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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8. 북청반란전 16. 언문주 대 언문주(허리)
작성일 : 18-03-06 13:44     조회 : 489     추천 : 0     분량 : 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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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합거사님ㅡ!”

 

 해명이 큰 소리로 비합을 불렀다.

 비합은 눈을 들어 해명을 쳐다보았으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해명의 머리에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비합의 천리전음이 울렸다.

 

 [해명~!]

 [!....... 비합 거사님......?]

 

  해명이 입을 다물고 비합에게 주의를 집중시켜 전음을 받아들였다.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도록 자신에게만 전음을 보낸 것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해명은 신중히 전음을 보냈다. 그러나 늘 도련님이라 존칭을 쓰던 비합이 자신의 이름을 턱턱 부르는 것에서 이미 마음이 돌아섰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다.

 

 [살아 계셨네요? 다행입니다!]

 [해명.........!]

 

  해명이 생존을 다행이라고 말하자 비합은 해명을 착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무사생존을 기뻐하는 모습이다보니 미안함에 더욱 착잡한 것이 비합의 마음이었다.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다 한숨을 크게 내쉬고 내친김이라는 듯 말을 담담히 이어나갔다.

 

 [해명, 너는...... 이미 실패했다. 창경궁에서 이유의 목을 치지 못했던 그 시점에 너는 실패한 것이야. 아마...... 너도 알거다. 너도 영민한 아이이니...... 이젠 너의 곁에 있으면 팔 다리 끝에 소 한 마리씩 매다는 일이 없을 일이 아니다.]

 [.......예?]

 [역적은 능지처참을 당한다. 끔찍한 형벌이지. 어쩌겠느냐? 나는 너의 목으로 나의 용서를 사려고 한단다.]

 [.......]

 

 해명이 아무 말도 못했다.

 해명은 실망감에 눈물이 날 뻔 했다.

 겨우 형벌이 무서워 자신을 배신한다니

 자신이 준 실망으로 자신의 가까운 사람이 등을 돌리는 첫 번째 경험이었다.

 당혹감과 실망, 슬픔과 노여움이 뒤섞인, 처음 느껴보는 감정.

 배신감!

 처음 느끼는 배신감에 해명은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운 수많은 감정들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분명히 선연해지는 감정 하나에 몸을 맡겼다.

 분노! 분노에 해명의 눈빛이 갑자기 사나워 졌다.

 

 [내 목을 내가 순순히 주겠습니까?]

 [네 주력이나 체술이 나보다 나은 건 안다. 허나, 방법이야 많지.]

 

  해명의 강렬한 눈빛이 되려 비합의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었는지 비합도 입가에 비웃는 듯한 미소를 흘리며 답전음을 날렸다.

 

 [이쪽은 뭐가 되었던 팔도의 전군을 동원할 수 있는 동원력이 있지. 결국 인력을 뛰어 넘는 힘이란 없지 않겠느냐? 그리고 지금 그 볼품없는 성에 갇혀있는 널 묶어두고 밖에 있는 해운을 노릴 수도 있고.....]

 “비합ㅡ! 네놈ㅡ!”

 

  전음으로만 대화를 주고 받던 해명에게서 용이 불을 뿜듯한 노성이 튀어 나왔다. 그리고 고함 후에 바로 북청성 쪽의 나모가비가 앞으로 뛰어 나갔다.

  비합이 그 모습을 보고 싱긋 웃었다.

 비웃음인지 아니면 마음의 부담을 던진 기쁨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이었다.

 

 “크워어어어어~~~~!!!!!”

 “쿵ㅡ! 쿵ㅡ! 쿵ㅡ! 쿵ㅡ! 쿵ㅡ!”

 

 해명의 나모가비에 맞서 비합의 나모가비도 지축을 울리며 뛰어 나갔다.

 

 “크워어어어어~~~~!”

 “콰아오오오오~~~~!”

 “콰쾅ㅡ!”

