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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게임판타지
코어월드
작가 : 재시작
작품등록일 : 2017.12.8

“코어월드의 최강자가 되겠다. 하드코어 모드로!”

세계 최대 VRMMORPG 코어월드.
전업 게이머 나강일은 코어월드에서 레벨 99를 돌파한 초월마도사 ‘퀀텀 코어시커’다. 최강을 추구하는 그는 최강자인 코어마스터에게 도전했으나 압도적인 힘에 밀려 패배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는다. 돈과 건강과 캐릭터까지.
좌절한 폐인이 된 나강일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은 하드코어 모드. 더 어려운 대신 두 가지 보너스를 지급 받는 모드다. 단, 하드코어 모드로 게임하다가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
나강일은, 자의반타의반의 심정으로,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걸고 코어월드에 재접속한다. 레벨 1의 하드코어 플레이어로서.

 
10화
작성일 : 17-12-13 20:15     조회 : 613     추천 : 1     분량 : 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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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알아. 죽으면 끝이라는 거. 하드코어 플레이니까. 그래도 한 방 먹이고 싶다고!”

 당현준과 헬레나는 옥신각신 말다툼을 벌였다. 말다툼이 격화되기 직전, 마침 최명석이 [텔레파시]를 마치고 당현준에게 보고했다.

 “방금 [텔레파시] 주문으로 확인했는데, 최명후는 바이코뮤닉 길드 본부가 계약한 공동묘지에서 부활 중이라고 합니다. 던전에서의 사망 패널티로 72시간 동안은 접속이 제한된다는군요.”

 “이런. 들으셨습니까, 헬레나 아가씨? 최명후는 아가씨를 구하기 위해 죽었습니다. 그리고 72시간 동안 부활도 못해서 전력에 공백이 생긴 상황입니다.”

 “흥. 최명후는 우리 언니가 돈으로 고용했고 바이코뮤닉 길드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이니 날 위해 죽는 게 당연하지. 게다가 바이코뮤닉 길드에는 비서실장이나 최명후보다 더 강한 사람들도 있잖아?”

 “그들은 지금 길드의 존망을 걸고 다른 길드와 그림자 속에서 전쟁 치르는 중입니다. 데이나 님의 명령을 받고 말이지요. 헬레나 님의 사적인 복수를 위해 그들을 빼서 쓸 수는 없습니다.”

 과연 그런 거였군. 데이나가 관리하는 바이코뮤닉 길드가 있음에도 레벨 50짜리 3인과 외부인인 나를 고용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이코뮤닉 길드는 다른 길드와 전쟁 중이거나 냉전 중인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코뮤닉의 길드원을 빼내면, 단순히 길드 전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상대 길드에 약점 정보가 새어나간다.

 ‘후. 그래서 나를 무식하게 납치한 거였군.’

 상황을 파악한 나는 헛기침을 했다.

 “뭔가? 할 말이라도?”

 당현준이 나를 돌아봤다.

 “저, 비서실장님? 데이나 님은 6시간 마다 로그아웃해서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현실 세계에서 식사를 잠깐 하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로그아웃해도 되겠습니까?”

 “으음. 원래는 내가 가야 하지만 헬레나 님이 더 이상 돌발행동 못하게 감시해야겠군. 자네가 나가서, 데이나 님께 위기는 넘겼다고 보고하게. 그분께 최대한 소상히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나는 시스템 스크린을 띄웠다.

 “로그아웃.”

 나는 현실로 되돌아갔다.

 

 

 나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방은 어둑어둑했다. 몸은 여전히 묶여 있었다.

 “아무도 없습니까?”

 내가 묻자 문이 열렸다.

 “아, 일어났군요. 6시간마다 보고하라고 했는데, 조금 늦지 않았나요?”

 “돌발 상황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보고하러 나왔습니다.”

 “그 돌발 상황이, 내 여동생이 이미 죽었다는 이야기라면 보고하지 말고 혀 깨물고 자살하세요.”

 “다행히 아닙니다. 구출했습니다. 대신에 최명석 님이 죽고 말았죠.”

 나는 말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와 데이나 뿐이었다.

 “최명석 님은 저보다 앞서 로그아웃 하지 않았습니까? 그분에게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셨는지…….”

 “후훗. 듣긴 들었죠. 나강일 님을 엄청 욕하더군요. 자신을 반 강제로 자폭시켰다고.”

 “뭐, 최명석 님의 희생 덕분에 헬레나 님은 구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여기까진 아시겠지요?”

 “그래요. 혹시 헬레나가 로그아웃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고 있는 상황 아닌가요?”

 “잘 아시는군요.”

 “제 여동생이니까요. 도대체 왜 로그아웃하기 싫다는 거죠?”

 “VR 플랫폼 없는 방에 처박히기 전에 복수하고 싶다는군요.”

 “복수? 누구에게?”

 “라이젠이라는 놈입니다.”

 “라이젠?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제 사업에 방해가 되는 놈이라면 기억에 있을 텐데. 혹시 들어보셨나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압니다.”

 

 

 나는 디바이스를 머리에 썼다. 그리고 온라인 접속하지 않은 상태로 쓸 수 있는 상용 어플리케이션 사용 모드로, VR 통화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했다. 물론, 옆에 선 데이나 또한 연동된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럼, 전화 겁니다.”

 나는 라이젠에게 VR 통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렸다. 꽤 오래 걸렸다. 오래 걸린다는 건 라이젠이 코어월드에 접속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참 만에, 라이젠은 전화를 받았다.

 “여어, 라이젠.”

 “누구야, 너?”

 “나다. 퀀텀 코어시커…….”

 말하다가 나는 아차 했다.

 “……였다가 지금은 니크나메 퀀텀.”

