪽쪽 빨아먹어주지.’

 “그럼 이렇게 하죠.”

 내가 끼어들었다.

 “이런 상황이 늘 그렇듯, 제게 절충안이 있습니다.”

 “뭔데? 말해봐.”

 헬레나가 말했다.

 “일단 라이젠에 대해 좀 더 알아 볼 필요가 있겠죠. 그래서 뒷조사를 해보고 좀 거물 밑에 속해 있다 싶으면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라이젠은 혼자 활동하는 사기꾼이라는 게 확인되면 즉시 복수하는 겁니다.”

 “어떻게 확인하지? 뒷조사, 그런 건 시간이 많이 들잖아?”

 “아뇨. 시간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갈 뿐입니다. 도적 길드에 가서 돈 주고 정보를 사면됩니다.”

 “아!”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도적 길드는 음습하고 지저분한 위험한 뒷골목에 놓인 술집 같은 이미지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도적 길드는 성직자들의 신전만큼 깨끗하고, 마법사 길드만큼 체계적이고, 전사 길드만큼 밝고 활달하다. 도시에서 시청이나 은행 건물 이상으로,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전문적인 일을 맡아 하는 건물이 바로 도적 길드다.

 그리고 도적 길드의 주요 상품은 흉악한 발목 지뢰나, 암살용 표창, 또는 마약이 아니다. 시골 마을에 기생하는 도적 길드면 모를까 대도시의 도적 길드는 그런 건 거래 안한다.

 대도시의 도적 길드가 거래하는 최고의 상품은 다름 아닌 ‘정보’다.

 “나카스 도시에도 도적 길드가 있을 겁니다. 거기 가서 정보료를 내고 물어보죠. 정보료가 싸진 않지만 가치는 있을 겁니다.”

 “그렇군. 묘안이다.”

 당현준은 수염을 득득득 긁으며 말했다. 수염이 남아날까 싶을 정도로 거칠게 긁는다.

 “그럼 우선 나카스 도시로 출발!”

 헬레나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주먹을 살살 내렸다.

 “이 경우엔 전부 몰려가는 것보다 한 명이 정찰 삼아 가는 게 낫습니다.”

 “그럼 누가 가서 확인하지?”

 “그야 물론, 제가 가죠.”

 내가 말했다. 그러자 당현준이 끼어들었다.

 “왜 자네인데?”

 “저는 여러분 길드, 바이코뮤닉 길드 소속이 아니라서 뒷조사하다 걸리건 말건 뒷탈이 없거든요. 그리고 아직도 여러분과 파티도 맺지 않은 상태죠. 그러니 적진에 정찰 보내기 가장 좋은 인간은 접니다.”

 “으음…….”

 “게다가 저는 전사-마법사-도적의 트리플 클래스입니다. 즉 도적이란 겁니다. 그러므로 도적 길드에 들어가서 쓸데없는 말썽에 휘말릴 가능성도 적습니다.”

 “과연…….”

 옳지! 거의 다 넘어왔다.

 “물론 이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필요한데?”

 “1억 골드 정도?”

 그러자 당현준은 눈을 찡그렸다.

 “너무 비싸군! 정보료가 그렇게 비쌀 리가 없는데?”

 “언제 어떤 식으로 돈이 필요하게 될지 모르니까요. 돈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여기에 와서 돈 받아가고 할 수는 없잖습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헬레나 쪽을 보았다. 돈을 쥔 건 그녀다.

 헬레나는 묘하게 성깔 드러나는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헬레나는 나에게 ‘거래 신청’을 해왔다. 나는 인벤토리 스크린을 열었다.

 “플레이어간 퀘스트 계약. 어때?”

 헬레나가 말했다.

 코어월드에서는 NPC와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NPC와 NPC, 플레이어와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주고 받는 것도 가능했다.

 “선금이랑 기타 경비로 2억 줄게. 대신에 3시간 이내에 라이젠을 죽이거나 산 채로 잡아 와.”

 “성공 보수는요?”

 “8억. 그리고 로그아웃해서 언니에게 퀀텀 당신에 대해 좋게 말해줄게.”

 “거기에 하나 더. 부탁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부탁? 무슨 부탁?”

 “그건…… 제가 헬레나 님의 퀘스트를 완료하면 알려드리죠.”

 “재미있네. 뭐, 좋아. 그렇게 하지.”

 “성립. 계약하죠.”

 나와 헬레나는 퀘스트 계약을 맺었다. 그 즉시 내 인벤토리에 2억 골드가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됐다. 3시간 이내에 라이젠을 잡는다. 그리고 나의 총합 레벨을 40 이상으로 만들어서 돌아온다.’

 계획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호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스크롤을 꺼냈다. 방금 호텔 방에서 당현준과 최명석에게 받아 둔 스크롤이었다.

 ‘주문 스크롤.’

 마법 주문의 힘이 그대로 담긴 스크롤은 무척 비쌌다. 첫째. 마나 소모가 따로 들지 않기 때문에. 둘째. 마법서나 교육으로 배우지 않은 주문이라도 스크롤만 펼치면 쓸 수 있기 때문에. 셋째. 마법사 레벨 12 이상이면 어느 마법사건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물론 이 경우에는 주문 효과나 통제력에 제약이 걸리거나 한다.

 ‘즉, 레벨 13 마법사인 나는 스크롤만 있으면 이론상 모든 주문을 쓸 수 있다.’

 그래서 코어월드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더블 클래스’로 마법사를 택하는 것이다. 전사 레벨을 30 이상 찍은 이가 더 이상 레벨을 올리기 힘들다는 판단이 서면, 슬슬 더블 클래스 슬롯을 열고 마법사 레벨을 올린다. 전사 무투가 도적 궁술사 무투가 성직자 드루이드 마법사의 8개 직업 중 마법사라는 직업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이유도 어쩌면, ‘레벨 12 이상이면 모든 마법 스크롤 이용 가능’이라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텔레포트].”

 나는 당현준에게 남는 마법 주문 스크롤의 봉인을 뜯고 펼쳤다.

 “나카스 도시 입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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