 

  어느 마을 정자나무였던 것 같은 굵은 두 개의 나무가 뿌리를 다리 삼아 일어나 가지를 팔 삼아 휘두르며 북청성의 정문 앞에서 한 바탕 막싸움이 어우러졌다.

 가지와 줄기가 부딪힐 때마다 커다란 범종 둘이 맞부딪힌 것 마냥 어마어마한 소리가 성앞 벌판에 잔바람을 만들며 울려 퍼졌다.

 이시애와 중간 지휘관들이 성문의 문루로 올라와 성벽 아래의 두 거인의 충돌을 지켜보았다.

 이시애와 중간 장교들은 두 나모가비의 충돌에 경악했다.

 다른 병사들은 평상시에 볼 수 없는 기이수의 충돌을 신기하게 쳐다볼 뿐이었지만 전술에 어느 정도 소양이 있는 장교들은 달랐다.

 적들도 나모가비를 쓴다는 사실은 곧, 자신들만이 갖추고 있는 전술적 우위가 이제는 없다는 의미였다.

  작은 성에 다수의 적군에게 포위당한 상황에서 믿을 것은 적에게는 없고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전술 우위, 기이수들의 운용이었는 데 이제는 상대도 나모가비를 쓰기 시작했다.

 이시애는 청년장교들의 분위기를 재빨리 알아챘다.

 

 “경거망동말라! 겨우 흉내를 낼 뿐이다! 우리의 해명 도령이 보다 정통이니라~! 반드시 우리가 이긴다~!”

 ‘우리의 해명이라.....’

 

  이시애의 입에 달린 우리라는 말이 해명에게 상당한 심적부담으로 다가왔다.

 해명은 어릴 때부터 머릿속의 이성과 가슴속의 감성을 따로 관리하는 법을 본능우로 체득하고 있었다.

 비합의 입에서 해운의 인질운운하는 말을 듣고는 벌컥 성을 내긴 했지만 해명은 알고 있었다.

 비합은 훈민정음 창제 후, 언문주의 구성에 참가한 초기 인원이었던 것을, 그것도 자신의 부모와 함께......

 체력이 자신이 앞선다고 해도 비합의 주법을 해명을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슨 기묘한 수를 숨기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으니 해명으로서는 분노로 가슴이 터질 듯 달아 오른 것과는 반대로 머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워 졌다.

 

 ‘비합님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방심하면 위험해ㅡ!’

 

  해명의 위기감이 나모가비에게 반영된 것인지 나모가비의 움직임이 둔중해졌다.

 거기에 비해 비합의 나모가비는 빠르고 거세게 해명의 나모가비를 밀어 붙혔다.

 

 “쿠쿵ㅡ!”

 “커어어어어~~~~~!!!”

 

  비합이 네 명의 병졸이 든 평교자에 정좌하고 앉아 나모가비에 계속 주력을 보내고 있었다.

 해명은 측근의 확인된 배신과 해운 얘기로 심란한 마음을 다 잡질 못했다.

 해명 쪽의 나모가비가 밀리자 성벽에서 구경하던 병사들이 술렁거렸다.

 

 ‘여기서 진다면 정말로 만사휴의다! 이걸로 끝장이다!’

 

  이시애와 장교들, 그리고 해명이 동일한 생각을 하는 가운데, 북청성 공방전의 서전인 나모가비 대 나모가비 싸움이 이어졌다.

 

 -----------------------------------------------------

 

  항현은 무관복을 차려입고 사인참사검을 어깨띠에 묶어 둘러맸다.

 간만에 입어 본 관복이 상쾌한 서늘함을 선사했다. 그리고 사인참사검, 늘 같이 있어서 익숙한 친구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로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졌다.

 사인참사섬에 손을 얹어 가볍게 쥐자 금속의 특유의 차가움이 몸 전체에 전율로 흘렀다.

 처음 무술을 배울 때 무기를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고 배운 기억이 있었지만 항현은 이젠 이 사인검이 정말로 팔이나 다리의 연장인 것처럼 느껴졌다.

 

 “항현 나으리, 일어나셨어요?”