 “어우, 이게 누구야? 그 퀀텀이라고? 오랜만이네.”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다.

 “음. 오랜만이네. 근데 너 언제부터 나한테 반말했냐?”

 라이젠은 내 부하였다. 직속 부하도 아니고 애정을 갖고 키운 제자도 아니었지만, 내가 마법사 길드 그랜드 마스터였을 때 내가 키워 준 적이 있었다.

 “왜? 반말 거슬려?”

 라이젠은 실실 웃었다.

 “솔직히 좀 거슬리는데.”

 “하! 가진 것 하나 없는 폐물 주제에.”

 “뭐?”

 “내가 널 마법사로서 대선배 취급한 건 네가 나보다 레벨이 높고 마법사 길드의 그랜드 마스터였기 때문이지. 지금의 너는 ‘박제’된 개털이잖아? 크크크.”

 ……와우. 정말로 이런 인간이 있구나. 이런 놈한테 내가 아이템을 주고 마법사가 솔로잉 하기 좋은 사냥터를 소개해 줬단 말인가.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왜? 할 말을 잃었어? 팩폭 지리는구만. 크크.”

 막말을 해서 상대가 어이없어 하면, 그걸 갖고 팩트 폭력이 통해서라고 생각하는 개자식들이 있다. 라이젠도 거기에 해당했다.

 “흐흐흐! 그래, 폐물 된 인간이 왜 연락이야? 설마 돈 빌려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너, 헬레나란 여자 알지?”

 라이젠이 멈칫하는 기색이 스마트폰 너머로 느껴졌다.

 “너 그 여자한테 사기 쳤지?”

 이번에도, 라이젠은 말이 없었다. 나는 안타까웠다. 내가 알던 라이젠이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리긴 해도, 그것은 효율을 추구하느라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초보자한테 사기 치는 나쁜 놈은 아니었는데.

 “너,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한테 사기 쳤다.”

 “흥! 폐물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시치미 떼지 마. 양심 있으면 코어월드 접속해서 블루종 도시로 사과하러 와라. 그리고 현실에서 자수해라.”

 “씨발, 나는 전과가 두 번 있어서 이번에 걸리면 끝장이야. 아웃이라고. 정지된다고.”

 “정지라니…….”

 이 자식, 사기를 한 번 친 게 아니군.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더 쳤던 모양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걸린 모양이다.

 “사기 친 게 또 걸리면 이 아이디로 코어월드 접속이 막힌단 말이야.”

 “지금 그게 걱정이냐? 너, 이번에 사람 죽일 뻔 했다고!”

 “알 게 뭐야. 하드코어 플레이는 그런 거잖아? 그렇게 멍청한 주제에 하드코어 플레이를 할 정도면 내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죽었을 걸. 설령 내가 자수를 해도, 그 경우엔 사기죄로 걸리지 살인미수로는 걸리지 않는다. 내가 관련법규도 다 알아봤거든? 하드코어 캐릭터 생성 체크 박스를 클릭할 때 게임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죽어도 동의한 것으로 판정한다고 말이야.”

 “허.”

 “하여간, 나는 나카스 도시에 있다. 불만 있으면 찾아 오던가. 뭐, 블루종이랑 멀지 않군.”

 “너, 진심이냐?”

 “그래, 퀀텀 코어시커 씨.”

 라이젠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나는 말이지. 당신처럼 되고 싶어서. 최고 효율로 사냥하고 퀘스트를 깨서 순식간에 레벨을 높이고, 지역을 지배하고, 마지막에 코어마스터에게 도전하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당신처럼은 할 수 없었어. 재능도, 끈기도 부족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내가 당신보다 오래 살아남았어. 당신 끝장나고, 마법사 길드 내부 항쟁에서도 살아남았다고.”

 라이젠의 목소리에는 상처 입은 남자만의 표독스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내가 폐물이 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약육강식. 속은 게 나쁜 거야. 그렇잖아?”

 “……딱 절반만 동의한다. 라이젠. 나는 말이다. 나는 상대에게 늘 공식적으로 도전했었다.”

 아아, 그래. 그랬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 나도 잊고 있었다. 나는 강적에게 온갖 꼼수를 써왔다. 하지만.

 “어떤 비겁한 수를 써서 싸우더라도, 반드시…… 공식적으로 ‘도전’을 먼저 선언했다.”

 

 ‘사흘 안에 네가 보호 중인 붉은도끼 오크족을 토벌해주마.’

 ‘조만간 더 강해져서 네 문 블레이드를 빼앗겠다.’

 ‘일주일 안에 백작령을 내 것으로 만들겠습니다.’

 ‘너의 마법을 파훼하는 데 하루면 충분해.’

 ‘코어마스터. 당신에게 도전합니다.’

 

 그랬다.

 나는 다른 플레이어와 싸울 때, 남의 것을 빼앗을 때,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먼저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선언한 뒤 싸웠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대가 먼저 나를 공격했을 때 뿐이다.

 나는 철저하게 최강을 추구했다. 나보다 약한 플레이어 뒤통수치기만으로는 최강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적어도 플레이어를 상대로 할 때는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강한 자에게 정식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너는 내가 아니야. 너는 도전을 받아들일 각오를 하지 않은 약자를 상대로 뺏었어.”

 “큿……!”

 “그래서 너는, 영원히 너보다 약한 자보다 강할 뿐이다. 너보다 강한 나를 쓰러뜨리지 못해.”

 “하! 당신이 나보다 강하다고?! 레벨이 몇인데? 나는 지금 레벨이 39다!”

 “켁! 겨우 그거냐? 여태?”

 믿기지 않았다. 내가 그랜드 마스터였을 때 뒤를 봐준 시절보다 겨우 9 오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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