 

 항현이 사인참사검의 느낌을 만끽하고 있을 때 항현의 뒤에서 청아한 소리가 그를 불렀다.

 

 “수빈 아가씨, 전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항현의 대답에 수빈이 입꼬리를 올리며 기쁜 미소를 지어 주었다.

 항현은 수빈을 앞세워 움막을 나섰다.

 얼마 만에 햇빛을 보는 지, 항현은 눈부심에 전립을 숙여 눈을 가렸다.

 햇빛을 피한 항현의 눈에 움막 밖에 있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란과 엄지, 검지, 은씨일족의 사람들과 준모, 그리고 꼬마 꼭지와 소녀 해운이었다.

 그 외에 남이가 놓고 간 일부의 군사들이 움막을 둘러싸듯 배치되어 있었다.

 

 “이젠 가는 건가?”

 

  지란의 말에 항현이 무겁게 대꾸했다.

 

 “나라의 쓰임을 받는 처지이니 나라가 부르면 가야합니다.”

 “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네.”

 

 잠시 한 호흡 쉬더니 지란은 항현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가 내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마시고........ 그리 하시게......”

 “제가 원하는 대로 해명을 반드시 살려오겠습니다!”

 “......”

 

  지란의 얼굴이 고마움과 걱정이 더해지며 힘없는 미소라는 표정의 답을 냈다.

 항현이 지란에게 힘있게 웃어 보이며 안심시켰다.

 

 “말 안들으면 해명을 두드려 패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어르신 안심하세요.”

 “그래 그래..... 그 망할 놈의 자식, 정신이 번쩍 나도록 두들겨 패서 데려 오시게. 허허허......”

 “형님~! 가시죠~! 지금 가도 오늘 저녁에나 북청성에 도착할 겁니다~!”

 

  준모가 큰칼 사진멸악도를 등에 매고 벌써 저 만치 나아가 항현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래~ 어서 가시게..... 이제 동북면 백성들을 평안하게 해주시게...... 그 말썽꾼도 흠씬 패서 집에 데려 오시구......”

 “예, 반드시 데려 오겠습니다~!”

 “꼭 데리고 올게요! 할머님, 안심하고 기다리고 계세요.”

 

 수빈이 항현의 다짐에 추임을 넣자 지란은 옆에 엄지와 검지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여차하면 너희들이 거두거라. 아무래도 아는 사이인 너희가 거두는 것이 아예 남이신 항현 나으리보다는 낫지 않겠니?......”

 

 지란의 말에 엄지가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검지는 입술을 실쭉이 내밀고 걱정스런 눈으로 자기 발 끝만 쳐다보았다.

 

 “가거라~! 가서 나으리를 열심히 도와 드리렴~!”

 

 전 말과 다르게 크게 소리쳐 자신의 두 아이들을 항현에게 딸려 보냈다.

 

 “걱정마십시오ㅡ! 반드시 데려오겠습니다ㅡ!”

 “그래~! 무리하지 마시고 몸 조심하시게~!”

 

  항현이 다짐을 하자 지란은 짐짓 만류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항현이 준모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자 수빈이 그 뒤를 따랐다.

 엄지, 검지 남매는 각자의 신령무구인 사유궁과 사후곤을 들고 사냥꾼의 차림으로 항현을 따랐다.

 그 주위를 남이가 남겨놓은 약간명의 군졸들이 따라 내려갔다.

 항현 일행을 향해 지란은 계속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항현도 수빈도 검지도 계속 뒤를 돌아보며 지란의 배웅에 대답하며 산을 내려갔다.

 

 ‘부디 모든 일이 다 잘 끝나기를.......’

 

 지란은 그렇게 기원을 담아 한참을 손을 흔들어 모두를 떠나보냈다.

 한참 후 시야에서 완전히 항현일행이 사라진 후에야 뒤로 돌아 움막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한 고요가 움막 주변에 떠도는 것이 느껴졌다.

 곧바로 뭐가 잘못된 지 알아챘다.

 

 ‘이 아이들이 어디갔지?’

 

 꼬마 꼭지와 해운이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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